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42)
42화
– 제가 예고했던 특별 보상은 두 번째 미션 수행에 대한 선택지입니다.
“선택지요?”
– 네. 그런데 뭔가 실망한 눈빛이군요?
붕대맨은 나를 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템이나 스킬 같은 걸 기대했는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도대체 두 번째 미션이 뭐길래 그러는 겁니까?”
– [정신과 시간의 공간>에서 본인의 검술을 향상시키는 것! 이것이 검투사들이 진행하게 될 두 번째 미션입니다.
“수련을 하라는 것이군요.”
– 네. 8층의 메인 테마에 잘 어울리는 미션이죠.
뭔가 뜬금없는 전개였다.
그동안 치고받고 싸우는 일에 길들여졌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수련.
그나저나 [정신과 시간의 공간>이란 네이밍은 설마 드래곤볼에서 따온 거냐?
“물론 제약도 존재하겠죠?”
– 이 탑에서 날로 먹는 거 봤습니까? 모든 검투사들은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기 전에 일정 이상의 성취를 얻어야만 합니다. 실패 시엔…… 이건 굳이 제 입으로 말하지 않는 게 좋겠군요. 너무 끔찍하니까. 크크크.
사악한 자식.
끔찍하다고 말은 하지만 즐기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럼 제가 보상으로 받게 될 게 뭡니까?”
– 이번 미션의 원칙은 독학이지만, 특별히 당신에게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려 합니다.
“그럼 그 선택지라는 것이 설마…….”
– 맞아요. 그럼 이제 결정의 시간입니다. 독학으로 수련을 할지 아니면 사부로부터 검술을 사사 받을지.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사부란 존재는 내게 굳이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현자의 상태창이 내 사부의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으니까.
“만약 독학으로 결정하면 다른 보상 있습니까?”
– 제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요? 선택 자체가 보상이라고.
정말 억지 논리가 따로 없다.
뭐 이딴 걸 보상이라고.
“그런데 그 사부 말입니다. 혹시 인간입니까?”
– 인간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겁니다.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출신이니까.
붕대맨의 말로는 나에게만 특별히 제안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딴에는 좋은 보상이라고 주는 거 같은데.
“그럼, PK를 성공시킨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어떤 특별 보상을 제안할 생각이었습니까?”
– 랜덤 스킬 박스나 한 개 던져 줄 생각입니다만.
붕대맨의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랜덤 스킬 박스.
행운의 보정을 받는 나에게는 이것이 최고의 보상이니까.
“지금이라도 그 보상으로 변경해 주시면…….”
– 미안하지만 한 번 제안한 것은 노빠꿉니다. 선택하세요. 사부와 함께할지, 아니면 혼자서 수련을 할지.
이런 막무가내 같은 붕대맨 녀석.
하지만 여기서 따져 봐야 내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괜히 쌓아 놓은 호감만 날려 버리는 꼴이 될 터. 그냥 닥치고 선택이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붙여 주시죠. 사부.”
굳이 사부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뭐라도 하나 배울 게 있다면 미션 클리어에 도움이 될 테니까.
– 행운을 빌죠.
붕대맨은 그렇게 뭔가 불길한 소리만을 남기고는 사라져 버렸다.
* * *
“검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
본인을 천마(天魔)라 밝힌 노사부가 내게 물은 첫 질문이었다.
“전혀 모릅니다.”
“전혀 모른다?”
노사부는 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내 대답은 사실이었다.
종말이 시작되기 전, 나는 검도 학원에서 죽도만 몇 번 휘둘러 봤을 뿐이고,
이 탑에 들어와서는 게임 시스템을 통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검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네 말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 보아야겠구나.”
“어떻게 말입니까?”
휘이이익-
노사부는 다짜고짜 내게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위력이 크지 않았기에 불굴의 검을 들어 쉽게 방어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 눈앞에서 별이 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따아악!
