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17)
내가 희나의 병문안을 위해 병원에 수도 없이 들락날락할 때도, 많이 고마워 하시면서 마치 친아들처럼 대해주셨었다. 언제나 포근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에 나도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그렇게 내가 얌전히 아주머니의 쓰다듬을 받고 있는 동안, 우리 엄마와의 통화가 끝났는지 선생님께서 다가오셨다.
“연후 어머님께서 지금 이쪽으로 오신다고 하는데, 혹시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괜찮아요~ 너희도 괜찮지?”
“네에!”
“네에.”
다음화 보기
희나에게 껴안긴 채 엄마가 오기를 기다렸다. 형들도 아직 초등학생 저학년이던 때인데 괜찮을까 모르겠다. 내가 알기론 둘 다 엄청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게임기를 잡고 살던 걸로 아는데.
게임하라고 두고 잠깐 와주려나?
잠시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을 때,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엄마가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희나네 집에서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애초에 우리 집이랑 희나네 집부터가 가까운 편이었으니까.
“아, 연후 어머님 맞으세요?”
“네. 저희 연후가 떼를 썼다고 하던데.”
“아니에요~ 저희 애가 연후랑 더 놀고 싶다고 놔 주지를 않아서… 귀찮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음… 잠시만요.”
아주머니께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우리 엄마에게 사과하셨다. 엄마는 그에 바로 답해주기 전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죄송한 듯 살짝 시선을 돌리며 나를 꼬옥 껴안고 있는 희나와, 그런 희나에게 붙잡힌 채 얌전히 앉아 있는 내가 들어왔을 것이다.
“아들. 친구랑 더 놀고 싶어?”
“응. 히나랑 더 놀래.”
“그래? 이름이 히나니?”
“네에… 제송해여…”
“죄송하긴. 친구들이랑 놀라고 보낸 건데. 히나 어머니?”
“네?”
“제가 이 동네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근처에 놀이터가 있나요? 어린이집은 곧 닫을 거고.”
“그럼요~ 가까운 곳에 있어요.”
—
그렇게 우리는 다같이 가까운 놀이터로 오게 되었다. 엄마가 느긋한 것을 보니 집에 할머니가 오셔서 형들을 봐주는 건가 싶었다.
아니면 이 즈음부터 알아서 놀라고 적당히 내버려뒀나. 어차피 집에서 게임만 할 테니까.
아무튼 아주머니와 엄마는 벤치에 앉아 우리를 보며 대화를 나누셨고, 우리는 모래밭에서 적당히 모래를 만지작 거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떡해… 어머님한테 안조케 보여쓰면…”
“히나야. 우리 지금 네 살이야… 이게 마자.”
“그래두…”
“자꾸 안조은 생각 하지 말기. 아랐지?”
“응… 그럼 나 뽀뽀해두 대?”
“어… 음…”
왜 갑자기 뽀뽀해주기가 됐지?
그야 나도 둘이 있을 때는 당연히 환영이지만, 우리 뒤에서 엄마랑 아주머니가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신데 하는 것은 좀.
희나의 손은 계속 모래를 만지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 잠시 말을 고르고 있는 사이, 귓가에 두 분의 대화가 들려왔다.
“오늘 처음 등원했어요?”
“원래 보낼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고 하길래… 그런데 선생님들한테 들어보니 오늘 종일 연후한테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흠… 우리 아들이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는데…”
“어머~ 연후도 엄청 귀여운데요. 그나저나 갑자기 오시게 해서 다시 한 번 죄송해요.”
“아니에요. 애들이랑 놀라고 보낸 건데, 친구도 사귀고 재미있게 노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해요. 그런데…”
“음?”
“혹시 희나가 내일도 떼를 쓰면, 오늘처럼 놀게 하고 제가 연후를 댁까지 차로 데려다 줘도 될까요? 연락은 계속 드릴게요.”
“번거로우실 텐데…”
“저희 애 때문인데요~ 그리고 얌전하던 애가 친구랑 저렇게 즐겁게 노는 게 저도 기뻐서… 진작에 등록할 걸 그랬어요.”
“그렇다면이야.”
희나의 모습을 보고 이게 오늘 하루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아주머니께서 엄마에게 딜을 걸고 있었다.
엄마도 내가 그냥 친구를 사귀어서 잘 노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어차피 내가 집으로 돌아가 봐야 혼자서 티비를 보고 있을 뿐이니까.
