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198)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97화(198/213)
〈 197화 〉 外.한연후 가족, 독립
* * *
나와 희나가 열심히 고르고 골라서 들어오게 된 이곳.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딱 한 번의 입주자만 있었을 정도로 거의 신축에 가까운 아파트였다. 그 기간이 한 3,4년쯤 되기에 큰 하자가 없는 곳이라는 것도 확인했고.
25평 크기의 이 집은, 솔직히 말해서 객관적으로 그렇게 작은 크기는 아니었다. 희나네 집이 워낙 넓어서 거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을 뿐이지.
게다가 어디 지방으로 내려간 것도 아니고, 집의 위치는 여러 부분을 고려한 뒤 희나의 본가에서 걸어서 20분도 안 걸리는 아파트 단지로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희나의 출퇴근도 고려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었지만, 결국 사랑이와 소망이의 등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안전 걱정도 있고, 친구들과 만나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
덕분에 집값이 장난이 아니긴 했다. 서울 한복판이었고, 주변 입지도 괜찮고, 아파트는 신축이라고 봐도 무방한 새 건물이었다. 기본 집 구조나 인테리어도 요즘 느낌에 맞게 깔끔해서 예뻤고.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집이 워낙 마음에 들었던 터라 희나와 머리를 맞대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었다.
“풀대출 땡기면… 그래도 조금 빡세네. 우리가 신혼으로 신청할 수도 없어서…”
“중년 부부네~”
“그러게 말야.”
우리가 혼인 신고를 굉장히 일찍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합산 소득이 꽤 높은 편이라서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좋은 대출들은 받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전세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매매를 생각했으니까.
사실 이런 부분들이 너무 어려워서 장인어른과 아빠에게 여러모로 상담도 받았다. 계약서나 대출 서류들을 봐도 무슨 소린지 모르는 것들이 많아 어질어질하더라.
그러다가 결국 금전적인 부분에서 가족들의 지원을 조금 받아버렸다. 덕분에 빚 투성이의 내집마련이 됐지만, 어떻게든 무사히 매매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달 가까이를 들여, 예전에 동거를 할 때와는 달리 진지하게 가전제품들을 하나하나 골라 사고,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침대나 책상도 세심하게 살피고.
그 쇼핑들이 마냥 즐겁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진짜 머리 터지도록 고민하면서 샀으니까. 그래도 ‘우리의 집’을 꾸민다는 것에 아드레날린이 폭발해서 할 수 있었던 거지.
그렇게 물건들을 채우고, 드디어 희나의 본가에서 완전히 떠나는 날.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하고… 둘 다 잘 해왔으니까 걱정은 없지만…”
“그럴게요. 너무 걱정마세요. 자주 들릴게요.”
“그래, 엄마. 엄청 가깝잖아~ 자주 올게.”
“할머니이… 울지 마…”
장모님이 눈물을 흘리셨다. 항상 웃으며 밝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시던 장모님이. 이제는 장인어른과 둘만 남게 되는 집의 허전함에, 쓸쓸함에 이기지 못하시고.
그리고 우리는 장모님을 위로해 드리다가, 결국 함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희나는 잠깐 자취하던 기간을 제외하면 평생을, 그리고 나는 스무 살 이후로 10년을 넘게 지냈던 곳이다.
새 집에 대한, 우리의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감도 물론 컸지만, 여길 떠난다는 공허함 또한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도 본가나 다름 없는 장소였으니까.
구석에서 살짝 눈물을 훔치시던 장인어른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흐느끼던 하루를 보내고서.
우리는 떠났다. 우리의 새 보금자리로.
그렇게 최근 있었던 일 중 가장 큰 일은 우리의 이사였지만, 두 번째로는 내 직장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것에 관해서는 정말로, 지금 잠깐이 아니라 독립을 처음 결심한 후로 거의 몇 년 가까이를 고민해왔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것은, 급여 부분에서 재협상을 하고 재택 근무를 하는 것이었다. 왜 이런 결심을 했냐면, 아이들에 관해 어린이집 등의 시설이나 혹은 가족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항상 집에서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는 것이 정서적으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위해 희나가 일을 그만두는 것은 말이 안 됐고, 나도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빌린 돈과 대출을 갚으려면 나도 희나도 열심히 일을 해야 했으니까. 허나 급여가 조금 줄어드는 것으로 안정적인 재택 근무를 택할 수 있다면 그건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나름 초창기부터 같이 오랜 시간 고생한 멤버다 보니, 회사에서 편의를 많이 봐준 것도 있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IT직종이라 이런 식의 근무가 막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물론 희나는 처음 내가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바로 반대했다.
