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81)
81화
폭발음과 함께 김영준의 머리가 터져 버리자 잠시 로비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김영준은 화면 속에서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고, 오크 전사들만 여전히 괴성을 지르며 숲길을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설마.”
“정말로 죽은 건 아니겠죠?”
불길함이 엄습했다.
“살아 있을 겁니다! 그냥 게임이잖아요!”
“맞아요! 사람 머리가 터질 때 실제로 그런 폭발음이 날 리도 없고! 그냥 게임이에요, 게임!”
애써 그렇게 생각해 보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다들 알고 있다.
이 탑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 장난은 없다는 것을.
[플레이어 김영준이 사망하였습니다.]탑의 메시지가 결국 사망 확인 선고를 내려 주었다.
“이런 개 같은!”
“게임 전에 아무런 경고도 없었잖아!”
2구역 출신의 플레이어들은 격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안타깝지만 이 게임을 간단하게 생각한 김영준의 실책이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인류가 이 탑에 끌려온 것부터가 아무런 경고 없이 벌어진 일.
그저 우리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규칙의 부당함에 항의를 할 수도 없으며, 마음대로 게임을 종료할 수도 없다.
끝을 알 수 없는 이 게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걸어가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아직 우리는 [왜?>라는 질문조차 할 수 없다.
2구역 출신의 플레이어들을 추스르는 것은 역시 오두호의 역할이었다.
신기하게도 오두호의 한마디에 이들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마 장군이라는 직업 특성의 효과일 것이다.
“이봐, 최정혁. 두 번째 순서는 마땅히 네가 지원해야 할 거 같은데.”
오두호의 말에 최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불찰이야. 내가 무조건 첫 번째를 맡았어야 했는데.”
녀석답지 않게 진지한 말투.
그만큼 현재 우리 로비의 분위기가 무겁다는 방증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 김영준은 도대체 뭐가 문제였지?”
자신만만하게 첫 번째 순서를 자원한 것치고는 너무 허망한 죽음이었다.
“아마 적응의 문제일 거야. 게임 속의 캐릭터는 실제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스펙을 갖고 있었을 테니까.”
나 역시 최정혁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막상 화면상에서 그가 보여 준 움직임은 어색하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움직이는 것처럼.
“단순히 새로운 몸에 적응을 못 해서 죽은 거라고?”
“절대 단순한 게 아니지. 게임 속 캐릭터는 실제 우리 스펙에서 상당히 너프 되어 있는 상태일 거야. 정교하게 몸을 컨트롤 하지 않는다면 우린 절대 게임상의 오크 전사를 절대 상대할 수 없어.”
과연 프로 게이머다운 통찰력이었다.
앞서 게임을 진행한 김영준의 모습을 힐끔 살펴본 것만으로도 최정혁은 이미 확신에 가까운 결론을 내린 상태.
그의 말에 나 역시 충분히 납득하고 있었다.
[두 번째 플레이어를 정하십시오.]“내가 플레이를 해 보고 후기를 공유해 주도록 하지. 분명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
잠시 후 최정혁은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
* * *
모두가 넋을 놓고 최정혁의 플레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인터페이스에 나타난 바로는 김영준 때와 동일한 스펙.
하지만 똑같은 캐릭터를 가지고도 이렇게 상이한 출력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최정혁은 신중하게 오크 전사를 공략해 나갔다.
그는 단 한 번도 서두르지 않고, 이것저것 시험을 해 보는 듯했다.
똑같은 부위를 한 번은 주먹으로, 또 한 번은 발로 공격했다.
또한 오크의 이곳저곳을 공략하며 괴물의 반응을 살폈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오크의 공격을 허용하는 연구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놀라운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최정혁의 동작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김영준 때와 달리 최정혁은 바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어. 뭐부터 들을래?”
최정혁은 무언가를 알아낸 듯 했다.
역시 프로 게이머가 탑 안에서는 사기적인 직업이다.
“나쁜 소식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차라리 매부터 맞겠다는 심정일 것이다.
“오크에게 특별한 약점은 없었어. 어딜 공격하든 비슷한 반응이었으니까.”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험해 보는가 싶더니만, 역시 약점을 찾기 위함이었다.
화면상에서 우린 오크 전사의 피통을 볼 수 없었기에, 최정혁의 경험을 신뢰하는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의 말은 정확할 테니까.
“그럼 좋은 소식은?”
“역시, 특별한 약점이 없다는 거야. 반대로 말하면 어딜 때려도 비슷하게 충격을 받는다는 뜻이지. 머리통을 치든지 엉덩이를 걷어차든지 동일한 파워로 공격했다면 똑같아.”
이게 좋은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참고할 만한 정보인 것은 분명했다.
굳이 급소를 노릴 것 없이 그때그때 가장 공략하기 쉬운 곳을 노리면 될 테니까.
최정혁은 계속해서 그의 후기를 풀어놓았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하나씩 전했으니, 이젠 진짜 나쁜 소식 하나를 전해야 할 거 같군. 아마도 우리 중 상당수는 김영준의 곁으로 가게 될 거 같아.”
“뭐?”
그야말로 충격선언이었다.
최정혁은 냉정하게 결론을 내렸다.
게임 속 캐릭터는 오크 전사보다 훨씬 떨어지는 스펙을 가지고 있으며, 결국 이것을 컨트롤로 극복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평범한 플레이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난관이라는 말도 덧붙이며.
“그동안 너희들이 얼마나 수련을 했는지에 따라 생사 여부가 결정될 거야.”
참 아이러니한 결론이었다.
게임 미션이지만, 아주 게임적이지 못한 미션.
최정혁은 그동안 우리가 해 온 수련이 게임 속 컨트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였다.
