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43)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42화(143/213)
Ep. 142
사랑이의 돌잔치 후 3년이 지났다.
그때부터야, 뭐. 물론 많은 일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가족들은 여전히 화목하고, 희나는 나에게 딱 달라붙어 있고, 사랑이 또한 변함없이 아빠 바라기였다.
그래도 그 사이에 있던 일 중 가장 큰 이벤트라 하면, 역시 정후 형과 윤정 누나의 결혼식일까.
사랑이 돌잔치 다음 해에 결혼한 둘은, 각자 직장에서 자리도 잡았겠다 결혼식 후 바로 독립을 하려고 했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집값도 만만치 않았을 뿐더러, 생각보다 둘의 일이 너무 바빠서 퇴근 후 집안일을 건드리기 힘들 정도였다.
하여 별 수 없이 누나가, 아니 형수가 시댁살이를 하게 되었다. 내가 희나네 집에서 처가살이를 하듯이 말이다.
형수도 어차피 반쯤 우리 집에서 살고 있었으니 크게 불편할 것도 없었고.
그것 외의 중요한 일은, 희나가 4학년 때 대기업 하반기 공채에 합격해서 1월부터 바로 출근을 시작한 일이라던가.
아니면 내가 대학생 때 간간히 했던 웹 디자인 외주를, 졸업한 지금까지도 받고 있다는 것 정도.
3학년 때 선배 연줄로 알바처럼 외주를 받아서 사이트를 하나 만든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평판이 굉장히 좋았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꾸준히 의뢰를 받게 된 것인데.
문제는 희나가 그걸 보더니.
“자기 그럼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하는 건 어때? 어차피 과도 컴퓨터를 사용하는 쪽이니까,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같은 말을 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웹 디자인은 배운 걸 겸사겸사 써먹어서 어쩌다가 알바로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지, 내 본 전공은 졸업했다고 곧바로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경력도 뭣도 없는 컴공생에게 일거리가 들어올 리 만무했으니까. 웹 디자인도 소개 받아서 엄청 싼 가격에 해줬던 게 운 좋게 입소문 탄 거였고.
하지만 희나는 내가 어디 안 나가고 집에만 있었으면 좋겠는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몇 번이고 주장했었다. 그게 불가능함을 납득 시키는데 며칠이 걸렸던지.
나야 어디까지나 군대 가기 전까지만 집에서 알바로 하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원래는 군대도 상근 신청 후 대학 졸업하면서 곧바로 가려고 했다. 그래야 빨리 복무를 끝내고 취직을 할 테니까.
근데 일단 신청까지는 무사히 통과가 되었는데, 이 부근 부대의 상근 예비역 입영 계획이 가까운 시일 내에는 아예 없었다. 그나마 가장 빠른 게 여름 직후라서 결국 그때까지 미루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반 백수로, 웹 디자인 알바를 하면서 사랑이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돌아오면 돌봐주는. 그리고 희나가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오는 것을 집에서 기다리는.
그런 전업 주부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뭐, 희나와 사랑이는 엄청 좋아하긴 했지만.
내가 계속 집에 있으니까.
—
희나와 희성이 형, 장인 어른은 출근했고 장모님은 일이 있으셔서 집에 없는 날.
거기다 오늘은 사랑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공사가 있어서 종일 집에서 봐주게 되었다. 덕분에 사랑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나는 앞치마를 맨 채 간식을 만들어 주었다.
무려 핫케이크를!
예전에 희나와 동거할 때도 나름 취미 삼아 요리를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지금 빛을 발했다.
물론 반 백수라고는 해도 이렇게 요리나 하면서 매일 놀고 있지는 않았다. 남는 시간마다 코딩이나 영어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랑이도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면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 매우매우 착한 아이였기에 지금 이 시간도 평소처럼 공부를 해도 괜찮았지만.
“사랑이 이거 혼자서 바! 아빠 갠차나!”
