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76)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75화(176/213)
Ep. 175
주말의 가족 나들이. 우리끼리 하는 나들이는 나도 언제나 환영하는 바이지만, 솔직히 이젠 어딜 가야할 지 모르겠다.
희나도 사랑이도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못해도 이 주에 한 번씩은 같이 여기저기에 돌아다닌다.
그래서 안 간 곳이 없었고, 안 한 게 없을 정도였다. 사랑이는 같이 놀이터에 가자고 하지만, 그래도 가족끼리 나왔는데 그러기는 아쉽고.
하여 고민 끝에 간 곳이.
“룸카페 괜찮아?”
“좋은데? 그치, 사랑아?”
“응! 나 좋아! 엄마, 나 와플 먹고 싶어!”
“그럼 와플이랑 베이글이랑… 음료수도 하나 골라. 자기는?”
“난 라떼.”
“초코 먹을래!”
집 근처에 있는 룸카페였다. 멀티방도 고려하긴 했는데, 밖에 나와서까지 게임을 하는 것도 좀 그랬다. 게다가 이 룸카페는 티비가 달려 있는 방도 있었으니까. 더 청결하기도 하고.
카운터에서 주문과 결제를 마치고, 음료와 디저트를 받은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어쩐지 그리움이 느껴졌다.
“희나야, 기억 나? 여기 우리 예전에 가끔 왔었잖아.”
“당연히 기억하지~”
“여긴 어떻게 아직까지 장사를 잘 하고 있네. 근처에 망한 곳들 엄청 많던데.”
마지막으로 왔던 게 워낙 옛날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인테리어도 꽤 많이 바뀐 것 같았다.
예전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젠 그런 것들을 싹 치우고 깔끔한 모던 스타일이 된 느낌.
“나! 나 와플!”
“아빠가 잘라줄게~ 잠깐, 아빠 나이프 들고 있으니까 무릎에 앉지 말고.”
“네에~”
“초코 라떼는 맛있어?”
“응! 맛있어! 엄청 달아!”
“엄마도 한 입 주라~”
“여기!”
둘이서 사이좋게 음료를 나눠 마시는 사이, 나는 베이글과 와플을 먹기 좋게 잘라주었다. 자른 단면이 굉장히 깔끔한, 그야말로 장인의 칼질이었다. 몇 년 동안 사랑이한테 먹을 것들을 잘라주다 보니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스스로의 솜씨에 속으로 자화자찬을 하며, 접시를 중앙으로 밀어주었다. 그리고 나도 맛이나 볼 생각에 한 조각을 포크로 찍었는데.
“아~”
“……”
곧바로 희나와 사랑이가 아기새마냥 나란히 입을 벌렸다. 아예 포크를 손에 쥘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둘이 하는 행동이 어찌나 이렇게 닮았는지.
결국 내가 먹는 건 포기하고, 사랑이에게 포크를 향하자.
“아아!”
커다란 아기새가 불만에 찬 소리를 냈다. 하여 포크를 그쪽으로 틀면.
“아아~!”
이번엔 작은 아기새가 난리다. 경쟁하듯 예쁜 입 안쪽을 보여주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녀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이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의 경험들 덕분에 간단한 해결 방법도 알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왼손에도 포크를 들고, 와플을 하나 더 찍어서 둘에게 동시에 먹여주었다.
그에 둘 다 조금 불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긴 했지만, 여기서 한 명을 선택하는 건 나에겐 불가능했다.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맛있어?”
“응! 아빠아~ 나 또! 또 줘!”
“자기야, 나도.”
“알았어. 둘 다 입.”
“아~”
그래. 내가 먹는 게 뭣이 중할까? 사랑이랑 희나가 맛있게 먹는 게 제일이지.
그렇게 둘에게 먹여주며 디저트들을 처리하고 나서는, 낮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티비를 봤다. 사실 티비는 그냥 BGM으로 틀어 놓은 것이고, 둘 다 내 양옆에서 나한테 안긴 채 느긋한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집에서와 전혀 다를 것 없는 듯 하나, 밖에 나와서 하는 건 또 색다른 느낌이라. 음료랑 와플도 맛있었고.
—
룸카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에는 원래 공원에 갈 생각이었다. 거기서 천천히 산책을 하다가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리로 향하려고 했는데, 가던 중 문득 윤성이가 떠올랐다. 여전히 분식집에서 빡센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내 친구가.
