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11)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210화(211/213)
〈 210화 〉 外.우리의 결혼식
* * *
결혼식이 하루하루 가까워질수록.
무언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혼인 신고를 한지는 어느새 10년이 넘었기에, 이번 결혼식은 그저 못해본 아쉬움을 달래는 이벤트라고 여겼었는데.
어쩐지 희나보다 내가 더 두근두근해 하고, 또 기대하고 있었다. 이것이 단순히 식에 대한 기대감인지, 아니면 희나의 풀메이크업 웨딩드레스 차림에 대한 기대감인지는 모르겠다.
저번 달에 잠깐 시착만 했을 때도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메이크업까지 빡세게 한 희나는 얼마나 예쁘려나.
“자기 너무 멋있는 거 아냐? 나 결혼식 때 얼굴 빨개지면 어떡해~”
물론 우리 착한 아내 님은 당시 내 턱시도 시착을 보고 그리 말해주었지만, 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이었다. 말문이 막혀서 말을 하지 못했었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아내와 그 옆에서 마찬가지로 드레스, 턱시도를 입은 딸과 아들이 나란히 서 있으니.
고작 시착이었음에도 목이 메였었다. 스스로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나는 행복한 남자가 맞았다.
화목한 가정과 현모양처, 예쁘고 착한 아이들.
그림으로 그린 듯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아니라면 그 누가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까?
“아빠 멋있어… 나 아빠랑 둘이서 사진 찍을래!”
“엄마가 먼저인 거 알지? 사랑이는 그 다음이야.”
“알았어~ 그럼 소망이는 누나 다음!”
“안아주세여.”
“아! 소망이 또 아빠한테 애교부리는 거 봐! 이럴 때만 치사하게!”
뭐, 이런 일들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날 갖가지 의상들의 시착도 무사히 마치고.
눈 깜짝할 새에 다가왔다.
우리의 결혼식 날이.
결혼식.
그간 오늘 하루를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마침내 당일이 되어 아침 일찍 예식장에서 마지막으로 점검을 했다. 순서나 장식 등, 자잘한 것들을.
그 후에는 먼저 옷을 갈아입고,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애써 가라앉히며 형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축의금은 내가 칼같이 받을 테니 걱정 마라.”
“오케이. 혹시 돈 빠진 거 있으면 무조건 선후 형부터 의심한다.”
“수고비로 십분의 일만 빼가면 안 됨?”
“양심 어딨… 뭐, 그거 빼가야 얼마 되지도 않을 걸.”
“연후야. 내가 사준 냉장고는 아직 잘 돌아가냐?”
“당연하지. 매일 먼지도 털어주고 있어. 그 귀한 몸 상하게 할 수 없지.”
“야야, 내 식기세척기는?”
“그거 없으면 나 못 살아. 개잘쓰고 있음.”
“사준 보람이 있군.”
아마 실제로 받는 축의금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오는 사람 숫자부터가 많지 않기도 했고, 특히나 형들에게는 이사할 때 가전 선물을 받은 게 하나씩 있어서 절대로 주지 말라고 했다.
정후 형에게는 냉장고를, 선후 형에게는 커다란 티비를, 희성이 형에게는 식기세척기를 받았던 것이다.
저렇게 많이 받았는데 축의금까지 받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물론 나도 형들 결혼식에 축의금을 꽤 많이 넣긴 했었지만, 형들이 사준 것들이 굉장히 좋은 것들이라 내 축의금이 무색해질 정도라서.
혹여 어떻게든 챙겨주려고 형수나 린 누나 이름으로 넣는 것도 절대 금지라고 선을 그었다. 혹시라도 봉투 넣으면 바로 계좌로 다시 쏴버릴 거라고.
아무튼 넷이 도란도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슬슬 시간이 되어 하객들을 받기 시작했다.
내 삶을 더욱 밝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준비를 잘 했고? 고생 많았어. 앞으로도 결혼 생활 잘하고, 새아가 말 잘 듣고.”
“내가 희나 말은 잘 듣는다니까. 고마워, 아빠.”
“잘 생각했어. 희나 말만 잘 들어. 근데 우리 손주들은? 신부 대기실에 있니?”
