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44)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43화(144/213)
Ep. 143
주말, 오랜만에 친가에 돌아왔다. 희나, 사랑이와 함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꽤 자주 찾아오는 편이다. 그 전에는 아무래도 우리 쪽에 찾아오시지 않는 이상, 우리가 너무 바빠서 움직이기가 힘들었으니까.
부모님은 내가 계속 처가에서만 살고 있는 것을 조금 아쉬워 하셨다. 아니, 사실 나를 못 봐서 아쉬운 게 아니라 사랑이를 못 보는 게 아쉬운 거겠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는 남는 방이 내 방 하나 뿐인데, 솔직히 셋이서 지낼 수 없는 크기다. 나랑 희나 둘만 쓰기에도 비좁을 정도라서.
지금 내가 지내고 있는 희나의 방도, 책상이나 장을 전부 빼고 나서야 몸이 더 커진 사랑이의 자리가 마련됐다. 근데 그보다 작은 내 방에선 셋이서 생활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무이!”
“손녀, 잘 지냈어?”
“네에! 하무니도 잘 지내써요?”
“그럼~”
“사랑아, 할아버지한테도 와야지!”
“하부지이!”
“허허, 그래. 하부지 여기 있어요~”
희나와 사랑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랑이가 두다다 뛰어다니면서 부모님의 하트를 초토화 시켰다.
할머니한테 뛰어들어 포옹 한 번, 그다음 할아버지에게도 한 번.
겉으로 표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우리 엄마에게, 저토록 눈에 띄는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 건 세상에서 아마 사랑이 뿐일 것이다.
“어머님, 이거 건강 음료예요.”
“뭘 또 이런 걸 사 왔어.”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너 바쁜 거 다 아는데. 좀 쉬렴. 사랑이는 우리가 볼 테니까.”
사랑이가 워낙 말을 잘 듣는 편이라 데리고 있다고 피곤할 것도 없었다. 우리 쉬려고 데려왔다기 보단 그냥 두 분이 워낙 사랑이를 보고 싶어하셨기에 온 것이다.
하여 우리는 거실 소파에 앉은 채, 부모님이 사랑이와 놀아주는 것을 구경했다.
“이짜나요! 아빠가 하…하트… 하트케이크? 만드러 줘써요!”
“어이구, 그랬어요? 우리 손녀 좋았겠네.”
“엄청 마시써써! 사랑이 또 먹고 시퍼요!”
“할머니가 아빠한테 또 만들어 주라고 할까?”
“네에!! 그치만… 그런데에…”
“응? 왜?”
큰 목소리로 할머니와 대화하던 사랑이가, 별안간 소리를 작게 줄이고는 할머니의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한테도 전부 들렸지만.
“사랑이가 부탁해따고 말하면 안대요. 엄마한테 혼나요.”
그 귀여운 청탁에 우리 모두 소리 없이 함박 웃음을 지었다. 잠시 후, 우리 엄마가 사랑이에게 맞춰서 목소리를 죽이고 물었다.
“엄마한테 혼나?”
“네에. 사랑이 간식 많이 먹었대요… 어제에… 아빠랑 사랑이랑 혼나써…”
혼나긴 했다. 그 핫케이크를 준 날은 아니고, 어제 저녁 먹기 전에 사랑이랑 과자 두 봉지를 비워버려서.
솔직히 혼나도 할 말이 없긴 했지. 그것 때문에 저녁 밥도 제대로 못 먹였으니까.
“아이구, 그럼 안 되지. 할머니가 사랑이한테 하트케이크 주고 싶다고 할게.”
“히히, 할머니 고마어요! 사랑이가 볼에 뽀뽀해 주께여!”
“정말? 여기여기~”
-쪽!
할머니의 볼에 뽀뽀를 한 사랑이가, 다시금 조잘조잘 최근 있었던 일을 하나씩 늘어놓고 있었다. 아빠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내 쪽으로 오더니 슬쩍 물어보았다.
“연후야, 근데 하트 케이크가 뭐냐? 너 케이크도 만들 줄 알아?”
