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15)
“어서 와, 여보! 밥 차려 놨어!”
“고마워. 씻고 바로 먹을게.”
“후후, 그런데에~ 씻고 밥부터 먹을 거야?”
“어? 식사 준비 다 된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에… 응?”
“우리 여보부터 먹어야 하나?”
“흐후훟…”
그림으로 그린 듯한 신혼 생활을 보내면서.
그보다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바아!”
“귀여워! 우리 딸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사진, 사진 찍자!”
“빨리!”
우리의 첫째 딸인 사랑이를 낳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너무나 예쁜 딸을.
그리고 또다시 몇 년이 지나, 내 연차가 쌓여 우리의 생활이 훨씬 더 안정되었을 즈음에는.
“아빠아! 소망이가 나 보고 웃었어!”
“그래? 아빠 잠깐 일 하고 있으니까, 사랑이가 소망이 좀 잘 봐줘~”
“응! 소망아! 누나랑 놀자!”
“아부으…”
“소망이가 자기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아니! 우리 아들이 날 보고 싶어한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둘째인 아들 소망이도 우리에게 와주었다. 희나를 쏙 빼닮은, 잘생긴 아들이.
그렇게 천사 같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나와 희나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큰 행복으로 가득했다.
그 이루 말 할 수 없는 행복은, 이제까지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분명, 웃음으로 가득한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기야~ 내일 다같이 나들이 안 갈래?”
“좋지. 사랑아! 우리 어디로 놀러 갈까?”
“나나! 동물원 갈래! 소망이한테 토끼 보여주고 싶어!”
“동물원 괜찮다~ 그럼 엄마가 도시락 싸줄게!”
“아…”
“아…”
“우으…”
“다들 왜 그래?”
“너무 기대돼서…”
“나, 나도! 엄마가 해주는 거 너무 좋아!”
“후후, 그렇지?”
희나의 얼굴 한가득 보이는, 저 환한 미소가 그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행복 속에서 우리는 함께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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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 16살. 중학교 3학년.
몇 년이 지나고, 사랑이도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 사춘기의 한가운데에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
물론 사춘기라고 해서 사랑이가 가족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평상시에 불량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도 그랬다시피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동생도 잘 돌봐주며, 특히나 여전히 나를 무척이나 따랐다. 변함없이 아빠를 너무나 좋아하는 딸내미인 것이다.
어디 사춘기 딸내미 썰에서나 볼 수 있는, 아빠 속옷이랑 같이 세탁 돌리는 것을 싫어하거나, ‘아빠, 짜증나!’ 같은 말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나와는 그렇게 문제가 없었지만.
“…한사랑. 슬슬 들어가서 숙제 해야지?”
“다 했는데~”
“그래도 아빠 무릎에서는 좀 내려와! 다 커서 언제까지 그럴 거야! 아빠 힘들잖아!”
“싫어! 그리고 아빠가 나 엄청 가볍다고 했거든! 하나도 안 힘들거든! 그치, 아빠!”
“어… 가볍긴 하지.”
“그렇대!”
“자기야!”
“……”
엄마인 희나와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로,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내 무릎이나 팔 점유권을 둘러싸고 말이다.
—
희나와 꽤 자주 충돌이 생기고 있기는 하나, 사실 심각할 정도로 크게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희나는 전보다도 더 바빠진 회사 생활에, 집에 돌아와서는 무조건 내 옆을 차지한 채 기운을 충전하고 싶어했다. 나를 껴안거나 하는 스킨쉽을 나누면서.
그리고 사랑이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집에서 뭘 하더라도 나에게 엉겨 붙어있다.
이제는 키도 부쩍 커서 희나와 비슷할 정도였고, 머리도 길게 기른 덕분에 멀리서 얼핏 보면 희나와 착각할 만큼 닮아가고 있었다.
다만 그 와중에 눈매는 또 나를 닮아 굉장히 순한 느낌을 줘서, 정말 청순 그 자체라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성격도 나랑 비슷하여, 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활발하고 외향적인 타입이다.
순하게 생긴 예쁜 외모에, 남자 아이들과도 털털하게 지내는 성격의 여자아이.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덕분에 초등학생 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여전히 사랑이의 폰은 불이 날 정도로 매일같이 울리고 있었고, 심심할 만하면 누군가에게 고백 받았다는 썰을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아직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기에 전부 거절했다고 웃으며 말하긴 했었지만.
