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55)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54화(155/213)
Ep. 154
갑작스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희나의 모습에, 나는 물론 헤어 디자이너 님들이나 주변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전부 당황했다.
안 그래도 귀여운 꼬마 애를 데리고 있는, 예쁜 애 엄마라는 느낌으로 은근슬쩍 시선을 모으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니 뭔가 싶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생각보다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는 희나가 이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집에 돌아가서라도 한 번은 울 것 같다는.
“죄송합니다. 결제 해주시겠어요?”
“아, 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영수증은─”
“영수증은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세요!”
재빨리 계산을 마치고, 곧장 사랑이를 안고서 희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건물 뒤 인적 드문 골목길로 들어가, 사랑이를 내려준 뒤 티슈를 꺼내 희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마 단순히 순간적으로 감정이 복받쳐서 그랬을 것이다. 훌쩍거리면서도 내게서 티슈를 받아 작게 고맙다고 말하는 희나.
그리고 우리의 옆에서, 사랑이 또한 희나의 눈물에 울상이 되어 있었다.
“엄마아… 울지마아… 아파? 사랑이가 호 해주께여…”
사랑이가 깜찍한 말을 꺼내서 이 와중에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우리 딸 귀엽다니까, 진짜.
희나의 감정이 진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만큼, 내가 할 일은 사랑이가 혹여 같이 울지 않도록 달래주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우리 딸이 엄마를 위해서 호~ 해주겠다는데 이걸 또 안 도와줄 수 없지.
“사랑이가 엄마 호~ 해줄래? 아빠가 도와줄게.”
“네에…”
내가 다시 들어 올려주자, 사랑이가 한 손을 뻗어 희나의 머리를 살며시 어루만져 주었다.
“아픈 거 나라가라! 엄마 마니 아파?”
“아니… 흑, 아니야… 고마워. 엄마 안 아파.”
“울며는 산타 하부지가 선물 안 주신대. 엄마 울면 안대는데.”
다행히 훌쩍이면서도 살포시 미소 지으며 대답해 줄 만큼은 괜찮아진 것 같았다. 사랑이도 그런 희나의 미소 덕분에 조금 안심했는지, 다시금 웃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희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는 사랑이를 안아주고, 사랑이는 희나를 위로해 주는.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윽고 희나가 살짝 붉어진 눈가를 보이며 우리에게 환히 웃어주었다.
“이제 괜찮아. 사랑아, 걱정 많이 했어?”
“네에… 엄마가 울며는… 사랑이도 울고 시퍼요…”
“사랑이가 위로해줘서 엄마 다시 힘 났어. 고마워~”
“정말?”
“응. 우리 사랑이 밖에 없네~”
사랑이를 안심시켜 준 다음에는, 나와 눈을 마주 보며 사과하는 그녀.
“미안해, 자기야.”
“괜찮아?”
“응. 자기 머리 자른 거 보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서… 자꾸 걱정 시켜서 미안해. 나 괜찮아. 사실 마음 정리는 좀 됐어. 어차피 5주만 기다리면 되는 거니까.”
“그래, 우리 희나 착하다.”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기에, 저 말이 백퍼센트 진심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도 나름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하고 있는 거니까. 남편으로서 칭찬이라도 해줄 요량으로, 나도 희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고양이처럼 내 손에 머리를 더욱 들이밀기 시작한다.
“더 쓰다듬어 줘.”
“조금만 더 해줄게. 우리 지금 밥 먹을 시간이거든? 사랑이 배 고프겠다.”
“아빠아! 나도! 나도 엄마 차카다~ 더 해줄래여!”
“지금은 아빠가 해주고 있으니까, 사랑이는 아빠한테 해줄래?”
“그럴래! 앗, 따가! 아빠 머리 따가어!”
사랑이가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손을 거둔다. 희나가 그걸 보더니, 쿡쿡 웃으며 자신의 손을 내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살살 쓰다듬어 주기 시작한다.
“정말이네. 아빠 머리 엄청 뾰족뾰족해.”
“사랑이가 아빠 차카다~ 해주고 시픈데… 그론데 너무 아파요…”
“풉, 그럼 안 되겠네~ 그래도 왠지 귀엽다. 앞으로 2년은 이 머리인 거지?”
“굳이 그렇게 확인 사살하지 않아도… 내 머리카락…”
“귀엽다니까. 자기는 무슨 머리를 해도 멋있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말이, 희나의 내 외모 평가다. 물론 나도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희나의 점수가 너무 후해서.
그야 희나만 그렇게 생각해 주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상관은 없었지만.
아무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 한 달 정도 희나가 엄청나게 불안정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잠깐 울긴 했지만 금세 웃으며 이러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어느 정도는 마음 정리가 된 것 같았다.
막상 내가 정말 가버리면 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일을 지금 걱정해 봐야 의미 없으니.
잠깐 헤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이후부터는 예정했던 대로 가족 나들이를 즐겼다.
일단 우리가 아침 점심도 제대로 안 챙겨 먹은 터라 곧바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메뉴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나는 돈까스 정식, 사랑이는 햄버그 스테이크, 희나는 샐러드.
“함바그! 사랑이 이거 너무 마시써!”
“몇 번 씹고 삼키기?”
“삼심뻔!”
“옳지. 사랑이가 꼭꼭 씹어서 맛있게 잘 먹으면, 이따가 아이스크림도 먹으러 가자.”
“네에!”
사랑이의 햄버그 스테이크를 아주 잘게 조각내 주면서 나도 한 입씩 먹었다. 아마 절반은 나랑 희나가 먹어줘야 할 것이다.
