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0)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19화(20/213)
Ep. 19
즐거웠으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그런 데이트를 하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오빠의 물품을 미리 옮겨주기 위한 마지막 면회를 갔다. 그리면서 시간 틈틈이 연후와 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보내던 주말.
“남자친구랑은 잘 지내냐?”
“응, 무척.”
“그르냐..”
면회를 가서 만나자마자 떨떠름한 얼굴로 그런 질문을 하는 오빠에게 가벼이 대답해주었다.
연후와 사귀기 시작한 것도 복귀 전이었기에 이미 이야기를 했었고, 요새는 군대에서 톡도 가능했기 때문에 연후와 찍은 사진도 몇 번 보내줬었다.
둘이 성격이 참 잘 맞았었는데.
가끔 오빠가 연후에게 헛소리를 해서 짜증이 날 때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둘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싶었다.
나만큼, 아니.
나 이상으로 연후에게 많이 고마워했던 오빠였기에.
‘연후 노트북 없지? 혹시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 너 재활 기다릴 때나 면회 와서 시간 뜰 때 과제라도 하라고.’
‘오빠가 사주려고?’
‘사실 이미 샀는데.’
내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연후의 사랑 뿐만이 아닌, 내 가족의 따뜻함 또한 있었다.
사고 직후,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치료와 수술을 받는 것, 밥을 먹는 것, 화장실을 가는 것, 잠에 드는 것.
그 무엇 하나 고통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었고, 오빠는 그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항상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오빠가 조금씩 이나마 웃게 된 것도, 연후가 올 때마다 밝은 얼굴로 내 기운을 복돋아 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난 후였다.
어느 순간부턴, 오히려 연후를 걱정했을 정도로.
‘야, 이희나.’
‘응?’
‘연후, 아까 조금 울고 있더라. 화장실에서.’
‘……..눈가가 붉었었지.’
‘재활,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자.’
‘..응. 그래야지.’
기회가 된다면, 꼭 둘이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아빠처럼 지금은 오빠도 연후에 대해 ‘내 남자친구’라는 점에서 조금 껄끄러워 하는 것 같지만, 분명 이야기를 나눠보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무언가 확신이 있다기보단,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 희성이형 솔직히 이거 개양아치 같은 거 알지?!’
‘놉, 이희나한테 함 물어 봐? 쟤라도 이건 인정할 걸?’
‘오만원빵 걸어!!’
둘이 웃으며 떠들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으니까.
—
그 날 저녁에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친구를 돕기 위해 한 주 평일간은 이렇게 만나기 힘들 거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에 한 번 더 놀라게 되었다.
잠시 톡을 못하는 것조차 공허한 적이 있었지만, 헤어지자는 말도 아니었고 고작 며칠을 보기 힘들 거라는 사실에. 이렇게나 가슴이 아파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를 돕기라도 하면서 같이 있고 싶었지만, 친구가 어려워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답을 들었다.
정윤성.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연후와 같이 병원에 찾아왔었던, 그리고 그 전에 한 번 만나본 적도 있었던. 분명 낯을 많이 가린다고 했었지.
고집을 부리면서 억지로 가지 못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나를 귀찮아 할 수도 있으니까.
병풍처럼 서서 근처에라도 있고 싶었지만 그 또한 방해가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다음 주에 얼굴을 못 보는 대신, 대가를 받아도 될까?”
가슴이 아프지만,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빨리 무언가로 이 마음을 덮어씌우고 싶었다.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서.
-쪽
그에게 다가가, 발돋움을 하고 그의 볼에 짧게 키스를 한다.
사실 이 키스는 대가 같은 것이 아니라, 오늘 헤어질 즈음에 반드시 할 예정이었다.
커져 가는 마음을 참고만 있기에는, 스스로의 인내심이 그렇게 큰 편이라 생각지 않았으니까.
도망치듯 그에게 멀어지며 집으로 향했다.
알고 있다.
저런 상황에서 친구를 도와주기에 연후였고, 더욱이 지금의 나와의 관계보다 충분히 우선할 수 있을 거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했고, 조금 전의 스킨쉽으로 약간이나마 마음이 풀렸다.
