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65)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64화(165/213)
Ep. 164
그 후.
희나에게 마치 깜짝 선물 같은 게임기를 받은 후 며칠 동안. 우린 분명 좋았었다.
굳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주는 딸과,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온 아내를 맞아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나인데.
스o치로 인해서 삶에 조금 더 활력이 붙은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 먹고 시작한 게임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어떤 종류의 게임이라도 전부가.
그래. 재미있었다. 무척 즐거웠는데.
어느새인가 나는, 희나의 앞에서 용서를 빌고 있었다.
“……미안.”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며,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게임기를 가리키는 희나.
“자기야. 명심해. 앞으로 게임은 하루에 한 시간 만이야.”
“네…”
변명할 말도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
스o치를 받은 후에, 나는 희나의 바람대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게임들을 하나씩 시작했었다. 일단 처음에는 운동을 하는 게임부터.
자동차 핸들 만한 크기의, 동그란 원형 기구를 들고 화면에 나오는 자세를 따라 하며 진행되는 종류의 게임인데.
별거 아닌데도 생각보다 재미있고 운동도 많이 되었다. 비록 플레이 용으로 쓸 수 있는 기구는 하나뿐이었지만, 다들 옆에서 그냥 같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와씨, 이거 빡센데? 나도 운동 좀 해야 하나.”
“형은 진짜 좀 해야 돼. 헬스 끊어줘?”
“뭔 헬스냐. 나도 이거로 하지 뭐.”
이런 류에는 관심 없어 하던 희성이 형조차, 같이 하는 건 또 재미있는지 옆에서 그러고 있었고.
“어마아! 이러케 하는 거야?!”
“후후, 사랑이 엄청 유연하다~ 잘하는데?”
“엄마도! 엄마도 해바!”
“사랑이가 엄마 가르쳐줄래?”
“응!”
사랑이도 오묘한 몸짓으로 나를 따라하고 있었다. 희나는 박수를 치며 그런 사랑이를 응원했다.
“어휴~ 이거 어렵네~”
“어이고…. 요샌 이런 것도 나와?”
“그러게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들이 거실에서 그러고 있으니, 장모님이나 뒤늦게 퇴근하신 장인 어른도 합류하셨다. 테이블도 전부 옆으로 치워 놓고, 온 가족이 운동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그야말로 희나가 바랐던, 다같이 게임을 즐기는 그런 상황이 곧장 만들어진 것이다. 그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희나도 굉장히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메인으로 기구를 잡고 전투적으로 운동에 임했다.
“뭐냐고! 나 자세 제대로 했는데!”
“한연후 똑바로 안 허냐!”
“큭… 다리가 안 올라가…!”
이게 단순히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운동 자세와 횟수를 채움으로써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그런 모험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름 헬스도 했었고 지금도 꾸준히 희나랑 요가나 스트레칭 정도는 하고 있음에도 금방 몸이 지쳐버린 것이다.
근데 또 앞에서 계속 몬스터가 하나씩 알짱거리고 있으니 저걸 잡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오기와 승부욕으로 하다가도, 결국 지쳐서 포기하려고 했지만.
“와… 진짜 안 되겠다. 더 이상은…”
“아빠아! 힘내!”
“헛! 아빠 힘낼게!”
사랑이의 응원 버프를 받아 어떻게든 일정 부분까지는 진행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게임기의 첫 스타트는 좋은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이런 종류라면 어른들이 보기에도 유익하다 생각할 만했고, 사랑이랑도 같이 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집에 있는 시간과 사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일맥상통하다 보니, 사랑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결국 온 가족이 땀범벅이 되어, 차례대로 씻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희나가 환히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어때? 재미있어?”
“어. 저 게임 진짜 좋은데? 운동도 되고 꽤 재미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고마워, 희나야. 나 생각해서 사준 거… 꽤 비쌌을 텐데.”
“으응. 아니야. 나야말로 그동안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해… 맨날 고집만 부리고…”
“고집은. 내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조금 흐린 표정을 지으려 하는 희나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물론 내가 게임을 접은 근본적인 원인을 꼽자면 희나와 사랑이가 맞지만, 그게 결코 둘 ‘때문’은 아니었다.
게임보다도 이 두 명이 나에게 더 중요했을 뿐이니까. 그러니 지금 나에게는 오직 고마움만 있었다.
게임을 거의 안 하는 것이 당연해진 지금을, 그저 그렇게 두지 않고 나를 생각해주었다는 점에.
“사랑이두… 아빠랑 꼬옥 하고 시푼데…”
“그럼 셋이서 꼬옥 할까?”
“네에!”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희나의 배려를 받아 최대한 즐겁게 이 게임기를 즐기는 것이었다. 지금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으니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부터 조금씩 게임에 빠져 지내기 시작했다. 다만, 빠져 지낸다는 것이 퇴근하자마자 종일 게임만 붙잡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대충 4시 30분, 씻고 나오면 5시. 식사까지 마치면 얼추 6시에서 6시 반 사이.
그 이후에, 내가 기본적으로 손에서 놓지 않고 있던 코딩과 영어 공부 시간을 조금씩 잡아두고, 그 외의 남은 시간에 사랑이를 데리고 조금씩 게임을 했다.
희나는 평일에 늦게 퇴근하는 날이 잦아 보통은 둘이서 붙잡고 있게 된 것이다.
“사랑아. 우리 냐옹이 이름을 뭘로 할까?”
“이쁘니! 새깔이 이쁘니까 이쁘니로!”