이제는 머리도 많이 길어서, 정말 미니 희나라는 칭호에 걸맞을 만큼 부쩍 커버린 사랑이가.
나를 닮아 살짝 내려간 눈꼬리로 방긋 웃으며, 자기한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 혼자 동화책을 넘기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공부 따위에 집중할 수 있겠어?
하여 곧장 사랑이를 안아 들고 주방으로 와서 핫케이크를 만들게 된 것이다.
어차피 슬슬 간식 타임이기도 했고.
사랑이가 먹다가 목이 메이지 않도록, 모양이 안 예뻐지더라도 너무 두껍지 않게 만든 핫케이크를 접시에 올려 가져왔다.
그러자 사랑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와서, 까치발을 든 채 식탁 위의 핫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아! 이거는 모야?”
“핫케이크야. 사랑이는 핫케이크가 뭔지 알아?”
“아라! 삼초니가 사랑이 줬어!”
“희성이 삼촌이 줬어?”
“네에! 근데에~ 사랑이 먹은 거, 달라!”
“이거랑 달라?”
“응!”
뭐, 희성이 형이 사랑이 먹일 건데 어디서 싸구려를 사오지도 않았을 거고, 분명 엄청 비싼 핫케이크를 사왔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내 핫케이크야 손색이 있겠지마는.
“어떤 게 더 맛있어 보여?”
“아빠가 만드러 준 거!”
“아직 먹지도 않았잖아.”
“그래도 더 마시써!”
“역시 우리 사랑이밖에 없네~”
“히히~”
내 말에 기분 좋은 듯 베시시 웃는 사랑이.
아기 때에도 그랬지만, 사랑이는 여전히 나를 너무너무 좋아했다.
어린이집에서 사랑이를 데려오려고 할 때,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다가도 내가 부르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곧장 뛰쳐 나온다. 그리고 주말이면 희나랑 같이 종일 나에게 달라붙어 있었고.
솔직히 너무 심하게 나를 좋아하는 거 아닌가 해서, 슬쩍 상담을 받아본 적도 있긴 했다.
근데 내가 없을 때도 문제 없이 잘 지내는 것을 보면, 그냥 아빠를 무척 많이 좋아하는 것 뿐이니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한다.
나는 사랑이를 들어서 사랑이 전용 어린이 의자에 앉힌 다음, 칼로 핫케이크를 잘게 잘라 주었다. 한입에 넣기 편하도록.
그리고 포크로 한 조각을 찔러, 꿀을 조금 바른 후에 사랑이에게 물었다.
“사랑아, 음식은 몇 번 씹고 삼키기?”
“으움…”
내 물음에 손가락을 꼼지락 대더니, 이내 머리 위로 양 손바닥을 활짝 펼치며 외친다.
“삼심뻔!”
“옳지, 우리 사랑이 너무 똑똑하네~ 자, 아~”
“아~”
-우물우물
핫케이크 조각을 입에 넣어주자,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다. 그러면서도 눈웃음을 짓고 있는 사랑이의 눈은 내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나 역시 사랑이와 시선을 맞춘 채로 마주 웃어주며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음~ 딜리셔스. 나 요리 개잘한다니까, 진짜.
속으로 자화자찬을 하면서, 캐릭터 포크를 사랑이 손에 쥐어주었다. 하지만 사랑이는 내가 준 포크를 손에 쥔 채로 움직이지 않고, 다시금 입을 벌렸다.
“아~”
“사랑이 혼자 먹을 수 있잖아.”
“아빠가 주는 거 마시써!”
“사랑이 이제 아가 아니잖아. 그런데 아빠가 계속 먹여줘?”
“아~!”
작은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 내가 계속 먹여주게 되었다. 희나가 있으면 한사랑! 하면서 엄하게 말해줬겠지만, 나는 차마 사랑이한테 그럴 수가 없었다.
우리 딸이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목소리를 높이겠어.
