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69)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68화(169/213)
Ep. 168
물론 예전부터 이런 옷 쇼핑을 같이 할 때마다 내 의견을 묻긴 했지만, 오늘은 더 노골적이었다. 옛날에 첫경험 전에 속옷 샀었을 때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내 반응과 시선을 확실히 체크하려는 것 같았다.
“예쁘긴 한데… 좀 야하지 않나…?”
게다가 나를 당황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지금껏 희나가 골랐던 것들 중에서 가장 섹시함이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부분이 끈으로 된 검정색 비키니인데 천 면적이 아슬아슬했다.
희나야 워낙 몸매가 좋으니 저런 걸 입어도 예쁘고 잘 어울리겠지만, 다른 남자들의 시선을 많이 탈 것 같아서 나로써는 걱정이 됐다.
사랑이의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썩 좋을 것 같진 않았고. 다행히 지금은 사랑이도 주변을 둘러 본다고 정신이 없는 것 같지만.
그리고 그런 내 걱정을 눈치챘는지 희나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우리 작년에 바다 갔을 때 입었던 로브 가디건도 입을 거야. 이것만 입은 건 자기한테만 보여주고.”
“그렇다면이야…”
나만 볼 수 있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그 로브 가디건도 검은 색이라, 위에 걸치고 있으면 수영복은 물론 살갗도 많이 가려지긴 할 것이다.
그 후로도 몇 개의 수영복을 더 보긴 했지만, 결국 처음 집었던 수영복으로 결정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게 가장 야한…게 아니라 이쁘기도 했으니. 아마 희나도 내 시선을 알고 고른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것만 산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희나 것만 사려고 온 것도 아니고 내 것과 사랑이의 수영복도 같이 사려고 했었는데, 구경하던 중에 무려 가족 세트로 있는 수영복을 발견한 것이다.
그걸 보자마자 희나가 홀린 듯이 다가갔다.
“자기야, 이거 너무 귀엽지 않아?”
“그러게. 사랑이 한 번 입혀볼까?”
하얀색과 검은색의 조합에, 사선으로 된 스트라이프 타입이었다. 남자 거야 별다를 것 없었지만, 여자 용이나 아이 용은 짧은 원피스 타입으로 된 것이 굉장히 귀여운 느낌이었다.
셋이서 입고 있으면 누가 봐도 한가족이구나 싶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커플로 맞추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희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거기에 시선을 빼앗겼다.
작년까지는 사랑이가 너무 어리고 작아서 이렇게 아이 것까지 세트로 있는 걸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사랑이도 많이 커 가지고.
잠깐 손으로 만져보면서 재질을 확인하던 희나가, 바로 사랑이를 피팅룸으로 데려갔다.
-촤악!
잠시 후, 그 수영복을 입고 나온 사랑이는 예상대로 굉장히 귀여웠다. 마치 파레오처럼 얇은 천이 어깨 부분도 잘 가려주고 있고, 팔이나 다리 외에는 전부 덮여 있어서 추위 걱정도 없어 보였다.
“잘 어울리지?”
“와, 진짜 사랑이한테 딱인데?”
“아빠아! 사랑이랑 바다 가?”
“바다는 아니고, 수영장 갈 거야.”
“수연장?”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랑이. 그 제스처가 또 귀여움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하긴. 수영장은 워낙 사람이 붐비다 보니까 데리고 간 적이 없어서 모를 만했다. 바다는 작년이랑 재작년에 갔었는데.
아무튼 사랑이한테 잘 어울리는 것을 보고 희나도 한 번 입어보더니, 꽤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나야 둘한테 잘 어울리면 안 입어봐도 상관 없었다. 허리가 안 맞는 게 아닌 이상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결국 긴 고민 없이 그 수영복 세트도 구입하게 되었다. 아마 아까 산 비키니는 호텔 방에서나 보여주고, 막상 풀에 갈 때는 이 수영복을 입지 않으려나. 희나는 남들한테 우리가 부부라던가 가족이라는 걸 과시하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금방 발견한 덕분에 생각보다 쇼핑은 일찍 끝났다. 호캉스를 가는 것인 만큼 수영복 외에는 따로 살 만한 것도 없었다.
“사랑아. 우리 고양이 카페 들렸다 갈까?”
“냐옹이! 냐옹이 보러 가구 시퍼!”
“아직 하려나?”
“내가 저번에 물어봤는데 10시까지 한다고 하더라. 아, 근데 너 정장이지 참.”
“어차피 이거 클리닝 맡기려고 했으니까 괜찮아. 껴안는 거 아니면 그렇게 털이 많이 묻지도 않고.”
하여 사랑이를 데리고 오랜만에 고양이 카페를 들렸다. 내 이번 여행의 목적이 사랑이와의 시간을 더욱 많이 보내는 것인 만큼, 지금부터 실천하고 싶었다.
“냐옹아 안녕! 해삐! 저기 해삐야 아빠!”
“해피한테 인사해야지?”
“해삐야 안녕! 사랑이 또 와써!”
그렇게 방문한 고양이 카페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간히 들리는 곳이라 사랑이도 고양이 몇 마리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행복한 얼굴로 근처의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주는 사랑이를 지켜보며, 얼마 남지 않은 여행에 대한 계획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어쩐지 마음이 들떴다. 우리 셋만 가는 여행은, 동네를 벗어날 만큼 멀리 가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게다가 희나와 사랑이가 함께하는 만큼 분명 즐거울 테니까.
여행 날이 너무나 기다려졌다.
—
며칠 뒤, 여행 당일.
소풍을 앞 둔 어린아이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새벽 일찍 눈을 떴다. 그건 희나도 마찬가지였는지, 내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도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나를 보고는, 예쁜 눈웃음을 짓는다.