“그럼 자기가 너무 고생하잖아. 집안일도 하고, 소망이도 봐주고, 거기에 일도 하려면…”
“에이, 집안일이야 너나 사랑이도 항상 같이 하잖아. 게다가 소망이 봐주는 거야, 뭐. 내 주변에서 안 떨어져서 그렇지 엄청 얌전하고.”
“그렇지만… 그래도…”
“희나야.”
“응…”
“너 입은 웃고 있거든?”
“아, 아니야. 아닌데에… 흐힣…”
근데 말로만 그랬지, 표정만 봐도 내 결정을 무척이나 반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그냥 내가 전업주부로 전향한다고 했으면 아예 파티를 열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나도 나름 일 욕심이 있고, 현실적으로 대출이나 생활비, 앞으로의 저금도 생각을 해야 하니 전업주부가 되는 건 절대 안 될 말이긴 했지만.
희나야 서로 바쁠 때는 같이 살아도 엇갈릴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서 그걸 기뻐했을 것이다.
물론 이 재택 근무 건으로, 혹시라도 내가 혼자 너무 급발진 하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있었다. 때문에 희나 외에도 가족들이나 친구들과도 상담을 했었는데, 다들 그럴 여건이 된다면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주었다.
부모가 아이들과 가능한 긴 시간을 같이 보내주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라고.
“그럼 아빠 맨날 집에 있는 거야?!”
“응. 이사 가서는 앞으로 집에서 일할 거야. 사랑이는 좋아?”
“엄청 좋아! 그럼 학교에서 돌아오면 무조건 아빠 있는 거지?!”
“뭐… 장 보러 나가는 거 아니면 아마 그렇겠지?”
“와아아아!!!”
“소망이는 아빠랑 같이 집 지키는 거 좋아?”
“조아. 아빠랑 가치 이쓸래.”
“뭐야! 소망이 부러워! 나도 계속 아빠랑 같이 있고 싶은데!”
내 행동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이렇게나 기뻐하는 것을 보면 정답에 한없이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사를 하고, 근무 환경이 완전 바뀌면서.
이런 식으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생활이.
이사 후 며칠 뒤.
완전한 재택 근무로 바뀌고, 매일매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라고 누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답해줄 수 있었다.
개꿀이라고.
집이라 마음이 풀어져서 근무 환경을 만들기 쉽지 않다. 생각보다 집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다. 등등의 말들은 내가 봤을 때 전부 변명이었다.
그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솔직히 직장보다 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출퇴근 시간이 없는 것부터 절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그만큼 월급이 줄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서도 너무너무 좋았다. 진짜 최고야. 짜릿해.
하여 오늘도 나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아직은 새것 냄새가 물씬 풍기는 침대와, 내 쪽으로 몸을 돌린 채 잠들어 있는 희나.
그리고 우리의 침대 옆에는, 소망이가 잠들어 있는 작은 침대 또한 있었다. 소망이의 방도 따로 있긴 했지만 아직은 소망이가 혼자 잠드는 것을 싫어해서.
그나저나 오늘은 사랑이가 없네. 사랑이도 여전히 같이 잠들거나, 아니면 새벽 중에 우리 침대에 들어오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아무튼 나는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흐아암…”
달칵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불이 전부 꺼진 고요한 집. 도움을 조금 받긴 했지만, 나와 희나가 노력해서 산 우리의 집.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집을 둘러볼 때마다 묘한 충족감이 가슴을 채운다.
마치 어렸을 때 큰 상자를 비밀기지 삼아 놀이를 했을 때처럼 두근두근했다.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그 느낌에.
그렇게 잠시간 감상에 젖어 있다가, 천천히 주방으로 향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인덕션부터 싱크대, 그리고 식탁 겸으로도 쓸 수 있는 ㄷ자 모양의 주방 또한 현재 나만의 공간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내가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갖가지 도구의 배치도 내 입맛에 맞게 조정했다. 여기서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온갖 위치에 올려져 있는 작은 사진 액자들 뿐이었다.
저건 희나랑 사랑이만 건드릴 수 있었다. 아마 맘대로 치우면 삐지지 않으려나.