“며칠 전에 핫케이크 만들어 준 적 있거든. 사랑이 어린이집 쉬는 날에.”
“좋아하디?”
“잘 먹던데. 꿀도 좋아하고.”
“새아가한테 혼난 건 왜 혼났어?”
“어제 저녁 먹기 전에 과자를 너무 많이 먹여서…”
“혼날만 했구만.”
“에이, 아빠도 사랑이가 과자 달라고 계속 엉기면 줄 수밖에 없을 걸. 못 이긴다니까.”
“흐허헣, 그러려나. 사랑이 과자 좋아하는 거 너 닮아서 그런가 보다.”
“그런가 봐. 나랑 좋아하는 과자도 비슷해.”
“흐훕…”
나와 아빠의 대화를 듣던 희나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래?”
“예전에 자기가 사랑이는 내 입맛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 건강에 안 좋은 거 너무 좋아할까 봐.”
“그랬었나?”
“응. 그런데 자기랑 입맛이 완전 똑같네?”
“크흠…”
“하긴, 저번에 사랑이 할머니랑 사랑이 데리고 산책 나갔을 때 포장마차를 그렇게 뚫어져라 보더라고.”
“저희랑 나갈 때도 그래요. 밖에 나가기면 하면 둘이 맨날 꼬치 하나씩 입에 물고 있거든요.”
변명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사랑이가 입맛이 나랑 똑 닮긴 했다. 길거리 음식, 단 거, 과자. 환장을 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나랑 비슷하게.
덕분에 사랑이는 밖에서 뭐 먹고 싶은 것만 생기면, 무조건 나부터 바라본다. 나도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나야 사랑이가 먹고 싶다는 데 안 사줄 리가 없었다. 물론 너무 많이 먹이진 않고, 보통 하나만 사서 나눠 먹지만.
-달칵
“하암…”
그렇게 나와 사랑이의 입맛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굉장히 부스스해 보이는 형수가 나왔다.
딱 봐도 피곤해 죽을 것 같은 얼굴인 것을 보니, 금요일인 어제도 야근에 찌들었나 보다.
형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화장실 쪽으로 향하다가, 거실에 우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연후야! 희나야! 그, 그렇다면 설마…!”
“아! 크넘마다!!”
“사랑아아아아아!!!!!!”
할머니랑 놀던 사랑이가 형수를 보자마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고, 형수는 울부짖으며 사랑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강렬하게 사랑이를 끌어안고는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꺄~ 우리 사랑이!! 놀러 왔어!? 오늘도 너무너무 귀엽네!! 잠깐, 큰엄마가 사랑이 줄 인형 사 놨는데!”
“정말?!”
“정말이지! 근데 사랑이는 큰엄마 안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시퍼써요!”
사실 집에서 형수 이야기를 꺼낸 적은 거의 없었다.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자주 보고 싶다고 말하곤 하는데.
인형을 받기 위한 사랑이의 립서비스를 구태여 방해하진 않았다.
잠시간 사랑이를 안고 한껏 풀어진 얼굴로 행복을 만끽하던 형수가, 방으로 돌아가서 자그마한 고양이 인형을 하나 가져왔다. 사랑이 품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인.
아가 때부터 고양이 인형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랑이였기에, 그걸 보자마자 눈을 빛냈다.
어렸을 때 샀던 것들은 대부분 근처 어린이 집이나 보육원에 기부를 해서 집에 남아있는 것이 몇 개 없었다.
계속 가지고 있기엔 너무 많기도 했고, 크면 점차 다른 인형을 좋아할 줄 알아서 그런 것인데, 아직까지도 사랑이는 고양이한테 푹 빠져 있었다.
“우와아! 냐옹이!”
“후후, 사랑아! 이 고양이 인형 가지고 싶지?”
“네에!”
“하지만 조건이 있어!”
마치 인질처럼 한 손에 고양이 인형을 든 형수가,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큰엄마한테 여기에 뽀뽀해 주면 줄게!”
