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53)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52화(153/213)
Ep. 152
언제나 동생 커플에게 호구 잡히면서 간부터 쓸개까지 다 내주는 집안의 장남, 이희성은 동생의 가족이 너무나 좋았다.
여동생은 고등학생 때 사춘기가 끝난 건지, 그때부터 그 전보다 더 친근하게 자신을 대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가족들을 좋아하는 그였는데, 그 이후부터는 완전히 시스콤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그 여동생이 죽고 못사는 남자친구, 한연후 또한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물론 처음 봤을 때, 여동생과 키스하고 있는 모습에 굉장히 당황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나 여동생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에, 실제로 보기 전부터 그는 한연후에 대해 내심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기본적인 마인드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여동생이 그리 좋아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이용해 먹으려는 생각도 전혀 없어 보였으니까.
더욱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한연후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좋은 사람이었다. 특히 수능 날에 누군가를 도와주다가 다쳐버린 것은, 그의 기준에선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희성도 스스로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중요한 날에 자기의 몸을 내던져 남을 도와줄 자신은 없었다.
본인 말로는 반사적으로 몸이 나갔다고 하는데, 그것도 그럴 마음이 베이스로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희성은 둘을 날이 갈수록 더 좋아하게 되었고, 또 그들에게 너무나 약했다.
그렇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놓고 자신을 편하게 대하는 것도, 뭐 있을 때마다 도라에몽처럼 불러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가끔은 귀찮고 짜증날 법도 하지만, 이희성은 그것이 내심 기뻤다. 자신을 그렇게 친근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이 말이다.
가족이라고 해도 남매인 이상 거리를 두고 사는 경우가 허다했고, 여동생의 남자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 보니 그 둘의 아이인 한사랑에게 빠져드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둘을 닮아서 굉장히 귀엽기도 했고, 무엇보다 한사랑은 ‘말을 잘 듣는 얌전한 어린 아이’라는, 환상 속의 동물 같은 성격이었다.
덕분에 한사랑을 보면서 그 역시도 연애나 결혼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카페 점장, 차 린과 사귀게 된 것도 한사랑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좋아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있던 그는, 오늘도 한사랑과 놀아주고 있었다.
“사랑아. 내가 좋아, 아니면 선후 삼촌이 좋아?”
“희성이 삼쭌이랑 서누 삼쭌?”
“그래. 잘 생각해 봐. 지금 네가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누가 사온 건지도 말이야.”
“비밀인데에… 희성이 삼쭌만 알아야 대!”
“비밀 오케이.”
“사랑이는 이짜나… 희성이 삼쭌이 훨씬 더 조아.”
“그거제이!!”
반쯤 립서비스 같은 한사랑의 대답에, 이희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두어 달 전, 한선후가 조카에게 사 준 고양이 옷은 그가 보기에도 말도 안 되게 귀여웠다. 한사랑도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그 점수 차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욱 먹을 것을 많이 사 준 것이다. 여동생에게 들키지 않고 사주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다.
잠시간 기쁨에 몸을 떨던 그는, 한사랑이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쪽쪽 빨고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이내 거실 소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앉아서 폰을 만지고 있는 한연후와 뒤에서 그를 끌어 안은 채 등에 얼굴을 묻고 있는 자신의 여동생이 보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힘주어 끌어 안고만 있는 여동생을 보며 그는 혀를 찼다.
저러고 있는 이유는 명백했다. 한연후의 입대일이 이제 곧인 것이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상근이라 훈련소만 다녀오면 그 이후부터는 집에서 출퇴근을 할 텐데도, 여동생은 벌써부터 세상이 끝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고작 몇 주 못 보는 것 뿐인데.
“희나야. 수박이라도 좀 먹을래? 내가 잘라올게.”
“…아니. 그냥 이러고 있을래…”
“음… 그러지, 뭐.”
한연후가 뭐라도 해주려고 말을 꺼내봐도, 저 상태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왔다.
