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32)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31화(132/213)
Ep. 131
느즈막이 온 이 녀석들에게 남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적당히 분위기를 수습하고 같이 강의실로 향했다. 다만 가는 내내 옆에서 둘이 꿍얼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누구는 예쁜 여자친구랑 키스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우리는 국밥이나 퍼먹고 오네.”
“우리가 못난 탓이지, 누굴 탓하겠냐.”
“그렇긴 하지. 비록 대학교라는, 고등 교육 기관의 한복판에서 저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
아침이기도 하고 첫 강의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주위에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한 번 살펴보기까지 했는데, 하필 딱 그 타이밍에 다른 길에서 나타날 줄이야.
“하긴, 형수님이 그리 예쁘신데 뭔들 못하겠어? 나라면 그냥 업고 다녔다.”
“리얼. 근데 형은 왜 안 업고 왔음? 이 형 안되겠네, 진짜.”
업고 왔으면 더 지랄했을 놈들이 말은.
“우리가 절대 부러워서 이러는 게 아닌 거 알지?”
“고럼~ 부럽기는. 인생의 무덤에 들어간 형이, 남들 시선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찐한 스킨십을 하는 게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까드득
이나 그만 갈고 안 부럽다고 말하던가.
그래도 나름 틈틈이 과팅이나 미팅도 참여하는 놈들인데, 여직 모쏠인 게 불쌍해서 놀리기도 뭐했다. 고딩 친구들이었으면 부럽냐? 하고 바로 어그로 들어갔는데.
“야야, 니네도 곧 여친 생기겠지.”
하여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기약 없는 희망의 말을 건네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두 놈은 내 말에 코웃음을 쳤다.
“어제도 이미 조졌습니다만?”
“어제 뭐 있었냐?”
“여대랑 미팅. 물론 2차 가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했는지 1차만에 쫑났지만 말이야!”
“……”
미팅 개조진 걸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말할 필요는 없는데.
“뭔데 그 눈은. 지금 우릴 동정하는 거?”
“자기는 결혼도 했다고 우리가 아주 우습게 보이나 보지?”
“이야, 형 그렇게 안 봤는데 개너무하네, 진짜.”
“인상 좋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연후 형이 이럴 줄 누가 알았겠어? 동기들 비웃기나 하고.”
“이걸 대자보로 붙여 놔야 하는데.”
내가 여기서 뭔 말을 하겠냐.
—
강의실에 도착해서, 굳이 또 내 근처에 앉은 이놈들의 부러움에 찬 불평을 들어주길 두 시간. 쿨타임 없는 개소리에 슬슬 머리가 아파지려고 할 즈음, 유진이까지 이 자리에 합류했다.
강의가 두시부터 임에도 불구하고, 얘들이 과톡방에 봉화를 울린 탓에 지금 와버린 것이다.
[ 이찬형 : 시발속보!!! 연후 형네 형수님 복학!! 대학에 출몰!! ] [ 신재환 : (충격)무려 아침부터 성림관 가는 갈림길에서 키스를 하고 있던 걸로 알려져… ] [ 이찬형 : ㄹㅇ 보자마자 자살 마려웠음. ] [ 정주혁 : 그런 소식은 니들만 알고 있으면 안되냐? 시발롬들이 광역딜을 쳐 넣고 있네. ] [ 신재환 : 쩡주의 불행이 우마이~ ] [ 정주혁 : 이거 완전 미친놈아냐;; ] [ 이유진 : 진짜?! 니네 구라치는 거 아니지?! 나 지금 간다!! ] [ 이찬형 : ? 니 오늘 강의 오후 아니냐 ] [ 이유진 : 지금 그게 중요해? 나 씻고 출발할 거니까 구라면 니네 뒤져! ]물론 이 광역 어그로 톡에, 굳이 강의 없는 날 여기까지 오는 한가한 놈은 없었다. 오로지 유진이만 소식을 들은 지 1 시간도 안 돼서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내 옆에 와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오빠! 지금 난리 난 거 알아?!”
