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47)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46화(147/213)
Ep. 146
“조금. 왜?”
그냥 떠보는 말일 수도 있으니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런 내 반응에 희나가 짧게 웃고는 말을 잇는다.
“자기 작은 동물 좋아하는 거 아는데 뭘. 자기도 좀 놀아. 요새 우리 엄마도 바빠서 매일 사랑이 봐주느라 힘들었잖아.”
“힘들기는. 네가 더 힘들지.”
“아무튼. 내가 둘 다 찍어줄게.”
속으로 안도했다. 질투의 불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나를 배려해서 꺼낸 말이었던 것에.
역시 세상에서 최고로 예쁘고 배려심 넘치는 아내였다. 속단한 스스로를 혼내주고 싶을 정도로.
나는 그 호의를 받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사랑이의 근처에서 은근슬쩍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새하얀 고양이를 목표로 삼았다.
고양이가 경계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옆으로 다가가 천천히 고양이의 등에 손을 얹고는 살살 쓰다듬었다.
생명체 특유의 따뜻함에, 부드러운 털의 감촉이 섞여 황홀한 기분마저 느끼게 했다.
이게 천국이 아닐까?
잠시 그 기분을 만끽하고 있으니, 사랑이가 내 쪽에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아빠는 하양이 만지구 이써!”
“사랑이도 하양이랑 놀래?”
“네에! 아, 그런데에… 그러며는 해삐가 혼자야… 해삐 외로워하면 어떠케?”
여전히 열심히도 쓰다듬어 주고 있는 뚱뚱한 고양이에게, 사랑이가 안쓰러운 눈빛을 보낸다. 그 깜찍한 마음씨가 우리는 물론 옆의 직원까지 포근한 미소를 짓게 했다.
그나저나 저 직원 분은 사랑이의 곁에서 떨어지지를 않고 있었다.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사랑이의 질문에 답해주면서 전담 마크를 해주는 게 고마웠다.
“해피는 언니가 놀아줄게.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 그럼 대게따! 고마어요!”
사랑이가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서 옆으로 왔다. 그리고 내 손길을 받으며 하품을 하고 있는 하얀색 고양이에게 손을 뻗는다.
헌데, 사랑이의 손이 닿기 직전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고양이.
사랑이가 허망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하양이가 가버려써… 사랑이랑 놀기 시룬가바요…”
“아니,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
사랑이의 시무룩해진 얼굴에, 내가 무어라 위로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직원이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바 안쪽으로 들어가, 조그마한 캔을 하나 가지고 돌아왔다.
“이거 한 번 줘볼까?”
“이게 모에요?”
“고양이 간식이야. 이거 열기만 하면 야옹이들이 여기로 모이거든.”
“냐옹이 까까! 사랑이두 까까 조아하는데!”
“그래~? 아! 애들 벌써 모인다!”
캔을 들고 오는 모습에서 이미 간식임을 눈치 챘는지, 고양이들이 어슬렁 어슬렁 하나둘씩 근처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사랑이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냐옹이 너무 마나! 까까 머그러 와써!”
“저희 애 때문에 죄송해요. 제가 하나 계산할게요.”
“아, 아니에요! 평일 이 시간엔 손님이 별로 없어서 원래 하나 까주긴 하거든요.”
“그래도…”
“정말 괜찮아요. 그, 따님 분이 너무 귀여워서 그러는 거라…”
사랑이의 매력에 빠진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직원 분께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 다음, 나 역시 사랑이와 함께 옆에서 얌전히 앉아 캔 따는 것을 지켜보았다.
-푸슉!
그리고 캔에 아주 약간의 틈이 생기자마자, 주위에서 이쪽을 보고 있던 고양이들이 죄다 캔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야옹! 야아옹!!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가거나, 다리를 밟고 지나가는 고양이들의 무게에 또 한번 행복을 느꼈다.
나를 좀 더 밟아줬으면 좋겠어!
“냐옹이! 아빠아! 냐옹이가 사랑이 다리 위에 이써!”
저 고양이들 사이에 끼지 못한 한 마리가, 앞 발을 사랑이의 무릎 위에 올린 채 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작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직원이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이끌고 있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완벽히 충족되었다. 사랑이도 고양이 옆구리를 쓰다듬어 주며 좋아하고 있었으니.
“사랑아! 엄마 한 번 볼래?”
“엄마아! 냐옹이들이 까까 머꾸 이써요! 맛있나바요!”
