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71)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70화(171/213)
Ep. 170
나는 사랑이도 데려온 만큼 둘이서 19금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지양할 생각이었지만, 희나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걸 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그녀의 눈에서 전해져 왔다.
그 강렬한 기백에 밀려, 시선을 살짝 피한 채 떠듬거리며 대답했다.
“사, 상황이 괜찮으면…”
“알았어~”
희나도 억지로까지 할 생각은 아닌 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주기는 했지만, 상황이 ‘안 괜찮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러다가 사랑이가 밤 늦게까지 안 잔다고 하면 혼내면서 재우는 건 아니겠지?
의심의 눈길로 희나를 바라보고 있는 중에, 방을 뛰어다니던 사랑이가 화장실로 달려와 우리를 재촉했다.
“엄마! 우리 수연장 언제 가?!”
“수영장? 글쎄, 바로 갈까? 자기는 어때?”
“나도 괜찮은데. 평일엔 오픈이 두 시부터라 지금 가면 사람도 별로 없겠다.”
아직 룸도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상태긴 하지만, 사랑이가 원하니 곧장 옷을 갈아입었다. 룸 구경이나 어매니티 확인 정도야 이따가 저녁 먹고 쉬면서 봐도 상관 없으니까.
우리는 이전에 샀었던 커플 수영복 세트를 갖춰 입은 뒤, 방에 비치된 가운을 걸치고 방에서 나왔다. 물놀이 갈 때마다 유용하게 썼던 스마트폰 방수팩까지 목에 걸고서.
푹신한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가니, 입구 부근에는 수영복이나 구명 조끼 등을 대여해 주고 있었고, 투명한 유리 벽 안으로는 예쁜 수영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노는 것도 괜찮아 보였지만, 일단 우리는 이곳을 지나쳐서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했다.
“여기 너무 좋다!”
“와, 사진으로 본 거보다 훨씬 괜찮은데?”
넓직한 계단을 올라 도착한 옥상의 수영장은,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예뻤다. 아래 층에 있는 풀보다는 크기가 작았지만, 크기보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마치 남쪽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야자수 모형이나 오두막 컨셉의 선베드, 그리고 저 멀리 바다가 훤히 보이는 뷰까지.
정말 사진 찍기에 최적화 된 느낌이었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꽤 있기는 했지만, 엄청 붐빌 정도도 아니었고.
“나 추어…”
“아, 그렇지. 일단 안에 들어갈까?”
“그러자. 잠깐만.”
옥상에도 깊지 않은 작은 풀이 따로 있었기에, 슬쩍 손을 넣어 온도를 체크해봤다. 느껴지는 따뜻함을 보아, 온천마냥 뜨거운 건 아니라서 바로 들어가도 문제 없어 보였다.
“사랑아.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자. 엄청 따뜻해.”
“사랑이 너무 추어! 빨리 드러갈래!”
“미끄러우니까 발 조심하고. 이리로, 한 발씩.”
조심스럽게 사랑이의 손을 잡고 풀 안으로 내려오자, 사랑이도 온수의 따뜻함이 뼈에 사무쳤는지 곧바로 중간 계단에 쭈그려 앉아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여기 따땃해!”
“이제 안 춥지?”
“네에! 사랑이 이제 하나두 안추어!”
사랑이가 춥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이젠 나랑 희나가 추웠다. 이게 얕은 곳이다 보니 우리는 허리 위로 찬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그나마 아래라도 물 속에 있어서 나는 참을 만 하긴 했는데, 아마 희나는 아닐 것이다. 추위에 약한 건 아니지만 그리 강하지도 않으니까.
“사진 몇 장 찍고 아래에서 놀자. 너도 춥지?”
“조금. 자기가 안아주면 따뜻할 것 같은데~”
장난스레 말을 하고 있지만 살짝 몸을 떠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하여 나는 희나를 손짓으로 불러 내 앞에 앉힌 뒤, 살며시 껴안아 주었다.