아무튼 그런 사랑이가, 친구들과의 약속이 없을 때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빠.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내가 만들어 줄게! 먹고 싶은 거 있어?”
바로 내 저녁 챙겨주기였다.
한 3년 전부터 가끔 내 요리를 도와주기 시작한 사랑이에게,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해 한없이 칭찬을 해주다 보니 요리에 취미를 붙이게 된 것이다.
사랑이 손맛이 나를 닮은 편이라 솜씨도 괜찮았고. 희나는 아직까지도 요리에 감이 없어서…
“사랑이가 해주는 요리면 아빠는 뭐든 환영이지. 조금 도와줄까?”
“괜찮아! 아빠 일 하느라 힘들었잖아. 앉아서 쉬고 있어~”
“어이고. 고마워, 우리 딸~”
-스윽
“흐히히…”
아빠를 생각해 주는 이 착한 마음씨에 감동하여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희나에게 배운 푼수 웃음을 흘린다. 희나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그런 웃음을.
-달칵
주방에서 잠시 그러고 있는 사이, 우리 둘째가 방에서 나왔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숙제부터 시작했던 소망이가 말이다.
소망이도 벌써 8살이었다. 사랑이보다도 더 미니 희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초등학생이 된 것이다. 성격도 희나의 것을 그대로 물려 받아, 차분하면서도 한 번씩 은은한 미소를 보여주는 귀여운 아들이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예쁘장하게 잘생겼다니까.
“누나 왔었네.”
“아, 소망아! 너는 먹고 싶은 거 있어? 누나가 밥 할 건데.”
“아무거나.”
“맨날 아무거나래! 그럼 누나한테 다 맡기는 거다?”
“응. 아빠, 나 숙제 다했어.”
“잘 했어. 어려운 건 없었고?”
“응.”
칭찬을 바라는 듯, 내 앞까지 와서 숙제를 끝냈다고 보고하는 소망이. 그에 자연스레 손을 올려 소망이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아이들은 몇 년이 지나도 나에게 이런 식으로 칭찬 받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한동안 내 손길에 머리를 맡긴 채 얌전히 서 있던 소망이가, 티비와 사랑이를 번갈아 보면서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자기 숙제 끝나면 같이 게임 하자고 했었지.
“…나도 누나 도와줄래.”
“그래?”
“응.”
고개를 끄덕이고 티비 게임에 미련을 두지 않은 채 사랑이에게 다가가는 소망이.
어쩜 이렇게 착할까. 나와 게임을 하는 것보다, 고생하고 있는 누나를 도와주려는 아들내미라니.
남매가 사이좋게 주방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음 짓고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단톡방에 자랑해야지.
—
그야말로 일상 속의 평화였다. 셋이서 단란하게 저녁 식사를 하는 것도, 설거지라도 도와주려고 하면 그마저도 혼자 하게 두지 않고 나란히 싱크대에 서게 되는 것도.
그 모든 것을 끝마치고 여느 때처럼 사이좋게 거실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포지션 또한 예전과 똑같았다. 내가 가운데 앉고, 사랑이가 옆에서 내 팔짱을 끼고 몸을 붙였으며, 소망이는 내 다리 사이에서 나에게 등을 기댄 채 앉았다.
이게 수 년간 이어지다 보니, 이젠 혼자서 소파에 앉으면 오히려 허전할 지경이었다. 하도 아이들이나 희나가 달라붙으니까.
그렇게 소망이가 하는 게임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띠리릭
오후 9시, 늦은 저녁 희나가 퇴근하고.
“다녀왔습니다~”
“고생했어. 먼저 씻을 거지?”
“응~ 쪽!”
-쪽!
“엄마, 어서 와!”
“다녀오셨어요.”
“우리 딸~ 아들~ 엄마 왔어!”
여전히 나에게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랑이와, 바로 게임을 중단하고 같이 현관으로 와 인사를 하는 소망이까지.
일하느라 이 늦은 시간까지 고생한 희나를, 다같이 모여 맞이해 주었다.
희나가 아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나에게 키스하는 것도, 워낙 자주 그러는 터라 이제는 낯부끄러울 일도 아니었다. 사랑이나 소망이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었고.
아무튼, 딱 여기까지.
여기까지가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이제 곧, 희나가 옷을 갈아입은 뒤 샤워를 하러 들어가고.
내 팔을 붙잡고 있던 사랑이가, 소망이가 일어선 틈을 타 내 무릎 위를 점령하고.