물론 스무 살 넘게 살아 온 지금의 한연후는 다르겠지만, 그 이전까지의 나는 그랬었다. 그냥 티비 보거나, 아니면 형들이 쥐어주는 게임 깔짝깔짝 하는 정도.
일단 이야기가 잘 되어가는 것 같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여전히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희나에게 다시 집중했다.
“히나야. 뒤에 엄마랑 아주머니 이쓰니까… 내일 또 하자.”
“지금 하고 시픈데… 나랑 키스하는 거 시러…?”
방긋방긋 웃던 희나가, 순식간에 울먹임 가득한 얼굴을 만들었다.
아니, 왜 또 그렇게 비약해서!
“아니이! 나두 뽀뽀 조아! 맨날 뽀뽀하고 시퍼.”
“정말?”
“응응. 히나 너가 너무 기여워서 계속 그 생각바께 안나써.”
“흐후훟… 나 기여어?”
“기여어, 기여어. 그리구 예뻐. 너는 항상 예뻐써.”
“……”
“우리 히나 예쁘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도 희나랑 같이 모래를 만지고 있던 터라 이 손을 희나의 머리에 올릴 수는 없었다.
하여 그냥 희나의 손등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며 그리 말해주자, 희나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말이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왜 그러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짝 올려다보자.
“히나야?”
“~~~으으!”
희나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묘한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탁!
그대로 나를 뒤로 밀쳐 넘어뜨렸다.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었음에도 아이의 몸이라 그런지 전혀 반응할 수 없었고, 나는 자연스레 모래밭에 쓰러졌다.
“희, 희나야!”
“여자친구한테 지면 어떡하니, 아들.”
그에 깜짝 놀라는 아주머니와 엄마… 아니, 엄마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전혀 안 놀란 것 같은데.
아무튼 계속 우리를 주시하고 있던 두 분이기에, 희나의 돌발 행동을 보자마자 이쪽으로 다가오셨다.
허나 그보다도 빠르게 희나가 내 위로 올라왔다. 마치 벽꿍처럼, 쓰러진 내 양 옆에 팔로 몸을 지탱하며 나를 내려다 보는 조그마한 내 여자친구는.
-쪽!
그대로 내 입술에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쪽! 쪽!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 자깐만! 히나… 웁!”
“쪽!”
나는 당황해서 멈춰보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힘으로 희나를 밀어버릴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한 채, 그저 희나의 뽀뽀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
“……”
그렇게 계속 뽀뽀를 당하면서 곁눈질로 옆을 보니, 아주머니와 엄마가 걸음을 멈추고서 황당하다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가족한테 이렇게 스킨십 하는 건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희나의 행동에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이내 아주머니가 정신을 차리시고는 희나를 나에게서 떼어 놓고 혼내기 시작했다.
“이희나! 친구를 밀치면 안되지! 다칠 수도 있잖니!”
“잘못해써여…”
“모래밭이었는데 뭐 어때요.”
“그래도… 어휴… 갑자기 왜 그랬어? 응?”
“여누한테 뽀뽀하고 시퍼서…”
“……”
“……”
이미 눈으로 봐서 아는 것을, 하도 어이가 없어서 다시 물어보신 걸 텐데 다시 듣고도 어처구니가 없으실 것이다.
나조차도 좀 그랬으니까.
아니, 갑자기 날 바닥에 쓰러뜨리고 뽀뽀를 박을 줄은. 희나가 어느 순간부터 나한테 완전히 마음을 열어주긴 했지만, 이 정도로 행동력이 넘치지는 않았었는데.
내가 죽었었던 것 때문일까. 그게 희나의 심경에 많은 변화를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는 희나의 말을 듣고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랑 아빠한테도 안 해주던 뽀뽀를…”
그리고 그런 아주머니 옆에서, 엄마가 무릎을 꿇고 우리와 눈높이를 맞춘 채 물어보셨다.
“희나는 우리 아들이 그렇게 좋니?”
“조아여. 제일 조아여.”
“아들은? 희나가 좋아?”
“응. 제일 조아.”
“그래…”
우리의 즉답을 듣고 나서, 엄마가 아주머니께 다시금 제안했다.
“저희 한 주씩 돌아가면서 봐주죠. 이번 주는 부탁드리고, 다음 주는 저희 쪽에서 봐주는 걸로.”
