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13)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212화(213/213)
〈 212화 〉 IF.남자친구님이 어려짐
* * *
IF와 AFTER 스토리 전 드릴 말씀
if와 after 스토리 연재는 비정기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남는 시간마다 최대한 조금씩 써서 한 편 한 편 올리는 느낌으로…
시간 순서도 조금 뒤죽박죽일수도!
“……”
갸웃
스무 살.
사랑해 마지않는 남자친구와의 꿈 같은 동거 생활에, 하루하루 넘칠 듯한 행복을 곱씹고 있는 나, 이희나는.
내 눈앞에서 나를 올려다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조그마한 남자아이의 모습에 아무런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아이가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는 연후였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이 모든 현상을 왠지 모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오늘 단 하루만 있을, 그저 이벤트 같은 일이라는 것을.
내일이면 연후는 아무렇지 않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을 거라는 것을, 그저 알고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8살쯤으로 어려진 연후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꼬옥
그리고 얼마 전 커플룩으로 샀던 냉장고 바지의 밑단을, 꼬옥 붙잡으며 조그마한 입을 연다.
“누나아…?”
“윽…!”
누나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심장이 아팠다. 간간히 연후와 그런 컨셉으로 데이트를 했던 적도 있었으나, 실제로 조그마한 연후에게 직접 들으니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 살인적인 귀여움에.
연후는 어려졌음에도 원래의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직모에 가까운 반곱슬의 머리카락도, 살며시 내려간 눈매도, 미소가 기본 베이스라는 듯 아주 약간 올라가 있는 입꼬리도.
그래서 더 귀여운 것이다. 이 미니 연후가. 어제까지 나와 마음껏 스킨쉽을 나누던 그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미니 연후도 지금 이 상황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 듯, 나와 함께하고 있는 이 생활이 당연한 것처럼 불안해 보이는 모습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흥분으로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억제하며, 아직까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연후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연후야. 누나랑 같이 놀까?”
“응! 나 누나랑 놀래!”
어떡해.
나 코피 날 것 같아.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하루아침에 여덟 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면.
여자친구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누나는 세상에서 연후가 제일 좋은데. 연후는 누가 제일 좋아?”
“희나 누나가 제일 좋아!”
“정말?”
“응!”
“그럼 누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줄래?”
“아… 으응…”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 뿐일 이 이벤트를,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좋아해는 쉬워도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지, 연후가 몸을 꼬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껴안고 백 번을 넘게 뽀뽀를 해주고 싶지만, 간신히 참았다.
왜냐하면 저 귀여운 입으로 곧.
“사, 사랑해… 누나…”
이렇게 예쁜 말을 해줄 테니까!
그 말을 듣고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특히 이 부끄러워 하는 얼굴이 정말 반칙이었다.
어쩜 이리도 깜찍할 수 있을까!
“누나도 연후를 너무너무 사랑해!!”
부비부비부비
결국 그대로 연후의 조그마한 몸을 강하게 껴안으며, 찹쌀떡 같은 볼따구에 볼을 마구마구 비볐다.
평소에는 내 몸 전체가 안기는, 연후의 그 넓은 품을 좋아했었는데, 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나와 연후가 아이를 낳으면 이런 기분을 언제든 느낄 수 있겠지? 역시 어떻게든 연후를 설득해서 빨리 피임구 없이 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놓아주지 않고 계속 볼을 부비고 있자, 미니 연후가 얼굴을 붉히며 나를 살짝 밀어내기 시작했다.
“누, 누나아… 그만…”
“왜에~ 연후는 누나한테 안기는 거 싫어?
“그건 아닌데…”
“그럼 조금만 더~ 아니면 누나가 뽀뽀해줄까?”
“그… 아니…”
“응~? 누나는 연후랑 뽀뽀하고 싶은데~ 연후는 싫어?”
“……좋아…”
“그치? 자!”
그제서야 연후의 몸을 놓아주고, 그 앞에서 살짝 입을 들이밀며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연후가 누나한테 뽀뽀해줘!”
“으읏…”
그러자 아까보다도 더 부끄러워하면서, 이젠 정말 홍당무처럼 완전히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결코 거부하지는 않았다. 우물쭈물하면서도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온 미니 연후가.
