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66)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65화(166/213)
Ep. 165
“희나 씨, 조심해서 들어가요~”
“월요일에 봐요!”
“네. 두 분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방향이 비슷해, 같이 택시를 타고 온 부서 사람들과 헤어지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 그 외의 대화가 길어져서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게 되었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출발하기 전 연후에게 전화를 했을 때, 피곤했는지 어딘가 건성으로 대답하던 그의 목소리가 신경 쓰였다.
먼저 자라고 말을 하더라도, 분명 내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하여 최대한 서둘러서 발걸음을 옮겼다.
늦어버린 귀가에 미안하면서도, 웃으면서 나를 맞이해 줄 그의 미소를 마음 한구석에서 기대하며.
-띠리링!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서둘러 현관 앞까지 나와 줄 내 남편의 모습을 예상했으나.
“어?”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분명 거실 불이 켜져 있음에도.
혹시 나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나 싶어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니, 소파에 앉아 있는 연후의 뒷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소리를 듣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를 머금은 채 다가가자.
“…….”
내가 사 준 게임기를 들고, 굉장히 집중하며 게임에 빠져 있는 남편의 옆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아까 전화를 했을 때도 이걸 하고 있어서 대답이 그랬던 것 같다. 그에 살짝 서운함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하라고 사 준 것을, 이렇듯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어쩐지 귀엽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돌아왔는데,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것은 벌을 받아 마땅했다. 그래서 몰래몰래, 살며시 연후의 볼 바로 옆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입을 열었다.
“자기야?”
“우와아아악!!”
그러자 깜짝 놀라며, 이제서야 내 쪽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나의 남편. 곧바로 손에서 게임기를 내려놓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일으켰다.
“어, 언제 왔어? 미안. 잠깐 게임 한다고 전혀 몰랐네.”
“괜찮아. 근데 무슨 게임이야? 고양이?”
“그건 아니고… 희성이 형이 빌려준 건데, 사랑이 재우고 너 기다릴 겸 하고 있었거든.”
“흐응…”
게임을 하라고 사 준 것이니 그야 게임을 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갑자기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이 불안함은 무엇일까.
확실히 정의할 수 없는 그 찝찝함을 애써 무시한 채, 연후를 보며 미소 지었다. 괜히 미안해 하지 않도록. 연후도 피곤할 텐데, 나를 위해서 이 시간까지 깨어 있는 것이니까.
“아, 참. 그거 해줘야지.”
“응?”
-쪽!
그리고 이렇게 잊지 않고 키스를 해줬으니까.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그 모든 찝찝함은 전부 사라지고, 행복만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기야, 나 금방 씻고 나올게. 조금만 기다려~”
“나 여기에 있을게. 천천히 나와.”
그래. 내일부터는 또 주말이니까, 어서 씻고 나와서 연후에게 꼬옥 안겨야지. 오늘은 조금 늦게 잠들어도 괜찮으니, 안긴 채로 키스도 받고 스킨쉽도 즐기면서.
잠시 후에 나를 어루만져 줄 연후의 손길을 상상하면서, 서둘러 몸을 씻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거기에는 소파에 앉아 여전히 게임에 빠져 있는 남편이 있었다.
“자기야. 나 다 씻었어. 이제 자자.”
“응? 아, 먼저 자. 나 조금만 있다가 잘게.”
“…어?”
“내일 어차피 토요일이니까, 한 시간 정도만 늦게 잘게. 오늘 회식 다녀오느라 많이 피곤하지? 어서 자.”
“……”
이게 아닌데. 나는 연후랑 같이 자고 싶은데.
하지만 연후는, 그 말을 하고 나서 내 쪽에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게임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순간 머릿속으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나를, 사랑하는 아내를 방으로 들여 보내고 자기는 게임을 하겠다고?
허나 동시에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 또한 있었다. 정말로, 연후는 그동안 나와 사랑이를 위해 공부에만 열중했었으니, 조금은 봐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서운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게임기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입을 열었다.
“…응. 자기도 너무 늦게까지 하지는 말고…”
“알았어~”
활짝 웃으면서 알겠다고 말하는 연후의 얼굴을 보면, 또 바보처럼 마음이 풀어져 버린다.
하여 방으로 들어가면서 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가끔은.
그래, 가끔은 어쩔 수 없지.
게임을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런 걸 테니까. 외롭겠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참아야지.
그렇게 쓸쓸함에 휩싸인 채 잠을 청했다. 하루 쯤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어쩐지 나를 먼저 재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연후가, 은근슬쩍 방을 나갔다.
나를 혼자 남겨 두고서.
—
희성이 형이 추천해 준 게임에, 기대를 하면서도 하지 않았다. 재미는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전만큼 게임 하나에 빠져드는 게 안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
가족들이 함께 한 운동 게임도, 사랑이를 데리고 하는 고양이 게임도 재미있긴 했다. 하지만 그게 잠 잘 시간도 줄여가면서 할 정도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정말 오랜만에, 몇 년 만에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미쳤다…”
게임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직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광활히 펼쳐진 세계와 어느 정도 컨트롤이 필요한 전투. 그리고 여기저기 조사하면서 수행하게 되는 다양한 컨셉의 기믹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손에서 게임기를 놓지 못하게 했다. 덕분에 희나가 돌아온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열중해버리고 말았다.