“강의 이제 막 끝났거든. 뭔 난리?”
“내가 오면서 봤는데, 오빠네 언니 드디어 떴다고 톡 엄청 올라오던데?”
“딴 톡방에? 희나야 뭐, 그럴 만하지.”
워낙 예쁘니까. 희나가 오티 때 한 건 터뜨려서 작년에도 이런저런 얘기 많이 나왔었고.
모르긴 몰라도 공대 쪽이랑 사회과학 쪽은 어지간하면 희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오빠랑 결혼하고 애도 있는 거 원래도 알음알음 소문은 퍼졌었잖아. 근데 이번에 그 언니 프사 때문에 또 한 번 터졌더라고. 셋이서 찍은 사진!”
“그거로 해 놓은 지 꽤 오래됐는데?”
“휴학한 지 1년 넘은 사람 프사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썰 풀진 않으니까. 이번에 복학하신 것 때문에 다시 말 나오는 것 같던데?”
“흠… 근데 나도 같은 프사잖아. 진작에 얘기 좀 나오지 않았어?”
“오빠 거는 우리처럼 연락처 연결된 사람 아니면 거의 본 사람 없었거든. 다들 말로만 아~ 애 있다는 사람? 이런 정도로 알았지.”
“그래? 맨날 과제 하느라 쳐박혀 있어서 몰랐네.”
하긴. 당장 눈 앞에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런 소문 하나하나 추적하는 사람은 드물긴 하지.
이제는 희나라는, 진짜 길 가다 보면 무조건 한 번은 뒤돌아 볼 정도의 미인이 코앞에 보이기 때문에 불타오르는 걸 테고.
“암튼 그래서! 나 과대하면서 선배들이랑도 톡방 엄청 많은 거 알지? 거기가 완전 난리야! 특히 사랑이 완전 유명 인사인 거 알아?”
“사랑이는 또 왜?”
“귀엽잖아! 음, 이런 말 하긴 좀 미안한데… 오빠랑 언니 프사 아까 전부터 여러 톡방에 돌아다니고 있거든.”
“괜찮아. 그러라고 해 놓은 거니까.”
우리의 프사는 희나의 강력한 의지로 지정된 사진이었다. 이렇게 퍼지는 건 희나도 기꺼워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속도위반에 대해 분명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소문은 퍼질 것이고, 그런 자잘한 것들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아예 대놓고 가족사진을 올려놓은 다음, 나나 자기한테 치근덕거리는 사람이라도 없도록 한 거니까. 특히 남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무척 귀찮아하는 희나였기에 더욱.
그래서 예상은 했던 상황이지만,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근데 뭐라고들 해? 혹시 안 좋은 얘기 있어?”
“음~ 아니! 그런 건 없던데? 그냥 언니 예쁘다는 거랑 애기 귀엽다는 게 대부분이야. 그리고… 어…”
“그리고?”
“오, 오빠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도 좀… 많지…?”
“얘네처럼?”
“응…”
“아, 우리가 뭘! 우리가 형 죽이고 싶대? 하… 그래, 솔직히 죽이고 싶긴 해.”
“인정합니다.”
순순히 인정하는 둘의 모습에, 나보다 유진이가 더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연후 오빠가 뭘 했다고? 니들도 여친 사귀던가!”
“나도 오늘 아침에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런 생각까진 안 들었을 텐데…”
“그 키스씬이 결정적이었다. 인간적으로 존나 부러웠어. 죽이고 싶을 만큼.”
“나도 그건 보고 싶다…!”
“보긴 뭘 봐. 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희나한테 전화 왔어.”
“어!! 나도 껴도 돼?!”
“그러던가.”
“아싸~ 오빠, 혹시 식당에서도 한 번…?”
“뭐라는 거야.”
