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02)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201화(202/213)
〈 201화 〉 外.즐거운 소망이. 삐진 사랑이. 분노한 희나2
* * *
소망이를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한 후, 나도 폰을 내려놓고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놀았다.
내가 고양이를 많이 귀여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귀여운 동물이라면 어떤 애들이던 좋아하는 편이다.
강아지는 고양이처럼 새침한 면은 없지만, 똘망똘망한 눈으로 옆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꽤 매력있었다.
어떻게 보면 희나도 이런 느낌아닐까?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나 희나의 기본적인 분위기가 고양이를 닮아서 그렇지, 나한테 하는 것을 보면 강아지 같았다.
항상 나만을 바라보고, 내 곁에 있어준다는 점에서.
“호이~”
두다다다다!
조그마한 공을 앞으로 던지자 강아지들 몇 마리가 동시에 그 공을 향해 달려든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승리한 녀석이, 입에 공을 문 채 내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강아지 빨라!”
“그러게. 소망이도 던져볼래?”
“할래!”
“강아지들 놀라니까 너무 세게 던지면 안돼. 알았지?”
“네에!”
소망이가 조그마한 공을 잡고 여기저기 던져주는 것을 보며, 의자 위에 올려두었던 폰을 확인했다. 슬슬 사랑이나 희나가 확인하고 답장을 보냈을 법 한데.
그리고 예상대로 둘에게서 답장이 와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와 있기는 했는데.
[ 희나 계속 찍어서 보내 줘. 동영상도 꼭! 자기랑 소망이 잘 나오게! +7 ] [ 우리딸♡ 왜에! 왜 소망이랑만 갔어!! 아빠아!! 치사하게 둘이서만 놀고! 나도 아빠랑─ +52 ]“……”
희나의 메세지야 안 열어봐도 내용을 알 것 같았다. 그냥 소망이 귀엽다는 이야기랑 나까지 포함해서 사진 많이 찍고 보내 달라는 거겠지.
헌데 사랑이가 보낸 톡들이 심상치 않았다. 나도 같이 놀고 싶다~는 정도는 보낼 거라 예상했었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50개가 넘는 톡을 보낼 정도로 반응할 줄은 몰랐다.
분명 쉬는 시간에 보낸 것일 텐데.
차마 대화방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저것만 봐도 사랑이가 삐진 것이 눈에 보여서. 그래도 이걸 안 봤다간, 다음 쉬는 시간엔 전화까지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대화방을 열어 보니.
[ 우리딸♡ : 아빠! 소망이랑 둘이서 놀러 간 거야? 왜 나만 빼고 가!! ] [ 우리딸♡ : 나도 햄버거 좋아하는데!! 소망이만!! ] [ 우리딸♡ : 강아지도 보러 갔어? 왜 나는? 나는 왜 안 데려가?] [ 우리딸♡ : 응? 아빠! 소망이만 귀여워하고! 나도 햄버거 좋아하고 강아지도 좋아하는데! ] [ 우리딸♡ : 나만 안 데려가고!] [ 우리딸♡ : 왜에!! 아빠아!! ] [ 우리딸♡ : 나만 안 놀아줘!! 나도 아빠랑 둘이서 나간 적 별로 없는데!! ] [ 우리딸♡ : 이번 주말엔 그럼 내 차례지? 나랑 둘이서만 놀러 갈 거지? ] [ 우리딸♡ : 그럴 거지 아빠?! ] [ 우리딸♡ :(?)] [ 우리딸♡ :(?)] [ 우리딸♡ :(?)] [ 우리딸♡ : 치사해!!!!!]위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50개가 넘게 올라와 있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왜 자기는 안 데리고 놀러 갔냐는 것.
생각보다 격렬한 사랑이의 절규에 뭐라 답장을 보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도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소망이가 혼자 노는 게 괜히 안쓰러워 보여서 충동적으로 나온 거였으니까.
여기서 무슨 말을 꺼내도 ‘그럼 왜 나랑은 같이 안 갔어?’로 끝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답장을 안 보낼 수는 없으니.
[ 나 : 사랑이랑 같이 안 와서 아빠가 미안해. 아까 소망이가 너무 심심해 보여서 같이 나온 거야. 다음번엔 꼭 사랑이도 데리고 갈게.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근데 사랑이가 그런 거 몰라! 라고 답장 보내면 어떡하지?
“멍멍아! 공!”
소망이는 지치지도 않고 아직까지 강아지들에게 열심히 공을 던져주고 있었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별 생각 없던 급발진 외출이 이런 일을 만들어 버릴 줄이야.
그래도 아들내미가 저리 재미있게 노는데 금방 돌아가기도 뭐했다. 그렇다고 여기로 사랑이를 부르고 기다리자니 학교 끝나고 올 때까지 두 시간은 넘게 걸릴 테고.
그냥 조금만 일찍 돌아가서 어떻게든 사랑이를 달래줄 수밖에는…
강아지 카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다가, 강아지에 심취한 소망이에게 강아지 인형까지 하나 사준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다녀왔습니다.”
“다녀아써여!”
“아빠. 소망아.”
집에 도착하니, 차가운 웃음을 지은 채 우리를 반겨주는 사랑이가 있었다. 그 날카로운 분위기에 조금 걱정이 됐다. 아무래도 소망이만 데리고 갔던 것에 질투를 많이 했으니까.
설마 사랑이가 소망이에게 질투로 심술을 부리지는 않을 거라고 믿지만.
“누나아! 이짜나! 마악 큰 강아지가! 이러케 생겼는데!”
“큰 강아지랑 놀았어? 얼마나 커?”
“이따만큼! 강아지가 내 소늘! 막 할타가지고!”
“그래서? 그래서 어땠어?”