소망이는 그런 누나를 보며 아이답지 않은 쓴웃음을 지은 채 바닥에 앉아 게임을 이어하고.
희나가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돌아오고 나면.
“…한사랑. 슬슬 들어가서 숙제 해야지?”
나를 껴안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사랑이에게 그런 말을 꺼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
“엄마는 주말에 맨날 아빠한테 붙어 있잖아!”
“아빠는 엄마 거니까 당연하지!”
“전부는 아니거든! 조금은 내 거야!”
“……”
아내와 딸이 말다툼을 하는 것에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았다. 절대로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나는 그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띵! 띵!
소망이도 둘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고, 소파와 내 다리에 몸을 기댄 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도 여기에서 벗어나 소망이의 옆에 앉아 같이 게임 이야기라도 하고 싶지만, 나를 가운데 두고서 저러는 탓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아… 사랑이도 벌써 열 여섯인가. 재작년까지만 해도 희나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볼을 부풀리면서 얌전히 물러서던 아이였는데.
사춘기가 와서 그런지 이제는 지지 않고 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희나는 여전히 참 예쁘다니까. 이제 서른 중반인데, 조금 과장해서 사랑이랑 자매로 보일 정도이니.
이런 딸과 아내를 가진 나는 정말 행복한 아빠…
“그렇지, 아빠?!”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응?”
시체처럼 가만히 있을 생각이었던 나에게 어느샌가 화살이 향했다.
“주말에! 다같이 시내에서 카페도 가고, 멀티방도 가서 노는 게 더 좋지?!”
“시내는 자주 가잖아! 그보다 축제도 있는데, 공원에서 바람 쐬면서 나들이 가는 게 더 낫지!”
“그거 진짜 아무것도 안 하잖아! 그냥 공원 조금 꾸며 놓은 게 다라니까!
“느긋하게 가족들끼리 시간 보내고 좋잖아!”
아, 그거구나.
이번 주말엔 나랑 희나 둘 다 별다른 일이 없을 거라 뭘 할까 고민했었지.
한바탕 열변을 토한 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둘.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꽤나 무서웠다.
이거 어떡하냐.
잠시 고민해봤지만, 역시 두 의견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 그럼 전부 가는 건 어때?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기한테 동조해주길 바랄 테니까.
뭐, 둘 다 나한텐 굉장히 쉬운 여자라 삐져도 달래주는 건 어렵지 않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소망이에게 토스할 수도 없고.
“아빠! 어디가 더 좋아?! 그냥 시내가 더 낫지? 맛있는 거 먹으면서 넷이서 게임도 하고!”
“공원이 더 좋지?! 다같이 도시락도 먹고! 앉아서 바람 쐬면서 사진도 찍고!”
“음…”
사실 어디든 상관 없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를 수는 없으니까.
“그럼 우리.”
“응!”
“응!”
“동물원 갈까?”
“……”
“……”
예전부터 많이 우려먹는 코스이긴 하지만, 동물원이라면 희나의 바람대로 나들이 분위기를 내면서 도시락도 먹을 수 있고.
게다가 나랑 아이들은 동물들을 좋아하니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헌데, 내 말을 듣자마자 희나와 사랑이가 불만 가득한 얼굴을 했다.
“…싫어?”
“자기 또 렛서 팬더 보면서 히죽히죽 거릴 거지? 우리 다 내버려두고!”
“뻔해! 작은 애들 데리고 놀면서 우리 봐주지도 않을 거잖아!”
“아니, 그게 무슨…”
귀여운 동물 보러 가는 건데 당연히 동물들을 봐야…
“갈 때마다! 갈 때마다 맨날 우리는 안 보고 토끼 같은 작은 동물들만 보면서!”
“그러니까! 엄마, 그거 알아? 저번에 아빠가 노트북으로 페럿 사진 엄청 보고 있던 거?”
“그럼 이번에 가면 페럿만 보고 있겠네? 예~전에 나랑 데이트할 땐 렛서만 그렇게 보더니?”
“……”
왜 이렇게 된 거지.
왜 갑자기 둘이 합심해서 나를.
굉장히 억울했지만, 뿔이 난 둘에게 괜한 변명을 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게다가 또 아예 없던 일은 아니라서 할 말이 좀.
하여 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얌전히 앉아있자, 둘이 한동안 자기들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느니 하며 이런저런 불평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 너무해!”
