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41)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40화(141/213)
Ep. 140
사랑이의 첫 번째 생일이자, 돌 잔칫날.
아침부터 메이크업이나 환복 등, 곧바로 호텔로 향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기본적인 것들은 외부 업체들의 힘을 빌렸지만, 그 외에 답례품이나 세세한 준비는 우리의 힘으로 해야 했다.
그래도 그런 것들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거나 힘든 것이 없었다. 다만 그 후, 돌잔치에 찾아와 주는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서서히 몸이 지쳐간 것이다. 헌데 그 와중에도, 희나는 연신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한창 친척들이나 친구들을 맞이해 주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어유~ 우리 손주 며느리. 곱네, 고와~”
“감사합니다, 할머님.”
희나가 그렇게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단 한순간도 미소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저렇게 사람들을 맞이하는 걸 보면 정말 감탄만 나왔다.
게다가 저번에 잠자리에 같이 골랐던, 코랄 베이지 색의 한복을 단아하게 입고 있는 희나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선녀가 내려온 듯했다.
매일 그녀를 보고 있는 나도, 가족들도. 우리 친척들이나 희나의 친척들 모두.
그 자태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야~ 이희나 미쳤네, 오늘.”
“오랜만에 한연후를 존나 죽여버리고 싶은 걸?”
“변사체로 만들어 버리고 싶긴 해.”
“리얼루.”
간만에 친구들은 살의를 내비쳤고.
“와, 연후 형. 형수님 뭐임? 어떻게 꼬셨어?”
“얌마, 꼬시긴. 희나가 나한테 반해서 고백했거든.”
“아 쫌. 개소리하지 말고.”
“양심 뒤졌어?”
“……”
심지어 사촌 동생들은 이런 건방진 말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늘의 희나는,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서 어딘가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지금의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그런 느낌의 은은한 미소를 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덕분에 분명 사랑이의 돌잔치인데, 사랑이보다 희나가 더 눈에 띄고 있었다.
“어마아아아!”
사랑이도 오늘의 엄마가 그 어느 때보다도 예쁜 게 눈에 보이는지, 오늘 만큼은 나보다 희나를 더 찾았다.
그 마음을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다시 한 번 반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나는 그저 사랑이의 생일 잔치에 와 준 사람들에게 꽃보다 예쁜 그 미소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
그리 많지 않은 인원이 전부 도착하고 나서, 사랑이의 돌잔치는 행복과 웃음으로 가득한 분위기로 빠르게 진행됐다.
“그럼!!! 한사랑의 생에 첫 생일 파티를!! 시~작! 하겠습니다!!!”
어디 게임 방송 오프닝에서 나올 법한 느낌으로 희성이 형이 돌잔치의 시작을 알렸고, 우리는 사랑이와 함께 생일 파티를 찾아와 준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번에 사랑이의 첫 돌을 맞이하여 여러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저희지만,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이 자리에─”
그리고 가족의 대표로서 앞에 나와, 잦은 과제와 발표로 다져진 실력을 맘껏 뽐내는 인사말로 스타트를 끊고.
“미쳤다… 사랑이 너무 귀여워…”
“저게 벌써 반 년이 지났네. 시간 진짜 빠르다니까.”
“애가 아빠랑 엄마를 쏙 빼닮았네.”
첫 번째 순서로 사랑이의 성장 과정 동영상을 감상했다. 5분 정도의 짧은 길이에, 우리가 보낸 영상과 사진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정말 사랑이의 1년을 제대로 압축해 보여주었다.
사랑이가 태어나 희나의 품에 안겨 있던 순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몸을 가눌 수 있게 되고, 어느덧 우리의 손을 잡고 마음껏 걸어 다니는 최근의 모습까지.
진심으로 만들어 준 업체에 팁까지 주고 싶은 완성도였다. 보고 있으면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을 정도로.
그 짧은 영상이 끝이 나고는, 곧바로 케이크 커팅식이 이어졌다.