“응~ 보고 있어~”
희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여전히 사랑이를 촬영하고 있었다. 사랑이는 아련하게 캔 쪽을 바라보고 있는 무릎 위 고양이를, 차카지~하면서 열심히 쓰다듬어 주었고.
그런데, 스마트폰을 든 채 사랑이에게 집중하고 있는 희나의 옆에도 어느샌가 검은색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캔에 관심을 주지 않고 자신의 앞 발을 핥고 있는, 날렵해 보이는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어쩐지 굉장히 도도해 보이는 모습이,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의 희나를 보는 것 같았다. 검은색인 것도 희나의 흑발과 잘 어울렸고.
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폰을 꺼내서 희나와 검은 고양이를 같이 찍어주었다.
-찰칵!
셔터음이 울리자, 희나가 내 쪽에 시선을 주었다.
“응? 갑자기 뭐야?”
“희나야, 옆에 고양이 와 있는 거 알아?”
“어? 아, 그러네? 너는 왜 여기에 있니? 간식 안 먹어?”
희나가 한 손으로 고양이의 턱을 간지럽혀 준다. 그러자 애교를 부리듯 희나의 손에 머리를 비비는 검은 고양이.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흐뭇하거나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
저 녀석, 수컷은 아니겠지?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굉장히 언짢아졌다. 내가 렛서 팬더에 빠져있는 모습을 볼 때 희나의 기분이 이랬던 걸까?
희나의 저 새하얗고 보드라운 손에 달라붙거나 핥는 것을 보니 괜시리 질투가 났다.
“어떠케! 아가 냐옹이에여!”
“얘는 두리야. 한 번 안아볼래?”
“그래두 대여!?”
“그럼. 자, 팔을 모은 다음에─”
직원 분이 사랑이를 잘 봐주시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희나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희나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검은색 고양이를, 살짝 들어 바닥에 내려다 놓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때린 것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야, 고양이는 왜?”
“…그냥. 사랑이 사진 많이 찍었어?”
솔직하게 말하기에는 너무 창피했기에, 적당히 얼버무리며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허나 그런 내 모습에서 오히려 왜 그런 것인지를 눈치 챘나 보다. 조금씩 능글 맞은 얼굴을 하는 걸 보면.
“흐후훟. 그냥 그런 거구나~”
“……”
“내 손은 자기 건데 말야. 그렇지?”
“당연하지.”
희나가 슬며시 엉덩이를 붙이며 내게 팔짱을 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아주 약간 불편했던 감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어디 고양이 주제에 감히 우리 희나 손을 핥고 있어? 아무리 귀여워도 그건 안되지.
희나 손은 내꺼라고.
나는 마킹을 하듯 한 손으로 희나의 손을 쓰다듬어 주며, 직원의 보조를 받아 아기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랑이를 바라보았다.
“……”
아니, 잠깐. 이거 완전 셔터 찬스!
희나도 지금 사랑이의 모습을 눈치챘는지, 다급히 폰을 올리고 있었다.
-찰칵!
—
고양이 카페 ‘고양이집사’의 직원, 이하루는 눈앞에 있는 이 조그마한 생명체의 존재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똘망똘망하면서도 살짝 내려가 있는 눈꼬리가 무척이나 예쁜, 검은 단발의 이 꼬마 아이는 정말 보는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귀여웠던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젊다 못해 어린 두 남녀도 시선을 앗아가긴 매한가지였다.
엄마 쪽은 혹시 연예인 아닌가? 싶어서 검색까지 해 볼 정도의 미모였다. 아빠 쪽은 엄마에 비하면 손색이 있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웃는 얼굴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깔끔하니 그럭저럭 잘생기기도 했고.
“언니이! 이 냐옹이는 새까매!”
“까만 애는 싫어?”
“조아요! 머시써!”
이하루는 자신이 아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손님들이 이렇게 어린 아이를 데려올 때면 한숨부터 나왔을 정도다.
대개 꼬마애들은 고양이를 못살게 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본인에게 악의가 없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웃는 얼굴도 예뻐 죽겠는데, 거기에 말도 잘 들어 주니 그녀로서는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고양이 캔을 딴 후에도, 이하루는 눈물을 머금으며 츄르까지 사비로 사서 아이에게 하나 쥐어주었다.
“히히! 냐옹아 마시써?”
