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23)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22화(123/213)
Ep. 122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우리인지 렛서 팬더인지 선택해 보라는 그 말에 살짝 어이가 없었다. 설마 렛서 팬더 잠옷에 질투하는 건가 싶어서.
희나의 질투심은 날이 갈수록 묘하게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이제는 물건에도 질투를 할 줄이야. 아니면 연애 초창기에도 비슷했는데, 그땐 그냥 속으로만 삭혔을지도 모르고.
분명 2년 전쯤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츄-희나를 처음 봤을 때였나? 동물원에 가서 내가 렛서 팬더에 열광했을 때.
아무튼 갑자기 우리냐 렛서냐 하는 거에 잠깐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뭐. 귀여우니까.
그리고 그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짓궂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슬쩍 장난을 쳐 보려고 했는데.
“글쎄, 오늘은 왠지 렛서일─”
-이글이글
“─리가 없잖아. 당연히 너랑 사랑이지.”
활활 불타고 있는 희나의 눈빛에 금세 꼬리를 말아버렸다. 자칫 데이트고 나발이고 바로 호텔로 끌려갈 것 같은 분위기라.
사실 이제 희나의 상태도 많이 안정돼서, 가끔 장모님이 사랑이를 데리고 주무실 때면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하고 있기는 했다. 아무래도 사랑이 태어나기 전만큼 자주 할 수가 없으니, 할 수 있을 때 엄청 하는 느낌으로.
이렇게 시간이 났을 때 주위 신경 쓸 필요 없는 곳에 가서 마음껏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같이 나왔는데 그것만 하면서 보내기는 아까우니까.
“그럼 고양이로 살까? 사실 나도 셋이서 가족사진 찍고 싶었거든. 렛서야 다음에 기회 될 때 사지 뭐.”
솔직한 마음으로는 고양이보다 렛서 팬더가 일곱 배쯤 더 끌렸지만, 사랑이 엄마가 저렇게 원하는데 내가 져줘야지 별 수 있겠나. 게다가 고양이 잠옷도 엄청 귀여우니까.
하지만 희나의 표정은 풀어질 줄 몰랐다.
“흥, 렛서가 그렇게 좋으면 렛서로 하던가? 우리보다 렛서가 더 좋으면!”
“에이, 왜 그래~ 당연히 우리 희나랑 사랑이가 훨씬 더 좋지~”
“아닌 것 같은데?”
“너 웃을 때가 렛서보다 천 배는 더 귀엽다니까. 그러니까 표정 좀 풀어.”
그리 말하고는, 주위를 슬쩍 둘러본 뒤 희나의 입에 짧게 키스를 해줬다. 이런 곳에서 대놓고 하면 너무 민폐니까.
허나 호락호락하게 보지 말라는 듯 희나가 눈을 흘겼다.
“이걸로는 못 믿겠는데?”
“그럼?”
“사랑이 몫까지 한 번 더 해줘!”
“아, 사랑이 몫을 깜빡했네!”
-쪽!
곧바로 또 한번 키스를 해주자, 그제서야 희나의 웃음을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사랑이 몫은 사랑이한테 해줘야 하는데. 이따가 돌아가면 열 번 해야지.
아무튼 이런 귀여운 질투라면 몇 번이고 보여줬으면 좋겠다. 내 마음까지 간질간질해져서 기분 좋으니까.
워낙 여기저기에 쉽사리 질투심을 내보이지만, 그만큼 또 금방 풀리니 그게 참 귀엽다니까. 이렇게 키스까지 받고 나면, 이젠 고양이 잠옷에 렛서 잠옷까지 껴서 사자고 해도 별로 신경도 안 쓸 것이다.
“그럼 이건 사랑이 카드로 계산하고, 렛서 잠옷은 내 돈으로 따로 살…”
“안 돼.”
“넵.”
신경 쓰네.
—
고양이 잠옷을 고르고 나서도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했지만, 그 외에 더 산 것은 없었다. 꼭 필요한 물건들은 이미 온 가족들이 합심해서 많이도 사 놨기 때문에, 이렇게 귀여운 사랑이를 보고 싶어서 사는 것은 이 정도가 마지노선이라.
