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37)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36화(137/213)
Ep. 136
겨울이 다가오고, 크리스마스가 머지 않은 이때.
사랑이가 자라는 것을 보는 즐거움에 하루하루가 고되면서도 행복했다.
어느덧 10개월 차에 들어선 사랑이는, 뒤집기를 넘어 이제는 자유롭게 바닥을 기어 다녔다.
그렇게 사랑이가 집안 구석구석 뽈뽈 기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희나의 집에는 우리 가족들이 더욱 자주 찾아오게 됐다. 이전에도 빈번하게 엄마나 아빠, 윤정 누나가 들리긴 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오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 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손녀~ 이리로 와야지. 할머니한테 와~”
“어허! 이리로! 할아버지한테! 여기 사랑이 주려고 고양이 인형도 가져왔어요~”
“공주님~ 매일 놀아 준 할머니가 누군지 알지~?”
“한사랑! 니가 가지고 있는 고양이 인형 오우너가 누군지 생각해라! 90%는 내가 사 준 거다!!!”
“큰엄마! 큰엄마가 여기 있어, 사랑아!!
“빠뿌?”
저마다 사랑이에게 양 팔을 벌린 채, 자기에게 기어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호소하고 있었다.
단순히 사랑이를 안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사랑이가 직접 다가와 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묘한 희열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저러는 것이다.
가족들이 전부 모여서 그러고 있으니, 사랑이가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니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사랑아, 누구한테 갈 거야?”
희나는 그런 사랑이의 뒤에서, 혹시라도 쓰러질까 등을 붙잡아 주며 사랑이에게 물었다. 이제 앉는 건 도움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보고 있으면 불안했으니까.
게다가 이젠 혼자 뭘 잡고 일어서려고까지 하니, 집에 있을 땐 항상 누군가가 따라다니게 되었다.
사랑이는 주위를 한 번 스윽 돌아보다가, 이내 희성이 형 쪽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모습을 본 희성이 형이 더욱 큰 목소리로 발광했다.
“한사랑!! 여기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키티가 여기 있다!!”
“아! 이희성 진짜 치사하네!! 그건 또 언제 가져왔어!”
“누나도 하나 사오시던가!”
“여, 여기 있잖아!! 내가 전에 사준 거!”
“그런 깜둥이 쥐돌이를 애가 좋아하겠어?”
“너, 너! 지금 미키를 무시하는 거야?!”
“나 말고 사랑이가 무시하는디?”
“으흑…”
다들 고양이 인형만 잔뜩 줬으니, 자기는 허를 찔러 보겠다며 미키x우스를 선물해 준 윤정 누나. 허나 사랑이가 그 인형을 손에 쥐는 일은 없었다. 정말 아예 관심을 안 주더라.
아무튼 미키x우스를 품에 안은 누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그 옆에서 희성이 형이, 최근 사랑이가 높은 빈도로 손에 쥐고 놀던 키티를 든 채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음마!”
그리고 키티를 보자마자 놔 달라는 듯 음마!를 외치는 사랑이. 아무래도 평상시에 아빠보다는 엄마가 훨씬 많이 들린 터라, 그게 귀에 익었는지 아빠보다 엄마를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빠빠도 해주긴 했지만.
“저게 좋아?”
“아으우!
사랑이가 키티 인형 쪽으로 가고 싶어하자, 희나가 사랑이의 몸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천천히 키티를 향해 기어간다.
그에 의기양양한 얼굴로 사랑이를 기다리는 희성이 형. 어른들도 각자 인형을 하나씩 손에 쥐고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최근엔 키티를 가장 좋아해서 변수가 없을 것이다.
난 소파에 몸을 기댄 채 그 경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팔을 잡아 채는 손길이 느껴진다.
-덥썩
“응?”
“연후야, 아빠 좀 도와라.”
“뭘 도와?”
아빠가 나를 잡아 당기고는, 옆자리에 앉힌 다음 손뼉을 치기 시작하셨다.
-짝! 짝!
“사랑아~ 여기 아빠한테 와야지! 아빠가 사랑이 기다린다!”
“아우?”
사랑이가 아빠라는 단어에 반응해서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는 말도 할 정도라, 엄마와 아빠라는 단어는 확실히 알아들었다.
근데 나를 이용하는 건 너무 치트키 아니야? 우리 사랑이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저씨 그건 반칙이죠!”
“연후 아빠 너무하시네~”
“거, 형님. 그러지 맙시다!”
이 악랄한 반칙에, 곧바로 희나네 집안 사람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솔직히 내가 생각하기에도 좀 치사하긴 했지만, 가재는 게 편인 법.
“한사랑! 아빠한테 오자~”
“아부브!”
잠시 키티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던 사랑이가, 내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이쪽으로 기어왔다.
팔 다리로 엉금엉금 열심히도 기어온 사랑이를, 아빠가 냉큼 가로채고는 끌어안았다.
“어이구~ 사랑이, 할아버지 보러 왔어?”
“빠빠!”
“흐하하! 사랑이가 너한테 가고 싶은가 보다.”
“애초에 나 팔아서 불러 놓고는, 무슨.”
할아버지에게 안겨있지만, 몸을 비틀며 내 쪽을 바라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몸부림에 결국 내가 사랑이를 안게 되었다.
나에게 오자마자, 사랑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목과 얼굴을 툭툭 치기 시작한다.
어우, 귀여워.
“야! 우리도 질 수 없다! 이희나 너도 일로 와서 사랑이 좀 불러 봐!”
“그래, 희나야! 네 힘을 보여…응?”