“애들은 희나랑 같이 메이크업 받고 있어. 셋이서 같이 입장한다니까 보려면 그쪽으로 가봐.”
“그래… 아들.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항상 그렇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살아.”
“응. 고마워, 엄마.”
먼저 우리 부모님.
“사위야 지금까지 잘 해와서 더 해줄 말이 없네. 우리 희나 계속 아껴주고…”
“아, 그럼요. 애들 데리고 자주 들릴게요.”
“반찬 좀 가져다 줄까~? 이번에 갈비찜 좀 해 놓을 생각인데~”
“헉, 장모님 갈비찜이면 제가 받으러 가야죠.”
같이 오신 장모님과 장인어른.
“연후야~ 누나 왔다! 지후야, 삼촌 멋있지? 같이 사진 한 장 찍을까?”
“어서 와. 지후도 안녕~ 삼촌이랑 사진 찍을래?”
“찍을래! 엄마 찍어 줘!”
“아니… 엄마도 같이… 찍으면 안 되겠니…?
“빨리!”
“그, 힘내. 누나.”
“한연후…! 맨날 애들 사랑 독차지하고…!!”
“불합리한 분노다.”
지후와 손을 잡고 온 윤정 누나.
“우리 왔어요~ 서윤아, 삼촌 안녕하세요~ 해야지?”
“아우읏!”
“진짜 미스테리야. 우리 서윤이까지 연후를 이렇게 좋아해?”
“후, 이 인기를 어찌해. 암튼 오느라 고생 많았어. 누나들도 오랜만이야.”
“결혼 축하해! 누님이 축의금 빵빵하게 들고 왔으니까 사랑이랑 소망이 맛있는 거 많이 사줘!”
“축하해. 앞으로도 지금까지보다 더 즐겁게 잘 지내렴.”
카페를 쉬면서까지 와준 린 누나와 갓난아기 딸인 서윤이. 거기에 채아 누나와 지아 누나까지.
“와, 은근 훈남이던 연후 형도 각 잡고 꾸미니까 더 장난 아니네. 몸은 왜 이렇게 좋아? 헬스 아직도 해?”
“언제나 기만자였다… 이 형은… 결혼 축하! 근데 식만 올리는 건데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대충 해! 오빠, 결혼 축하해! 아이들은?! 소망이는?!”
“셋 다 와줘서 고맙다. 애들 신부 대기실에 있으니까 한 번 보고와. 유진이는 들어가도 되니까.”
“정말?! 난 거기 갔다 올게!”
“형 조심해. 소망이 납치 당할 수도 있음.”
“이유진 하는 거 보면 진짜 킹능성 있다.”
대학 동기이자 친한 동생인 찬형이와 재환이, 그리고 유진이.
“진짜 작게 하는구나. 이렇게도 결혼식이 되네.”
“이야, 왔냐? 넌 진짜 오느라 고생 많았다. 뷔페 맛있으니까 이따 많이 먹어라.”
“거야 당연하제~ 그나저나 소망이랑 사랑이는 어디 있어? 나 형보다 우리 조카들 보러 온 건데.”
“이자식이… 지금 신부 대기실에 있으니까 이따가 봐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촬영 타임 줄 테니까.”
“오! 축의금이 안 아깝구만! 결혼 축하해!”
“빨리도 말해준다. 고마워.”
부산에서 여기까지 와준 유준이.
“형님 오셨다! 캬, 사고뭉치 한연후가 식을 이제야 올리는구만. 알지? 나중에 후기 부탁한다.”
“연후야, 오랜만이야. 결혼 축하하고. 희나는 대기실에 있는 거지?”
“축의금 대신 떡볶이 가져오려고 했는데 참았다. 감사한 줄 알아라.”
“진짜 미친놈인가? 암튼 한연 축하한다. 나도 축의금 대신 로또 5만원어치 넣으려다가 참았다. 고마운 줄 알아라.”
“결혼 축하해. 나중에 너네 가족 계곡 놀러 가고 싶으면 말하고. 우리 예전에 갔던 곳 아직 관리하고 있으니까.”
