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10)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09화(110/213)
Ep. 109
5월이 다가왔다. 어느덧, 다시금 연후와 만나게 된 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었고, 행복이었다. 그렇기에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차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을 터인데.
내 마음은 불안으로 점칠 되어 있었다.
그때도, 우리가 만난 지 2년이 되는 데이트 날이었다. 그날, 불편한 몸이었지만 그와의 행복한 데이트를 꿈꾸며 집에서 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연후가, 사고로.
“…흑, 흐윽…”
이제는 꽤 지난 일이었지만,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흘러나왔다.
심장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던 그 상실감을, 슬픔을, 절망을.
아직도 완전히 잊을 수는 없다.
아마도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런 징크스를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기에는, 내가 다시 연후를 만나게 된 것부터 있을 수 없는 만화 같은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불안했다. 하루하루가.
그렇기에 기도했다. 내가 돌아왔던 날처럼, 하느님에게.
부탁이야. 나는 어찌 되든 좋으니까.
제발, 다시 나에게서 연후를 앗아가지 말아 줘.
—
연후와의 생활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여전히 즐거운 나날을 같이 보내고, 그가 해주는 요리를 먹을 땐 그 가정적인 남편의 모습에 기쁨으로 가득하고.
하지만, 날이 갈수록 불안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희나야, 요새 무슨 일 있어…?”
그것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라, 그런 모습이 티가 많이 났는지 하루는 리아가 걱정스레 물어볼 때도 있었지만.
“아니… 아무 일도 없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누구에게도 이해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날의 일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되뇌이고 있던 탓인지, 최근에는 악몽을 꾸는 날이 많았다.
식은땀에 젖어 밤에 일어날 때면,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연후의 얼굴을 보고 그의 품에 파고 들어야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고, 그저 연후의 곁에서 그를 붙잡은 채 칭얼거리고 있기를 몇날 며칠.
“우리 곧 사귄 지 2년이잖아.”
“……”
“그러니까 그날 같이 여행 가지 않을래?”
연후가 여행을 제안했다. 분명 기뻤어야 할 텐데, 기쁨보다는 더한 불안과 떨림이 내 몸과 마음을 잠식했다.
가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 그날만큼은. 아무데도 가지 않고, 연후를 그저 내 눈앞에만 두고 싶었다. 내 손이 닿는 곳에.
혹여, 혹여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서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차라리 나도 그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하지만 이 또한 설명해 줄 수는 없었기에, 조심스레 나를 달래는 연후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너 요새 기분 안 좋은 거, 우리 기념일 때문이야?”
날카롭게 콕 집어 원인을 물어보아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여행 가는 거 부담스러우면 집에서 보내도 상관없어. 그런데 네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래. 무슨 일인지 말해줄래?”
얼굴을 흐리며 그렇게까지 말하는 연후에게, 더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입을 열었다.
며칠 간의 내 악몽을. 허나 악몽이 아닌, 악몽과도 같은.
실제로 있었던 그날의 일을.
다시금 입에 올렸다.
“얼마 전에, 꿈을 꿨는데…”
“무서운 꿈이었어?”
“응…우리, 2주년 데이트 때, 너 만나려고 나갔다가…”
“응.”
“기다리는데, 네가…흑… 오는 길에 사고가, 나서…”
감정이 격해진다. 새어 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연후가 없어질 날을, 내 곁에 없는 날을, 상상조차도 하고 싶지 않았다.
죽음보다 더한 그날의 절망을.
“그래서…히끅, 네가…네가…”
“많이 다쳤어?”
“죽…흑, 흐아아앙…죽어서어…”
“내가?”
“흐, 흐흑…응…히끅…연후를…너를…흡… 더 못 보게 돼서…”
제발, 가지 말아 줘. 내 곁에만 있어 줘. 죽는다면, 차라리 함께 죽고 싶어.
네가 없어지는 것을 단 1초도 견디고 싶지 않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어.
“울지 말고. 뚝. 나 지금 옆에 있으니까. 응?”
“흑, 어디…가지 말고…흐윽… 옆에 있어줘…”
“옳지. 그것 때문에 불안했구나? 말해줘서 고마워. 이리 와. 안아줄게.”
그렇게 안아 주기만 해 줘.
오로지 나만을 위해 옆에 있어 줘. 부탁이야.
그래준다면, 나는 그런 너를 위해 무엇이든 할게.
“사랑해.”
나도 사랑해. 너무 사랑해.