“자기야, 그냥 빨리 준비할까? 여유롭게 가도 괜찮잖아.”
“그럴래? 가면서 휴게소 같은 데서 시간 좀 보내도 되니까.”
“응!”
호텔 체크인 시간이 3시라 조금 느긋하게 출발해도 상관 없었지만, 기껏 셋만의 여행인데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까웠다.
우리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씻었다. 짐이야 어제 전부 챙겨두었는데, 사실 챙긴다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막말로 지갑만 들고 있어도 갔다 오는 데는 문제 없었으니까.
가방 내용물은 수영복이랑 갈아 입을 옷 뿐이었다. 이게 호캉스의 가장 큰 장점이지 싶다. 호텔에서 편안하게 쉬다 오려는 거라 큰 짐이 필요 없었다.
그래도 씻고 나와서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곧바로 사랑이를 깨웠다.
“사랑아~ 일어나야지?”
“움…아바아… 사랑이 자래에…”
“우리 사랑이 조금만 힘내서 차에서 잘까? 엄마랑 아빠랑 놀러 가야지?”
“사랑이두… 갈래…”
“그래~ 같이 가자~”
역시나 잠이 덜 깨서 정신을 못 차린다. 하지만 어차피 차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긴 만큼, 차에서 재우면 되니 곧바로 사랑이를 씻기고 옷을 입혔다.
그렇게 분주히 움직이는 우리를, 다른 가족들이 처량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운전 잘 할 수 있는데…”
“나는 사랑이 잘 돌봐줄 수 있는데~”
“잘 다녀와라. 운전 조심하고.”
희성이 형과 장모님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장인 어른은 아쉬운 눈을 하면서도 염려의 말을 해주셨다.
하지만 저런 반응에 일일이 신경을 써 주기에는, 우리는 지금 너무나 들떠 있었다.
“예, 조심할게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우리 다녀올게!”
하여 같이 환히 웃으며 인사를 한 뒤 곧장 집을 나섰다. 1분 1초가 아까웠다. 바로 주차장으로 내려가 희나가 운전대를 잡고 나는 사랑이를 뒷좌석에 앉혔다.
좌석에는 무려 주니어 카시트까지 설치해 놓았다. 작년에 희나가 사랑이의 안전을 위해서 강력 주장했던 것을, 모든 가족들이 동의해서 일사천리로 주문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 차 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빠 차에도 달려 있었다. 언제든 사랑이를 태울 수 있게 같은 모델로 달아 놓으시더라.
나는 사랑이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시트 각도를 조절하고 안전벨트까지 메준 다음 조수석에 앉았다.
“사랑이는? 잘 자?”
“푹 자고 있어.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 시트 진짜 잘 산 것 같다니까. 머리 안 움직이도록 잡아주는 게 엄청 편하겠더라.”
“그치? 게다가 얼마나 안전한데~”
“그래 보이긴 해. 우리 잊은 거 없겠지?”
“잊었으면 어때! 가서 사면 되지! 그럼 출발할게~”
“오케이! 출발!”
-부르릉!
그 말과 함께 희나가 시동을 걸고 차가 움직이면서, 드디어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익숙한 동네를 지나, 사람들이 출근하느라 조금씩 막히는 시내를 넘어서, 순식간에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어야 정상인데, 오늘따라 도로 비는 타이밍이 굉장히 좋았다.
마치 우리의 여행을 축복해 주는 것처럼. 물론 여기서부턴 어쩔 수 없이 좀 막히긴 하겠지만.
서울을 조금 벗어나면서 보이는, 시원함마저 느껴지는 탁 트인 주변 풍경을 등한시한 채, 나는 기분 좋은 얼굴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희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운전 잘 하는 게 멋있어서.”
“뭐야~”
내 칭찬에 수줍게 웃는 희나. 미인이 운전대를 잡고 있어서 그런가. 어지간한 것은 뭐든 잘하는 희나답게, 운전을 자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여유롭게 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다.
동시에 수줍어 하는 모습은 또 귀여워서, 이것저것 더 말해주고 싶었지만 운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렸다.
“제일 가까운 휴게소가 가평인가? 지금부터 한 30분 더 걸리려나?”
“생각보다 안 막히니까 아마?”
“거기 도착할 때쯤 사랑이도 일어나겠지?”
“안 일어나도 깨워야지. 자기랑 사랑이 둘 다 휴게소 먹거리 엄청 좋아하잖아~”
“아니, 솔직히 그건 꼭 먹어줘야 돼…”
휴게소에 들렸는데 그런 걸 안 먹어주는 건 죄악이다. 특히 우동은 진심 개꿀맛이라고.
게다가 우리가 예정보다 일찍 나와서 아침도 안 먹은 터라 휴게소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하여 다양한 것들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는 사이, 예상했던 대로 고속도로 정체가 시작되었다.
슬쩍 내비게이션을 확인해 보니 주황색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다시 초록색이 이어진 것을 보면 아마 금방 다시 뚫릴 것이다.
그리고 차가 잠시 멈춘 그 짧은 시간. 희나가 곧바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자기야, 나 운전하느라 힘든데~”
“마사지 해줄까?”
“아니. 그거 말고.”
-툭툭
마사지를 거절하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두드리는 그녀. 최근에는 보지 못했던 그 그리운 제스처에, 작게 웃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쪽!
짧게 키스를 하고 입술을 떼자, 희나가 부족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한 번으로는 반 밖에 충전 안 돼!”
“그래? 충전은 항상 풀로 해야지.”
“그러엄~”
-쪽!
키스 두 번으로 풀충전이라. 연비가 장난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