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21)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20화(121/213)
Ep. 120
순간 말문이 막히면서 뇌정지가 와버렸다.
희나가 왜 여기에? 사랑이는 어쩌… 뭐, 사랑이야 집에 봐줄 사람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희나가 사랑이를 두고 이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그냥 마중 나온 것도 아니고, 작정하고 데이트를 나가는 것 마냥 온 힘을 다해 꾸민 채로.
물론 진심 모드의 희나는, 정말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예뻤다. 평소의 헐렁한 차림새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도 예쁘긴 하지만, 역시 작정하고 꾸미면 느낌 자체가 달랐다.
나로서도 오랜만에 보는 터라 어쩐지 감동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다른 애들도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유진이만이 가까스로 떠듬떠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연후 오빠 아내분…맞으시죠?”
“맞아요. 모임에 끼어들어서 죄송해요. 잠깐 어디 가는 길에 들렸는데, 마침 끝난 것 같아서.”
“아~ 잠깐 어디 가시는 길이었구나…”
저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 나도 알고 유진이도 알고 아마 다른 사람들도 알 것이다. 잠깐 어디 가는 길에 이렇게 꾸미고 나올 리가 없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가늘게 뜬 채 내 동기들을 한 번씩 스윽 둘러본다. 단순히 예쁜 것만이 아니라, 묘한 기백마저 느껴지는 분위기로.
그러다가 마지막엔 다시금 유진이에게 시선을 향하고는 환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희 남편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연후 씨 데리고 먼저 가봐도 괜찮을까요?”
“아, 넵…”
“그럼 저희는 이만… 자기야, 가자.”
여기에 온 지 3분이 채 안됐지만, 볼 일은 끝났다는 듯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나를 끌어당긴다. 굉장히 몸을 밀착한 상태로.
그에 당황하면서도, 어차피 슬슬 갈 생각이긴 했으니 급히 애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 어…그래, 가자. 애들아, 미안! 나 먼저 가볼게! 다들 내일 봐! 진성이 형! 돈 이따 보내줄게!”
“자, 잘 가요, 오빠!”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렇게 아직까지도 멍하니 있는 애들을 뒤로 한 채, 그대로 희나와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난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그저 끌려만 가고 있었고.
그리고 다른 애들이 보이지 않을 만치 멀어진 다음에야, 조금 진정이 되어 말을 꺼낼 수 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나 마침 끝나서 이제 막 연락하려고 했는데.”
“…너무 연락이 안 와서, 혹시 무슨 일 있나 하고 와 봤어.”
“아니, 치킨집에만 있을 거라고 했는데 뭔 일이 생길 리가 없잖아… 근데 웬일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어?”
“나 예뻐?”
“세상에서 제일 예쁘지. 평소에도 예쁘지만 오늘은 진짜 장난 아닌데?”
“흐후훟… 오랜만에 조금 힘 써 봤어~”
“이거 사랑이가 보면 엄마가 너무 예뻐서 엄마만 좋다고 따라다니는 거 아니야? 그럼 소외감 느껴지는데.”
“뭐야아~ 사랑이가 아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오늘도 자기 나가자마자 울상이었어~”
희나가 여기 온 이유야,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있을 것이다. 정말 내가 걱정돼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요새 집에만 있었으니까 간만에 꾸미기도 하면서 나들이를 나왔을 수도 있다.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슬쩍 시선을 피하며 말을 돌리려고 하는 걸 굳이 캐낼 생각은 없기에 그에 관해서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조금 놀라긴 했어도, 솔직히 희나를 소개시켜 주면서 콧대가 높아진 것도 있으니까.
특히 다들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은근히 프사가 보정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기에 더욱 그랬다.
우리 둘 다 사진을 건드릴 줄 몰라서 보정한 것 따윈 하나도 없는데. 덕분에 실물이 훨씬 더 예쁜 게 우리 희나인데.
아무튼, 나를 찾아 온 이유야 적당히 넘어가고 오랜만에 희나와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사랑이는 장모님이 봐주고 계셔?”
“엄마랑 오빠 둘이서. 오빠 오늘 하루종일 사랑이만 보고 있던 거 알아? 사랑이 잘 땐 거실에서 폰 하다가, 깨면 나보다 먼저 가서 봐주더라?”
“아니, 형은 어디 약속 없대?”
“그러게 말야.”
팔짱을 끼고 그렇게 길을 걷고 있으니, 한편으로 이렇게라도 희나가 돌아다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했을 즈음부터 밖에 나오는 날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사랑이를 낳고 나서도, 우리 외에 사랑이를 돌봐줄 사람이 많았으나 엄마로서 그 곁을 벗어나지 않았으니.
