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22)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21화(122/213)
Ep. 121
시작부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학 생활은 평탄히 이어졌다. 동기들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았고, 가끔 납득하기 어려운 비난이 판쳤지만 그거야 고딩 때도 있었던 일이니.
다만 그 외에는 내가 꿈꿔왔던 것보다는 좀 더 바쁜 나날이었다. 나 역시 낭만 넘치는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려는 생각보단, 미래를 위해 희나처럼 성적을 우선시 하려고 했으니까.
지금 가족들에게 받는 모든 도움과 배려를, 나중에 돌려줄 수 있기를 바라며.
집에서의 생활도 평온하긴 마찬가지였다. 희나도 사랑이와 함께 하는 생활 패턴이 어느 정도 몸에 익었는지, 사랑이를 돌보면서도 자신의 공부를 다시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사랑이 걱정에 밖에는 잘 나가지 않지만.
그런 와중에도 희나네 집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만인의 인기스타 사랑이를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것이다.
우리 가족은 물론 윤정 누나도 몇 번 왔을 정도였고, 희나네 친척 분들도 한 번씩 찾아오셨다. 다들 들어올 땐 마치 설교할 것처럼 오시더니, 사랑이를 보자마자 우쭈쭈까꿍만 잔뜩 하고는 웃는 얼굴로 돌아가셨다.
전부 사랑이의 귀여움 덕분이지.
내 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사랑이는 이쁨과 귀여움이 온몸에 묻어 나왔다. 희나는 나를 닮아서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희나랑 판박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 어느덧, 사랑이가 태어난 지 두 달이 넘었다. 유모차에 태워 조심스럽게 주변에 데리고 나가도 될 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제는 주위의 소리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랑이 혼자서 고개를 돌리며 여기저기 살펴 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긋
“꺄! 사랑이가 또 웃어줬어! 자기야!!”
“사진, 사진 사진!!”
우릴 보며 웃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이가!
물론 그전에도 가끔 웃긴 했지만, 그건 누군가에게 반응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반사적인 표정 변화였다. 그런데 이제는, 사회적 웃음이라고 해서 앞에 있는 사람을 인지하고 웃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보다 훨씬 더 사랑이의 미소를 보기 쉬워졌다. 덕분에 집에만 오면 그냥 하염없이 사랑이만 보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사랑이가 잠들고 나서야 과제나 다른 일을 하러 가고.
하여 오늘도 거실에 사랑이를 두고, 사랑아 까꿍~ 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장모님이 우리 둘을 불러 모았다.
“주말인데 둘이 좀 놀러도 갔다 와~ 사랑이 본다고 매일 집에만 있지 말고.”
“그래도…”
“그만! 특히 희나 너는 집에서 나가질 않으니 더 걱정인 거 아니? 연후를 저쪽 집에 돌려보내야 좀 밖에 나돌아 다닐래?”
“아, 알았어! 나갔다 올게!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음… 사랑이 잘 부탁드려요, 장모님.”
“우리 사랑이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는데 잘 부탁하긴~ 사실 내가 사랑이 독점하고 싶어서 너네 내보내는 거야~”
그러면서 어서 우리에게 외출하기를 종용하셨다. 방에서 나오시던 장인어른도 그에 반색하시며 ‘그럼 오늘 사랑이 분유는 내가 줘도 되나?’ 같은 말을 하셨고.
사랑이를 독점하고 싶으시다는 것도 물론 진심이시겠지만, 그래도 그 이상으로 우리를 생각해서 말해주신 걸 알기에 얌전히 외출 준비를 했다.
둘 다 청바지에 티셔츠, 거기에 가디건만 하나씩 걸친 차림새로.
그 외에는 뭘 챙길 새도 없이 쫓겨 나오듯 밖으로 나왔다. 일단 나오긴 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내던져진 거라 조금 막막했다. 무언가 계획이 있을 리 만무했고, 정말 지갑만 하나 들고 나온 터라.
일단은 천천히 역 쪽으로 걸어가면서, 나와 마찬가지로 뭘 할지 곰곰히 생각하는 듯한 희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뭐 할까? 너무 갑자기 나와서 떠오르는 게 없네.”
“글쎄… 아! 요새 아기 옷 예쁜 거 많던데, 그거 보러 가자~ 애기 동물 잠옷 같은 거!”