한 편으로, 아직까지도 저렇게 죽고 못사는 게 가능한가 싶기도 했다.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그의 여동생은 한결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로써는 덕분에 지금 당장 조카를 독점하고 있으니 나쁠 것 없었지만, 솔직히 그는 자신의 여동생보다 조카가 더 걱정이었다.
“사랑이 이거 너무 마싰는 거 가타!”
“그러냐?”
“네에! 삼쭌 고마어!”
“오냐~”
지금이야 아무것도 모르니, 자기 엄마가 저러고 있어도 해맑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지만, 막상 한연후가 몇 주간 사라지면 어떻게 돌변할지 몰랐다.
그의 여동생의 딸 답게, 한사랑은 한연후를 너무 좋아했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찾을 정도로.
심지어 군대 때문에 바로 취업을 못하고 한연후가 몇 달간 집에서 지낸 터라, 조카의 아빠에 대한 애착은 더욱 강해졌다.
가끔 하루라도 한연후와 떨어져 있을 때면, 한껏 시무룩해진 채 ‘아빠 언제 와…? 사랑이 아빠 보구 시픈데…’ 같은 말을 꺼낼 정도였다.
그러니 한연후가 입대하고 나면 분명 울고불고 난리가 날 텐데, 그 모습을 상상할 때면 그의 마음이 다 불편해졌다.
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곤란한 얼굴을 한 채 자신의 여동생을 달래주고 있는 매제에게 말했다.
“한연후 진짜… 둘은 더 낳고 면제나 받지 뭔 군대를 가냐.”
“그건 좀… 그리고 더 낳아도 면제는 안 되거든? 너무 막 던지지 말…”
“자기야. 우리 지금이라도 낳을까? 나 힘낼게…응?”
“희나야, 제발 진정해. 아, 형!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난 진심인디.”
아무튼간에 이 상황에 그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고작 훈련소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군대인 만큼 고생을 할 한연후도 걱정이었고, 한연후가 사라졌을 때의 자신의 여동생과 조카는 더욱 걱정이었다.
그렇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불평불만을 내뱉고 있는 것이다.
“야, 호텔비 내줄까?! 사랑이는 내가 돌보고 있을게!”
“좀 그만해!!”
—
어느새 여름이 왔다. 그리고 나는, 최근 희나에게 매일같이 붙잡혀 있었다. 물론 붙잡혀 있다고는 해도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보다 나에게 더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평일에 퇴근하고 오면 나를 껴안고 있고, 주말에는 일어나면서부터 하루 종일 껴안고 있고. 저번 주부터는 매일매일 그러고 있었다.
내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덕분에.
“하… 훈련소에서 뭐 하냐?”
“뭐 하긴. 존나 훈련하면서 구르겠지.”
“이 개짬찌쉑, 어차피 상근이라 존나 꿀 빨 거 아냐.”
오늘은 희나가 출근한 틈을 타 오랜만에 수황이와 윤성이를 만났다. 군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조언이라도 들을까 싶어서. 안타깝게도 조언이고 나발이고 이 녀석들은 나를 놀리기 바빴지만 말이다.
“햐~ 상근이라 존나… 존나 안 부럽쥬? 우린 이미 제대했쥬?”
“내 공군 비행단 초소 근무 썰은 눈물 없인 들을 수 없지만, 군 입대가 한 달도 안 남은 한연후보단 행복했지.”
“무친련들…”
지들은 이미 전역했다고 진짜 양심 없이 놀리네.
“아, 그러니까 우리 볼 거면 사랑이라도 데려왔어야지 임마. 니만 보는 게 무슨 재미야.”
“그거 맞지. 내 황금 같은 휴일에 여기까지 왔는데 사랑이가 없다? 이거 유죄네요.”
“사랑이 지금쯤이면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고 있다.”