“나처럼 컨트롤이 타고났다면 또 다르겠지만 말이야.”
결국 마무리는 자기 자랑.
최정혁의 다음 차례를 지원한 그의 마누라 오민아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였다.
좀 더 꼼꼼하게 오크 전사에 대한 정보를 풀었지만, 그녀의 결론 역시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두 명의 프로 게이머가 게임을 마친 후, 결국 다음 차례가 돌아왔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다들 자신의 컨트롤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차피 다음 차례는 내가 나설 생각이었다.
나는 검투사지만 검술 스킬을 떼어내면서까지 수련을 했던 몸. 나만한 수련충은 없기 때문이다.
프로 게이머들만큼은 아니겠지만, 퀘스트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테니 이번 미션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는 데 일조를 할 생각이었다.
“다음은 제가 합니다.”
그리고 나의 순서가 정해진 순간 메시지 알림음이 있었다.
[공략집이 전송되었습니다.]기막힌 타이밍이다.
나는 빠르게 공략집의 내용을 훑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약속 하나 드리죠.”
“이호영 씨, 무슨 약속 말입니까?”
“제가 이곳에 다시 돌아왔을 때, 여러분들 전원이 생존할 수 있는 정보를 들고 올 거란 약속 말입니다.”
“전원 생존? 그건 불가능해!”
최정혁이 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봐, 이호영! 나와 내 마누라는 프로 게이머야. 우리가 내린 진단은 정확해! 그런데 네가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현혹해서 얻는 게 뭐지? 인기?”
“그 얘기는 다녀와서.”
나는 탑의 메시지와 함께 화면 속으로 이동했다.
* * *
탑의 신비는 놀라운 것이었다.
새롭게 얻게 된 캐릭터의 몸.
최정혁의 말대로 현재의 나는 본래의 능력치에서 상당히 너프가 되어 있었다.
체력, 민첩, 근력, 감각 모두 게임 속에서 생존하기에 비루한 수준이었으며, 그 어떤 스킬이나 직업, 아이템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부턴 오롯이 컨트롤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
‘아! 하나가 더 있지.’
바로 현자의 상태창이 보내 준 공략집.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오크의 숲길>.
나는 게임의 시작점에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물론 무한정 뒤로 갈 순 없다.
게임의 배경은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세계. 공간의 제한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까지 도달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터어억-
결국 내 등은 묵직한 감촉을 느끼게 되었다.
열린 공간인 것처럼 보이나 그 뒤로는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홀로그램 화면으로 본다면 내 등 뒤는 아마도 시커먼 암흑으로 처리되어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곳까지 온 목적이 있었다.
[공략집: 베일 뒤의 공간에 손을 뻗어 아이템을 획득하십시오.]결국 뒤로 뻗은 손은 결계를 통과했다.
더듬더듬 공간을 만져 보니 단단한 손잡이의 감촉이 느껴진다.
‘검!’
이젠 너무나도 익숙해 내 한 몸처럼 느껴지는 병장기.
비록 불굴의 검처럼 등급이 높진 않으나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검은 나의 리치와 파괴력을 몇 단계는 올려 줄 테니까.
나의 손이 결계를 빠져나왔을 땐 낡은 장검 하나를 들고 있었다.
튜토리얼 때의 기분이 다시 느껴지는 것만 같다.
‘가자!’
오크 전사 따위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다.
이젠 전진 스텝만을 밟으면 될 것이다.
* * *
“다들 화면으로 보셨을 테니, 제가 굳이 설명은 드리지 않아도 되겠군요.”
로비로 다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의 표정은 넋이 나가 있었다.
격한 환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템! 그런 식으로 얻으면 되는 겁니까?”
서준호가 물었다.
“네. 예전에 했던 게임이 생각나서 해 본 건데, 역시 되더군요.”
아이템을 획득한 이후 나의 공략에는 거침이 없었다.
굳이 나의 힘을 숨길 이유는 없었으니 바로 무영추혼검을 발휘하여 오크 전사를 썰어 버렸다.
“이봐! 아이템을 얻으면 혹시 스킬도 자동으로 등록되는 식인가?”
이번엔 오두호가 물었다.
나를 잘 모르는 이들의 눈에는 무영추혼검이 [스킬>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은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
기대했던 스킬이 발동하지 않으면 당황할 테니까.
“내가 한 건 스킬이 아니니까 괜히 헛짓은 하지 말고 그냥 컨트롤로 싸워. 검 한 자루만 있어도 오크 전사를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스킬이 아니었다고? 그게 말이 돼? 그냥 딱 봐도 고급 스킬이던데.”
고급 스킬이라.
사부가 이 말을 들으면 완전 노발대발할 것이다.
다 내 잘못이다.
너프 된 능력치로 내가 펼칠 수 있는 무영추혼검은 딱 이 정도 수준이니까.
물론 여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조차도 충격적인 모습일 테지만 말이다.
“제가 말했잖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 이제 다들 호영이 형 버스를 타게 될 거라고.”
나의 활약에 고용우는 한껏 신난 모습이었다.
사실 우리 구역 출신들의 모습이 대부분 비슷하다.
내가 마치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되어 골이라도 넣은 기분이었다.
“그럼 다음 순서는 제가 해 보겠습니다.”
나와 같은 검투사인 서준호가 나섰다.
앞선 나의 공략이 그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었을 테니, 서준호라면 무리 없이 공략에 성공할 것이다.
“그다음 차례는 나!”
이번엔 김세용.
김세용 역시 걱정할 것이 전혀 없다.
타고난 감각이 뛰어나기도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수련을 한 플레이어니까.
로비의 분위기는 급반전되고 있었다.
이 두 플레이어들이 성공적으로 오크 전사를 공략하여, 좋은 모범 답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
– 82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