나와 희나는 사랑이를 안고 케이크 앞으로 가서, 사랑이에게 무딘 빵칼을 쥐여주었다.
“엄마 하는 거 보이지? 이렇게 하는 거야~”
“이거 잡고 엄마처럼 아래로~ 옳지, 잘한다!”
“아부아!!!!”
다행히 사랑이는 빵칼을 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아래로 죽 내려 그었다. 힘이 부족해 제대로 커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 정도면 전국 1살 아기 상위 0.01% 라고 생각한다.
케이크가 커팅이 됐냐 아니냐 보다는, 그 시늉을 제대로 했다는 것이 제일 중요했으니까.
-짝짝짝!!
사랑이의 훌륭한 칼질에 사방에서 박수가 나왔다. 그 사이에서 더욱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윤정 누나가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꺄!!! 사랑이 멋있다!! 휘익-!!!”
“한! 사! 랑! 한! 사! 랑!”
그 뒤로 사회자인 희성이 형까지 같이 사랑이를 연호하며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었고, 그 높은 텐션에 편승해서 곧바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사랑이~”
나와 희나가 앞서 부르자, 뒤이어 조부모님들이나 어른들이 따라 불러주셨고, 그 외에 어린 친척 애들도 적당히 따라와 주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해, 사랑아!!!”
“한사랑!! 해피버스데이!!!”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마이크를 든 희성이 형과 목소리 큰 윤정 누나가 난리를 치고 있으니 사운드가 꽉 차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덕분에 이제 막 시작한 생일 파티였음에도, 벌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뭐, 생일 파티니까 이 정도가 딱일 지도. 형과 누나에겐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
—
생각보다 굉장히 시끄러웠던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고, 이어지는 순서는 돌잡이였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연필, 공, 청진기, 지폐 등등과 함께 내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사랑이가 무엇을 잡는지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 친척들 몇몇이, ‘근데 애아빠 사진은 왜 올라가 있어?’라는 굉장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의문을 가지기는 했지만, 일단은 그냥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그것들 바로 앞에 사랑이를 앉혀 놓고,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자, 사랑아. 어떤 거 잡을래?”
“아빠빠!! 아바!!!”
테이블에 앉자마자, 양손으로 무릎을 내려치더니 주위를 스윽 둘러보는 사랑이.
이내 사랑이의 시선은, 내 사진이 들어가 있는 소형 액자에 꽂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혹시 희나가 진짜 방해하려나? 싶었지만, 희나는 박수를 치며 사랑이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이.
그리고 그보다 더 옆의 한구석에서는, 내 친구들 또한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야, 근데 한연후 사진은 왜 있는 거냐?”
“그러게 말이다. 저거는 잡으면 대체 뭐지? 아빠랑 결혼하겠다는 거?”
“와, 한연후만 개이득이네.”
음, 솔직히 그 감상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사실 저걸 보고는 우리나 희나쪽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소리 하시진 않을까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다행히 다들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고만 계셨다.
부모님들이 놓은 만큼, 미리 언질을 주셨을 지도 몰랐다. 만약 들었다면 왜 안 말리셨는지는 나도 의문이긴 하지만.
“아이구, 아가가 손녀사위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어쨌든 어르신들끼리 즐거이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에 안도할 수 있었다.
뭐, 애초에 완전 정석대로의 돌잔치는 아니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활쏘기라던가 천지 신명께 감사드리기? 같은 것들은 요즘 세상에 왜 하냐면서 그냥 빼버리셨고.
아무튼 사랑이는,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던 내 사진 액자를 기어코 잡아 버리고는, 꺄르르 웃으며 위아래로 흔들었다.
“한사랑의 선택은!!! 아빠인 한연후의 사진이었습니다!!! 와, 진짜 저걸 잡네. 그래, 그냥 니가 커서 아빠랑 결혼해라!!”