수황이는 전역 후 올해 복학해서 3학년이었고, 윤성이는 무려 분식집 홀매니저였다. 사실 말이 매니저지 그냥 전천후 따까리다. 알바 빼면 있는 사람이 윤성이네 어머님과 이모님들 뿐이니.
놀랍게도 저 분식집 알바는 아직도 하루가 멀다하고 도망치고 있었다. 덕분에 아주머니가 얼굴 볼 때마다 나를 스카웃하고 싶어하신다. 대기업 부럽지 않게 월급 챙겨주신다나.
물론 나는 그 지옥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사실 저기서 알바한 것도 벌써 몇 년 전이라 꽤 추억이긴 한데, 그냥 추억으로만 남겨두고 싶었다.
“군대 별 거 없어. 그냥 니 평소 살던 대로 하면 나름 재미있게 지내다 나올 걸.”
“동기들이 평타만 치면 재미있지. 그리고 퇴소할 때 애들이 연락하자고 연락처 알려 달라는 거 적당히 무시해라. 어차피 다 끊긴다…”
“아, 이건 리얼이다. 같은 방 쓰던 놈들 절반 이상 연락처 받았었는데 진심 한 명도 연락 안됨. 사람 사귀는 것도 자대부터지. 의외로 좋은 사람 많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이새낀 상근이잖아.”
“그러게. 곰돌이 푸 같은 새끼. 꿀단지 처먹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점심부터 이 놈들이랑 만나고 있는 걸까? 만나서 욕이나 처 듣고 있는데.
거의 30분 가량을 놀림과 욕설을 섞어가며 군대 이야기를 풀다가, 그제서야 수황이가 조금이나마 걱정을 해주었다.
다만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 아내와 딸을.
“니 훈련소 가면 이희나랑 사랑이는 어쩌냐?”
“뭘 어째.”
“야, 저번에 보니까 아직도 코알라마냥 너한테 붙어 있더만. 심지어 사랑이도 니 잠깐 안보이면 너 찾던데.”
“아~ 그거야 뭐… 나도 모르지. 나도 걱정이다…”
진짜 걱정이었다. 희나도 그렇고 사랑이도 아빠 바라기라 나를 워낙 찾아대니까.
귀엽게 보조개를 피우며 웃음 짓는 사랑이가, 나를 찾으며 세상 떠나가라 울 것을 상상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희나는.
“우리 희나 어떡하냐.”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3일 이상을 얼굴 안 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싶지만, 실제로 그랬다. 만나기 힘들더라도 최소 영통은 했었는데.
그리고 이제서야 처음으로 5주라는 긴 시간 동안을 떨어져 지내게 된 것이다.
벌써부터 시무룩해진 채 매미처럼 내 등에 붙어 지내고 있는데, 나 가고 나면 희나의 반응이 어떨지 오히려 상상이 안 갔다.
사랑이를 위로해 주기는 커녕, 둘이서 같이 울지는 않으려나.
“겨우 5주인데 너무 걱정 마라. 처음엔 좀 그래도 그거 시간 금방이야. 가서 사격이나 잘 하던가. 전화 통화라도 길게 하게.”
“오, 말 나온 김에 스크린 사격장이라도 함 가실? 그거 해보고 싶었는데. 야, 지금 걱정한다고 뭐 되냐? 놀면서 머리나 비워라.”
“후… 그려. 가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분위기 처지게 한숨만 내쉬고 있을 수는 없지.
그렇게 간만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애들 더 불러서 농구라도 했을 텐데, 이제는 그러기도 쉽지 않은 게 참 아쉬웠다.
몇 시간 뒤, 사랑이 데려올 시간이 되어 수황이와 윤성이를 보내고, 사랑이를 픽업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사랑이를 씻겨주고, 어린이집에서 뭘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으니, 곧 희나가 퇴근했다.
그리고 희나는 오늘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꼬옥
“어서 와. 씻고 바로 밥 먹을래?”
“…응. 그 전에 조금 안구…”
나를 붙잡은 채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진짜 어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