희희낙락하며 뒤를 따르는 유진이가, 은근슬쩍 키스씬에 대한 열망을 흘렸다. 물론 아침에 보여진 것도 사고였는데, 그걸 누구 보여주겠다고 대놓고 할 리가 없었다. 희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강의가 끝나 이제 막 정리가 끝났다는 전화를 받고, 곧장 학생 식당으로 향했다. 요 세 동기 녀석들을 데리고. 희나도 리아랑 같이 온다고 했으니 상관없겠지.
학생 식당은 우리가 있는 공대 건물에서 가까웠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진작에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희나와 리아가 보였다. 주변에 앉은 남자들이 은근히 시선을 주고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고.
어쩌다 보니 희나가 대학 내에서 꽤 유명해졌지만, 그래도 모든 학생들이 희나를 아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간혹 이미 결혼까지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들이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희나의 뒤쪽 테이블에서 말을 걸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듯한 저 남자 놈처럼.
저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짜증이 나지만, 한 편으로는 내 아내가 그렇게 대쉬를 받을 만큼 예쁘다는 사실에 괜히 뿌듯한 마음도 든다.
어차피 희나는 나만 볼 테니까.
“아, 자기야! 여기야~”
내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손을 흔들며 큰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희나. 그리고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자기’라는 단어에, 대부분의 시선들이 내 쪽으로 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꼭 희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런 좁은 공간에서 크게 자기야! 라고 부르면 궁금해서라도 눈이 갈 것이다. 물론 희나 뒷자리의 저 남자는 절망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지만.
감히 어딜 넘봐?
나는 그 시선들을 가볍게 무시하며, 희나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빨리 왔네? 리아도 오랜만이고. 내 동기들도 같이 왔는데 괜찮지?”
“당연히 괜찮지~”
“밥만 먹고 갈 건데 뭐. 너네도 오후에 또 강의 있잖아.”
“그렇긴 한데. 아, 희나는 전에 얼굴은 봤지? 얘부터 이찬형, 신재환, 이유진. 내 컴공 동기들.”
“안녕하세요, 언니! 이쪽은… 선배님?”
내 소개에 유진이가 먼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리아를 보면서는 말끝을 흐리는 것이, 확신을 못 하는 것 같아 내가 한마디 거들어주었다.
“쟨 2학년 맞아. 근데 희나는 진짜 애매하네. 이게 호칭을 학번대로 해야 하나?”
“뭘 그런 걸 일일이 따져. 그냥 다 언니라고 불러~ 어차피 난 자주 보지도 못할 텐데.”
“네, 언니!”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그리고 형수님!”
리아의 호칭을 정리해주자 유진이가 웃으며 답했다. 그 뒤로 재환이는 약간 어물쩡거리며, 그리고 찬형이는 고개를 크게 숙인 채 큰 목소리로 리아와 희나에게 인사했다.
그러면서 입에 올린 ‘형수님’이라는 단어에, 희나가 그보다 더 환할 수 없을 정도로 밝게 웃음 지었다.
“오랜만이에요. 찬형 씨라고 했죠? 앞으로 잘 부탁해요.”
“아닙니다, 형수님! 말 편하게 해주세요!”
“후후, 그럴까?”
“넵! 나중엔 꼭 사랑이도 보게 해주세요! 형이랑 형수님 닮아서 엄청 귀엽던데.”
“흐후훟… 나중에 연후한테 연락하고 놀러 와. 우리 사랑이가 사람들을 좋아해서, 와 주면 좋아할 거야.”
“헉, 꼭 들리겠습니다!”
이 자식, 사회생활 좀 할 줄 아는데? 희나가 좋아할 만한 워딩을 콕콕 찝어서 던지네.
희나의 반응을 확인하며, 찬형이가 넉살 좋게 대화를 이끌어갔다. 저 모습을 보면 미팅 때도 잘 할 것 같은데, 왜 다 조진 걸까.
내가 미팅은 안 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역시 얼굴이 중요한 건가.
안타깝다, 찬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