노사부가 휘두른 나뭇가지는 뱀처럼 휘어져 내 정수리를 강타했다.
순간 착시 현상인 줄 알았다.
분명 저 나뭇가지는 내 불굴의 검과 부딪히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검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말은 사실이구나.”
욱신거리는 머리통과는 별개로 타인으로부터 무시 받는 느낌은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방어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단다. 너의 수준이 쓰레기라는걸.”
하지만 이 말에는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 검술에 절명한 몬스터들만 몇 마리인데.
심지어, 이 탑의 주요 캐릭터라는 살성 한강혁도 방금 전 내 검에 생을 다했다.
누군가로부터 쓰레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절대 아니라는 얘기.
따아악!
그리고 그 순간 노사부의 나뭇가지는 다시 한번 내 머리통을 강타했다.
“갑자기 뭡니까?”
“눈빛! 딱 봐도 억울하다는 눈빛이지 않느냐! 왜? 쓰레기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라도 생긴 것이냐?”
이 노인네가 독심술이라도 익힌 것인가.
따아악!
나뭇가지가 또 한 번 날아왔다.
왠지 내 머리통이 성할 순간이 없을 것 같은 느낌.
방금 맞은 이유는 뭔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예를 갖추거라. 우린 이제 사제의 연을 맺어야 하니까.”
붕대맨 자식.
일부러 노사부에 대한 정보를 조금밖에 주지 않은 게 분명했다.
이런 괴짜인 줄 알았더라면 선택에 좀 더 신중했을 것이다.
* * *
“나는 일평생을 검에 매달려 살았다.”
“당신…… 아니, 사부님 본인의 의지로 말입니까?”
“그래. 세상에서 가장 어렵지만 또한 가장 재밌는 것도 검이었지.”
“사부님이 무림이 아닌 지구에서 태어나셨다면 다른 삶을 사셨을 겁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제가 살던 세상엔 검 말고도 재미난 것이 많다는 뜻이었습니다.”
노사부가 살던 무림이란 곳은 얘기를 들어 보니 야만의 사회가 따로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글을 배우기도 전에 검부터 드는 곳, 노사부 본인은 자신이 속한 교단을 위해 일곱 살 무렵부터 살인 병기로 키워졌다고 했다.
인간성이 말살된 그런 세상에서 무슨 삶의 재미가 있었겠는가.
검이 재미있다는 것도 일종의 세뇌일 것이다.
“아니, 난 어디서 태어났든지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역시, 세뇌가 이래서 무서운 거다.
“대단하십니다.”
나는 영혼 없는 리액션을 뱉어 낼 뿐이었다.
어쩌면 노사부는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이 양반의 독심술은 보통이 아니니까.
“네가 펼쳐 낼 수 있는 최고의 검을 보여다오.”
“최고의 검이라고 표현할 것까지 있겠습니까? 그래 봤자 쓰레기인데.”
“삐졌구나.”
“아닙니다.”
“약속하지. 널 제법 쓸 만한 쓰레기로 만들어 주겠다고.”
“그래 봤자 쓰레기 아닙니까?”
“설마 평생 쓰레기로 남을 생각인 것이냐? 쓰레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향후 네 의지와 능력에 달린 일이다.”
노사부는 허공에 떠 있는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물리적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분명 제한되어 있다.
노사부는 그 제한된 시간 내에 날 쓸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약속한 것.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믿고 따르는 수밖에.
“그럼 펼쳐 보겠습니다.”
나는 Lv.4의 초급 검술을 노사부 앞에서 시연했다.
노사부에겐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탑 8층에서는 충분히 톱 클래스의 검술.
튜토리얼 때와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발전이었다. 하지만.
“흐음.”
“……역시 쓰레기입니까?”
“부인은 못 하겠구나.”
역시.
예상한 반응이었기에, 크게 낙심할 것도 없었다.
“가르쳐 주십시오.”