쪽!
짧게 뽀뽀를 해주었다. 그 후에는 도망치듯 뒷걸음질 치며 다시 내 시선을 피한다.
그 행동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는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나에게서 도망친 연후에게 엉금엉금 기어서 다가갔다.
그리고 연후는 그걸 피해 계속 거리를 벌리다가.
툭
“아.”
거실의 벽에 등이 닿아버렸다. 그렇게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버린 연후에게 가까이 붙어.
“후후~”
어디로 가지 못하도록 양팔로 연후의 양 옆을 막고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번엔 누나가 뽀뽀해줄게. 알았지?”
“누, 누나…”
“자, 뽀뽀~”
쪽! 쪽! 쪽! 쪽!
나도 모르게 마음 속 욕망을 풀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귀여운 연후가 놀고 싶어하는데 그 마음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내 무릎 위에 미니 연후를 앉히고, 같이 쇼파 앞에 앉아 게임을 시작했다. 오빠가 얼마 전에 빌려주었던 게임기를 티비에 연결해서.
나는 솔직히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연후는 어렸을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던지 혼자 알아서 척척 게임을 실행했다.
띠리리리!
연후가 티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하고 있는 게임은, 나도 제목이랑 캐릭터 정도는 알고 있는 포x몬 게임.
사실 게임 화면은 딱히 보고 있지 않았다. 가족들과 다같이 하는 거면 모를까, 원래 게임에는 크게 흥미가 있지 않은 터라.
언제나 연후가 집중해서 하고 있는 얼굴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나의 낙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나에게는 전혀 시선을 주지 않고 열심히 캐릭터를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의 연후는 이럴 때의 얼굴이 굉장히 멋있지만, 역시 지금은 그저 귀엽기만 했다.
그래서 그걸 보고 있는 것도 나름 즐겁긴 하지만.
“연후야.”
“……”
내 부름에 답해주지 않고 게임만 하는 것은, 여자친구로서, 누나로서 용서할 수 없었다.
때문에 두 손으로 연후의 눈을 가렸다.
“아아!”
“연후야~ 누나가 부르는데 대답 안 해줄 거야?”
“불렀어?’
“응. 연후 얼굴 보고 싶어서 계~속 불렀는데 누나도 안 봐주고…”
“미, 미안해…”
게임을 방해해서 짜증 낼 법도 하지만, 순순히 사과해 주는 게 또 연후다웠다. 귀여워. 나를 안 봐주는 게 섭섭해서 이러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을 하며 노는 것을 완전히 못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연후가 게임 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잘 알고 있으니까.
“연후가 누나한테 알려줄래? 저건 무슨 캐릭터야?”
“저건 비죤투야! 새인데 귀여워서 맨날 잡아!”
“잡아서 친구로 만드는 거야?”
“응! 잡으면 같이 싸울 수 있어! 그리고 저거는─!”
아이답게, 관심을 가져주자 금세 신이 나서 열심히 이것저것 떠들기 시작한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솔직히 들어도 잘 모르는 내용이 태반이었지만, 연후가 나에게 그 예쁜 미소를 보여주고, 듣기 좋은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신나서 떠드는 것도 너무 귀여워!
스킨쉽을 하고, 게임을 하고. 그 다음에는 식사를 한다.
평소에는 연후가 요리를 해줄 때가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다. 어린 연후에게 맡길 수는 없으니까.
분명, 이 정도로 정성을 다 하면 맛있을─
“……”
왜 일까. 나는 왜 이다지도 요리를 못하는 걸까. 분명 나름대로 계량도 잘 했고 조리 시간도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하지 않도록 쉬운, 그러면서도 연후가 좋아할, 고기를 넣은 김치찌개에 도전해봤는데 맛이 영 미묘했다.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차마 귀여운 우리 미니 연후에게 먹이고 싶지는 않았다.
“누나! 나도 줘!”
“연후야. 누나가 피자 시켜줄까? 피자 좋아하지?”
하여 김치찌개 속 고기에 눈을 빛내고 있는 연후에게, 피자로 회유하려 했지만.
“응… 그래도 나 이거 먹을래!”