“고~맙다, 미친놈들아. 리아도 와줘서 고맙고. 나중에 시간 내서 다같이 한 번 놀러 가자.”
“너만 시간 내면 다 돼, 이새끼야. 맨날 애들이랑 이희나한테 붙잡혀 사는 놈이 무슨.”
수황이와 리아. 윤성이, 현우, 의현이.
10년이 넘도록 친하게 지냈고, 앞으로의 삶에서도 서로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줄 내 친구들.
그 외에도 희나의 고등학교 친구와 친척 몇 명이 더 오면서 하객들 맞이가 끝이 났다. 원래 이렇게 금방 끝날 것이 아닌데, 역시 부른 숫자가 적다 보니 순식간이었다.
덕분에 생각보다 금방 숨 돌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런 내 옆으로 윤성이가 찾아왔다.
“기분이 어떠냐?”
“어떻긴. 항상 좋지.”
“그렇구만. 하긴, 이희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존나 행복해 보이긴 했어.”
“행복세 내라면서 저놈들이랑 같이 날 패던 놈이 입을 놀리네.”
“그건 근데 당연한 거 아니냐?”
“인정~”
내 행복에 세금을 붙인다면 얼마든지 낼 수 있었다. 세금도 안 내고 이런 행복을 만끽하다니, 솔직히 범죄였다.
아무튼 윤성이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아 시끌벅쩍하게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뭐, 축하하고… 음. 이희나한테 평생 고마워하면서 살아라.”
“그거야 당연하지. 뭘 새삼스레.”
“더 고마워해라. 넌 진짜 이희나 만나고 많이 변했으니까.”
“그래? 그 정도인가?”
“그 정도야. 성적 같은 거 빼고도 많이 변했어. 좋은 의미로.”
“지금보다 열 배는 더 감사하면서 모시고 살아야겠네, 우리 희나.”
“그래라. 나중에 나한테도 결혼식 준비하는 거 팁 좀 알려주고.”
“오냐.”
탁, 탁
그 말을 끝으로 내 어깨를 한 번 두드린 후 윤성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친구들에게 돌아가는 그 뒷모습을 보며, 소리없이 고마움을 표했다.
가족들에게, 희나에게는 당연한 거였고, 너희들에게도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다고.
이렇게 좋은 녀석들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내 친구로 있어준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확실히 깨닫고 있으니까.
그래. 내가 이 자리에 웃으며 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의 도움이 있던 덕분이었다. 그게 눈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많은 부분에서.
“매제! 슬슬 시작하자!”
“어! 갈게!”
희성이 형의 장난기 넘치는 사회를 들으며, 장인어른의 손을 잡은 채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다가오는 희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바로 뒤에선 사랑이와 소망이가 꽃바구니에서 꽃을 뿌리며 따라오고 있었고.
면사포로는 가려지지 않는, 너무나 아름다운 희나의 얼굴은 그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 없을 만치 환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행복함을 한가득 담아.그리고 그것은 희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의 이 결혼식에는 별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었다.
이것은 결코 우리의 방점이 아니었다. 그저 지나가는 행복한 나날 중 하루였을 뿐이고, 이벤트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오늘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나서, 내일은 또 평소와 같은 일상을 지낼 것이다.
장인어른께 희나의 손을 넘겨 받고, 나란히 서서 걸어가기 전 희나에게 말했다.
“희나야, 항상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런 내 말에, 희나도 웃으며 답해 주었다.
“나야말로 언제나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연후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리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입술을 겹쳤다. 미리 이야기를 했던 순서도 아니었고, 우리가 앞으로 다가오길 기다리던 희성이 형이 당황해서 마이크 너머로 횡설수설하는 것도 들렸지만.
뭐, 어떤가.
우리가 평생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잘 지낼 거라는 걸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보여준다면, 그게 바로 결혼식이니까.
그 뒤로 희성이 형의 주례가 이어지고, 우리 몰래 준비해준 축하 메세지와 영상에 결국 희나와 함께 눈물도 펑펑 흘리고 나서.
짧은 결혼식 절차를 마친 후, 다같이 중앙에 모였다.
나와 희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운데에 서서 밝게 웃으며 외쳤다.
“”김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