하지만 역시 욕심이 났다.
투덜거리면서도 친구를 도와주려는 그 착한 마음보다
친한 친구와의 관계보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연후의 우선순위가 되었으면.
—
월요일.
톡만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낼 마음 따위는 전혀 없었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매장의 위치를 물어보고, 너무 오랜 시간 있으면 체력적으로도 힘들 뿐더러 주위에서 이상하게 볼 수도 있으니 8시쯤에 찾아갔다.
다행히 매장 입구 부분은 바깥에서 손님들이 좌석을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인지 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시력은 좋은 편이었기에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가로등과 골목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유심히 안쪽을 쳐다보았다.
주황색 앞치마를 입고 열심히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 연후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바로 웃음이 나왔다.
안 어울리는데, 어울렸다. 그런 차림새의 연후가 너무나 귀여웠다.
훗날 동거를 하게 된다면, 저런 앞치마를 두르고서 연후가 요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평소에는 내가 전부 해주고 싶지만, 한 번쯤은.
간단한 것이라도, 설령 컵라면이라도 상관 없었다.
무척이나 행복할 것이다.
그걸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화요일
오늘도 역시나 바빠보였다. 지쳤는지 테이블을 치우다 말고 상 위에 올린 양 손에 체중을 실은 채 멍하니 있는 연후가 보였다.
걱정이 되면서도 그런 연후조차 멋져 보였다. 나중에 나와 결혼하고 나서도 나를, 우리를 위해 저리 열심히 일 해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일이 고되서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최선을 다해 위로해 줄 텐데.
수요일
어떤 대학생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연후가 보였다. 잡담, 보다는 메뉴에 대해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런 일이야 3일간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니긴 했지만. 그 중 한 명이 나와 비슷한 타입의 꽤나 예쁜 여자인 점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목요일
오늘도 저녁 늦게 연후를 지켜보다가, 내 뒤에서 나온 연후의 친구와 마주쳤다.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조금 더듬으며 말을 하는 그를 보자, 그것 또한 은근히 추억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으니.
갑작스러운 조우에 잠시 당황했지만, 부디 연후에게 말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묘한 얼굴을 하더니 알겠다며 돌아간다.
연후를 보고 있으면 톡에 등록되어 실질적으로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는 사람이 500명쯤 될 것 같지만, 은근히 고등학교 동창과는 거의 연락이 없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저 앞에 가는 그의 친구는 나와 헤어지기 전까지도 연후와 잘 지내던 이였으니, 부디 이번에도 그와 좋은 관계로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조금 경쟁심은 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저 친구보다 내가 그에게 있어 훨씬 중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이렇게 부탁을 들어주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의 시간을 더 중히 여겨 고민할 정도로.
금요일
이번에는 연후에게 들키고 말았다. 분명 그 친구가 말해준 것이겠지. 비밀로 해주겠다고 했으면서…
5일만에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한다는 기쁨과 생각지도 못하게 내 뒤에서 나타난 덕에 당황스러움까지 동시에 느끼며 그에게 다급히 변명했지만.
“오늘만?”
“…..미안. 사실 매일 왔어.”
차마 그의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가 내 행동에 질려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다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가슴이 설레왔다.
“나도 일 하면서 니 생각만 했어.”
“진짜 너만 떠올리면서 힘낸 거야.”
“우리 마지막으로 봤을 때 니가 해준…..아.”
기분 좋은 말을 내게 속삭여주며, 내가 해준 볼 키스에 대해 말을 하다 말고 살짝 볼을 붉힌다.
행복감이 차올랐다.
“네가 원하면 얼마든지 해줄게.”
그래, 그 무엇이라도. 어떤 일이라도.
네가 웃으며 나에게 바란다면 나 역시 기쁜 마음으로 해주고 싶어.
“내일, 우리집에 놀러올래?”
—
다음 날,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부모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물론 금방 돌아오시겠지만, 연후와 지금부터 서로 안면을 터 두었으면 했기에 조금 시간을 보내다가 마주칠 수 있도록.
사귀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같이 연후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날이 없었다. 잔뜩 찍은 사진도 많이 보여주었었고.
