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28)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27화(128/213)
Ep. 127
얼마가 지나도 한결같이 나를 도와주고, 또 사랑해 주는.
아직도 여자친구였을 때와 변함이 없는 희나와의 일상을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희나 없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거예요, 저는.”
“너희 잉꼬처럼 재미있게 사는 거 잘 알겠으니까 그만해주라.”
희나 자랑이라면 몇 시간이라도 해줄 수 있는데.
염장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한지 고개를 젓는 누나를 위해, 다시 아가들에 대한 화제로 돌아갔다. 보통 뒤집기 시도를 며칠이나 하다가 성공하는지, 혹시 보행기는 살 생각이 있는지 등.
어지간한 건 희나나 장모님이 잘 알기도 하고 판단도 하겠지만, 아빠로서 궁금했으니까.
“나 왔어~”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희나가 돌아왔다. 물 하나와 작은 과자 하나를 들고. 셋이서 먹으려고 사 온 건가 보다.
나는 어쩐지 오늘따라 더 귀엽고 예쁜 내 아내를 바라보았다. 항상 고마운 아내님을.
지금도 이렇게 오자마자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 물병 뚜껑을 열어주려고─
“언니랑 즐거워 보이더라? 무슨 얘기 했어? 벌써 너무 친해진 거 아니야?”
“후, 잘 들어봐. 내가 누나랑 무슨 이야기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말해줄 테니까.”
“…연후가 고생이 많네.”
질투가 아주아주 조금만 줄어들면 참 좋을 텐데!
—
놀이터에 앉아 셋이서 한창 대화를 하다가, 슬슬 아기들 분유 줄 시간이 되어 헤어졌다. 이번에는 번호 교환도 했고. 자기는 거의 매일 산책하니까, 우리 나올 때 연락 주면 시간 맞춰서 나오겠다고 해서.
우리도 재희 누나가 마음에 들었고, 사랑이도 동네 또래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놀이터에서 벗어나, 둘이서 느긋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드르르릉
수황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톡방에서도 맨날 떠들더니 웬 전화지?”
“수황이야?”
“응. 나 잠깐 좀 받을게. 유모차 부탁해.”
“알았어~”
-삑
“여보세요?”
─야, 한연! 단톡방에 사랑이 동영상 좀 팍팍 올리라고!
“전화하자마자 뭔… 내가 우리 가족들한테 보내는 만큼 거기도 올리고 있거든.”
─보니까 사랑이 많이 컸던데. 혹시 슬슬 밖에 못 나오냐? 나도 사랑이 얼굴 좀 보자.
“멀리 나가는 건 아직 좀 그렇고, 네가 집 근처까지 와주면 가능.”
─그래? 그럼 애들 좀 모아서 함 볼까?
“그러던가. 내가 시간 될지 안 될지 모르니까 오기 전엔 꼭 연락하고.”
─십, 서연대 다닌다고 바쁜 척 개오지네.
“나도 이게 바쁜 척이었으면 좋겠다…”
─새끼, 그래도 1학년 때부터 성적 빡시게 관리하는 건 잘하고 있는 거다. 닌 졸업하고 빨리 취직해야지.
“알아, 임마. 그것 때문에 열심히 하잖아.”
─그리고 단톡방 확인 좀 해라. 니 하루 종일 답 없어서 전화했잖아.
“오늘 희나랑 사랑이랑 셋이서 산책했다. 이제 들어가는 길이야.”
─아, 그렇구만. 암튼 너네 괜찮은 날 잡히면 연락해라. 우리도 사랑이 보고 싶다고!
“한 번 확인해 보고 톡 줄게. 수고~”
짧은 통화를 끝내고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사랑이 추종자는 이제 너무 많아서 파악도 힘들었다. 가족들이든 친척들이든, 이제 이 친구놈들까지. 자주 이 사람 저 사람 보면 사랑이가 스트레스 받을 테니 적당히 끊어서 만나고 있지만.
“애들이 보재?”
“어, 사랑이 보고 싶은가 봐.”
“우리 사랑이 인기 많네~ 아! 너희 만날 때 리아도 부를까? 리아도 사랑이 엄청 보고 싶어 했거든.”
“리아? 음… 괜찮겠다. 어차피 우리 같이 갈 건데, 리아 있으면 너도 좀 놀 수 있을 거고.”
“응! 이따 저녁에 날 잡아보자.”
“알았어. 그러고 보니 걔도 엄청 바빠 보이던데. 학교에서도 얼굴 보기 힘들더라.”