게다가 아직 너무 어려서 막상 쓸 수 있는 게 썩 많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둘러만 보다가 매장을 나오고, 곧바로 좀 더 멀리까지 전철을 타고 움직였다.
“자기는 어떤 고양이가 좋아? 내 건 얼룩이고 사랑이 거는 하얀색이니까… 검은색? 아니면 나랑 맞춰서 얼룩 고양이 할래?”
목적지는 전철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패션 잡화점. 오늘부터 당장 셋이서 같이 고양이 잠옷을 입고 싶었는지, 오프라인에서 바로 살 수 있는 곳을 검색해서 찾아가는 것이다.
“흠, 근데 그렇게 종류가 다양하게 있으려나? 그냥 있는 거 사야 할 거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고를 수 있으면 검은색. 셋이서 똑같이 맞추는 거 아니면 아예 다른 색이 좋지 않을까?”
“왜~ 나랑 커플 고양이는 싫어?”
“사랑이가 소외감 느끼면 어떡해.”
“괜찮아. 우리 사랑이는 착해서 분명 이해해 줄 거야.”
“사랑이 엄마…”
“야옹~”
손을 동그랗게 말고는 고양이처럼 울며 내 어깨를 툭 건드린다. 다행히 전철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우리가 이러고 놀고 있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이런 희나는 나만 보고 싶으니까.
“못된 고양이네. 나중에 혼내줘야겠는데?”
“으응, 침대에서~?”
“침대에서.”
“많이 혼내줄 거야?”
“아니, 혼낸다는데 너무 기대하는 거 아니야? 이러면 그냥 포상이잖아.”
“아니야~”
아니긴. 벌써부터 입꼬리가 씰룩거리고 있구만.
최근에 하는 섹스도, 희나가 임신했을 때처럼 최대한 그녀에게 맞춰주며 느긋하게 사랑을 속삭여주는 타입으로 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괴롭히면서 시끄럽게 하게 되면 밤중에 다른 방에 들릴까 봐.
물론 희나야 그런 느긋한 섹스를 무척 좋아하긴 했지만, 슬슬 예전처럼 괴롭혀주는 게 은근히 그리웠나 보다. 하긴, 전에도 내가 뭐 하기도 전에 희나 쪽에서 그런 방향으로 유도했었으니.
나는 희나에게 몸을 더욱 바싹 붙이며, 그녀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다.
“꼼짝도 못하게 손이고 발이고 전부 억누르고, 또 엉덩이 괴롭혀줄까?”
“…!”
내 말에 움찔하고 몸을 떨더니.
-끄덕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나도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바로 가는 것도 너무 무드가 없으니.
“우선 데이트부터 하고, 이따가. 알았지?”
“…응. 흐훟…”
—
역에서 멀지 않았기에, 내리자마자 금방 도착한 패션 잡화점에서 산 고양이 잠옷은, 희나 것과는 조금 다른 타입의 얼룩 고양이였다. 희나 거는 코숏 느낌이고, 내 거는 검은색이 섞인 삼색 고양이 느낌.
결국 커플룩을 맞춘 듯이 돼서 희나가 무척 기뻐했다. 이왕 이럴 거 셋 다 비슷한 걸로 맞췄으면 좋았겠지만, 아까 아기 용품점이나 여기나 종류가 한 가지 뿐이라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게 내 잠옷 쇼핑까지 마치고, 멀리 나온 김에 돌아다니면서 주변 구경을 했다.
“이쪽 골목은 카페들 엄청 많네. 인테리어도 다 특색 있다~”
“이따가 여기 와서 좀 쉴까? 제일 맘에 드는 곳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응! 아, 저기 좋다! 화분들 아기자기해서 엄청 예뻐! 저 앞에서 한 장만 찍자!”
가장 먼저 보인 예쁜 카페 거리가, 커플 사진 찍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희나의 마음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결국 온갖 카페의 입구에서 사진을 잔뜩 찍었다.