“어머, 괜찮으시겠어요?”
“어리긴 해도 이렇게 서로 좋아하는데 하루이틀로 끝날 것 같지는 않고… 사는 곳도 가까운데 저희도 연락 좀 하면서 지내고요.”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저도 주변에 수다 떨 곳이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두 분이서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는 사이, 희나가 나에게 슬쩍 말했다.
“여누야. 나 또 해두 대?”
“……”
왜 이렇게 뽀뽀에 목 말랐어?
—
우리가 과거로 돌아와 재회한 이 날 이후.
나와 희나는 정말 매일매일 같이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것은 물론, 그게 끝나고 나면 엄마와 아주머니가 우리를 데리고 놀이터나 공원에 데려가 주었다.
처음엔 한 분씩 주마다 돌아가면서 우리를 봐주시는 건가 싶었는데, 의외로 마음이 잘 맞는지 그냥 항상 두 분이서 담소를 나누었다.
우리 엄마는 좀 시크한 타입이고, 아주머니는 많이 활발하셔서 성향이 안 맞을 줄 알았는데, 금세 친해지셔서 이제는 서로 말도 놓으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점점 평일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서로의 집까지 찾아가서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우리집에 들렸을 땐.
“그래, 희나라고?”
“아녕하세여. 여누 여자친구에여.”
“으하하핫! 우리 막내가 벌써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어? 연후야. 희나가 너 여자친구야?”
“마자.”
“크큭…푸흐흐흡…”
희나가 우리집에 왔을 땐, 우리 아빠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하며 내 여자친구임을 당당히 선언했다.
그 덕에 아빠가 한참을 웃기도 했고.
“이거 너네 먹어.”
“야, 이것도.”
“고마씁니다.”
“고마어.”
귀찮게 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둘이서 놀고 있는 우리가 귀여웠는지, 정후 형과 선후 형은 희나가 올 때마다 어디선가 과자를 가져왔다.
게다가 엄마도 희나에게 무척이나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 옆에서만 봐도 굉장히 귀여워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일 만큼. 마치 딸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가 희나네 집에 갔을 때는.
“크흠… 무슨 벌써 남자친구야?”
“에이~ 애들이 이렇게 귀여운데 왜 그래요~ 그치, 희나야?”
“여누 내 남자친구에여.”
“크흐흐흠…”
우리 집과는 반대로, 아저씨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셨다. 그러실 만하다고 생각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이, 남자친구랍시고 웬 꼬맹이 옆에만 찰싹 달라 붙어 있으니.
다만 아주머니는 우리 엄마가 희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나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며 잘 대해주셨다.
거기에 오랜만에 보는 꼬마 희성이 형은.
“야, 꼬맹이. 내가 특별히 놀아줄 테니까 일로 와.”
그냥 대놓고 우리와 같이 놀아주었다. 우리 형들은 우릴 귀여워하면서도 지켜만 보는데, 이 형은 말로는 귀찮다는 듯 하면서도 직접 자기가 같이 놀아준다.
어렸을 때나 나중에 커서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더 다시 만난 것이 기뻤고.
하지만.
“여누는 히나랑 놀 거야. 오빠 저리가.”
“히나야…”
“아! 내가 놀아준다고오!”
“피료업써.”
“아씨!!”
오히려 희나는 우리 형들처럼 그냥 방치해 주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냥 자기 혼자서 나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가 보다.
그에 희성이 형이 분통을 터뜨리긴 했지만, 희나에게 그 이상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희나한테 약하다 싶었는데, 그게 이 시기부터 이미 그랬었나 보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순조롭게 양 집안의 사이가 가까워지게 되었다.
나와 희나만 어머님들의 손을 잡고 서로의 집을 다니다가, 점차 가족 단위로도 얼굴을 마주하게 되고, 더욱 시간이 지난 후로는 한 번씩 다같이 나들이도 가게 될 만큼.
그렇게 친해져가는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희나는 기쁜 듯이 웃었다.
“우리 상견례 다해따. 그치?”
“그러게…”
“그럼 이제 뽀뽀해조.”
“우리 아까 몰래 마니 해짜나.”
“더 해저!”
“아, 아랐어.”
“흐히히…”
“……”
그나저나 진짜 뽀뽀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니, 희나야?