“그래서 이짜나! 내가 공을 던졌어!”
그리고 역시나.
흥분해서 누나에게 강아지 썰을 푸는 소망이에게, 밝게 웃어주며 열렬히 호응해준다. 정말 착한 딸내미였다.
저렇게 떠들다 보면, 조금 삐진 것도 분명 금방 풀릴…
“재미있었겠다~ 아~ 누나도 가고 싶었는데~ 누나도 소망이랑 아빠랑 햄버거도 먹고~ 강아지랑도 놀고~”
“……”
쉽지 않네.
나 서운해!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딸이, 귀여우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난감했다.
뭐, 일단은.
사랑이를 달래주기 전에, 우선 소망이의 손발을 깨끗이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강아지랑 종일 놀고 있었으니 확실히 케어해줘야지.
그 다음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자, 사랑이는 흥칫뿡을 시전하면서도 새침데기처럼 슬쩍 내 옆에 붙어 앉았다.소망이는 바닥에서 강아지 인형과 놀고 있었고.
나는 깜찍하게 삐져 있는 사랑이의 어깨를 감싸 안고, 살짝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몸을 기대는 사랑이.
“사랑아. 많이 서운했어?”
“…아니! 하나도 안 서운한데!”
많이 서운해 보이는데.
“아빠가 사랑이 생각 못 해줘서 미안해. 오늘 소망이가 친구들 못 만나서 심심할까 봐 같이 놀러 갔던 거야.”
“……”
“다음번엔 사랑이가 가고 싶은 곳, 아빠가 다 데려다 줄게.”
“정말?”
미안하다는 듯 용서를 빌고 다음을 기약하자, 금세 표정이 풀리며 화색이 돈다.
누가 희나 딸 아니랄까봐, 참 쉬운 딸이었다.
“그럼. 안 그래도 우리 사랑이가 엄마랑 아빠 말도 잘 듣고, 소망이도 잘 돌봐줘서 얼마나 고마운데. 아빠 마음 알지?”
“알지만… 나도 강아지 좋아하는데… 나만 두고 가고…”
“오늘만 용서해줘. 응? 이다음엔 사랑이가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흥. 한 번만이야. 대신 오늘은 나랑 같이 게임 해야 돼!”
“알았어, 알았어.”
일은 내일 좀 빡세게 해야겠다. 납기일 맞추기 쉽지 않겠네.
그래도 사랑이의 마음을 금방 풀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소망이 씻긴 시간을 빼면 거의 1분 컷이었다. 역시 첫 번째 미니 희나라니까.
아무튼 그때부터 사랑이와 함께하는 고양이의 숲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었다. 사랑이는 다른 게임도 물론 좋아하지만, 나랑 같이 마을을 만드는 이 게임을 가장 좋아한다.
이것도 몇 년마다 새 시리즈가 나와서 그때마다 꽤 새로운 느낌으로 계속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무슨 일 생길 때마다 사랑이 기분 풀어주는 것도 이게 직빵이었고. 참 고마운 게임이다.
그렇게 둘이서 같이 게임을 시작하고, 도중부터 소망이가 내 품으로 다시 들어와 셋이서 고양이들을 조종하며 노는 사이.
“나 왔어요~”
오늘도 일 하느라 고생 많으셨던 아내 님이 퇴근했다. 그에 맞춰서 게임을 중단하고, 다같이 조금 늦은 저녁을 먹었다. 너무 늦으면 아이들부터 먹였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여서.
그리고 식사 후에는 간식을 먹으며 오늘 일었던 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래서어! 공을 쩌기 던져줘써!”
“그랬어~? 소망이 대단하네~”
“그니까 강아지가 마악! 공 무러가지고!”
“흐후훟, 어떡해… 소망이 신난 거 너무 귀여워…”
“나도! 소망아! 다음 번엔 누나랑 같이 해!”
“응! 누나두 가치 바!”
“귀여워!!”
소망이의 귀여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희나와 사랑이.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사랑이의 삐짐이라는 약간의 트러블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굉장히 충실한 하루였다.
그깟 업무 좀 미루고 아들과 시간을 보낸 덕분에 소망이가 강아지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도 알 수 있었고, 끝에는 사랑이도 달래줄 수 있었으니까.
오늘도 평소처럼 잠자기 전까지 한동안 서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자기 전 막간을 이용해 밀린 일을 조금 하고 난 뒤.
종일 흥분해 있던 탓인지 금세 잠들어버린 소망이를 침대에 눕혀 놓고서 나와 희나도 잘 준비를 마쳤다.
“소망이가 강아지를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
“너 닮아서 그래. 너도 사실 강아지가 더 좋지?”
“음~ 쪼금?”
“다음엔 다같이 강아지 카페로 가자. 큰 개들도 생각보다 엄청 귀엽더라.”
“응!”
내 제안에 밝게 웃는 희나를 보며, 이렇게 또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싶었다.
그 말을 끝으로 누우려는 찰나, 문득 머릿속을 스쳐가는 기억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할 얘기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응.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뭔데?”
아마 자기 전 마지막 화제일 거라 생각하고, 내 옆에 다소곳이 앉은 아내를 바라보았다. 이거 참, 이렇게 보고 있으니 오늘 또 땡기네.
그래도 역시 소망이가 있어서 섣불리 할 수는 없는 만큼, 야릇한 터치라도 즐길 생각으로 희나의 허벅지 쪽에 손을 올렸다.
희나는 그런 내 손길을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자기 어제 있잖아.”
“어.”
만지기만 하는 건 좀 아쉽긴 한데. 같이 화장실이라도 잠시 다녀올…
“야한 동영상 봤어, 안 봤어?”
멈칫
“……”
어떻게 알았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