덕분에 우리 가족 중에선 연후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미쳤다, 이희나. 왜이리 예뻐?”
정류장에서 그와 만나자마자 달려들어 꼭 껴안았다. 그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그가 해주는 칭찬을 음미했다.
그가 이런 편한 복장을, 데이트를 하기 위해 잔뜩 힘을 준 복장 만큼이나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전에 처음 보았을 때도 남자라면 싫어할 수가 없다며 호들갑을 떨었으니까.
시간이 많진 않지만, 온전히 둘 만이 있을 수 있는 지금을 만끽하기 위해 그를 집으로 이끌었다.
그의 손을 잡고, 내가 직접 비누를 묻혀 씻어주기도 하고. 동거라는 단어를 꺼내며 언젠가 있을 일들을 은근히 그에게 새겨주기도 하고.
내가 꾸며 놓은 사진들을 자랑하기도 했다.
특히 사진들을 보자 연후가 은근히 욕심을 내기에 어디서 했는지 알려주었다.
그 핑계로 당장 새로운 사진을 찍기 위해 그에게 안겼다. 그의 무릎 위에 앉아 목을 껴안으니 그의 살내음이 내 코에 닿는다.
집에 오자마자 이럴 예정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서로 전신이 닿아있으니 스멀스멀 욕망이 내 마음을 잠식해왔다.
그의 온 몸에 내 체취를 남기고 싶다.
내 온 몸에 그의 체취가 남아 있기를 바랐다.
사진을 찍고 난 후에도 그의 무릎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다. 서로의 호흡이 지근거리에서 맞닿아 있었고, 연후의 눈에서도 은근한 욕망이 느껴졌다.
팔에 힘이 강해지며, 나를 조금 더 강하게 붙잡는 연후에게 나 역시 응했다.
그의 입술까지 10cm도 안 남은 상태로 있기를, 몇 분. 간신히, 정말로 간신히 이성을 붙잡았다.
지금 키스라도 한다면, 절대로 멈추지 못할 것이다.
하루종일 그를 탐하게 될 것 같았다.
선을 넘어서까지.
“미안, 나 무겁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그의 무릎에서 내려온다.
사실 뒷 일이 어찌 되든 간에 그냥 하고 싶었다.
동시에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순된 마음이 나를 어지러이 만들었다.
—
그 후, 연후가 원하기에 내 옛 앨범을 꺼내서 보았다. 시간상으로는 지금으로부터 고작2,3년 전이지만, 나에게는 꽤나 오래전으로 느껴지는.
내가 이렇게 웃었었나 싶었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꾸밈 없고, 밝게 웃고 있는 내가 보였다.
조금 창피해졌다.
중학교 시절의, 그 행복해 보이는 얼굴에 스스로가 발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추억에 그리움도 있었고, 그가 좋아하기에 거기까진 참아 보았으나 도저히 초등학생 사진까지는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연후가 떼를 쓰기 시작하자.
조금 곤란했다.
내 마음이 어떻든지 간에 들어주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부려가며 그를 거실로 내보냈다.
내가 오늘 연후를 초대한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었으니까.
집 데이트로, 좋은 분위기의 영화를 보면서 그와 첫키스를 하고 싶었다.
침대에서는 키스 이상의 일까지 참지 못하고 해버릴 것 같아서 몸을 뺐지만, 지금이라면 절제할 수 있었다.
그 전엔 우리의 두 번째 키스가 이런 느낌이었지.
연후가 무척 좋아했었다.
하여 연후에게 찰싹 달라붙은 채로, 좋은 느낌의 장면이 나올 때까지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영화를 보는 척,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내뱉으며 내용에 반응하기도 하고.
물론 여배우가 이쁘냐는 말에 솔직히 대답한 연후에게는 조금 응징을 해주었지만.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와의 키스만을 생각하면서.
이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면이 나왔다.
곧바로 연후쪽에 고개를 돌리고는, 그가 나에게 시선을 맞춰 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나에게 닿자, 눈을 감았다.
기대감에 요동치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그가 와주기를 바라던 그 때.