기특한 마음씨의 연후가 김치찌개를 고집했다. 그 후에도 햄버거나 치킨으로 흥미를 돌리려 노력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하여 결국, 식탁 위에 내가 만든 김치찌개를 올려 놓게 되었다.
그리고, 연후가 조금은 어설픈 젓가락질로 찌개 안의 목살 고기를 한 점 집어서.
“얌.”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 먹기 시작한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그것을 지켜보았다.
만약 연후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맛없어…’
같은 말을 꺼낸다면, 오늘 밤을 눈물로 지새울 지도 몰랐다. 스스로의 요리 실력을 욕하면서.
하지만 연후는 역시 연후였다.
순간 눈썹이 꿈틀 거리는 것이, 분명 그 미묘한 맛을 혀로 느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맛있어, 누나!”
“…정말?”
“응! 나 더 먹을래!”
맛있다며, 더 달라고 그릇을 내미는 그 모습에.
어제까지 매일을 눈에 담고 살았던, 연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 어떤 때라도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내 남자친구의 모습이.
저녁 식사까지 마쳤다면, 하루의 마무리로 해야 할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누나랑 같이 목욕할까?”
“누나랑 같이?”
“으응~ 누나가 등 밀어줄게!”
맹세코 지금의 연후에게 야한 마음을 품지는 않았다. 물론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긴 해도, 지금은 어린 아이니까.
그래. 결코 그런 마음은 없는 것이다.
“후후후.”
“누나 무서워…”
누나가 잘 씻겨줄게!
그렇게, 어린 연후를 마지막까지 만끽할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의미로, 색다른 행복을 느끼면서.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
밤중에 묘한 웃음 소리가 들려 일어나니, 희나가 내 팔을 꼭 껴안은 채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후후… 연후야… 누나 믿지…?”
“못 믿겠는데요.”
도대체 무슨 꿈을 꾸는 거야?
게다가 갑자기 웬 누나래. 컨셉 플레이가 그리웠나?
마침 쉬는 날이고 하니 오늘 하루는 좀 불러줄까.
희나 누나라고.
세상이 느려졌다.
내 앞에는 다섯 살이나 됐을까 싶은 어린 아이가, 엄마의 손을 벗어나 천진난만하게 앞서 뛰어가는 모습과 함께.
왼쪽 반대편에서부터 그 아이의 방향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질주하는 차가 보였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이 내 시야에 들어왔을 때, 머릿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가도 늦지 않을까?
차가 바로 앞에서라도 멈춰주지는 않을까?
억지로 구하다가 같이 위험해지지는 않을까?
그렇게 되면 희나가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까?
밖에 긴 시간 서 있으면 희나 다리에 많이 안 좋은데, 괜찮을까?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미 내 몸은 눈앞의 조그마한 아이에게 달려들고 있었고.
내 품에 강하게 껴안은 채 몸을 던졌다.
-부아아앙!!!
직후에 살벌한 소리를 내며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갔다. 진짜 개미친건가? 멈출 생각도 안 하고 가버리네.
아무튼 다행히 나도 아이도, 혼비백산이 되어 뛰어오고 있는 아이의 엄마도.
모두가 무사했지만.
-욱신
몸을 던졌을 때 바닥에 먼저 닿아버린 팔꿈치가 굉장히 아팠다.
—
결국 데이트는 할 수 없었다. 아이 엄마에게 수없이 감사 인사를 듣고, 병원비 부담할 테니 꼭 연락해 달라는 말과 함께 번호를 받고서 구급차에 탑승했다.
사실 택시 타고 병원에 가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누가 바로 119를 불러줘서 그냥 탔다. 아예 안 다친 것도 아니고, 기껏 와줬는데 안 타기도 뭐하니까.
그리고 가는 길에 부모님과 희나에게 연락을 했다. 부모님께는 의료 보험증을 가져다 달라고, 희나에게는 가는 길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오늘 데이트는 힘들 것 같다고.
물론 부모님도 희나도, 굉장히 당황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나는 걱정하지 않도록 최대한 태연하게, 큰일은 아니고 혹시 몰라서 왔다고 설명을 해 주었으나.
-타닥! 탁! 탁!
-쾅!