아깐 인형으로 다투더니, 이제는 합심해서 희나를 찾는 희성이 형과 윤정 누나.
하지만 희나는 어느샌가 내 뒤로 와서 나를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내 등에 얼굴을 묻은 채 푼수 웃음을 흘린다.
“흐후훟.”
“텄다. 쟨 이미 정신이 나갔어…”
“우리의 희망이…”
그에 형과 누나는 절망했고, 장모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딸이랑 우리 공주님이랑 둘 다 아주 사위한테 정신을 못 차리네~”
“희나가 연후한테 저러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니 원.”
거기에 장인 어른까지 한마디 보태신다. 근데 희나가 나한테 이러고 있는 거야 정말 매일 있는 일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뒤에선 희나가 나를 껴안고, 앞에선 사랑이가 내 얼굴을 붙잡고 있으니 이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다만 온 가족의 시선이 집중되는 게 조금 부담스러워서, 사랑이를 우리 엄마에게 보내주었다.
“엄마, 사랑이 좀 봐줘.”
“그래, 나도 우리 손녀 좀 안아보자.”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랑이를 받아 조심스레 안는다. 평상시엔 표정 변화를 보기 힘든 우리 엄마였지만, 사랑이 앞에서는 그런 엄마마저도 웃음꽃이 만개한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친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있었다. 셋째는 딸을 가지고 싶어 하셨다나. 근데 아들만 셋인 집이 됐으니, 그토록 희나를 좋아하고 사랑이에게 흠뻑 빠지는 것도 이해할 법 했다.
그리고 그건 우리 아빠도 마찬가지였고.
-딱! 딱!
엄마 옆에서, 연신 손가락을 튕기면서 사랑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
“우에으으으…”
안타깝게도 사랑이는 할머니에게 안겨 있으면서도 나만 바라봤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마저도 귀여운지, 허허 웃으며 손등으로 사랑이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으신다.
다만 그러면서.
“사랑이가 이렇게 예쁜데, 연후 나중에 군대나 갈 수 있겠어?”
이 집에서 절대 꺼내서는 안 되는 단어를 말하고야 말았다.
“헉, 아빠! 그건 금기인…”
-꽈악
아니나 다를까, 얌전히 나를 껴안고 있던 희나가 팔에 강하게 힘을 주기 시작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안 돼에… 자기 못 가…”
“끄억… 희, 희나야… 멀었어… 나 아직 가려면 멀었으니까…!”
“나중에도 못 가!!”
“안 가… 안 갈게! 목 좀 놔줘!”
나를 죽일 듯이 목을 조르고 있기에, 탭을 치면서 항복 선언을 했다. 내가 죽을 것 같은 신음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힘을 풀어준다.
“그런 거 가지마아…”
“내가 너 두고 어딜 가.”
하지만 여전히 내 등에 얼굴을 파묻고는 칭얼거렸다. 나는 목에 감겨 있는 희나의 팔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동시에 아빠에게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더 이상 군대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아빠는 그걸 보더니 소리 없이 웃으시고는, 다시금 사랑이에게 집중하셨다. 그걸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군대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갈 생각이었기에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이긴 했다. 심지어 사랑이 덕분에 상근으로 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가더라도 아예 얼굴을 못 보는 건 훈련소 기간 정도 뿐이다.
그리고 이건 희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나보다 희나가 더 열심히 조사해서 나한테 알려준 거니까. 그런데 그 훈련소에 가서 얼굴을 못 보게 될 5주를, 상상조차 하기 싫은지 그 이야기만 나오면 몸부림을 친다.
전에 희성이 형이 장난삼아 ‘한연후 군대가면 니 어쩌냐~’하고 놀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짜 희성이 형 제삿날이 될 뻔 했다. 너무 살벌해서 나조차도 사랑이를 데리고 밖으로 피신했을 정도로.
덕분에 그 이후로 이 집에서 군대 이야기는 금기가 된 것이다.
“엄마, 형들은 아직이래?”
나는 계속 희나를 달래주며 엄마에게 물었다. 오늘은 형들도 쉬는 날이라 부모님이랑 같이 올 줄 알았는데, 뭐 사올 게 있다고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다.
“이제 올 때가 되긴 했는데.”
“형들도 사랑이 인형 사오려고 그러나?”
“이러다가 우리 집 인형 장사 하겠어~”
“그러게 말이에요.”
장모님이 웃으며 말씀하신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나 희나도 인형을 사주긴 했지만, 우리 외에도 가족들이고 친척들이고 죄다 인형을 사다 줘서 집이 아주 그냥 고양이 인형 천지였다.
-띵동!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형들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인터폰이 울렸다.
“아, 왔나 보다. 내가 나가볼…”
“…아냐. 내가 갈게.”
어느새 조금 진정됐는지, 희나가 몸을 일으켜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곧이어, 희나의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오빠? 고맙긴 하지만… 이건 너무 많은데…”
“다다익선 모름?”
“미안. 내가 눈치챘을 땐 이미 계산까지 끝내서 막을 수가 없었다.”
현관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다들 그쪽을 바라보았다.
뭘 얼마나 사왔길래 희나가 저러지?
그리고 그 궁금증은, 마치 산타처럼 등 뒤로 한 보따리를 메고 온 선후 형의 모습을 보니 단박에 풀렸다.
농담 아니고 진짜 사람도 들어가겠다 싶은 커다란 봉다리 안에 과자가 잔뜩 들어 있었다. 사랑이 또래 아가들이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쌀과자가 한가득.
그걸 본 윤정 누나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한마디 내뱉었다.
“떡뻥 먹다가 사랑이 죽겠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