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46)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45화(146/213)
Ep. 145
목요일.
이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사랑이를 데리고 고양이 카페에 가기로 한 날이다. 때문에 사랑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난리를 치고 있었다.
“아빠아! 사랑이 냐옹이 보고 시퍼요! 우리 오늘 보기로 해써!”
“사랑아, 냐옹이 아직 코 자고 있어. 코 자고 있을 때 깨우면 돼요, 안 돼요?”
“안 대요… 그럼 냐옹이 언제 이러나?”
“사랑이가 밥 맛있게 먹고, 이빨 잘 닦고 나면 아빠가 냐옹이 일어나라고 할게.”
“아라써! 사랑이 밥! 밥 머글래!”
정오가 조금 안된 시각, 사랑이가 냐옹이를 연호하고 있다. 사실 나는 조금 일찍 출발해도 상관 없었지만, 희나가 피곤했는지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기다려줄 겸 열심히 사랑이를 달래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이가 이번 주 초부터 어찌나 냐옹이 이야기를 하던지.
월요일에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을 때는, 선생님을 향해서.
‘사랑이가 이짜나요! 아빠랑, 엄마랑! 냐옹이 보러 가기로 해써요!’
‘어머, 그래? 재미있겠다.’
‘선샌님은 냐옹이 본 적 이써요?’
‘선생님도 본 지 오래됐는데? 사랑이가 많이 보고 선생님한테 말해 줘. 알았지?’
‘네에!’
‘저희 사랑이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식으로, 어린이집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이 냐옹이 보러 가기로 해따!’ 하면서 자랑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빠, 아빠!’
‘응?’
‘몇 밤 더 자면 사랑이랑 냐옹이 보러 가?’
‘세 밤.’
‘빨리 보고 싶따… 사랑이 지금 세 번 잘래!’
‘사랑아. 세 번이 아니라 세 밤인 거 알지?’
매일 밤마다 몇 밤 자야 보러 가는지 물어보고는 했다. 정말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한편으로 사랑이가 그러는 것을 보고 있으면, 더 빨리 데리고 갈 걸 하는 미안함도 들었다. 사랑이가 고양이 좋아하는 걸 그렇게 잘 알고 있는데도.
-달칵
“미안해… 나 너무 늦게 일어났지…”
지난 날을 조금 반성하며 사랑이에게 점심을 먹이고 있는데, 희나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늦잠을 자는 희나도, 부스스한 모습을 보여주는 희나도 참 오랜만이었다.
역시 대기업에 다니는 만큼 일이 힘들기도 하고 바쁘기도 한가 보다. 이런 희나 보기 쉽지 않은데.
“엄마아! 엄마도 냐옹이처럼 코 잤어!”
“그러게. 엄마 일어났으니까 냐옹이도 일어났겠다. 냐옹이 보러 가려면 사랑이 밥 잘 먹어야지?”
“네에! 사랑이 밥 잘 머꾸 이써요!”
“옳지. 장하네, 우리 사랑이.”
열심히 숟가락을 움직이는 사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희나에게 아침 겸 점심 인사를 건넸다.
“잘 잤어?”
“응. 사랑이는? 고양이 엄청 보고 싶어했는데 괜찮았어?”
“고럼. 냐옹이도 아직 코 잘 시간이잖아. 그치?”
“…아~ 그렇네. 냐옹이 이제 막 일어나서 맘마 먹고 있겠다.”
내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말하자, 희나도 사랑이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그 후에 나에게 윙크를 하고는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우물우물… 냐옹이 느짬꾸러기야…”
음해해서 미안하다, 냐옹아.
그럼 희나도 일어났겠다, 나도 슬슬 출발 준비를 해볼까.
—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평일에 셋이 번화가로 나왔다. 희나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올해부터는 주말 외에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 힘들었으니까.
완연한 봄 날씨에, 우리는 고양이 털이 묻을 것을 대비하여 자주 커플로 입던 가디건을 포기하고, 연청바지에 하얀색 맨투맨, 그리고 머리에는 검은색 스냅백을 걸쳤다.
요새는 잘 안 쓰는 타입의 모자이긴 하지만, 덕분에 우리끼리 커플 느낌을 내기가 더 쉬워서 우리는 꽤 자주 쓰는 편이다.
그리고 사랑이도 우리와 똑같은 룩을 맞춰주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고양이 캐릭터 옷을 너무 입고 싶어했다. 하여 연청바지에 베이지색 고양이 무늬 맨투맨, 그리고 검은색 모자를 씌웠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꽤 괜찮은 가족룩이지.