언제까지고, 너만을 사랑해.
“평생 네 곁에만 있을게. 2주년이 아니라, 나중에 200주년 때도.”
2천년 뒤에도 곁에 있어 줘.
“언제든 네 옆에만 있을게, 희나야.”
그래. 오직 그거 하나면, 나는 충분해.
그저 옆에만 있어 준다면.
“히끅…안 떠날 거지…?”
“당연하지. 내가 어딜 떠나. 네가 싫다고 해도 찰싹 붙어서 절대 어디 안 갈 건데.”
내가 싫을 리가 없잖아. 절대로, 평생 그런 생각이 들 리가 없으니까.
네가 해주는 부드러운 키스도.
너의 다정한 손길도.
그 따뜻한 체온도.
상냥한 목소리도.
내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하나가 커다란 보물이니까. 이렇게 안아주기만 해 줘. 입을 맞춰 줘. 나를 원해 줘.
사랑해.
죽을 때까지 너를 사랑해.
네가 없어진다면, 나도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부디.
사라지지 말아 줘.
—
연후와의 2주년 날이 되었다. 그는 약속대로 나와 함께 집에서 데이트를 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가 옆에 없어 순간 가슴이 철렁이긴 했지만.
그 후부터는 단 한순간도 연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그저 내가 곁에 꼭 붙어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함께라면.
괜찮으니까.
내 고집 때문에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게 되어서 내 몸을 만지는 건, 얼마든지 해도 좋아. 내 가슴도, 엉덩이도, 그 어떤 곳도.
전부 네 것이니까.
“그러고보니, 저번엔 유아무야 넘어갔었는데 너 시험도 끝났고 담주 주말에 여행 안 갈래?”
“갈래! 무조건 갈 거야! 근데 어디로?”
그리고 다시금 그가 해준 여행 제안을, 이번엔 일순간의 고민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 사실 저번에 말해줬을 때도 이 일이 아니었으면 받아들였을 테지만.
그는 일본의 료칸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다. 물론 나는 좋았다. 함께하는 해외 여행도, 둘이서 느긋하게 보낼 수 있을 그 플랜도.
하지만, 그 모든 비용 부담을 그가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하여 내가 결사반대를 외치며 투정을 부리자.
“잘 들어 봐. 평소에 우리가 서로 한 쪽에 너무 부담 주지 않으려고 하는 거 있잖아.”
“그건 당연한 거야!”
“알아. 아는데, 그건 우리가 사귀는 사이니까 그런 거잖아?”
“그렇지…?”
서로를 위한 배려가 있기 때문에, 존중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진심으로 다투는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오빠든 부모님에게든 돈을 빌려서라도 비용을 마련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근데 우린 어차피 결혼할 거니까. 네 돈이 내 돈. 내 돈이 네 돈 아니겠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런 걸로 부담 갖지 말자. 아직 혼인 신고만 따로 안 했지, 마음만은 결혼했잖아?”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다. 언제나 막연하게 내가 내뱉기는 했었지만, 연후가 직접 이렇게 확실히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준 적은 없었으니까.
언제고 그가 나를 받아줄 거라 믿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지만!
“그…그! 그렇네! 연후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우리 이미 부부지?! 부부니까! 그런 거 너무 신경 쓰는 것도 안 좋겠지?!”
“고럼, 고럼. 이해하셨어요, 여보?”
“꺄!!”
여보, 여보라고 한 거지, 지금?!
믿을 수 없을 만치 바람직한 호칭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호칭이었고.
나는 연후의 아내가 될 테니까!
벅차오르는 기쁨을 참을 수 없어, 그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를 퍼부었다. 이리도 사랑스러운 말을 해주는데, 어찌 참을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미안했지만, 그건 평생에 걸쳐서 내가 돌려주면 되는 부분이었다.
항상 생각했던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더욱 그 마음이 강해졌다.
—
그때부터 둘이 하나하나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아마 료칸에서만 지낼 것이기에 옷가지 등을 많이 챙길 필요가 없어 짐은 별로 없었다.
여권 등 자잘한 것들을 챙기고.
“일본? 연후랑?”
“응. 2박으로 주말 동안 잠깐 다녀올게.”
“어유~ 우리 사위 공부하는 중에 괜찮을까 모르겠네.”
“쉬는 것도 필요하니까. 게다가 연후 성적 많이 올랐어~ 이러다가 정말 나랑 같은 학교 올 지도 몰라.”
“그래?”