다음화 보기
내가 희나네 집에 들리게 된 지, 희나가 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우리 집에 몇 번이고 오게 된 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과거로 돌아오기 전보다 오히려 훨씬 더 자주, 또 긴 시간 동안 함께하게 되었다.
평일엔 어린이집에서.
주말엔 둘 중 누군가의 집에서.
“어휴… 미안해, 언니. 못 온다고 했다가 갑자기 희나 맡기게 돼서.”
“나야 희나 봐서 좋긴 한데. 무슨 일 있었어?”
“희나가 오늘 못 간다고 하니까 어찌나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지… 저렇게 떼를 쓴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애 눈이 새빨갛구나?”
“그렇지, 뭐.”
하루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두 분 다 일이 있어서 희나를 친정에 맡길 생각이었는데, 희나가 하도 울어서 결국 우리 집에 맡기는 일까지 있었다.
“훌쩍…”
“마니 우러써?”
“응… 나 여누 못 만나면 안대…”
“차카지. 그만 우러.”
“안 울테니까 더 쓰다듬어저.”
“차카다~”
“흐후훟…”
하루 쯤은 못 만나는 날도 있지 않을까? 라고 내뱉으려던 것을 간신히 집어삼켰다. 훌쩍이다가도 내 손길에 금세 헤헤 웃는 내 여자친구를, 그저 부드럽게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아주머니는 쓴웃음을 지으며 일을 보러 가셨고, 우리 엄마는.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둘이 여기서 얌전히 있어.”
“네에!”
“응.”
“쿡…”
우리의 힘찬 대답에 짧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귀엽다는 듯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준 뒤 간식을 만들어 주었다.
엄마는 이렇게 우리 둘을 봐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럴 만도 했다.
기억이 돌아온 나는 얌전한 데다 말도 잘 들었고, 거기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여움이 넘치는 희나까지 내 옆에서 깜찍하게 웃고 있으니.
뭐, 사고 치고 난리를 쳐도 아들을 싫어할 리는 없겠지만, 역시 말을 잘 들어주면 훨씬 더 귀여운 법이니까.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지루할 법도 했다. 만나도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기에. 하지만 이상하게 희나와 같이 있으면 지루함 따위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좋은 것이다. 다시 희나와 만나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이. 굳이 특별한 무언가를 같이 하지 않아도,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 짓고 있는 것이.
어느 때든 이제는 이렇듯 함께 있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린 아이가 돼서 그런지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지다가도, 희나와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것을 같이 경험했다.
집에서 놀기도 하고, 부모님들이나 형들의 동행 하에 둘이서 손을 잡고 동네를 거닐기도 했으며.
양 가족들과 함께 모여 캠핑장으로 여행을 간 적도 있었다.
“어때, 희나야. 아빠가 만든 카레 맛있지?”
“응! 여누야~ 아~”
“아~”
“딸자식 키워봐야 소용 없다더니… 나한텐 한 번도 안 해줬으면서…”
“어휴! 사위한테 질투하면 어떡해~”
“사위는! 애가 몇 살이라고 벌써 사위야?”
“이 정도면 사위지~ 안 그래요?”
“음. 나도 희나는 우리 며느리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형님도 무슨…”
산으로 캠핑을 가도 우리는 변함이 없었다. 희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나 역시 희나가 항상 내 곁에 있는 것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한두 달 이러다가 말 것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게 벌써 반 년이 지나고, 1년을 넘어가게 되니 우리 사이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내가 애들 봐줄게, 엄마!”
“야, 나도. 좀 비켜봐.”
“정후 형은 한선후랑 게임이나 해!”
“psp 재미없어.”
식사를 마친 뒤 느긋하게 텐트 안에 앉아 있는 우리를, 희성이 형이 뒤에서 동시에 껴안고 있었다. 히죽거리면서 우리를 쓰다듬는 희성이 형.
희나도 나랑 자기를 떼어 놓지만 않으면 이렇게 얽혀 오는 건 크게 신경을 안 썼다. 게다가 나도 희나도 희성이 형을 좋아했으니까. 정후 형까지 이 경쟁에 끼어든 것은 의외였지만 말이다.
아직 초등학생인 둘이, 우리 때문에 투닥이는 것도 보는 맛이 있었다. 귀엽기도 했고.
그런 식으로 우리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함께 추억을 쌓아갈 수 있었다. 아직은 너무나 어리기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함께였으니까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은 2년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