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71)
71화
결국 사부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과 다름없는 그대로의 모습, 하지만 다시 만난 사부는 나를 알지 못했다.
나를 침입자로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네게 몇 가지 물을 것이 있다. 만약 거짓을 고하면 넌 죽을 것이다.”
이렇게 살벌한 기세를 풍기는 사부는 처음 보았다.
그가 적의를 품었을 때엔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
“진실의 여부는 내가 판단할 것이니 똑똑히 대답하도록 해라. 여기엔 어떻게 온 것이냐?”
“포털을 통과했습니다.”
“신교의 제자라면서 포털이라는 용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구나.”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 말입니다.”
신교의 지존 앞에서도 당당히 말하는 나의 모습에 사부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내가 일반적인 신교의 제자가 아니란 것쯤은 알아챘을 것이다.
“신교에 나 말고는 포털을 만들어 낼 만한 인물이 없을 터인데! 정확히 말하면 현 무림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무림맹주도 못한 것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고금제일인이신 지존 외에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렇게 말을 내뱉은 후 나는 사부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고금제일인.
그것은 사부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니까.
“……흐음! 그래.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표정 관리.
사부의 입술이 실룩이려는 게 보이는 것만 같다.
살벌한 척을 해도 사부의 본질은 역시 그대로였다.
“저는 그저 지존께서 만들어 놓으신 발자취를 따라왔을 뿐입니다.”
“설마 내가 만든 포털을 통과했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포털은 나 외엔 아무도 통과할 수 없을 텐데!”
“저는 가능하더군요.”
내 짐작이 맞다면, 나뿐만 아니라 손서연이나 채이설도 가능했을 것이다.
탑 출신의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포털을 통과하곤 했으니, 무림에 만들어진 포털이라고 다를 이유는 없어 보였다.
“포털을 통과한 것까지는 그렇다 쳐 줄 수 있다. 그럼 너는 포털을 어디서 발견한 것이냐?”
“마신전 내부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태연스럽게 대답을 한 것인지 사부는 화를 내지도 않았다.
분명 기가 찰 노릇일 텐데.
“방금 네 녀석의 대답, 어떤 의미인 줄은 알고 한 것이냐?”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 부교주께선 지존의 부재를 비상사태로 판단하고 계십니다. 하여 예외 규정을 발동하여 저를 마신전으로 들이신 것입니다.”
나는 담담하게 사부의 질문에 해명을 해 나갔다.
물론 다음에 어떤 질문이 나올지도 이미 예상하고 있다.
“내가 포털을 마신전에서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허나 부교주가 너를 그리로 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이 점은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여기서 대답을 잘해야만 했다.
지금부터는 아주 황당한 커밍아웃이 있을 예정이니까.
“저는 지존이 이 탑에 계신 걸 알고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니까요.”
사실 이 타이밍에서 사부가 놀랄 줄 알았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지만.
“더 해 보거라.”
“안 놀라시는군요.”
“등선을 앞두고 있는 내가 이런 일로 놀라야 하겠느냐?”
“이제 곧 놀라실 겁니다.”
“아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사부는 항상 그랬듯이 자신만만했다.
그럼 이제 사부의 심장을 핵폭탄으로 폭격할 때다.
“저는 지존의 제자였던 사람입니다.”
“뭐?”
* * *
내가 사부에게 배운 것은 오직 무영추혼검뿐.
하지만 이것은 내가 천마의 후예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였다.
사부는 나 외의 그 누구에게도 이 비기를 전수하지 않았으니까.
“허! 이런 일이!”
나는 불굴의 검을 치켜들고 무명보를 밟으며 무영추혼검을 전개해 나갔다.
사부 눈에는 아주 조악한 수준이겠지만, 내가 펼치는 모든 동작은 무영추혼검의 기본 원리를 관통했다.
오랜만에 사부 앞에서 무공을 펼치려니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분명 쓰레기 소리가 머지않아 튀어나올 것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쓰레기로 보일지라도 무영추혼검은 무영추혼검이다.
사부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
검술을 펼쳐 나가며 힐끔힐끔 사부의 표정을 살폈다.
역시 예상대로 사부의 얼굴은 썩어 문드러져 가는 중이었다.
나는 남아 있는 마나를 검 끝에 모두 실어 허공을 베며 무영추혼검을 마무리 지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렇게 나의 모든 퍼포먼스는 끝이 났고 사부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의 표정은 한마디로 똥 씹은 얼굴.
사부의 진정한 평가가 궁금했다.
사실 사부를 떠난 이후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한시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천마지로에서 기연을 얻어 무명보를 익혔으며, 최근에는 탑 시스템의 보상으로 대폭적인 마력 증가가 있기도 했다.
일반적인 신교의 무사라면 단기간에 나만큼의 성취를 얻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미쳤던 게 틀림없군.”
“왜죠?”
“신교의 가짜 제자인 네놈에게 내 평생의 비기를 전수하다니, 내가 미쳤던 게 아니면 무엇이겠냐?”
“사부님 스스로 결정하신 일입니다. 혹시라도 저를 원망하신ㄷ…….”
“그만! 나한테 사부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혓바닥을 잘라 버릴 것이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될까요? 남들처럼 지존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 정 없는데. 그냥 고금제일인이라고 불러 드릴까요?”
“이런 또라이 같은 자식!”
사부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를 제자로 삼은 것에 대한 깊은 후회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
그의 기억 속에는 없을 뿐, 나는 분명 사부의 제자이며 천마의 후예이다.