어차피 지금 있는 사람들도 가족이나 커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러고 있어도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다면, 이러고 있는 게 눈꼴 시려워서가 아니라 희나랑 사랑이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겠지.
내가 꼬옥 안아주자, 희나도 몸을 기대며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따뜻해~”
“나두 아빠랑 안구 시픈데…”
“사랑이는 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
“네에!”
그렇게, 작은 풀 안에서 나는 희나를, 희나는 사랑이를 껴안아 주고 있었다. 수영하러 와서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긴 하지만…
뭐, 수영은 목적이 아닌 우리 셋이서 즐겁게 보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을 뿐이니 나쁠 건 없었다.
“우리 이대로 한 장 찍어서 오빠한테 보내주자!”
“그럴까? 사랑아! 사진 찍을 땐?”
“김치!”
-찰칵!
—
예쁘게 장식되어 있는 선베드나 저 멀리 수평선을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아래로 내려와 조금 더 수영을 즐겼다.
사실 말이 수영이지, 그냥 사랑이를 데리고 물장구나 몇 번 치면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한 것이다.
희나는 애초에 내 옆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했고, 아래 풀장으로 온 다음부터는 나한테 팔짱을 끼고만 있었다.
수영복이란 게 재질이 굉장히 부드럽기 때문에, 속옷만 입고 있을 때보다 희나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 팔에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발만 담그고 있는데도 좀 나른하지 않아?”
“그러게. 사랑이 놀다가 잠드는 거 아니겠지? 조금 있으면 저녁도 먹어야 하는데.”
“잠깐 자지 않을까? 오늘 낮잠도 안 잤잖아.”
“아, 그러네.”
사랑이도 희나와 다를 바 없이, 얕은 풀에서 내 다리를 붙잡은 채 발을 파닥이면서 물장구만 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즐거운지 자신의 다리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꺄아꺄아 거리고 있다.
-첨벙!
“아빠! 이짜나! 물방울이 이러케 높이 가써!”
“사랑아. 안 졸려?”
“사랑이 하나두 안 졸려!”
말은 그렇게 해도, 저러다가 피곤해서 갑자기 픽 쓰러지는 게 저 나이대의 아이였다. 아까 밥이랑 간식도 많이 먹고, 호텔 도착하고 나서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물놀이도 했으니 슬슬 졸릴 법 한데.
그래도 아직 들어가고 싶어하진 않는 것 같으니 조금 더 두고 보기로 했다. 어차피 희나도 나한테 기댄 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고.
나는 사랑이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꽤나 북적거리기 시작한 실내 풀을 쭉 둘러보았다.
우리 같은 가족 단위 여행객도 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커플이었고 간간히 여자들 여럿이 놀러 온 듯한 팀도 눈에 띄였다.
여기 인테리어가 워낙 예쁘다 보니 여자들이 모여서 올 만 하긴 했다. 뷰도 장난 아니었으니까.
저런 걸 보고 있으면 나도 친구들이랑 언제 한 번 시간 맞춰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더 예전처럼 모이기 쉽지 않으니.
그렇게 잠깐 멍하니 상념에 잠겼을 때, 희나가 팔에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그냥 힘만 준 게 아니라 약간 고문 수준으로 비틀고 있었다.
“악! 희나야! 아파!”
“…자기야, 지금 어디 보고 있어?”
“아, 아무것도 안 보고 있었는데? 그냥 생각하고 있었…”
“거짓말! 저쪽 여자들 보고 있었잖아!”
“뭐? 아니, 안 본 건 아닌데! 보려고 본 게 아니라 그냥 둘러보다가!”
친구들끼리 놀러 온 걸 보고 나도 친구들 생각 좀 하고 있었는데, 그게 여자들 구경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됐나보다.
물론 그 방향에 시선을 두고 있었으니 오해를 할 만도 하지만, 진짜 아닌데!
당황하면서 부정을 했음에도, 희나는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로?”