물론 츄르 값은 그녀 입장에서도 조금 뼈아픈 지출이었다. 거의 점심 한 끼 가격이었으니까.
‘귀여워~’
그래도 이하루는 저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츄르를 더 달라고 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정도로 귀여웠으니까.
덕분에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자진해서 아이와 놀아주던 그녀는, 흐뭇하게 아이를 보던 도중 슬쩍 부모 쪽에 시선을 주었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지, 폰을 아이에게 향한 채로 즐겁게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엄마와 아빠를.
그녀도 여기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봐 왔지만, 이 정도로 행복해 죽겠다는 듯한 얼굴을 한 가족을 본 적이 없었다. 다들 어느 정도 즐거워하긴 했지만, 딱 그뿐이었다.
특히나 아이 엄마가 아빠를 바라볼 때는,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니, 한동안 멀리했던 연애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결혼이나 할까… 아니, 소개팅부터 다시 받아야 하려나.’
물론 결혼한다고 해서 저렇게 잘 대해주는 남편을 만날 자신도, 이런 귀여운 아이를 낳을 자신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 가족은, 그녀에게 꿈을 꾸게 만들었다.
가족 사이의 온갖 불화와 사건 사고가 수없이 터지는 요즘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저런 단란한 가족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
한산한 매장, 거기에 친절한 직원 덕분에 오늘 고양이 카페에서는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샷은, 조그마한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밝게 웃음 짓고 있는 사랑이의 사진이었다.
원래 아기 고양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어서 손님들의 손이 타지 않게 따로 둔다고 한다. 그런데 사랑이가 안고 있는 걸 보고 싶었는지, 직원이 잠깐 데리고 나와서 안게 한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 최고의 한 장을 뽑아낼 수 있었다.
“아빠아… 사랑이, 냐옹이랑 더 놀구 시픈데…”
다만 사랑이가 도통 고양이 카페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 여기서 식사까지 해결해 버렸다. 카페 디저트로.
그렇게 몇 시간을 놀고 나서야, 사랑이가 많이 졸린 지 반쯤 감긴 눈으로 칭얼거리고 있었다. 정말 나도 사랑이도 원 없이 고양이랑 놀았다. 사랑이는 그러고도 부족한 것 같지만.
“다음에 또 오자. 사랑이 이제 인사해야지?”
“네에… 냐옹이 안녀엉… 언니두…”
“잘 가~ 안녕히 가세요~”
“저희 애랑 많이 놀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오세요!”
결국 잠이 들어 버린 사랑이를 안고 고양이 카페를 나왔다.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밖은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원래 고양이 카페 후에 조금 더 여기저기 돌아다닐 예정이었지만, 사랑이가 잠든 덕에 그 일정은 전부 삭제됐다. 사랑이가 즐겁게 놀았으니 별로 상관은 없나.
하여 희나와 느긋하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정말 고양이 키울까 봐.”
“절대 안 된다면서?”
“그래도 사랑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엄마 기관지가 약한 편이라 지금은 안 되고, 나중에 독립하면 알아볼까? 그때는 봐줄 사람이 없어서 힘드려나.”
“음, 그때면 나도 일하고 있을 테니까. 집에 고양이 혼자 있는 시간이 길긴 하겠다.”
“혼자 있으면 외롭겠지?”
“그렇지 않을까?”
아까 내가 고양이에게 질투를 했던 일 때문인지, 고양이에 대한 희나의 인식이 매우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전에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서도.
물론 사랑이가 상상 이상으로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 것도 있었고 말이다. 설마 고양이 카페에서 5시간 가까이 있게 될 줄이야.
나조차도 조금 질릴 정도였으니.
“그럼 고양이를 키우는 건 힘들겠지만… 밤에라도 고양이 보여줄까?”
“무슨 고양이?”
“야아옹~”
“꼭 해라, 진짜. 이희나, 너 귀랑 꼬리도 달고 꼭 하는 거다.”
“어떻게 할까~”
“기다려 봐. 귀는 집에 있으니까, 내가 지금 바로 꼬리를 하나 사와서 오늘 당장─”
“흐후훟, 뭐래~ 사랑이 오늘은 우리가 재워야 하거든?”
“하… 다음에 봐, 진짜.”
“응! 기대할게!”
놀리듯 웃음 지으며 몸을 딱 붙여 걷는다. 나는 희나의 그 요망한 웃음을 보며 결심했다.
진짜 꼬리를 하나 사 놔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