“그럴까? 그럼 우리 항상 가던 쇼핑몰로 가자. 애기 옷 파는 곳이 있을까 모르겠네.”
“응~”
나야 희나가 그러고 싶다니 일단 별 생각 없이 동의했다. 그런데 걸어가면서 머릿속으로 토끼 잠옷을 입은 사랑이를 상상했더니 의욕이 급속도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와, 토끼 사랑이? 진짜 보고 싶은데? 꼭 토끼가 아니더라도, 사랑이는 뭘 입혀도 귀여울 텐데.
예를 들어 그 뭐시기냐… 그거.
렛. 서. 팬. 더. 사랑이?
이거다. 미쳤다. 이거밖에 없어. 무조건 산다. 이건 사지 않는 게 죄악이야. 사진 천 장 찍을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저히 이런 느긋한 걸음으로 갈 수가 없었다. 곧바로 희나를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어서, 어서 가자! 사랑이 잠옷 보러!”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빨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렛서 팬더 사랑이가 날 기다리고 있단 말야!
결국, 이제 우리에게서 사랑이의 존재를 빼 놓을 수 없는 만큼, 사랑이를 위한 쇼핑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
그렇게 서둘러 도착한 쇼핑몰에는 안타깝게도 아기 용품을 파는 곳이 없었다. 다만 쇼핑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기용품 전문 매장이 있다는 걸 검색으로 찾을 수 있었다.
예전에도 몇 번 지나갔던 곳인데 본 기억이 없었다. 그땐 관심이 없어서 눈에 안 들어왔었나. 이런 게 근처에 있는 줄 상상도 못했는데. 아무튼 곧바로 매장으로 들어가 다양한 아기 용품들을 구경했다.
“예쁜 거 너무 많다~ 자기야! 이거 봐봐! 보행기!”
“와, 사랑이가 이거 타고 뽈뽈 움직이는 거 너무 보고 싶은데?! 근데 이거 탈 수 있나? 사랑이 아직 혼자 몸 못 가누잖아.”
“5개월 쯤부터 탈 수 있다고 쓰여 있어. 사랑이는 이제 두 달 쫌 넘었는데… 아쉽다.”
“가격도 좀 나가네. 음… 역시 카페 알바 다시 시작할까? 사랑이 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아니야. 그냥 부모님들한테 도움 받을 거 다 받고, 나중에 우리 취직한 다음에 열심히 갚아드리자. 아빠가 아이랑 시간 보내는 거 정말 중요하대…”
“알았으니까 풀 죽지 마. 같이 있을게. 당장은 공부 열심히 하는 게 더 좋겠지.”
주에 며칠 정도는 대학을 가지만, 그 외에는 내가 집에서 자신과 함께 사랑이를 봐 주는 것에 무척이나 만족하는 희나였다. 나도 그걸 알기에 꼭 밖에서 해야 하는 게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집에서 공부를 하든 과제를 하든 했고.
그런데 만약 알바를 하게 되면, 같이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 테니까. 내 말에 급속도로 시무룩해진 희나를 달래주며, 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우리 데이트 엄청 오랜만 아니야? 저번에 너 술집 찾아왔을 땐 바로 집으로 돌아갔었으니까.”
“응… 근데 사랑이 물건 사러 와버렸네. 혹시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내가 가고 싶은 곳은 항상 네 옆이지. 너 가는 곳이면 어디든 좋은 거 알잖아.”
“흐흫… 나도. 나도 너랑 같이 있는 거면 뭐든 좋아.”
“그럼 됐지, 뭐. 사랑이 쇼핑하는 게 데이트가 아닌 건 아니니까. 게다가 나, 내 옷 구경하는 것보다 사랑이 물건 보는 게 더 재미있거든.”
“그치? 그치?! 나도 그래! 나 쓸 거는 그냥 아무거나 사도 상관 없는데, 우리 사랑이 거는 몇 번이고 고민하게 된다니까~”
희나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완전 부부의 대화라서.
이렇게 여유롭게 밖을 나온 것은, 다시 생각해 보면 희나 임신 사실을 안 직후로는 거의 처음이었다. 근데 그때는 아직 여자친구였던 희나가, 이제는 명실공히 내 아내로서 같이 데이트를 나온 것이다.
임신에, 수능에, 출산에, 대학 생활에.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들을 넘어, 이제는 부부로서 이 자리에 있었다. 우리끼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쪽짜리이긴 하지만.