“됐어! 우리보다 페럿이 더 좋으면 가던지!”
“아니…”
“흥! 엄마 배고프지? 아까 내가 만든 찌개 남아 있는데 그거 먹어. 아빠는 여기 두고!”
“사랑이가 만들어 준 거면 먹어야지~ 가자.”
“응!”
결국 나를 버려두고 두 사람이 주방으로 가버렸지만, 그래도 오늘의 말다툼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악역은… 익듁하니까…
고작 몇 분 사이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덕분에 소파에 늘어져 있는 내 옆에, 소망이가 올라와 앉고는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아빠. 나는 동물원 좋아.”
“고마워, 소망아…”
역시 우리 아들내미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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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주말.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근무 중인 직원, 박성주는 생각했다.
‘와… 오늘도 개이쁘네.’
간간히 손님들의 문의에 응대해주면서, 그가 곁눈질로 열심히 보고 있는 이는 두 명의 모녀였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즐겁게 옷을 고르고 있는 두 사람.
“엄마! 이거 아빠한테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예쁘다~ 근데 아빠는 너무 밝은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래도 우리가 골라주면 다 입잖아~ 아빠가 입은 거 보고 싶은데.”
몇 년째 이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에게는 꽤나 낯익은 손님들이었다. 엄청 자주 보는 손님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기억 속에는 확실히 박혀있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백화점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저 손님들 만큼은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이유 첫 번째.
더 말할 것도 없이 예쁘기 때문이다. 엄마나 딸이나, 처음 봤을 때는 어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눈에 띄는 미모였다. 남자라면 거의 무조건, 여자라도 한 번쯤은 뒤 돌아볼 만큼.
그 이유 두 번째.
저 두 사람이 모녀라는 점 때문이다. 처음 딸 쪽에게서 ‘엄마’라는 소릴 들었을 때, 그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었다. 그냥 나이 차가 꽤 있는 자매라고 생각했었는데, 엄마라고 하니.
그런데 어머니 쪽을 보면, 단순히 동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나이가 많지 않아 보여서 그런 것도 있었다. 사람인 이상, 마흔이 넘어가서도 저런 얼굴일 수는 없는 것이다.
온갖 보정을 한 TV나 인터넷 속에서 젊은 느낌 내는 거면 모를까.
그리고 마지막 이유.
“다 봤어?”
“아빠! 이거 입어 봐!”
“어떤 거? 사랑이가 골라 준 건데 당연히… 아니, 잠깐. 왜 노란색…”
“아빠한테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소망이는 이거!”
“분홍색…”
어디 영화나 드라마에 나왔다면 분명 훗날 인터넷에 ‘첫사랑녀’ 같은 느낌으로 많이 퍼졌을 법한 ‘딸’이, 방금 막 안으로 들어온 남자와 어린 아이에게 셔츠를 하나씩 가져다 주었다.
그에 ‘아빠’는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일단 그걸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남자아이. 어머니 쪽의 클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은, 예쁘장한 꼬마 애도 마찬가지로 손에 연분홍 티셔츠를 들었다.
저 가족 자체가, 이 사람들을 잊을 수 없는 마지막이자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나 박성주가 재작년쯤 이들을 처음 봤었을 때, ‘아빠’를 보고 시기와 질투와 부러움에 남몰래 배 아파 했던 적도 있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저 남자는 다른 세 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평범했으니까. 물론 자세히 뜯어보면 훈훈하게 깔끔한 인상이지만, 주위의 미인들에 비해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처음 두 세번까지는 그저 부러워할 뿐이었으나, 보면 볼수록 그저 눈이 가는 가족들이었다.
엄마가, 딸이, 아들이 예쁜 것도 예쁜 것이지만, 저 ‘아빠’를 가운데 두고 항상 떠들썩하게 웃음 짓고 있는 모습이 보는 사람마저 웃게 만드는 것이다.
박성주가 여기서 일한 지는 벌써 3년 가까이 되었고, 매장의 단골인 저 가족들을 본 것이 벌써 스무 번은 넘을 터인데.
그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행복해 보이지 않았던 날이.
“저기요~ 이거 혹시 다른 색으로 S 사이즈 있어요?”
“아,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확인해 드릴게요.”
그는 자신의 앞에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묻는 ‘딸’에게,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미소를 얼굴에 띄운 채 응대해 주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솔직히 말해서 예쁜 걸 따지자면 ‘엄마’가 단연 원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