그렇게 완벽하게 준비를 끝낸 우리는, 곧장 미리 찾아두었던 고양이 카페로 향했다.
“냐옹이~ 냐옹이~”
“그렇게 좋아, 사랑아?”
“네에!”
이제는 혼자서도 잘 걷고 뛰어다니는 사랑이지만, 너무 흥분을 해서 혹여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그냥 내가 안고 있었다.
사랑이도 내가 안고 있으면 그나마 좀 얌전해 졌으니까.
“자기야! 저기 저 고양이 탈, 우리 가려는 곳 홍보하는 거 아니야?”
“어? 그러게. 위치 보니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고양이 카페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카페 홍보를 하는 커다란 고양이 탈이 보였다. 줄무늬가 잔뜩 있는 얼룩 고양이 탈이.
사랑이도 그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는지, 조금 전보다 더욱 흥분해서 양 팔로 내 어깨를 찰싹찰싹 치고 있었다.
“아빠아! 커다래! 커다란 냐옹이!!”
“사랑아, 저기 큰 냐옹이랑 사진 찍을까?”
“찌글래! 사랑이 사진 찌꾸 시퍼요!! 갈래! 아빠!!”
“알았어, 알았어.”
나는 어딘가 힘없어 보이는 커다란 고양이 탈에게 다가가 사랑이를 내려 놓았다. 고양이 알바생도 우리가 다가가는 걸 알았는지, 사랑이가 발에 땅을 딛자마자 살짝 허리를 숙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사랑이는 그 앞에서, 배에 손을 올리고 90도로 배꼽 인사를 했다.
“냐옹이 아녕하세여!”
-꾸벅
어린 아이가 저런 식으로 인사하면, 어쩐지 어른들도 똑같이 받아주는 것 같다. 저번에 형수도 그러더니, 이 고양이도 배꼽 인사를 그대로 돌려주었다.
“아빠아! 엄마! 냐옹이가 사랑이한테 인사해써!!”
“흐훟, 사랑이는 좋겠네~ 같이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볼래?”
“응! 이짜나요! 사랑이랑 사진 찍어두 대여?”
사랑이의 귀여운 부탁에, 고양이 탈이 몸짓으로 긍정했다.
평일 오후라 주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산한 번화가 거리. 한산한 만큼 오히려 사랑이가 인형 탈 앞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수줍게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 몇몇이 ‘저 애 귀엽다~’ 하며 웃으며 가는 것이 귓가에 들려왔다. 우리 애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사랑이는 정말로 귀여웠으니 더 눈에 띄는 것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생김새나 이목구비가 희나를 닮은 사랑이다. 거기에 내 특유의 웃는 상을 지녀서 그런지 순하게 귀여운 느낌이 더 강했다. 뭐, 다른 거 다 때려치우고 일단 희나를 닮았는데 안 예쁠 수가 없지 않을까.
깜찍한 얼굴로 행인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는 사랑이가, 커다란 고양이 탈 앞에서 브이를 그렸다. 고양이 탈도 사랑이에게 맞춰 자리에 주저앉아 사진 찍기 좋게 포즈를 취해주었고.
“하나, 둘, 셋! 사랑아, 치즈~”
“치즈!”
-찰칵! 찰칵! 찰칵!
“감사합니다. 고생하세요~”
“커다란 냐옹이 잘 이써! 나중에 또 바!”
나와 희나가 같이 연달아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사랑이가 마지막으로 고양이 탈을 한 번 껴안은 뒤 작별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이런 인형탈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를 사랑이에게 마음껏 보여줘야 하니까.
—
고양이 탈과 헤어지고 조금 더 걷자 금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귀엽게 꾸며진 고양이 카페의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거기서 한 번 놀란 것이, 당연히 이 시간쯤이면 오픈 했을 거라 생각해서 따로 시간을 조사하고 오지는 않았는데, 무려 우리가 도착하기 30분 전이 오픈 시간이었다.
희나가 늦잠을 자지 않았다면 아마 너무 일찍 도착해서 근처에서 한두 시간 정도는 방황했을 것이다.
-딸랑!
“어서오세요~ 들어오시기 전에 앞에 안내문 한 번만 읽어주세요!”
-야아아옹! 야옹!