간만에 나온 김에 돌아다니며 데이트라도 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희나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걸 보고 나도 입을 다물었다.
아마, 잠깐 나오면서도 사랑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나도 그랬으니까.
그저, 우리 딸을 어서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사랑이가 언제쯤 아빠라고 불러줄까? 나부터 불러주겠지?”
“엄마 먼저 할 건데? 내가 매일매일 쉴 새 없이 엄마라고 말해주고 있거든?”
“나도 잘 때마다 해주거든? 맨날 아빠를 머릿속에 주입시켜 주고 있거든~”
“내가 훨씬 더 많이 해주고 있는데~”
그런 유치한 대화를 이어가며,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사랑이를 빨리 보고 싶긴 하지만,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만이라도 데이트 기분을 내자는 의미에서.
—
[ 신재환 : 와… 내가 진짜… 난 지금까지 연후 형이 어쩌다 애가 생겨서 결혼도 하고… 그러면서도 공부하느라 고생 많이 한 줄 알았는데… 고생은 무슨 ㅅㅂ 배신감 개쩌네 ] [ 이찬형 : ㄹㅇㅋㅋ 난 ㅅㅂ 무슨 연예인 온 줄 알았다니까 ] [ 유진성 : 솔직히 술값 절반은 연후가 내야 하는 거 아니냐? 행복세로 ] [ 이찬형 : ㅇㅈ; ] [ 정주혁 : ?? 뭔 일 있었음? 아 ㅅㅂ 오늘 집에 일 생겨서 못 간 거 존나 빡치네. ] [ 신재환 : 연후 형네 형수님 연예인이심; ] [ 정주혁 : ???? 진짜? 누군데? 프사는 나도 봤는데 저런 연예인이 있던가? ] [ 신재환 : 아니; 실물이 연예인 급이시라고; ] [ 정주혁 : 보정 아니었음? ] [ 이찬형 : 놀랍게도 사진이 실물을 못 따라감. 아까 우리 술자리 잠깐 오셨는데 다들 존나 깜짝 놀라서 말을 잃었음 ㅋㅋㅋㅋ ] [ 정주혁 : ㄹㅇ? 오늘부터 연후 형 시험 좆망기원간다 ㅅㄱ ] [ 이유진 : 언니 너무 무서워따… ] [ 신재환 : 잠깐 왔다가 바로 가셨는데 뭐가 무섭냐. 그 얼굴이면 노려봐도 포상… 어? ㅅㅂ 이유진 이 톡방에 어케 와있음? 여기 남톡방인데; ] [ 이유진 : ^^77 ] [ 한연후 : ㅋ ] [ 신재환 : 죽어 ] [ 이찬형 : 죽어 ] [ 유진성 : 뒤져 ] [ 정주혁 : 사망좀 ] [ 이범현 : 제발 죽었으면 ] [ 이유진 : 난 쫌 친해지고 싶던데… 오늘 견제하러 오신 거 봐서는 힘들겠지ㅠ? ] [ 이찬형 : 견제?? 뭔 견제? ] [ 이유진 : 모름 됐구~ ] [ 신재환 : 방장 누구냐? 쟤 강퇴 좀 하라고!]—-
“하암…”
다음날, 피곤한 몸으로 크게 하품을 하며 학교로 향했다. 잠을 몇 시간 못 잤더니 몸이 너무 노곤해서.
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희나와는 마치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다. 들어가서 사랑이를 안아줄 때까지도 그랬고, 씻고 나와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슬슬 잠자리에 들 무렵이 되자, 그때부터 갑자기 희나가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아까 자기 옆에 있던 여자애는 누구야?”
“여자애? 아, 유진이?”
“…흐응, 유진이? 벌써 친해졌나 보네?”
“동기인데 유진 씨라고 할 순 없잖아…”
“남자애들이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또 여자애랑 친해졌어?”
“걔가 붙임성이 좋더라. 그리고 게임도 좋아하는…”
“아~ 그래서 다른 애들 다 냅두고 하필 그 애랑 친해진 거야? 게임을 좋아해? 그럼 나중에 같이 이거 하자 저것도 하자 그랬겠네? 둘이서 피시방도 가고, 같이 게임도 하고 그러겠네?”
“절대 안 가지. 하더라도 집에서 할…”
“내 앞에서, 여자애랑 보이스 채팅 하면서 게임을 하겠다는 거구나? 우리 사랑이도 보고 있는데?”
“걔랑 앞으로 거리 좀 둘까…? 안 친해지면 되는 거지?”
“내가 언제 그랬어? 동기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잖아.”