“무영추혼검을 익힌 네놈의 팔을 잘라 버릴 수도 없고. 아, 아니다. 안 될 것도 없지. 그냥 확 잘라 버리면 되는 거잖아!”
“신교에 무영추혼검을 전수해 줄 젊은 인재는 있습니까?”
“그…… 그건!”
“인정할 건 인정하셔야 합니다. 오죽하면 탑에서 저한테 사제 지간을 직접 제안하셨겠습니까?”
“썩을! 나에게도 너처럼 회귀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래도 똑같은 결정을 하실 겁니다. 그때도 꽤 진지하셨거든요.”
“닥쳐라.”
사부의 감정은 요동치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 등선을 운운하며 감정 컨트롤에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이 일에서만큼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제 그만 받아들이십시오. 나는 당신의 제자이며 당신은 나의 사부이십니다. 사부께서 전수하신 무영추혼검이 그 명백한 증거입니다.”
내 말에 사부는 이마를 짚었다.
그는 더 이상 화를 내지도 나를 노려보지도 않았다.
사부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그의 인생 전체를 놓고 봐도 오늘처럼 충격적인 사건은 없을 테니까.
“이름이…….”
“이호영입니다.”
예상보다 사부의 고민은 짧았다.
“아직 너를 제자로 인정한 것은 아니나,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저를 시험하시려는 거군요.”
“아무나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 최소한의 검증은 해야겠지.”
물론 그 최소한의 검증도 기준이 꽤 높을 것이다.
애당초 사부는 자신이 창안한 무영추혼검을 전수할 제자를 찾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네 녀석의 동년배 중에 천호연이라는 놈이 있다.”
물론 알고 있다.
현재 천마지로에 참가한 생도들 중 가장 돋보이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
채이설도 그에게 패하며 천마지로에서 낙오해 버린 바 있었다.
“그놈을 꺾어라.”
그래도 예상보다는 기준이 낮았다.
내가 매호평을 죽인 사실을 사부가 알았더라면 결코 이런 수준의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만약 진다면, 무영추혼검을 익힌 네 녀석의 팔을 정말로 잘라 버릴 것이다.”
“제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별수 없죠. 뭐.”
본인이 가르쳐 놓고선 기억이 안 난다는 이유로 이렇게 막무가내를 부리다니.
“아, 그리고 부교주께서 찾으십니다.”
“소희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급해 보였습니다. 신교 수뇌부에 비상이 걸린 느낌입니다.”
“별거 아니다. 보나마나 무림맹주와 사마련주가 연합을 맺고, 우리 신교를 치려는 작당 모의를 한 것이겠지.”
“그 정도면 심각한 일 아닙니까?”
현재 무림의 판도는 정파, 사파, 천마신교의 팽팽한 3파전.
정사연합이 정말로 성사된다면 천마신교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이 두 세력의 합공은 팽팽한 균형추를 무너뜨릴 공산이 매우 크니까.
“소희 입장에선 심각할 수 있을 테지. 하지만 난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다. 원 없이 싸울 수 있고 좋지 않으냐?”
역시 사부다운 대답이었다.
고금제일인인 사부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그래도 다들 걱정하고 있으니 바로 나가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나가? 내가 널 뭘 믿고.”
“무슨 말씀이신지.”
“너 당장 싸워서 천호연 이길 자신은 있냐?”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반가운 소리였다.
사부가 나의 무영추혼검을 손질해 주겠다는 의미였으니까.
* * *
아직 나를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사부의 의중은 분명했다.
회귀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사부는 나의 재능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번에도 나를 제자 삼으려 하고 있었다.
천호연과의 대결은 그냥 명분일 뿐, 이미 그는 나에게 가르침을 내리고 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 그것밖에 못 하겠느냐?”
오히려 지금은 회귀 전보다 유리한 면도 있었다.
당시의 사부는 탑과의 거래 때문에 내게 검술밖에 가르칠 수 없는 제약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내게 모든 것을 전수해 줄 수 있다.
“내가 만든 무명보를 그딴 식으로밖에 전개하지 못하다니! 아주 자괴감이 들 지경이구나.”
사부는 무영추혼검과 무명보의 콜라보에 대대적인 손질을 해 주었다.
최근 증가한 마력으로 인해 자신감이 조금은 높아져 있었는데, 사부는 여지없이 그걸 박살 내 주었다.
예전에 사부에게 무공을 배울 때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
당시에는 습자지가 물감 빨아들이듯 모든 것을 흡수했지만, 이제는 잘못 흡수한 것들을 가지 쳐 내며 다듬는 과정이었다.
물론 지금이 사부의 대단함을 더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만사가 아는 것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말이다.
“역시 고금제일인이십니다.”
“오냐.”
“그리고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말해 보거라.”
“이 탑에는 지존과 같은 인물이 또 있습니까?”
분명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꼭 무림이 아니더라도, 다른 차원의 세상에는 사부 같은 고수가 존재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나처럼 포털을 생성하여 이 탑에 들어온 자를.”
“그자도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겠군요.”
“나만큼은 아닌 것 같다만 어쨌든 그 녀석은 본인의 경지를 소드마스터라고 부르더군.”
역시 그랬다.
이 탑에는 비단 지구인이나 무림인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쯤 탑의 신비에 접근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빌어먹을 탑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어쨌든 이런 이야기도 회귀 전에는 제약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듣지 못했던 것들이다.
“지금쯤이면 소희가 애닳아 있겠군. 슬슬 나가 봐야 할 것 같구나.”
나로선 아쉽지만, 사부가 타이밍을 잡은 이유는 분명했다.
이제는 내가 천호연을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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