집에 들려 부모님께도 이야기를 드렸다. 상의라기보단, 거의 반 통보 식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고 싶었으니까.
엄마야 항상 연후를 좋아했으니까 조금 걱정해주는 것 외에 별다른 말은 없었다.
“돈은 더 필요하지 않고?”
“괜찮아. 료칸이라 식사도 거기서 주거든. 그래서 따로 돈 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 그 외엔… 연후가 알바비로 거의 다 해줘서…”
“흠… 그래. 연후가 너 데리고 가고 싶어서 열심히 모았는데, 굳이 참견하는 것도 그렇지. 조심해서 다녀오고.”
“응.”
아빠는 어딘가 연후의 자존심을 생각해 주는 듯한 말을 해주었다. 나 역시 아빠의 의견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노력해 줬다는 게 너무나 좋았으니까.
그 행복을 만끽할 생각이었다. 나는 그런 연후에게, 지금까지보다 더 잘해주면 되는 거니까.
“이야, 한연후 돈 빡시게 모았나 보네.”
“오빠 돈 좀 줘. 혹시 모르니까 나도 조금 들고 가게.”
“…?? 나한테 돈 맡겨 놨냐…?”
오빠한테는 돈을 빌렸다. 혹시를 대비해서. 여행지인 만큼 무슨 일이 생길 지 몰랐으니까.
그 후부터는 하루하루 기대로 가득찬 기다림만이 남아 있었다.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혼자 있다가도 바보 같은 웃음을 흘리기 일쑤였고.
“이젠 또 기분 좋아 보이네?”
“아, 리아야. 저번엔 걱정해줘서 고마워~”
“고맙기는~ 니 남친한테나 고맙다고 해! 너 풀 죽어서 걱정됐는지 나한테도 톡 하더라.”
“…둘이 톡을 했다고? 왜?”
“아니! 너 걱정해서 톡 보냈었다고! 표정! 표정 좀 풀어! 나중에 셋이서 술 한잔 하자는 얘기하고 끊었으니까!”
“흐응…”
“제발…희나야, 나 너무 무서워… 걔나 나나 한 달에 한 번 연락 할까 말까인데…”
“으응. 알아. 그럼 나중에 한 잔 하자. 여행 다녀오고 나서.”
“어? 여행 가? 둘이?! 어디로?! 꺄~ 빨리 말해 봐!”
그리고 리아에게 연후와의 둘만의 여행에 대해서 자랑도 들려주었다. 가끔 리아의 존재가 불안할 때가 있긴 하지만, 남편도 친구도 너무 의심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언제나 구김 없이 밝게 다가와 주는 그녀에게 고마움도 들었다. 이 대학에 들어와서 가장 좋았던 점은, 리아와 친해졌다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
여행 전날.
“거기 가서, 아기 만들기 하자. 내 안에, 잔뜩.”
“…피, 피임은 해야지.”
“연습으로오~ 나 그때… 안전한 날이니까.”
잠자리에 그에게 그날 마음껏 해주기를 졸랐다. 정말 안전한 날이기도 했고, 무사히 2주년이 지난 다음의 여행인 만큼 이 기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게다가, 말은 그렇게 해도 연후 역시 내 안에 마음껏 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었으니까.
사실 마음 한구석에선 조금 음습한 욕망 또한 있었다. 안전한 날이기는 해도, 따로 피임약을 먹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임신의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했다.
그러니까.
혹시 정말 아기가 생긴다면.
우리의 사랑의 결정체가 생긴다면.
연후와 맺어질 수밖에 없는 증거가 생긴다면.
…후후.
—
여행 당일엔,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이른 시간에 타야 할 비행기이기도 했고, 우리 둘 다 한껏 들떠 있는 덕분에 집 안에 얌전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하여 금세 준비를 마치고 공항에 도착해서, 무척이나 넉넉하게 남은 시간을 둘이서 즐겁게 보냈다.
연후는 조금 지루해 보이긴 했지만, 나는 이런 시간에 연후와 스킨십을 하는 게 너무나 좋았다.
그에게 껴안기고, 연후가 나를 위로해 준 그날부터 더욱 더 강해진 키스 욕구를 마음껏 풀어내며.
“키스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냐?”
“웅~ 하지만 하고 싶은 걸 어떡해~”
이건 전부 연후가 잘못했다.
그도 그럴게, 그토록 키스하고 싶게 만드는 귀여운 입술을 내보이고 있으면, 내가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달라붙은 채 시간을 보내다가, 사진도 잔뜩 찍고.