♬♪♬~
주방 불을 키고, 폰으로 작게 노래를 틀어 놓은 뒤 나름 능숙하게 아침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희나는 힘들면 간단하게 시리얼을 먹어도 된다고 말했지만, 나는 지금의 이런 시간이 좋았다.
아내와 딸과 아들을 위해서 식사를 준비하는 이 시간이 말이다.
“어디 보자. 중불로 버터 녹이고… 밀가루랑…”
오늘의 아침 메뉴는 경양식 크림 스프에 프렌치토스트다. 아침에 빵과 우유만 있는 건 너무 아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스프를 추가해봤다. 검색해 보니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고.
특히 토스트는 완성한 뒤 설탕을 좀 뿌려주면 이것 만한 간식이 없었다. 사랑이가 무척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사실 어젯밤에 사랑이가 부탁해서 만든 것이다. 원래는 주먹밥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는데.
스프는 처음 만들어 보는 거였지만, 생각보다 레시피가 간단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여기서 루에 우유 섞고 중불로 살짝 졸이고… 치즈 넣고 섞어 준 다음에… 또 좀 더 졸이기만 하면 되네.”
예전에 엄마한테 요리를 배운 것도 있고, 희나네 집에서 살 때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내 솜씨는 어지간한 주부 못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아직 할 줄 아는 가짓수가 적어서 그렇지.
그렇게 스프를 만들고,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한 프렌치 토스트까지 완성한 후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따가 장모님과 엄마에게 보낼 자랑 용으로.
그럼 슬슬 희나랑 사랑이를 깨워볼까.
달칵
“아, 일어났네. 잘 잤어?”
“으응… 냄새 좋다아… 뭐야?”
“스프랑 토스트. 어제 사랑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맞다, 그랬었지~”
“먼저 맛 좀 보고 있을래? 나는 사랑이 깨울게.”
“응. 고마워~”
부스스한 얼굴로 휘청거리며 주방 테이블에 앉는 희나. 나는 그런 아내의 귀여운 모습을 뒤로 하고 사랑이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양이 인형으로 가득한 사랑이의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얼룩이 안고 자고 있네.
나는 천사 같은 얼굴로 잠들어 있는 딸에게 다가가, 살며시 몸을 흔들며 속삭였다.
“우리 딸~ 일어나야지?”
“으으응… 아빠아… 나 쫌만 더어…”
“아빠가 사랑이 좋아하는 토스트 만들었는데. 안 먹어줄 거야?”
“…안 대… 머글래… 일어날게에…”
깜찍한 잠 투정을 부리는 사랑이를 데리고 주방으로 가니, 희나가 그릇에 스프를 담고 수저까지 세팅해 놓았다.
아직 비몽사몽인 사랑이를 자리에 앉히고, 나도 그 옆에 앉은 후 희나에게 물었다.
“어때? 맛 봤어?”
“맛있어! 만드느라 고생했지?”
“아냐. 생각보다 간단하더라.”
“아빠아… 설탕은…?”
“여기. 너무 많이 뿌리지는 말고.”
“고마어…”
토스트에 설탕을 뿌려 먹고, 스프도 한 숟가락 입에 넣은 사랑이가, 베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맛있다아…”
“사랑이도 많이 먹어~”
“자기야, 소망이 몫 남겨줘야 하지?”
“아냐, 괜찮아. 소망이는 이따가 일어나면 주먹밥 해서 먹이려고. 어제 밥 남은 걸로.”
아무리 소망이가 활동적이진 않다지만, 그래도 남자아이라 빵으로는 배가 금방 꺼질 테니 주로 밥을 먹이는 편이다. 마침 어제 했던 밥이 딱 소망이 먹을 만큼 남기도 했으니까.
이야~ 나 완전 주부 같은데?
조금 있다가 희나 출근하고, 사랑이 등교하고, 소망이까지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나면 그때부턴 근무시간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른 주부 님들의 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족들이 내가 해준 식사를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있으면 굉장히 힘이 났다. 뿌듯하기도, 흐뭇하기도 하고.
“설거지는 내가 할게. 자기는 조금 쉬어.”
“나도 도와줄래!”
“그럼 엄마랑 같이 할까?”
“응!”
게다가 나 혼자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려고 다같이 노력해 주기에.
새롭게 시작된 재택 근무 겸 주부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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