“연후야!!”
“왔ㅇ… 아니, 발! 발 조심해! 너 아직 상태 안 좋은데 뛰어오면 어떡해!”
“괜찮아? 어디야? 어디 다친 거야?!”
예쁜 머리가 산발이 되도록, 목발을 짚으며 병실로 뛰어온 희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목발을 내던지듯 옆으로 치워버리고, 침상으로 다가와 내 몸을 여기저기 쓰다듬는 그녀.
나를 걱정해 주는 그 마음씨가 기쁘고 고마웠지만, 나로서는 내 몸보다 희나의 몸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희나야. 별일 아니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도 여기에 앉아서 조금 쉬어.”
“흑… 뭐가 별일 아니야!! 이렇게 다쳤는데!!”
“아니, 그냥 조금 삔 거래. 일,이주면 다 낫는다고 하니까…”
“바보야… 히끅… 걱정… 하게 하지 마… 흑…”
“미안. 오늘 진짜 오랜만에 데이트 하는 거였는데… 이렇게 됐네.”
“됐어… 너 무사하면… 그런 거, 안 해도 되니까…”
“응. 고마워. 그나저나 나도 진짜 걱정되니까 제발 여기 다리 좀 올려 놓을래?”
붕대를 감고 있는 내 팔을, 조심스럽게 붙잡은 채 눈물을 흘린다. 나는 여자친구의 눈물을 닦아주며, 오히려 그녀의 몸을 걱정했다.
솔직히 심장이 벌렁벌렁해지는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크게 다친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내 몸이 잘못됐으면, 혹시라도 크게 다치거나 죽기라도 했다면.
희나가 얼마나 울었을지 알 수 없으니까. 얼마나 마음 아파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으니까.
비록 머리는 산발에, 예쁘게 한 화장은 땀과 눈물로 번져 있었고, 옷도 잔뜩 구겨져서 상태가 말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여자친구를, 희나를 크게 울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
약간의 사고가 있긴 했지만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었고, 오래지 않아 내 팔은 완치되었다.
거기에 병원비가 많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굳이 아이 엄마에게 연락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당일 저녁에 아이 아빠와 함께 찾아오셨다.
그리고 과일이나 치료비 등, 이것저것 챙겨주시기에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고맙다며 몇 번이고 고개 숙여 인사하셨으니까.
아무튼 내 팔이 나은 후에 다시금 데이트 날짜를 잡았다. 나야 희나와 하는 데이트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니 그건 문제 없었지만.
“야! 타라!”
“…?? 아니, 형이 왜 여기에?”
“연후야. 오빠가 역까지 태워주기로 했어. 가자.”
“집에서 기다리라는 게 이런 뜻이었어? 그냥 내가 데리러 가도 괜찮았는…”
“아니야. 집에 있어. 내가 데리러 올 거니까!”
한동안 희나나 희성이 형이 심하게 나를 걱정했다. 어떤 면에선 우리 가족들보다도 더.
덕분에 그때처럼 시간을 잡고 어디에서 만나자, 하는 데이트는 할 수가 없었다. 무조건 차로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왔으니까.
뭐, 솔직히 편하기도 하고 이동할 때 희나의 다리에 부담도 덜 해지니 나도 나름 좋긴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데이트는.
“연후야. 아~”
“아~”
아무래도 희나가 목발을 사용해서 움직여야 하다 보니, 너무 활동적인 것보다는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예를 들면 희나가 지금 포크로 케이크를 먹여주고 있는, 이런 카페라던가.
나는 케이크를 받아먹으면서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희나가 이런 곳에 올 수 있을 만큼 상태가 호전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희나가 예전에 비해 확실하게 애정을 표현해 준다는 점이 무척이나 기뻤다.
“연후야. 나 옆에 앉아도 돼?”
“응? 당연하지. 이리 와.”
“응!”
둘이 앉기에 조금 애매한 크기의 소파였지만, 희나가 내게 엉덩이를 딱 붙이며 팔짱을 끼고 앉았다.
동시에 내 코에 느껴지는 향기에, 부드러운 희나의 몸에, 팔뚝에 닿는 여자친구의 가슴에 마음이 벅차오르다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