─띠리링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사랑하는 가족이었지만, 지금 만큼은 원망스러웠다.
—
놓친 기회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으나, 그럼에도 연후가 순조롭게 부모님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풀렸다.
키스를 할 기회는 분명 언제든지 있을 테니까. 우린 아직 어리니까.
지난 일을 뒤로 하고 얌전히 앉아서 지켜보자, 처음엔 시큰둥하던 아빠가 점점 말문을 여는 것이 보였다.
이전에 아빠가 연후를 마음에 들어했던 것도 그의 몸에 밴 예의바름이 첫 토대였다.
그때에 비하면 아직 어린 연후지만, 이런 기본적인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는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이전에도 지금도 연후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척이나 기뻐하며 좋아했다.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왔다는 사실이 그저 기꺼웠던 것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나와 연후의 만남을 축복해 준다면.
—
부모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진을 인화하고, 연후는 액자까지 구매한 후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 우리는 완전 방임주의에 성격도 뭔가 담백해서 엄마도 아빠도 저렇게 살갑게 대하는 게 전혀 없거든.”
그러면서 연후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내 기억과는 꽤나 다른 표현에 조금 의아했다.
내 엉망인 몸을 보고서도.
연후의 시간을 낭비하게 한 나에게도.
고생했다고, 힘들지 않냐고 걱정해 주시던 분들이었기에.
아마 가족에게 표현이 조금 서툰 분들이시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엔 더 자주 뵙고 인사를 드렸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아까 찍은 사진을 보며 실없이 웃기도 하며 걷다 보니 정류장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차오르는 쓸쓸함을 느끼며, 다음 주부터 연후에게 같이 공부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사실 진작부터 고민했던 일이지만, 나 스스로가 고등학교 시절 공부했던 것이 가물가물해서 그동안은 혼자 공부하며 감을 되찾고 있었다.
졸업한지도 꽤 됐고, 재활로 보낸 시간도 길었기 때문에.
다행히 언수외 정도는 머리가 기억하고 있었는지 크게 문제 없이 누군가를 가르쳐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연후의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기도 했고.
그 외의 암기과목은 연후 뿐만 아니라 나도 계속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리고, 당연히 웃으며 알겠다고 할 줄 알았던 연후가.
“같이 공부하는 게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데, 평일에 한 3일 정도는 빼고 보지 않을래?”
이런 말을 꺼내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가 무언가 실수한 것이 있었을까?
너무 귀찮게 군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걱정에 머릿속이 새하얘졌으나, 이내 그의 대답에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친구와의 시간을 조금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으니.
다행이었다.
다행이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결국엔 나와 함께 있는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니까. 질투가 났다. 얼굴도 모르는 그 친구들에게.
동시에 이걸 빌미로 밀당이란 것을 해볼까도 순간 생각했지만, 금새 마음을 접었다.
연애 경험이라고는 연후밖에 없었으며, 그때에도 밀당 따윈 해본 적도 없었고, 지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조금 정도는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에겐 불가능했다.
연후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거리를 재는 듯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웃으며 알겠다고 답해주었다.
그래, 친구도 중요하니까.
그렇게 대답하고, 마음먹으며 내 가슴을 불태우고 있는 욕심을 잠재웠다.
어떻게 해야 연후가 나를 더 봐줄까.
무슨 말을 해야 더 기뻐할까.
그 모든 것을 제치고 나를 우선순위로 두게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연후가 버스에 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내 입술을 살며시 매만지고 있었다. 조금 더 스킨쉽을 많이 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서로에게 보여주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연후가 나를 더 좋아하게 될까?
그저 무엇이든 해버리고 싶다는 내 욕망과, 그때의 연후가 바라던 것처럼, 로맨틱하게 모든 것을 시작하게 해주고 싶다는 내 바람이 섞이며.
그 모순된 마음으로 애매하게 행동할 바에는.
내 욕심을 더 중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것들은, 분명 연후도 좋아할 테니까.
지금보다도 더 그에게 내 마음을 드러낸다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서서히,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내 사랑을 보여준다면.
그런 질척이는 상념 중에 다시금 내 입술을 쓰다듬었다.
아아─
역시 키스를 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