그 후에는 역 근처의 번화가를 돌면서 평소처럼 산책하듯 돌아다녔다. 온 적 없던 동네라 좀 신선한 맛도 있어서.
그러던 중 들리게 된 가방 매장에서, 희나가 노트북 가방 하나를 눈앞에 두고 나를 불렀다.
“자기 노트북 가방 필요해?”
“아니, 괜찮은데? 우리 노트북 엄청 작잖아. 그냥 가방에 책이랑 같이 넣어도 돼.”
“그거 내가 쓰던 거라… 쓰기 불편하지는 않아? 자기한텐 좀 작을 거 같은데…”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작아서 엄청 편하더라. 그만큼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도 좋고. 작다고 해도 타자 못 칠 정도도 아니니까.
“그래? 음~ 나 복학할 때 비슷한 걸로 하나 살까.”
“저번에 동기가 알려줬는데 우리 노트북 다음 세대 나왔다더라. 더 가볍다던데?”
지금 내가 쓰는 노트북은 기존에 희나가 쓰던 걸 빌려서 쓰고 있었다. 이제 희나가 복학하면 하나가 더 필요할 것이고.
솔직히 수업 듣는 데 굳이 노트북까지 필요하겠냐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생각은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한 첫 주 만에 개박살이 났었다. 노트북은 필수였다. 필기 자체도 훨씬 편하고 수월했으며, 강의 도중에 검색을 해야 할 일도 엄청 많아서.
“그럼 자기 거랑 같은 모델은 조금 싸지겠지? 색만 다른 걸로 사서 커플로 할까?”
“굳이 그것까지 커플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 겹치는 강의도 없는데. 너 쓰기 편한 걸로 사야지.”
“그래도~ 사랑이 조금 더 크면 사랑이까지 데리고 같이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할 수도 있잖아~”
“사랑이가 있는데 커플템이 더 필요해?”
“…그렇네?”
커플의 결정체를 옆에 앉혀두면 게임 끝이지. 같은 노트북을 맞추는 게 사랑이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굳이 맞추고 싶으면 커버를 맞추자. 하나 사려고 고민하고 있었거든.”
“그거 좋다! 응! 그렇게 하자!”
내 의견에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희나와 함께, 다른 가방들도 조금 더 구경하다가 매장을 나왔다.
그리고 그 후에는 근처에 있던 옷 매장도 들려 서로 옷을 맞춰보기도 하고, 오늘도 역시 길거리에서 파는 닭꼬치 하나를 입에 물기도 했다.
나 때문에 데이트 나오면 꼭 한 두개씩은 사 먹게 된다. 희나도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이기만 하면 먹을래? 하고 꼭 물어보고.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한다면.
“이게 마지막이야. 더 먹으면 건강에 안 좋아!”
전보다 내 건강을 직접적으로 염려하며 많이는 못 먹게 한다는 것일까. 나도 간식처럼 한두 개 먹는 걸 좋아하는 거지, 이거로 배를 채우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예전엔 내가 먹고 싶다고 하면 말리는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 많아졌다.
나야 걱정해주는 게 고마워서 항상 얌전히 따르고 있었고.
그렇게 노점들도 넘어서, 큰 사거리로 나왔을 때 내 눈을 사로잡는 매장이 하나 있었다.
바로.
[ Adult Shop ]저 간판을 인지한 순간 깜짝 놀랐다. 이 대로변에, 저렇게 대놓고 성인용품점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3,4층 쯤에 위치한 거라 내부까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바깥 창으로 살짝 보이는 내부 모습을 봤을 때 그렇게 음습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밝은, 마치 옷 가게 같은 느낌이 팍팍 나고 있었다.
내가 호기심과 신기함이 반반 섞인 눈으로 그쪽을 보고 있자, 희나도 자리에 멈춰 선 채 내 시선을 따라왔다.
그리고 잠시간 말없이 같은 곳을 바라보더니, 이내 희나가 조금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들어가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