“리아 아빠가 성적 좋으면 미국으로 유학 보내준다고 하셨나 봐. 혼을 불태우겠다던데?”
“오…”
열심히 살고 있었군.
요새는 학업과 사랑이 때문에 친구들 만나러 가기가 힘들었다. 내 친구들도 그렇지만, 자취방에서 나온 이후로는 리아도 거리가 멀어져서 보기 힘들었고. 그래도 희나랑은 꾸준히 연락하면서 계속 친하게 지내는 것 같으니 다행이었다.
그렇게 친구들에 대한 화제로 이야기하면서 가던 중, 갑자기 사랑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우으아으으…”
“사랑아, 왜 그래? 배고파?”
서둘러 희나가 사랑이에게 다가가 혹시 뭘 쌌는지, 배가 고픈 건지 이리저리 확인해 보는데, 사랑이가 오동통한 팔을 들어 올렸다. 희나가 아닌, 나를 바라보면서.
그에 우리 둘 다 조금 당황했다.
“내 목소리가 들렸나? 아직 눈으로만 사람 구별하는 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사랑아, 아빠한테 가고 싶어?”
“아우!”
마치 그 말에 긍정하듯, 계속 옹알이를 하며 팔을 내 쪽으로 향한다. 핀포인트로 나를 원하는 듯이,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에 나는, 유모차에서 사랑이를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그러자 사랑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팔다리를 요리조리 움직이는 게,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나 역시 웃음이 흘러 나온다. 너무 귀여워서.
그래, 우리 사랑이가 아빠를 너무 좋아한다는데 내가 어쩌겠어? 나도 사랑이가 좋은데!
“사랑아~ 아빠한테 안기고 싶었어?”
“아으…”
“아, 진짜 너무 귀엽다! 희나야, 나 어떡하지?! 우리 사랑이 귀여워서 미칠 것 같은데!”
“……”
사랑이를 안은 채 호들갑을 떨고 있는 내 옆에서, 희나는 비어버린 유모차를 끌며 입을 삐죽이고 있었다.
“사랑이한테 자기 뺏겼어…”
“뺏기긴~ 희나야 봐봐! 사랑이 웃고 있는 거!”
“아우우-”
“쿡… 어휴, 사랑아. 아빠가 그렇게 좋아?”
아무리 희나라도 사랑이가 미소 띤 얼굴로 내 품에서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나 보다.
희나는 실소를 흘리며 사랑이의 볼을 매만져 주었다. 물론 우리 사랑이는 희나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떡해, 사랑이도 너 잘생긴 거 아나 봐. 이러다가 정말 나중에 아빠랑 결혼한다고 하겠어.”
“…나야 너랑 사랑이한테 잘생겨 보이면 그걸로 좋긴 한데, 제발 다른 사람들 앞에선 그러지 말아줘.”
희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면, 그걸 들은 사람들이 어쩐지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볼 것 같았다.
“집까지 이대로 갈까? 사랑이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제 금방이니까… 집 가면 내 차례인 거 알지?”
“너도 이렇게 안아 줘?”
“응! 해 줘! 사랑이 안고 있던 만큼, 나도!”
“앗.”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그렇게 눈을 빛내면서 좋아할 줄이야.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듯한 희나를 보니 식은땀이 흘렀다. 일명 공주님 안기라는 그 포즈를, 하려면 잠깐이야 못할 건 없겠지만 그 상태로 버티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그나마 희나가 가벼워서 할만 할지도 모르겠다만.
갑작스레 피어오른 약간의 걱정을 안고, 싱글벙글한 희나의 뒤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분명 희나라면 돌아가자마자 오늘 사랑이한테 해줬던 거 다 자기한테도 해달라고 할 텐데.
“왔니?”
“엄마, 사랑이 분유 먹이는 거 맡겨도 돼? 나 잠깐 연후랑 방에서 쉬려고.”
“어유~ 엄마야 맡겨주면 고맙지. 우리 공주님, 아빠가 안아줘서 좋았어요? 이제 밥 먹어야지?”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분유를 준비해두신 장모님께 사랑이를 맡겨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손발만 씻은 뒤 곧장 방으로 들어가 침대 앞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공주님 안기를 해 달라는 희나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희나야,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침대 쪽에 가깝게 서 줄래? 혹시 내가 놓치면 그쪽으로 가도록.”
“이렇게?”
“어, 그렇게.”
그냥 업어주거나 정면에서 포옹하고 들어 올린 적은 꽤 있었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건 의외로 처음이었다. 하여 긴장된 마음으로 내 목에 팔을 감는 희나를 바라보았다.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그녀의 눈을.