“오냐! 그런데 그 이전에 말이다, 네가 한 가지 중대한 결정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네놈 몸에 장착되어 있는 검술 스킬! 그것 좀 떼 버리면 안 되겠느냐?”
“네?”
터무니없이 위험한 이야기다.
내가 이 탑에서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비루하지만 이 초급 검술 덕분이었다.
지금 이걸 떼 버린다는 것은 내 전력의 절반을 그냥 날려 버린다는 의미다.
“신성한 검술을 그런 사술을 통해 익히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스킬은 이 탑의 기본 시스템입니다.”
“그런 건 나는 모른다.”
똑같이 탑에 머물고 있지만, 나와 노사부는 다른 존재였다.
나는 탑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플레이어이지만 노사부는 이세계에서 온 NPC격의 존재.
심지어 노사부 본인은 탑과 무림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고 말하였다.
노사부가 신검합일의 경지에 도달하여 우화등선을 해 보니, 바로 이 탑이었다는 것.
신비로운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저에겐 시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일정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죽게 될 거란 말이죠. 스킬을 떼어 내면 백지상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데, 하나뿐인 제자를 사지로 몰 생각이십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뭘 말입니까?”
“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확신하시죠?”
“……본좌는 천마니까.”
천마니까?
그게 뭐 어쨌다는 건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반 정도 떨어졌을 때까지는.
* * *
“호영아.”
“네, 사부님.”
“지금 네 경지가 어디쯤 와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느냐?”
“초급 검술 Lv.4 수준쯤 되는 거 같습니다.”
놀랍게도 나는 검술 스킬을 떼어 낸 후, 이전의 경지를 모두 회복했다.
“그래. 잘 알고 있구나. 그럼 그때 내가 했던 말도 기억하고 있느냐?”
“네.”
쓰레기.
그리고 여전히 내 검술은 쓰레기였다.
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쓰레기라는 것.
백지상태부터 시스템의 도움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탑에서의 내 동료들은 피똥 싸는 수련을 해도 여전히 스킬 레벨 1을 올리지 못하는 상태였으니까.
“이젠 그동안 배운 걸 써먹어 봐야 하지 않겠느냐.”
“누구에게 말입니까?”
솔직히 기대가 된다.
노사부의 신묘한 능력이라면 왠지 무림인이라도 소환시킬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런데 그 눈빛은 뭘 기대하는 것이냐?”
“저와 싸우게 될 상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무림인입니까?”
“설레발이 지나치구나. 난 누군가를 소환하는 사술 같은 건 모른다.”
사실 노사부라면 가능하지 않을까도 싶었다.
그가 이룬 검술의 경지는 내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수준.
내공이라 표현하는 사부의 마력은 대해(大海)와도 같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의 존재라는 것.
“사부님 본인은 탑과 무림을 자유롭게 왕래하시지 않습니까?”
“탑과의 맹약 때문에 다 설명해 줄 순 없지만 어쨌든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놈의 탑과의 맹약.
그것 때문에 사부에게는 탑에 대한 이야기를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그럼, 사부님과 정식으로 대결하는 겁니까?”
“호랑이가 개미와 정식으로 대결하는 것이 말이 되겠느냐? 아니지! 개미도 너무 후하게 쳐줬다. 손톱에 낀 세균 정도로 하자꾸나.”
노사부가 초월자처럼 느껴지다가도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인간이었다.
본인의 우월함을 내게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자신을 띄우거나 나를 한없이 깎아내리는 식으로.
“그럼 전 도대체 누구와 붙을 수 있는 겁니까?”
“이 탑이 가진 재미난 능력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 너도 이미 알고 있다고 들었다만.”
스르르르.
사부의 말이 끝나자 허공에선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 이건!”
“그래. 너 자신의 도플갱어. 호영이 네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수준으로 부탁을 해 놓았지.”
내 도플갱어는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앞에 서 있었다.
– 43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