“너 있는데 저 사람들을 왜 봐. 니가 제일 예쁜데.”
“비키니 보려고 한 거 아니야? 나도 그냥 그때 샀던 거 입을 걸…”
“아니라니까. 너 지금 수영복도 진짜 예뻐.”
한치의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물기에 젖어 있는 희나의 수영복 차림새는 솔직히 우리만 있었으면 그것만 보고 있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섹시보다는 단아한 타입이지만, 역시 희나는 이런 느낌이 최고니까.
그걸 희나도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몰라. 이따가 봐. 나만 보게 해줄 테니까.”
“난 항상 너만 보인다니까…”
조금 삐져버린 희나를 달래주면서, 어쩐지 조용해진 다리 아래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그새 피곤함이 몰렸는지, 내 다리를 껴안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랑이의 모습이 보였다.
“희나야, 사랑이 졸린가 봐. 방으로 돌아가자.”
그 말에 희나도 사랑이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얼굴을 풀고 말했다.
“사랑아~ 여기서 자면 안 돼. 엄마랑 씻고 침대에서 자자.”
“사란이… 갠차눈데…”
“너 하나도 안 괜찮거든.”
“사랑아, 이리 와. 아빠가 안아줄게.”
“웅…”
우리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사랑이를 데리고 수영장을 벗어났다. 비치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왔을 때 입고 있었던 가운을 걸친 채로.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을 즈음에는, 이미 반쯤 자고 있는 상태라 희나와 둘이서 사랑이를 씻겨준 뒤 침대에 눕혔다. 바다가 아닌 수영장이라 사랑이를 씻기는 게 수월해서 다행이었다.
사랑이가 새근새근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 우리도 물기만 닦아냈던 몸을 씻으러 다시금 욕실로 들어갔다.
문제는… 아니, 이게 문제라는 건 아니지만.
희나가 다른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때 그 검은색 비키니 수영복으로.
“우리 씻을 건데, 희나야…”
“응. 이러고 씻으면 되잖아?”
“어차피 벗어야 하잖아.”
“그래도 자기 보여주려고. 어때? 아까 그 여자들보다 내가 더 좋지?”
“그거 안 입어도 네가 천만 배는 더 좋아.”
사랑이 때문에 잠깐 중단되었던, 아까 질투의 연장선이 시작되었다. 희나는 가슴골이 그대로 보이는 수영복 차림새로, 욕실에서 나한테 딱 달라붙은 채 ‘내가 더 좋지?’를 연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라, 점점 희나의 손길이 야릇해 지는 것이.
절대로 씻기만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직 저녁도 먹기 전인데. 나는 점차 내 은밀한 부위에 손길을 갖다 대는 희나를 말려보았다.
“하는 중에 사랑이 일어나면 어떡해.”
“오늘 첫 낮잠인데? 자기도 알잖아. 앞으로 한 시간은 절대로 안 일어나.”
그것도 그런가? 하긴. 차에 탄 시간에도 꽤 피로가 쌓였을 거고 거기에 수영장에서 물놀이까지 했으니 두 시간은 잘 지도.
나도 희나랑 이런 걸 하는 게 절대로 싫은 것은 아니고, 그저 중간에 사랑이가 일어나서 우리를 찾으면 어떡하나 싶었던 것 뿐이었다.
내가 그 말에 납득하자, 희나의 행동이 더욱 대담해졌다. 우리가 보자마자 감탄했던 욕조 따위는 지금 사용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저 욕조의 가장자리를 손잡이로 쓰면서.
“이대로 하자. 자기가 좋아하는 비키니 입고.”
“……”
그거 진짜 아닌데. 좋아하는 건 맞지만 네가 입어서 좋은 건데…
말로는 믿어 주지를 않으니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얼마나 불끈불끈 한지.
인터넷에서 여기 화장실 방음이 좋다는 얘기도 있었던 걸로 기억 하는데, 좀 울려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