마침내 비행기 시간이 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도착한 일본은… 아니, 사실 장소는 아무런 상관없었다.
그저, 이 낯선 땅에 연후와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은 이미 만족감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밤이 되면, 연후가 나를 끝없이 사랑해 줄 테니까. 내 몸을 마음껏 탐해 줄 테니까.
그렇게 둘이서 어색한 일본어를 하며 버스에 타서, 내리자마자 정말 예쁘다,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 온천 마을에 들어서고.
그와 함께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마치 한국에서 데이트 할 때처럼, 거리를 거닐며 그와 노점의 음식을 나눠 먹고.
그리고 밤에 그가 더욱 더 힘을 써 줬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찾아 놓았던.
“이거 덮밥이야, 연후야.”
“그건 알겠는데… 무슨 덮밥?”
“장어~”
“아하, 장어…장어?”
“응!”
보양식도 그에게 많이 먹여주었다.
물론 이런 것 없이도 그는 밤중에 나보다 먼저 쓰러지는 일이 없었고, 언제나 내가 울며 빌 때까지 나를 괴롭히고, 사랑해 주었지만.
그래도 이틀을 연이어 힘써 줘야 하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마음껏 나를 유린해 줬으면 했으니까.
마치 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줬으면 했으니까.
그런 욕망을 담고, 내 몫의 장어도 그의 숟가락에 올려주었다.
많이 먹고, 나를 많이 괴롭혀 줘.
—
그 후에 도착한 료칸은 우리가 인터넷으로 살펴봤던 것보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취 넘치고 예쁜 장소였다.
생각보다는 저렴했지만, 그럼에도 비쌌던 료칸의 숙박비를 얼마든지 이해해 줄 수 있을 정도로.
게다가 안내 받은 방 또한 굉장히 좋았다. 독채이기 때문에 주변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도 있었고, 안쪽에 딸려 있는 야외 온천도 마음에 쏙 들었다.
곧 저기서 연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테니까.
하지만 그전에.
“어떡해! 어떡해! 여기 너무 좋아!”
“미쳤네, 진짜! 뭐, 뭐부터 하지? 일단 이 근처 사진부터 찍고 올까?!”
“그러자! 빨리!”
둘 다 흥분한 채 사방으로 날뛰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지 않기에는 주변이 너무 예뻤다.
그렇게 바깥을 나돌다가, 방에 돌아와서는 옷도 갈아입을 겸 간단히 샤워를 했다.
그리고 그 후, 유카타를 입기 전에 조금 고민했다. 아까 공항에서 윤정 언니에게 주고받은 톡이 생각났기 때문에.
[ 윤정 언니 : 유카타 안에 속옷 안 입는 거 알지? 남자들 그런 거 엄청 좋아한다? ] [ 이희나 :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 [ 윤정 언니 : 이제와서? 아니면 내가 그렇게 가르쳐 줬다고 해! 넌 몰랐는데 내가 가르쳐줘서 그렇게 했다고~ 언니 믿지? ] [ 이희나 : 고마워, 언니! ]언제나 나에게 큰 도움을 주는 언니에게 감사하며, 과감히 속옷을 입지 않고 알몸 위에 유카타를 입었다.
부드러운 천이 살갗을 스친다. 나는 유카타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에, 곧 연후가 이 안을 만져줄 거라는 생각에 몸이 오싹해졌다.
조금 달아오른 몸으로 밖으로 나가자, 연후가 넋을 잃은 것 마냥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나 예뻐?”
“…무지무지.”
“흐후훟… 그럼 안아줘야지, 뭐해~”
둘이서 껴안은 채.
“흐웃…흡….”
“츄릅…”
밖에서는 하지 못했던, 진한 키스를 나누면서.
연후의 손이 내 엉덩이 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키스를 할 때도, 섹스를 할 때도. 정말로 엉덩이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잠시 위아래로 엉덩이를 쓰다듬던 그가, 어딘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키스를 멈추고.
“희나야, 너 혹시… 속옷 안 입었어…?”
정답을 맞췄을 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말로는 아무것도 모른 척, 언니가 말한 대로 따랐다고 하자.
연후의 얼굴이 흥분으로 가득해지는 것이 보였다. 그에 내 몸도 점점 기대감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주물럭
참지 못하고 나를 더 강하게 껴안으며 마음껏 내 엉덩이를 주무르는 연후의 손길에.
“나는 나 유혹하려고 그런 줄 알았지.”