희성이 형이 하늘을 뚫을 것 같은 텐션으로 그리 외치자, 주위에서 웃음 소리와 함께 장난스런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암만 딸이라도 아빠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이러다 나중에 엄마한테서 아빠 뺏어가겠네~”
장난을 넘어서, 실제로 사랑이의 엄마에게 질투와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그 발언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하여 떨리는 몸으로 슬쩍 희나를 돌아보았으나, 웬일인지 희나는 그런 말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후후, 우리 사랑이가 아빠를 너무 좋아해요~ 매일 아빠만 찾는다니까?”
질투를 하기는 커녕, 그렇게 남들처럼 그저 웃어 넘겨버렸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참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정말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서 그런 장난따위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어디까지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자리다 보니, 우리가 처음 예상했던 것 같은 결혼식 느낌의 분위기는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잔칫날 마냥 여기저기서 밝은 웃음과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는, 엄청나게 떠들썩한 이 사랑이의 생일 파티가, 무척이나 희나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
돌잡이까지 끝나고 나서는 식사 시간을 가졌다. 물론 나는 밥을 먹기보다, 사랑이를 안은 채 테이블들을 돌아다니며 찾아와 준 사람들에게 식사 맛있게 하라는 등의 인사를 드리고 다녔다.
꽤 힘이 부치긴 했지만, 식사 끝나고, 인사 드리고, 돌아가시는 길 답례품만 주고 나면 돌잔치도 끝이었다. 사실상 지금이 거의 막바지나 다름 없었기에 마지막으로 힘을 낸 것이다.
그렇게 한 바퀴를 쭉 돌고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희나가 물과 간단히 먹을 것들을 챙겨주었다.
“고생했어. 배 많이 고프지?”
“아냐, 괜찮아.”
“괜찮기는. 자기 좋아하는 것들 내가 챙겨왔어. 한 입에 먹기 좋게 해놨으니까 이거라도 좀 먹어.”
희나의 배려를 받으며 조금이나마 음식들을 입에 우겨 넣었다. 배고프긴 해도 힘들어서 그런지 썩 입맛이 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희나가 나를 위해 챙겨줬는데 안 먹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입에 들어온 것들을 열심히 씹으며, 멍하니 내 앞에서 사랑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는 희나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예쁘고, 또 사랑스러운 내 아내를.
나중에 웨딩 드레스를 입으면, 그때도 오늘만큼 예쁠까.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풋풋한 고등학생 시절 만났던 우리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었고, 아이를 낳았으며, 혼인 신고를 해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의 앞에서 당당하게 부부로서, 우리 딸의 생일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하기까지 한 것이다.
“사랑아~ 맛있어요?”
“아무아아아!”
“사랑이 너무 잘 먹네~ 착하다~”
자애로운 눈길로 사랑이를 돌봐주고 있는 내 아내가, 그날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어땠을까. 별다른 꿈도 없이 그저 적당히 살고 있던 나를, 희나가 발견해 주지 않았다면.
희나를 만나지 않은 내가 어떠했을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제 희나는 내 인생 자체였으니까. 그날부터 꾸준했던 내 여자친구의 도움이, 사랑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었을 테니까.
문득 예전을 떠올려 보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희나는, 나에게 무척이나 잘해줬다. 이상의 여자친구가 있다면 바로 희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단순히 그런 모습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면들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보다 한참이나 연상 같고, 어른스러움을 느끼게 했던 껍질을 벗어던지고.
내 또래의 여자아이처럼 기뻐하고, 질투하며, 가끔은 바보 같은 행동도 하면서.
그렇게 서서히 변해 간 모습이 좋냐, 싫냐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희나는 그 존재만으로도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 그 자체였고, 평생을 감사하며 지낼 테니까.
예전의 누나 같던 희나도, 지금의 귀여우면서도 가끔은 귀찮은 희나도.
세상에서 최고로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희나는 여전히.
“자기야! 오늘 계속 사랑이 데리고 있느라 힘들었지? 이제부터는 내가 봐줄 테니까 조금 쉬어.”
여자친구가 아닌,
이제는 아내로서.
특별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에서.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고 있으니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분명,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