사랑이가 이것저것 먹는 걸 좋아해도, 은근히 먹는 양이 많지는 않았다. 입맛은 나를 닮았는데, 이런 건 또 희나 판박이었다.
“자기야, 이것도 좀 먹어봐. 이거 맛있다~”
“응? 아~”
도중에 희나가 먹여주는 샐러드도 한 번씩 맛 봤다. 살짝 입을 벌리자, 희나가 먹기 좋게 포크로 찍은 샐러드를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고 보면 희나 덕분에 이런 풀때기들을 그나마 좀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곳에 오면 희나는 기본적으로 샐러드 중심으로 주문했으니까.
거기에 가끔 사이드 메뉴 한두 개 정도?
“사랑이도 입에 있는 거 다 먹었지? 아~”
“아~!”
그리고 사랑이에게도 한 입 넣어주는 희나. 고기도 좋아하고, 과자도 좋아하고, 아이스크림도 좋아하는 사랑이는, 샐러드도 잘 먹는다.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가리지는 않는다.
그렇게 서로의 메뉴를 나누고, 먹여주며 식사를 마친 뒤에는 유명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향했다.
매장의 입구부터 늘어서 있는 온갖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보자마자, 사랑이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아빠아!! 아이스크림 너무 마나요! 사랑이 다 못 머거!”
“다 먹을 생각부터 했다는 게 대단한데…”
“파인트 하나면 되겠지? 자기도 아이스크림은 많이 안 먹잖아.”
“그러자. 혹시 부족하면 나갈 때 콘으로 하나 더 사고.”
“그래~”
사랑이의 키로는 아이스크림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안은 채로 하나씩 살펴보고 있었다.
이런 곳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결정 장애가 생기게 한다. 뭐, 어차피 고르는 건 내가 아니니까.
“사랑아. 먹고 싶은 걸로 세 가지 골라 봐.”
“세 개나! 사랑이 세 개나 머거두 대여?!”
“아빠랑 엄마랑 같이 먹어야지.”
“그러며는! 사랑이 쪼꼬랑!”
아이스크림마다 이름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좀 해괴망측해서 이름만 보고는 맛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사랑이도 그냥 아이스크림 색깔로 구분하는 것 같고.
“그리구 하늘색 머글래!”
하늘색? 설마 민트 초코?
순간 식겁했지만, 다행히 사랑이가 가리킨 것은 민트 초코는 아니었다. 하긴, 민트 초코는 하늘색이라기 보단 연두색이니까. 근데 저건 뭔지 모르겠네.
“피스타치오 아몬드? 저기요, 이건 무슨 맛이에요?”
“네, 고객님~ 민트 초코랑 비슷한 느낌인데 맛은 완전히 다른 거에요. 민트 초코처럼 달콤하면서 청량한데, 달콤한 게 더 크고… 맛은 피스타치오 맛이라 이건 제가 설명해드리기 조금 힘드네요.”
“아~ 음, 사랑아. 저거 먹고 싶어?”
“새깔이 이뻐! 머글래!”
“그래? 저희 주문할게요. 이 초코랑, 피스타치오 아몬드랑, 스트로베리 맛으로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계산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받아서 위층 좌석으로 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나랑 사랑이가 작은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퍼먹었다. 희나는 사랑이가 흘리는 걸 닦아주고 있었고.
초코랑 딸기는 그냥 평범한 맛이었는데, 사랑이가 마지막에 고른 이 피스타치오 아몬드는 맛이 꽤 신선했다.
확실히 민트 초코랑은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참 설명하기 오묘한 느낌. 그래도 꽤 먹을만했다.
“이거 맛있는데? 희나야, 아~”
“아~”
이런 걸 즐기지는 않아도, 내가 먹여주거나 혹은 내 것을 나눠 먹자고 하면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희나가 내가 먹여준 것을 오물오물 맛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이네? 나 이거 마음에 들어!”
“어, 그래?”
근데 생각 이상으로 희나가 마음에 들어했다. 항상 우리가 먹을 때 거의 지켜보기만 하던 희나였는데, 이제는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을 수 있으려나.
빈 말이 아니었는지 그때부터 정말 스푼을 들고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니 오히려 내가 슬쩍 스푼을 손에서 놓게 됐다. 사랑이는 허겁지겁 열심히도 먹고 있었고, 희나도 같이 먹고 있으니 좀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둘이 저렇게 맛있게 먹고 있으니, 그저 마음이 포근해졌다.
“사랑아, 맛있어?”
“마시써!”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사랑이. 그래, 한동안 같이 먹으러 나올 수도 없을 텐데, 나도 사랑이의 이 웃는 얼굴을 열심히 새겨 둬야지. 물론 사진도 많이 챙겨 가겠지만.
한참을 아이스크림에 집중하던 사랑이가, 컵이 거의 바닥을 드러낼 때쯤 행복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빠랑 엄마랑 노라서 너무 조아! 담쭈에도 또 놀았으면 좋게써!!”
“음…”
다음 주 이 시간엔 내가 없을 텐데.
차마 거짓말로라도 그래, 그러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저 해맑은 미소를 보고 있으면 말이다.
희나도 해줄 말이 막막했던지, 조용히 티슈로 사랑이의 입가를 닦아줄 뿐이었다.
네 살인 사랑이에게 입대라는 걸 정확히 이해시켜 주기도 힘들 것이고, 그냥 가는 날까지는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희나를 보면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를 해도 울어버릴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사랑이에 대한 걱정은 커져만 가며.
입대일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