“…응. 자기도 너무 늦게까지 하지는 말고…”
“알았어~”
희나도 왔고 슬슬 끌까 잠깐 고민했지만, 어쩐지 조금만 더 하면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것 같은 타이밍이라 멈출 수가 없었다. 하여 희나를 먼저 들여보내고 아주 조금만 더 할 생각이었다.
그래. 아주 조금만 더. 조금만.
아, 저 유적 가까운데 저기까지만… 여기서 메인 스토리가 이어지는구나. 궁금하니까 이 내용만 보고…
뭐야, 얼어 죽어서 진행이 안 되는데? 방법이 없을까… 방한복? 그냥 모닥불 들고는 안 되려나? 일단 이것까지만 만들어 보고…
그렇게 조금만 더를 끊임없이 속으로 외치면서, 정신없이 게임을 했다. 그러다가 게임기 상단에,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는 깜빡임을 보고 나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게임기를 벗어나 고개를 들었을 땐, 참새가 짹짹이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어처구니 없음을 느끼며 베란다 쪽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타임 머신이라도 탄 것 같았다.
벌써 아침이라고? 진짜 개망했네.
일단 곧바로 게임을 종료했다. 밤을 샜으니 그냥 버티자, 는 건 있을 수 없었다. 어중간하게 버티다가 점심 때 자버리면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될 테니까. 때문에 슬쩍 침대로 돌아가 희나의 옆에 몸을 뉘였다.
눕자마자 기분 좋은 피로감이 온몸을 감쌌다. 눈을 감고 서서히 잠에 빠지는 와중에도, 머릿속으로는 초록 옷을 입은 내 캐릭터를 움직이고 있었다.
어떡하냐, 진짜. 또 하고 싶은데.
진심 개존잼…
—
기절하듯 자버린 내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점심이 넘은 시간이었다. 꽤 건강한 생활 패턴을 몇 년간 유지했었기 때문에,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눈을 뜬 내 앞에는, 사랑이가 코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하자, 눈매가 곡선을 그리며 조그마한 입이 열렸다.
“아빠 이러나따!”
“사랑아… 안녕…”
“아빠 느짬꾸러기야!”
“그러게…”
어쩐지 몸이 나른했다. 그래서 누운 채로 사랑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곧 방에 희나가 들어왔다.
“일어났어? 배고프지?”
“아니, 괜찮아…”
“찌개 해놨으니까 이따 밥 먹을 거면 데워줄게. 어제는 몇 시에 잤어?”
“…조금 늦게.”
“그래?”
차마 희나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애매모호하게 답을 했다. 다행히 희나도 더 추궁할 생각은 없었는지,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침대로 와서 내 앞에 걸터앉았다.
사랑이는 어느새 나한테 더 가까이 붙어서 나를 안고 있었고.
“아빠! 사랑이랑 이쁘니 보러 가!”
“응… 아빠 씻고 나서 같이 할까?”
“네에!”
“또 게임 하게?”
“…하지 말까?”
“아니야. 그래도 너무 늦게까지 하지는 마. 몸 상해.”
“알았어…”
너무 늦게 잤더니 몸이 굉장히 나른했다. 희나의 말처럼, 이렇게 패턴이 엉망이 될 정도로 늦게까지 하는 건 지양해야 할 듯 싶었다.
느지막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역시 평화로운 토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랑이랑도 놀아주고, 사랑이 낮잠 자는 시간엔 희나와 슬쩍 스킨쉽을 나누기도 하면서.
다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는 은근히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암만 그래도 주말 낮에 가족들이 모여 있는데 혼자서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희나는 평일에 많이 바쁜 만큼, 주말에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온 밤.
또 밤늦게 게임을 한다고 하면 희나가 걱정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는 희나를 껴안고 토닥여 주면서 희나가 잠드는 것을 기다렸다.
-토닥토닥
“엄마가 섬그늘에~”
“쿡쿡, 자기야. 나 웃겨서 못 자~”
“아, 그래?”
“응~ 안아만 줘.”
“알았어.”
자장가까진 무리수였던 것 같지만. 아무튼 희나가 잠들고 난 후에,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왔다. 희나가 깨지 않도록.
마치 탈출 미션을 하는 것처럼, 어렸을 적 엄마 몰래 컴퓨터를 키던 그날처럼.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 구석에 앉아서 다시금 게임을 시작했다.
평소처럼 하루를 보내면서도, 게임 생각이 온종일 내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다음 내용은 어떻게 될까, 더 좋은 무기를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지금 지역을 다 밝히려면 몇 개의 탑을 올라야 할까.
하여 이 시간만을 기다린 것이다. 자기 전까진 가족과 함께 하고, 다들 잠든 후에 혼자서 느긋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지금 시간을.
물론 어제처럼 해가 밝을 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밤샘에 너무 익숙해지면 생활 패턴에 타격이 클 테니까.
그러니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두 시간 정도라면─
쌉가능 아닐까?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공주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다시 시작했다.
-스윽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보는 눈이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