—
“거부기…가… 토끼를… 따라가써요…”
“거북이가 토끼 열심히 따라갔어?”
“네에. 거부기 느려!”
“그러게~ 거북이가 왜 느릴까?”
“등이 무거운가 바요!”
“그렇구나~ 거북이는 등껍질이 무거워서 느린 거구나?”
“응!
간식을 먹고 난 후에는, 거실에서 사랑이를 안고 같이 동화책을 읽었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 아직까지도 집에는 우리 둘 뿐이었다.
장인 어른과 희성이 형은 원래 이 시간에 퇴근하는 일이 드물었고, 장모님도 더 늦게나 도착할 것 같다고 메세지를 보내주셨다.
희나만 이제 슬슬 집에 도착할 시간이었다. 대기업 신입 사원이 어찌 이 시간에 퇴근하냐 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희나가 다니는 회사 내에서 정도가 심한 야근을 막고 칼퇴를 장려하는 풍조가 만연해 보통 이 시간 즈음이면 퇴근하곤 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남들 보여주기 식으로 신입 사원에 한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야 땡큐였지만.
-띡, 띠리링~
그리고 마침, 희나가 돌아왔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사랑아! 엄마 왔나 보다!”
“엄마아!!!”
-다다다!
문의 잠금 해제 소리가 들리자마자,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는 사랑이가 몸을 일으켜 현관 쪽으로 달려갔다. 나도 천천히 그 뒤를 따라 가니, 정장 차림의 희나가 신발을 벗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비단결 같이 흘러내리는 검은색 머리와, 새하얀 와이셔츠. 그리고 검은색 정장.
희나는 바지 정장을 입은 모습이 참 멋있었다. 대학교 4학년이 됐을 때까지도 나는 항상 희나가 귀엽고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미모의 커리어 우먼이 이런 느낌일까 싶다. 입사한 지 3개월쯤 되고 나니 몸가짐에 여유도 생겼고.
사랑이가 희나의 앞에서 배꼽 인사를 하며 반겨주었다.
“다녀오셔써여!”
“다녀왔어요~ 우리 사랑이, 아빠 말 잘 듣고 있었어?”
“네! 하케이크도 머거써!”
“그래~? 맛있었겠네~”
안으로 들어오며 사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목을 팔을 감고는 곧바로 입을 겹쳐왔다.
-쪽!
“다녀왔어.”
“어서 와. 오늘도 고생 많았어. 바로 밥 먹을래?”
“응, 씻고 와서.”
“사랑이도 지금 씻길까? 데리고 같이 씻을래? 피곤하면 이따가 내가 씻길게.”
“으음~”
희나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사랑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랑아! 오늘은 아빠랑 엄마랑 다같이 목욕할까?”
“네에! 가치 할래!”
“그렇대, 자기야. 오늘 엄마도 늦을 거라던데, 괜찮지 않을까?”
“어휴… 알았어. 내가 물 데우고 있을 테니까, 사랑이 옷 좀 챙겨 줘.”
“부탁해~”
-쪽!
희나가 내 입술에 다시 한 번 키스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기 위해서. 그런데 사랑이가 희나를 따라가지 않고, 내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빠아빠!”
“응? 왜?”
“사랑이도요!”
“뽀뽀해줘?”
“네에!”
“알았어. 자, 입!”
-쪽!
오리처럼 입술을 모아 내미는 사랑이에게 가볍게 뽀뽀를 해주었다. 그제서야 사랑이가 히히 웃으며 방으로 달려간다.
“엄마아~ 사랑이도 아빠랑 뽀뽀 해써!”
“그래? 엄마도 뽀뽀 해줄까?”
“응! 뽀뽀!”
방에서 들려오는 모녀의 즐거운 대화를 들으며, 다시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것이 무척이나 평범한, 최근 우리의 일상이었다.
귀여운 딸과, 멋진 아내와, 집 지키는 남편. 비록 아직 처가살이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어쨌든 행복한 가정으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