고양이 카페답게, 문을 열자마자 여기저기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직원 분의 말에 따라 정면을 보니, 신발장에 붙어 있는 네모난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별 건 아니고, 대충 억지로 야옹이들 붙잡으려 하지 말고 사나운 애들 조심하라는 문구였다.
“냐옹이다!! 엄마아! 냐옹이가 너무 마나!”
“야옹이 많아서 좋아?”
“네에! 우와아… 아! 저기! 알록이랑 하양이도 이써요! 우리 집에두 있는데에!”
“알록이랑 하양이 친구인가 보네~ 사랑이 발 이리 주세요~”
희나는 옆에서 방방 뛰고 있는 사랑이를 앉혀 신발을 벗겨주었고, 나는 먼저 입장한 뒤 결제를 마쳤다. 이용 시간이 포함된 음료 세 잔 가격을.
그리고 희나와 사랑이가 쓸 담요도 두 장 받은 뒤, 슬리퍼를 신고 다같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오픈 직후라 그런지 우리밖에 손님이 없었다.
적당히 넓직한 테이블 하나에 자리를 잡고, 여기저기 바쁘게 눈을 돌리고 있는 사랑이에게 주의를 주었다.
“사랑아. 저기 자고 있는 냐옹이들 보이지?”
“코~ 자고 이써!”
“저렇게 코~ 자고 있는 냐옹이도 있으니까, 여기에선 조용히 해야 돼. 알았지?”
“네에! 네에… 사랑이 조용히 하께요.”
“그리고 세게 만지면 냐옹이들이 깜짝 놀랄 수도 있어. 살살 만지는 거야.”
“네에.”
활기차게 대답을 잘 하는 게 또 우리 사랑이의 장점 중 하나라, 이 소근거림이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사랑이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주위의 고양이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고양이를 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손 댈 수 있을 만치 가까이 간 적은 굉장히 드물었다. 그래서 그런지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엄마! 저기 알록이가 사랑이 보구 이써요!”
“사랑이랑 친구가 되고 싶은 게 아닐까?”
“사랑이두! 사랑이두 알록이랑 친구 하구 시픈데…”
“프훕… 자기야, 사랑이 사진 좀 찍어 줘.”
“나야 항상 스탠바이 되어 있지.”
사랑이가 고양이에 빠져 있는 모습을 찍을 절호의 촬영 찬스였다. 워낙 주위에서 사랑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달라는 요구가 많은 터라, 이렇게 밖으로 놀러 나온 날은 무조건 천 장은 찍을 생각으로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게 사랑이는 고양이 구경에, 나와 희나는 사랑이 사진 찍어주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주문했던 음료가 나왔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조금 얌전한 고양이 없을까요? 저희 애가 너무 쓰다듬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아,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내 요청에 친절한 직원 분이 캣타워로 다가가더니, 이내 털이 푹신푹신해 보이는, 조금 뚱뚱한 고양이를 안고 왔다.
그리고 그 고양이를 사랑이의 옆에 내려다 놓으며 짧게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얘는 해피라고 하는데, 저희 매장에서 제일 얌전하고 순한 아이에요. 너무 귀찮게 하거나 세게 만지지만 않으면 절대 안 움직여요.”
“크다아! 아빠! 냐옹이 털 복슬복슬해!”
“쉿, 사랑아. 냐옹이 놀라겠다.”
“아! 미아내, 냐옹아… 사랑이가 냐옹이 만져두 대여?”
“착하다~ 하고 살살 만져주면 돼. 자, 언니처럼 여기 목이랑 등을 쓰담쓰담~”
시범을 보여주듯 직원 누나가 먼저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자, 사랑이도 그 뒤를 따라서 살며시 자그마한 손을 고양이에게 얹었다.
나는 그 역사적인 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고.
“차카다~ 냐옹이 차캐… 히히! 아빠! 사랑이가 냐옹이 만지구 이써!”
“잘하네~ 냐옹이 예뻐, 사랑아?”
“너무 예뻐여! 냐옹아, 너는 이름이 모야?”
“이 아이는 해피야. 해피라고 불러 봐.”
“해삐야~ 그런데 해삐 졸린가바요. 하나도 안 움지겨!”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사랑이가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을 보고 있으니, 음.
나도 만지고 싶어졌다. 솔직히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계속. 그래도 사랑이 케어가 더 우선이고, 고양이한테 너무 빠져 있으면 그걸로 또 희나가 삐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있었는데.
희나가 다 안다는 듯, 촬영을 멈추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자기야.”
“응?”
“고양이 만지고 싶지?”
“……”
티 많이 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