“이제 마인드가 완전 엄마네요, 사랑이 엄마?”
“그러게요, 사랑이 아빠!”
하지만 반쪽자리든 뭐든 아무렴 어떤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은데.
“여기 어차피 가까우니까, 다음 번엔 부모님이나 형들 데리고 또 오자. 그때 은근슬쩍 보여주면 사줄 지도 몰라. 예를 들면 희성이 형이라던가.”
“선후 오빠는? 선후 오빠도 생각보다 사랑이 너무 좋아하시던데?”
“아~ 맞아. 안 어울리게 아직도 맨날 사랑이 동영상 달라고 난리라니까. 아무래도 집까지 오는 건 좀 그런가 봐.”
“와도 괜찮은데… 좀 불편하시려나.”
“자주 안 봤으니까. 그리고 그거 알아? 선후 형이 평소에 돈 진짜 안 쓰거든. 게다가 게임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걸로 돈을 벌고 있어서.”
“정말? 게임이 돈이 돼?”
“되는 게 있나 봐.”
그러니까 희성이 형이랑 선후 형을 둘 다 여기까지 끌고 오면, 분명 둘 중 누군가는 보행기를 사줄 것 같았다.
희성이 형은 언제나 이것저것 사 주는 고마운 형이었고, 선후 형은 돈을 쓸 데가 없어서 안 쓸 뿐이지, 자기 쓰고 싶은 곳엔 아끼지 않는 타입이니.
좀 양심 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나중에 취직하고 나서 갚으면 되니까!
머릿속으로 이미 두 형들이 사주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며, 슬슬 다음 파트로 넘어갔다. 한 칸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눈 앞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물 잠옷들이 잔뜩 펼쳐져 있었다.
아기 나잇대 별로 다양한 크기가 구비되어 있어, 사랑이에게 입힐 만한 것도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사랑이 정도로 어린 아기들은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옷을 벗길 일이 많은데, 그런 것도 다 감안한 디자인이었다. 약간 걸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세상에, 이거 어때? 이 고양이 잠옷! 자기 고양이 엄청 좋아하잖아! 게다가 나랑 세트로 입을 수 있고!”
“귀엽다… 너무 귀여워… 어떡하지? 그냥 다 사서 매일 하나씩 입히고 싶은데?”
“안 돼~ 나도 그러고 싶긴 하지만… 하나만 고르는 거야. 알았지?”
“까비… 알았어.”
우리에게는 사랑이 카드라고 해서, 사랑이 물건을 살 때 쓰는 신용 카드가 한 장 있었다. 돈은 부모님들이 공동으로 내 주시는. 그래서 뭘 사려면 살 순 있었지만, 그렇게 무분별하게 쓰면 안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희나와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고심했다.
“공룡 같은 건 별로일 줄 알았는데… 이것도 귀엽지 않아?”
“솔직히 전부 귀여워서… 어떻게 여기서 하나만 고르지. 일단 고양이는 유력 후보로 두고… 어! 렛서다! 렛서 팬더도 있어!”
“그러게? 이런 것도 있구나.”
“그야 귀여움 하면 렛서 팬더니까! 있을 줄 알았지!”
있을 지 없을 지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렛서 팬더 잠옷이 있었다. 얼핏 보면 너구리 잠옷 같기도 했지만, 택에 렛서 팬더라고 확실히 적혀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아, 역시 고양이보다 렛서 팬더가 좀 더 희귀한 맛도 있고 이게 낫지 않나?’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급격히 기울었다. 내가 렛서 팬더를 너무 좋아하는 것도 있고.
하여 반쯤 마음을 굳힌 채 그걸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는데, 희나가 그런 나를 보더니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거 말구, 고양이로 산 다음에 자기 것도 하나 사서 가족 세트로 맞추는 건 어때?”
“그것도 괜찮겠다. 근데 이거 너무 귀엽지 않아? 그건 나중에 맞추고 오늘은 이거 사지 않을래?”
“하지만~ 우리 사랑이만 커플룩 없잖아. 잠옷으로 다같이 맞추면 엄청 좋지 않을까? 가족 사진도 찍고!”
“그러려면 내 것까지 사야 하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일단 이것부터─”
“…연후야.”
“응? 왜?”
“나랑 사랑이야, 아니면 렛서야?”
“…??”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