아직 직함은 홀매니저지만, 사실상 이제는 윤성이가 거기 사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주머니는 대부분의 관리를 윤성이에게 인수인계 하신 뒤, 쉬시거나 가끔 주방만 도와주신다고 한다.
덕분에 윤성이는 더욱 바빠져서 최근 얼굴을 보기 힘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톡방에서 좀 놀러 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이참에 윤성이 얼굴도 볼 겸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 바쁠 수도 있어 가기 전에 연락을 해보니.
“여-어! 히사시부리!”
[뭐. 개소리 할 거면 끊는다.]“지금 희나랑 사랑이 데리고 갈 건데, 혹시 바쁘냐? 바쁘면 다음에 보고.”
[야이 ㅅ… 안 바빠! 와라! 꼭 와! 오랜만에 사랑이 얼굴 좀 보자!]“오, 떡볶이 맛나게 준비해 놔라~ 가는데 한 30분 걸린다.”
[빨리 와!]“오냐~”
격하게 환영하는 분위기라 거리낄 것도 없었다.
“사랑아. 윤성이 삼촌 기억 나?”
“떡볶이 삼촌?”
“맞아. 그 삼촌한테 가서 떡볶이 먹고, 그 다음에 아이스크림도 먹으러 가자.”
“갈래! 떡볶이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을래!”
“희나야, 괜찮지?”
“응~ 하루쯤은 뭐.”
그 다음엔 좀 뒤늦었지만 사랑이와 희나에게도 괜찮은지 확인도 했다. 어차피 내가 가고 싶다고 하면 절대로 거절하지 않는 둘이긴 하지만.
거기에 오늘의 군것질에 대해 희나의 허락도 받았다. 말도 없이 과자나 분식 같은 걸 많이 먹이면 희나한테 혼나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었다.
변함 없이 가끔 희나한테 그 문제로 혼나기도 했고…
아무튼 바로 택시를 잡고 분식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20분쯤 걸려 도착한 분식집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고 보면 여기도 참 추억이 많았다. 사랑이가 더 어렸을 때 데리고 온 적도 있었고, 고딩 때는 알바도 했었고, 희나가 알바하는 나를 몰래 보러 온 적도 있었지.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던가.
다 추억이군, 추억이야.
-딸랑!
“어서오세… 뭐야, 왔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냥 좋아하긴 쑥쓰러운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기뻐하는 윤성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오셨다. 근데 정말 손님 별로 없네?”
“점심 땐 좀 바빴어. 그나저나… 이야~ 사랑이 진짜 많이 컸네!”
“떡볶이 삼촌 안녕하세요!”
“그래~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봐! 삼촌이 전부 갖다 줄 테니까!”
“진짜?!”
“고럼~ 아, 이희나 너도 오랜만이다.”
“응. 오랜만이야~ 맞다. 우리 오늘은 결제할게. 항상 그냥 먹기만 했잖아.”
“아! 됐어! 뭐 니들한테 돈을 받냐. 나중에 밥이나 사주던가.”
카드를 꺼내려는 듯한 희나의 모습에, 필요 없다는 듯 손을 저으며 거절한다. 근데 여기서 돈 주고 사 먹은 적이 없어서 슬슬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저러는 걸 보니 카드를 건네도 받아줄 것 같지 않았다.
“야, 고맙다. 나중에 쉬는 날에 연락해. 평일이면 저녁에 풀코스로 먹여줄 테니까.”
“고마워, 윤성아.”
“뭘. 그건 그렇고… 사랑아. 삼촌이랑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지 않을래?”
“네!”
“요시! 그럼 이쪽 보고 치즈~”
“김치~”
갑작스런 사진 요청에도 자연스레 포즈를 취하며 폰 카메라를 바라보는 사랑이.
희나가 사진 찍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가족, 친척, 친구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사랑이를 붙잡고 사진을 많이 찍어왔다. 덕분에 사랑이는 이런 것에 매우 익숙했다.
근데 사랑이랑 투샷 찍었으면 떡볶이 값 전부 낸 거 아닐까? 저놈 아마 단톡방에 자랑하려고 찍는 걸 텐데. 오늘 톡방 무진장 시끄럽겠군.
윤성이는 사진을 찍은 뒤 폰을 들고 잠시 히죽거리다가, 이내 주방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웬 홀 정리를 주방 이모님이 한 번씩 나와서 도와주시냐.