“아! 아, 안 대는데…”
그리고 그 조건에, 사랑이가 급 망설이기 시작했다. 아무한테나 다 애교부리면서 뽀뽀를 해줄 것 같지만, 의외로 사랑이가 입술 뽀뽀를 허락해 주는 것은 오로지 나와 희나한테 뿐이었다. 그 외의 사람에게는 볼 뽀뽀까지가 한계였고.
굳이 물어본 적이 없어서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주위를 인식하게 되고서부터는 줄곧 그랬다.
아마 형수도 그걸 알고, 이참에 한번 받아보고 싶은 생각인지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런 조건을 내건 걸 것이다.
인형도 어떻게 사랑이 마음에 쏙 들만한 걸로 잘 골라온 덕분에, 사랑이가 이렇게 갈등하고 있는 것이고.
잠시 손발을 꼼지락 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던 사랑이가, 이내 애교를 부리며 형수에게 달라붙었다.
“사랑이가 볼에 뽀뽀해 주께여!”
“입술에 안 해주면 인형 안 줄 거야!”
“그건 안대는데…”
“응~? 왜 안 되는데? 입술에 안 해주면 안 줘!”
“하지만… 하, 하양이가 사랑이랑 놀구 싶다구 했는데…”
“하양이? 아, 얘?”
순간 뭘 말하나 했는데, 인형 색깔이 하얀색인 걸 보고 그새 이름까지 지어줬나 보다.
“하양이가 사랑이랑 놀고 싶대?”
“네에… 사랑이 집에, 하양이 친구도 마나! 그래서 같이 놀구 싶대!”
“그치만 여기도 하양이 친구 많은데? 큰엄마도 하양이 친구인데?”
“그래두… 우리 알록이랑 놀기로 했는데에…”
어떻게든 입술 뽀뽀만은 피하고 싶은지, 생각나는 대로 말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걸 듣다가 희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알록이가 누구더라?”
“그거, 사랑이 베개.”
“아~”
맞다. 고양이 모양의 낮잠 베개. 그거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알록이라고 불렀지, 참.
아무튼 무조건 입술 뽀뽀를 받고 싶어하는 형수와, 볼 뽀뽀로 타협하고 싶은 사랑이 간의 치열한 대치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사랑이가 점점 더 시무룩해져 가는 것을 보고는, 결국 형수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아이~ 알았어. 미안해, 사랑아~ 그럼 큰엄마한테 볼 뽀뽀 해주면 하양이 줄게!”
“정말…?”
“응! 자, 여기 뽀뽀~”
“뽀뽀!”
-쪽!
형수의 항복 선언에 곧장 사랑이가 몸을 일으키고는 형수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 하얀색 고양이 인형을 받고는 소중하게 품에 껴안는다.
“아빠아! 크넘마가! 하양이 줬어요!”
“큰엄마한테 감사합니다, 했어?”
“아! 안해써! 아빠, 하양이랑 놀아줘! 하양아~ 아빠 말 잘 드러야 대! 사랑이 다녀올게!”
내 말에 나한테 하양이를 잠시 맡기고는, 다시금 형수 앞으로 가서 배꼽 인사를 하는 사랑이.
“감사합니다아!”
“저도 볼 뽀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앞에서 형수가 똑같이 배꼽 인사를 돌려주었다. 그렇게 맞인사를 나누고 나서 사랑이가 나에게 달려와 하양이를 다시 껴안았다.
“어떡해! 집에 하양이랑 알록이랑 또또! 지니랑! 어떡하지! 알록이 친구 너무 마나!”
워낙 사랑이한테 선물을 주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두 번 받은 게 아님에도 선물을 주는 보람이 있게 끝없이 리액션을 해준다.
그에 모두가 아빠 웃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에, 문득 떠오른 의문을 입에 올렸다.
“사랑아, 왜 입술 뽀뽀는 안 돼? 아빠랑 엄마한테는 해주잖아.”
그리고 그 물음에 나온 사랑이의 대답은 굉장히 사랑이 다웠다. 아니, 희나의 딸 다웠다.
“사랑이 입수른! 아빠 거라서 안대! 엄마 입수른 아빠 거니까 엄마는 대!”
“오…”
그렇구나?
아니, 희나야. 왜 의기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