“그럼 앞으로 친목 다질 겸 게임 조금 정도는…”
“재미있겠네~ 귀여운 동생이랑 게임도 같이 하고? 오빠, 오빠 해주는 것도 들으면서. 자기 그런 거 좋아하잖아. 그치?”
“……”
어젯밤, 장모님께서 사랑이를 침대까지 통째로 데려가셨다. 개강 첫날이기도 하고 많이 피곤했을 테니 하룻밤 사랑이를 맡아주시겠다며. 덕분에 우리 둘만 남은 방에서, 희나에게 밤늦게까지 그런 식으로 계속 시달린 것이다.
내 배 위에서 나를 깔고 앉은 채, 내려다보면서.
뭐, 희나도 정말 화가 나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약간의 질투 때문에 반쯤은 장난치듯이 한 거였지만. 근데 나머지 반은 진심이라는 게 문제였다.
유진이한테 관심이 없는 것과, 자기만 사랑한다는 증거를 행동으로 보여달라나.
결국 새벽까지 희나에게 키스해 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고, 조금 야한 스킨쉽도 곁들여 가면서 달래주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장모님의 배려로 자다가 사랑이 밥 주려고 일어나는 게 없었는데, 오히려 사랑이를 봐줄 때보다 훨씬 더 피곤했다.
심지어 이 피곤함은, 오늘 학교에서까지 이어졌다.
개강 이틀째. 첫날처럼 오티만 진행한 강의 하나가 끝나자, 재환이가 더 피곤해질 만한 소식을 들고 온 것이다.
“형 존나 유명 인사더라?”
“뭐?”
“우리 과 선배들이 형 다 안다던데? 형수님도 공부 잘하는 거랑 예쁘신 것 때문에 유명했는데, 형이랑 그… 사랑이 생겨서 휴학하신 것 때문에 더 난리였었대.”
“아~ 우리 둘 다 대놓고 프사로 해 놨는데 알만하지. 근데 그건 어디서 들었냐.”
“오티 때 선배 몇 명이랑 좀 친해져서 가끔 톡 하거든. 어제 형이랑 같이 술 마셨다니까 얘기해주던데? 심지어 다른 과 선배들도 형 안다더라.”
“거야 어쩔 수 없지. 감안하고 해 놓은 거니까.”
나한텐 프사 선택권이 없어서. 이제 무조건 희나가 고르는 걸로 해 놓으니.
게다가 희나 미모에 공부까지 그렇게 잘 했는데 이런저런 소문이 안 났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리아한테 들은 바로는 에타에도 한 번씩 희나 얘기 나왔었다던데. 심지어 그런 완벽한 여자애가 남친한테 죽고 못 산다고 하니.
나라면 남친쉑 죽이고 싶겠─
“근데 선배 몇 명이 질투에 눈이 돌아가서… 혹시 형이랑 조별 과제 같이 걸리면 최선을 다해서 말아 먹겠다고 하더라고. 그, 여러가지 의미로.”
“아니, 그게 뭔 미친…”
“그리고 그거 알아?”
“또 뭐.”
“나도 같은 마음이라는 거.”
“뭐시여?”
“햐~ 형수님이 그렇게 예쁘실 줄 누가 알았겠어? 배신감 개쩔더라~ 조심해, 형. 나랑 팀원으로 걸리면 그때부터 내 얼굴 못 볼 테니까.”
“하… 꼭 그래야 쓰겄냐?”
“나만 그런 거 같지? 우리 과 절반은 얼굴 못 볼 걸? 그럼 그렇게 알고 수고링~ 난 다음 강의 감~”
“야, 야! 신재환!”
마음 착잡해지는 이야기를 남긴 채, 재환이가 손을 흔들면서 떠나갔다.
아니, 이게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하는 짓들이 맞아? 거 예쁜 여자친구, 마누라 있다고 이를 갈고 있는 게?
어째 고딩 친구 놈들이랑 다른 게 없냐. 하여간 남자 놈들은 몇 살을 처먹어도 다 애라니까.
시발.
제대로 된 수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내 앞날과 학점이 걱정되었다. 설마 진짜 말아먹겠나 싶긴 하지만, 언제나 미친 사람들은 존재하는 법이니까.
게다가 내 성적을 위협하려는 저 짐승들이 걸리지 않더라도, 여자애들 위주로 조가 짜여진다 한들 그것도 걱정이었다.
만약 나를 제외한 나머지 조원이 죄다 여자애면 희나한텐 뭐라고 하고 과제하러 가냐…
두근거려야 할 캠퍼스 라이프가 왜 이틀째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골 때리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