주방 이모님들 외에 다른 알바가 안 보이는 걸 보면, 쉬는 날이거나 튀었거나 둘 중 하나인데… 주말은 평일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니 아마 쉬는 날일 것이다.
“자기야. 나 사랑이 데리고 화장실 다녀올게.”
“응. 어딘지 알지?”
“그럼~ 비밀번호도 기억하는데.”
희나가 사랑이의 손을 잡고 매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마 사랑이 손을 씻겨줄 겸 간단히 화장을 고치려고 가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둘이 잠깐 사라진 사이, 윤성이가 떡볶이와 튀김을 우리 자리로 배달해 주었다.
아니, 뭐 이리 빨라?
“뭐냐. 뭔 떡볶이가 바로 나와?”
“떡볶이는 원래 만들어 두니까 이새끼야. 튀김은 니 전화받고 바로 준비해 뒀고.”
“오~”
“맛있게 먹어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고.”
“땡큐. 좀 앉았다 가. 지금 손님도 없는데.”
“그럴까.”
내 말에 의자를 하나 땡겨 와서 옆에 앉는다.
“넌 요새 어떠냐. 회사 다닐 만함?”
“어떠긴. 똑같지.”
“그럼 다행이고. 근데 사랑이는 진짜 날이 갈수록 이희나랑 판박이네.”
“눈은 나 닮았거든.”
“허허. 그렇다 칩시다.”
“뒤지고 싶냐.”
별 의미 없는, 실없는 대화를 잠시 나눴다. 정말, 우리는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었다.
중고딩땐 하루가 멀다하고 같이 농구하고 게임 하러 다녔었는데, 어느새 우리가 3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니.
자주 못 봐서 그런지, 톡이 아닌 이렇게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할 때면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게 있었다.
“사랑인 아직도 너만 쫓아다니냐?”
“뭐, 그렇지.”
“진짜 이희나 딸이라서 그런 건가… 슬슬 독립할 때가 됐는데.”
“아, 개소리하지 마라. 사랑인 평생 나랑 붙어 다닐 거니까.”
“뭐래. 이제 곧 아빠 짜증나! 내 방 들어오지 마! 하겠지.”
“죽여버린다.”
“쥐게버린뒈~”
“하…”
이새끼가 죽빵을 날리고 싶어지는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친다. 실수인 척 떡볶이를 바닥에 부어버릴까 진심으로 고민했다. 개꼴받네.
매번 볼 때마다 같은 레파토리로 놀리는데, 들을 때마다 빡친다. 우리 사랑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말야.
한동안 실실거리며 웃던 윤성이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사랑이는 그런 말 안 하냐? 아빠랑 결혼하고 싶다던가.”
“안 하지. 솔직히 그런 거 다 답정너로 묻고 대답 듣는 거 아니냐? 엄청 어렸을 때.”
“그런가?”
“그렇지.”
“흠…”
그 말에 윤성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놈이 갑자기 왜 그러나 하고 있는데, 그때 희나와 사랑이가 자리로 돌아왔다.
“벌써 나왔네? 잘 먹을게~”
“어, 맛있게 먹어.”
“삼촌! 잘 먹겠습니다!”
“사랑이도 맛있게 먹고~ 근데 사랑아.”
“네에?”
예의 바른 사랑이의 말에, 흐뭇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윤성이가 갑자기 사랑이를 불렀다.
그에 떡볶이에 시선을 뺏긴 채 포크를 손에 들던 사랑이가, 고개를 돌려 윤성이를 바라보았다.
“사랑이는 나중에 커서 누구랑 결혼할 거야?”
“야야. 하지 마라.”
나는 곧바로 어처구니 없는 것을 묻는 이 멍청이를 말렸다. 이러다가 사랑이가 혹시라도 연예인이나 반 친구 이름을 말하면서, 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면 내 하트가 부서져 버릴 테니까.
헌데 사랑이는, 윤성이의 그 쓸데없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밝게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나중에 아빠랑 결혼할 거예요!”
잠깐, 아빠랑 결혼할 거라고?!
아니! 그게 정말이니, 사랑아?!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진짜지?! 한사랑. 아빠가 이거 딱 기억한다. 너 나중에 커서 딴 말 하기 없…”
“흐응…”
“……”
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