“오케이~ 그럼 이 분홍색 냐옹이 이름은 이쁜이로~”
몸을 움직이는 게임이 꽤 재미는 있었지만, 그거 하겠다고 매번 거실 테이블을 치우고 번잡하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둘이 있을 때는 냐옹이의 숲이라는 게임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사랑이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패드를 조작했다. 티비 화면 안에서는 내 캐릭터인 분홍색 고양이가 열심히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만약 나 혼자 하는 거였으면 마을 사람이고 나발이고 인터넷에서 짤로 봤던 무트코인을 해보려 했겠지만, 사랑이를 데리고 그런 사행성 플레이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느긋하게, 이 게임의 취지에 맞게. 다른 고양이들에게 대화를 걸면서 천천히 즐겼다.
“아빠! 바치 뭐야?”
“밭? 음… 사랑이가 좋아하는 고구마 있지? 고구마 같은 걸 심는 저런 네모난 장소를 밭이라고 해.”
“고구마! 사랑이 고구마 머꾸 시퍼!”
“그럼 이 다음에 아빠가 고구마 사올까?”
“네에! 아빠랑 노나 머글래!”
게다가 이 게임은 사랑이의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꽤 괜찮았다. 물론 사랑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조합해서 설명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원래 육아라는 건 어린아이의 ‘왜?’, ‘그게 뭐야?’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법이다.
“뭐야, 벌써 시작했냐? 기다려라. 내가 마을 키워서 조만간 거기 놀러 갈 테니까.”
“우리 캐릭터 분홍색이니까 안 겹치게 만들어~”
“오냐.”
그리고 희성이 형은, 어디선가 스o치를 하나 더 구해왔다. 오로지 이 고양이의 숲을 같이 플레이하기 위해서. 사랑이가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으니까.
아마 내가 돌봐주지 못할 때에는, 자기가 플레이하는 걸 보여주면서 사랑이를 안고 있을 생각이겠지.
그렇게 아이가 좋으면 낳으면 될 텐데. 카페 점장님은 그럴 생각 넘쳐 보이시더만.
-드르르르르!
소파에 앉아, 한창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시스템을 파악하는 중에 희나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자기야. 나 오늘 회식이라 조금 늦을 것 같아.]“그래? 음, 그럼 이따가 데리러 갈까?”
[아니야. 자리만 조금 지키다가 택시 타고 돌아가려고. 사랑이는? 자?]“아니~ 나랑 게임하고 있어. 그거, 고양이의 숲.”
[사랑이가 좋아하겠네~ 아빠랑 같이 냐옹이 게임 해서.]“그렇지, 뭐. 그럼 나중에 조심해서 들어와. 나 깨어있을 거니까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고.”
[응! 출발하기 전에 전화할게!]“어~”
-뚝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가끔 있는 희나의 부서 회식 날이었나 보다. 요새야 억지로 술 마시게 하는 것도 없으니 크게 걱정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장소의 분위기라는 게 있긴 하지만, 희나는 알아서 조절을 잘 하니까.
“엄마 언제와?”
“엄마 조금 늦는대. 사랑이 코~ 자고 있을 때 올 거야.”
“엄마랑 가치 자구 시펐는데…”
“지금 졸립구나? 그럼 아빠가 코~ 해줄까?”
“네에!”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긴 하지만,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냐옹이를 보고 있길래 안 졸린 줄 알았는데, 희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는 곧바로 게임하던 것을 정리하고 사랑이를 방으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 보이는 것에 비해 많이 피곤했었는지, 눕힌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골아 떨어지는 우리 딸.
천사처럼 잠이 든 사랑이를 조금 쓰다듬어 주다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금 거실 소파로 와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럼 희나 올 때까지 뭘 한다. 아까 동대에서 남는 시간에 영어 좀 붙잡고 있었더니 공부는 썩 안 땡기는데.
적당히 여기저기 톡을 보내면서 뭐하나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희성이 형이 다가왔다.
“사랑이는? 자냐?”
“어.”
“흠… 너 고숲은 사랑이랑 같이 할 거지?”
“아마도. 사랑이라도 있으니까 자제하면서 하는 거지, 혼자 했으면 벌써 마을 재개발 들어갔을걸.”
“그럼 이거 해볼래?”
형이 나에게 건네 준 게임은, 나도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스o치를 가진 적이 없다 보니 다른 시리즈를 해 본 적은 없었지만.
내가 칩을 받아 들고 고민하고 있자, 형이 설득하듯 말을 덧붙였다.
“너 혼자 있을 때 하라고. 그러면 굳이 티비에 연결 안 해도 괜찮잖아.”
확실히 그건 큰 이점이었다. 사랑이랑 놀아줄 때야 놀아주는 걸 빌미로 티비를 점거하고 있는 거지, 그 외의 시간에도 계속 연결하고 있긴 좀 그러니까.
게다가 어차피 희나 올 때까지 시간도 비었고.
“그럼 한 번 해볼까. 재미있어?”
“스o치를 샀다는 건, 그 게임을 하겠다는 의미다.”
“내가 산 건 아니지만… 오케이. 지금 깐다.”
“되도록이면 공략 같은 거 보지 말고 알아서 해라. 정 모르겠으면 나한테 물어 보고.”
“오케~”
저렇게까지 자신만만하게 추천하는 걸 보니 나도 흥미가 동했다. 우리의 게임 취향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예전에도 형이 이거 재미있다~고 말했던 게임들은 다 꽤 할만 했었으니.
그리고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게임이. 아무 생각 없이 희나를 기다리면서 잠깐 해보려던 그 게임이 결국.
희나를 분노케 한 원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