이윽고 내가 안아주기 위해 자세를 낮추자, 희나도 내가 들기 쉽도록 살짝 몸을 돌렸다.
나는 한 손은 희나의 겨드랑이 쪽에, 또 한 손은 오금 쪽에 손을 넣은 다음, 망설임 없이 단숨에 그녀를 들어 올렸다. 괜히 어정쩡하게 움직이면 둘 다 다칠 것 같아서.
그리고 다행히, 휘청이는 일 없이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다.
“꺄! 됐어!”
“생각보다 할 만하네.”
“나 안 무거워?”
“전혀. 이거 진짜 너 가벼워서 가능한 거야.”
“정마알~?”
이건 진심이었다. 이게 성공은 하더라도 오래 버티긴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희나가 너무 가벼웠다. 사랑이 때문에 몸도 많이 움직이는데다가, 희나가 평소에 소식하는 편이라 더 그런 것 같았다. 가볍다 못해 건강이 걱정 될 정도였으니.
“밥 좀 많이 먹어야겠다. 너무 가벼워서 걱정 되는데? 갑자기 쓰러지는 거 아니야?”
“아이, 뭐야~ 갑자기 이쁜 말 하기 있기?”
-쪽! 쪽!
자세가 자세다 보니, 내 얼굴 바로 왼편에 희나의 얼굴이 있었다. 그 상태에서 연신 내 볼에 키스를 해주는 그녀. 이 참에 오늘 키스 할당량이나 끝내자는 마음에, 나도 고개를 돌려 희나와 입을 맞췄다.
할당량이라고 하니 마치 억지로 하는 것 같지만, 그냥 사랑이한테 해준 것보다 많이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으응… 츕…”
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섞어온다. 내 목을 강하게 붙든 채 입안 곳곳을 휘젓는 그 저돌적인 움직임에 얌전히 순응했다.
그렇게 키스를 하면서 천천히, 침대 위에 희나를 내려놓았다. 잠깐은 괜찮았지만, 암만 가볍다 한들 사람이 40키로가 넘는데 오래 들고 있는 건 무리라서.
그런 와중에도 희나는 팔을 풀지 않은 채, 그대로 나를 끌어당겼다. 하여 그녀를 내려다 보는 형태로 자세를 잡고, 이번엔 내 쪽에서 희나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보드랍고 촉촉한 그 입술을 살며시 깨물고, 또 빨아들이면서 한동안 정열적으로 키스를 나누다가.
서서히 입을 떼고 눈을 마주쳤다.
우리도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여기서 끊으려고 했지만, 내 목에 감긴 팔이 풀리지 않는 걸로 보아 희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직 부족한 거 알지?”
“사랑이 해준 만큼은 한 거 같은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사랑이한테 두 번 해준 거 알거든? 그때 나한텐 한 번 밖에 안 해줬잖아. 아까 산책 출발하기 전에도 신발장에서 사랑이한테 뽀뽀 두 번 해줬고.”
“……”
그걸 다 보고 있었… 아니 세고 있었어? 근데 사실 아침에 희나 씻고 있을 때 한 세 번쯤 더 했는데. 그건 조용히 하고 있어야─
“그리고 나 씻을 때도 자기가 사랑이 안고 있었으니까, 그때도 몇 번 해줬을 거 아냐?”
“귀신이네.”
“그럼 오늘 나보다 사랑이한테 두 배는 더 많이 해준 건데… 난 그거 용납 못해.”
역시 희나야! 나에 대해 아주 모르는 게 없어!
“너한테 최고는 전부 나였으면 좋겠어. 이건 사랑이한테도 절대 양보 못하는 거 알지?”
그리 말하면서 팔을 풀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매만진다. 우리 둘의 타액으로 얼룩져 있는 입술을.
“사랑이 분유 다 먹으려면 아직 시간도 걸릴 거고… 그러니까.”
동시에 혀로 자신의 입술도 쓸어내리며, 요염하게 말을 잇는다.
“숨이 막힐 정도로, 격렬하게 키스해 줘. 응?”
“후… 진짜 어쩔 수가 없네.”
사랑이한테 스킨쉽 횟수를 지기 싫어하는 사랑이 엄마라니. 참 희나다웠다.
“입 벌려. 5분 동안 진짜 숨 막히게 해줄 테니까.”
“흐후훟… 부탁해, 자기야.”
그때부터 밖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희나를 억누른 채 그녀의 입술을, 타액을, 혀를. 그 모든 것을 탐했다.
이 질투심 넘치는 아내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