“아응… 그것도 맞지만…”
“그래?”
“응… 흥분했어?”
“완전.”
유혹하려고 했던 내 마음을 알아준 것에.
“온천은 밥 먹고 들어갈까?”
“그러자. 들어가면… 금방 못 나올 것 같으니까.”
“금방 못 나와? 왜?”
“아, 알면서… 에잇!”
수줍음에 해버린 내 키스를 받아주는 것에.
연후보다도 내가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어서, 어서 나를.
지금 당장이라도.
안아줬으면.
—
료칸에서 내주는 가이세키를 먹은 다음부터는,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의 시간이 이어졌다.
둘이서 온천에 들어가 그의 품에 안겨 아양을 떨고. 그는 그런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품어주며.
믿을 수 없을만치 행복과 쾌락에 젖은 시간을 보내고.
예상했던 대로, 그의 힘을 못이겨 지친 나를.
연후가 마음대로 다루면서 그의 욕정을 내 안에 쏟아냈다.
나는 의식이 날아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뱃속에 차오르는 뜨거움에 환희하면서.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료칸에서의 이틀 째도 첫날밤과 다를 것 없이 보내게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건강해져 있는 그의 것을 보자, 나 역시 다시금 몸이 달아올라 버렸기에.
“…희나야? 아침부터 그렇게 쥐고 있으면 내가 좀.”
“못 참아?”
“이걸 어떻게 참아.”
“참아야 돼?”
“……”
“우리, 오늘 여기서 나갈 필요 없잖아.”
“밥은?”
“이따가 편의점 도시락 먹자.”
“여행 와서 맛집 탐방도 안하고?”
“비싼 료칸을 마음껏 즐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의 물건을 손에 쥔 채, 진심을 담아서 부탁하자.
“이희나 오늘 너 죽었어, 진짜.”
“후흫… 하고 싶은 만큼 괴롭혀 줘. 알았지?”
그 말을 끝으로, 어젯밤보다도 더한 쾌감이 나를 온종일 불태웠다.
침구 위에서도, 샤워를 하면서도, 온천에 들어가서도.
연후는 결코 나를 놔주지 않았고, 나 역시 탈진한 와중에도 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중간에 정말 기절할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도중부터는 연후도 힘이 다했는지 내가 좋아하는 키스에, 내 몸을 이용한 스킨쉽에 치중해 주어서.
지복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시금 밤이 돌아와 둘 다 지친 몸으로 자리에 누웠을 땐.
“우리 아가도 잘 자~”
“……아니, 우리 아가 거기 없거든? 아까 다 긁어냈잖아.”
“있을 수도 있지~”
연후는 장난인, 나는 반쯤은 진심인 농담을 나누면서.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우리 아가 재울 겸 토닥토닥 해줄까?”
“응! 해 줘!”
“일로 와.”
마지막까지도 그의 품 안에서, 그에게 어리광을 피우며.
그렇게 우리의 온천 여행이 막을 내렸다.
—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던 료칸에서의 날이 끝을 고했다. 마음 같아서는 3일이 아니라 30일은 그렇게 보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불가능 했으니.
게다가 조금 아쉬운 편이, 다음을 더욱 기대할 수 있으니까.
“내년엔 디즈니 랜드라도 갈까.”
“나 미키 마우스랑 사진 찍고 싶어.”
“난 도날드 덕이랑.”
곧바로 언젠가 둘이서 함께 할 여행을 기약하며.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전까지와 같은 나날을 보냈다. 나와 연후 모두 공부와 학업에 집중하는 생활을.
연후와 함께할 미래에 부족함이 없으려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6월 한 달 간은 정말 최선을 다해 학점을 사수했다.
과연 수석까지 차지할 정도는 되지 않았지만, 아마 장학금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과제와 시험, 거기에 연후와의 시간도 결코 줄일 수 없었기에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정신 없이,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틈도 없이.
그러다가 학기가 끝나 여유로워진 7월이 되어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연후야.”
“응?”
“시험 때문에 바빠서 깜빡하고 있었는데… 나 생각해 보니까.”
“무슨 일 있어? 혹시 또 하고 싶어서 이상한 빌드업 세우는 거 아니…”
“저번 달에 생리 안 한 것 같아.”
“…….”
-주르륵
내 말에 연후는 먹던 미역국을 흘리면서 멍해졌지만, 나도 대학 등을 어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아주아주 잠시간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것은 한순간일 뿐이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정말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