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22)
“으응… 그렇게 해주면… 참을 수 있을지도…”
쇄골이나 목에 뽀뽀를 해주는 내가 사랑스럽다는 듯, 살며시 내 머리를 끌어안는 희나. 최근 굴곡이 생기기 시작한 희나의 가슴이 내 얼굴에 그대로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는 스킨십을 나누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부르기 전까지.
내 하루는 희나를 달래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마지막까지 희나를 달래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정말 못 말리는 어리광쟁이 여자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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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가 너무 귀여웠다.
아직은 나와 비슷한 조그마한 체구도, 말랑말랑한 볼도, 어른이었을 때와 똑같은 부드러운 미소도.
어린 아이가 된 지 어느덧 9년. 연후를 잃었을 때의 그 끝없는 상실감을 잊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내 모든 욕망을 정말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늦지 않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내 마음을.
내 사랑을.
내 욕망을.
그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전부 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하지만 아직은 어린 몸이기에 어떻게든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흐후훟…”
원래 잠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가끔 아침 일찍 눈이 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절대로 다시 자지 않고, 엎드려 턱을 괸 채 연후의 잠든 얼굴을 감상한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이 사랑스러운 남자친구의 모습에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특히나 살짝 벌려진 저 입은 자면서도 나를 유혹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으음…”
“…이건 다 연후가 나쁜 거니까…”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유혹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잠든 얼굴이 이렇게 예쁠 리가 없을 테니까.
-츄
결국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까이 하여 입술을 맞췄다. 그의 윗 입술에, 아랫 입술에. 그리고 입가에, 볼에.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의 뽀뽀를 하지만,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했다. 마음 같아서는 방에 가둔 다음 하루 종일 키스만 하고 싶을 정도로.
물론 지금도 주말에는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키스 뿐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한 것들도 하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내 모든 것을 연후에게 주고 싶었다.
아직은 부끄러움 때문에 같이 목욕을 할 때도 나를 잘 봐주지 않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내 몸 구석구석, 내 전부를 연후가 마음대로 해줬으면 했다.
-쪽
허나 지금은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연후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을 알기에 내가 연후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귀여운 얼굴에서 아래로 내려와, 연후의 자그마한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고, 가슴과 허리 등을 매만지면서.
너무나 어리디 어린 몸이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성숙하지 못한 몸이라 해도 연후니까. 내 앞에 있는 어린 아이가 연후이기에 욕망이 스며 나와버린다.
“하아…”
달뜬 숨을 내뱉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더 이상 했다가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욕망을 억제하고, 연후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 내 손길로 인해 흐트러진 모습의 연후를 내려다 보며, 마음속 깊이 바랐다.
어서 빨리 시간이 흐르기를.
—
연후와 함께 한 수학여행.
솔직히 말해서 정말 힘들었다. 남녀가 나뉘어서 선생님들의 통제를 받다 보니 연후와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유적지 관람을 하러 돌아다닐 때나 장기 자랑 등의 활동이 있었을 때나 같이 있을 수 있었고.
“희나야, 이거 쌤한테 받은 물인데 좀 마셔.”
“고마워~ 사랑해!”
“나도. 그럼 나 다시 갈게. 몰래 슬쩍 빠진 거라.”
“아…”
그룹으로 나뉘어서 하는 레크레이션 활동 도중, 연후가 틈을 내서 이렇게 한 번씩 만나러 와 주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바로 자는 시간이었다. 내 곁에 연후가 같이 잠들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외로울 줄은 몰랐다. 최근 몇 년간 매일 같이 자서 그런지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너무나 허전한 것이다. 연후의 따뜻한 체온도, 마주 안아주는 그 손길도.
“너네 우리 반에 누가 제일 괜찮아?”
“그거 투표하면 한연후만 나올 걸? 솔직히 걔가 제일 착하잖아. 공부랑 운동도 잘하고.”
“당연히 빼고 해야지~ 그리고 걘 희나 거잖아.”
“그치?”
하루 일정이 전부 끝나고, 방 밖으로 나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시간. 멍하니 누워서 친구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반 여자애들이 연후의 좋은 점을 안다는 것이, 기쁘지만 한편으론 싫은 마음이 들었다.
연후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는 건 나만 알고 있어도 되니까.
[ 우리 연후♡ : 난 애들이랑 좀 놀아주고 있어. 너는? ] [ 나 : 그냥 너 보고 싶어… 몰래 빠져나가면 안 돼? ] [ 우리 연후♡ : 그 층 벗어나기도 전에 걸릴 걸. 내일 일찍 일어나서 1층에서 잠깐 볼까? ] [ 나 : ㅠㅠㅠㅠ 나 지금 키스하고 싶은데… ] [ 우리 연후♡ : 집에 돌아가서 열 배로 더 해줄 테니까 조금만 참자. ] [ 나 : 응… 내일 아침에 봐야 하니까 너무 늦게까지 놀면 안 돼. 꼭 내 꿈 꾸고. 알았지? 사랑해! ] [ 우리 연후♡ : 나도 사랑해. 잘 자! ]아까 잠깐 나누었던 톡이 끊기고 나서는, 몸을 움직이게 해주는 연료가 바닥이 난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좀 더 놀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잠들어야 연후를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밤마다 연후를 그리워 하는, 2박 3일간의 수학여행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연후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의견을 냈다.
“우리 중학교 수학여행 때는 그냥 빼먹지 않을래?”
“그건 좀… 그렇게 힘들었어?”
“나 이거 안 되겠어. 이틀이나 같이 못 자는 거 말도 안 돼.”
“어이고, 우리 희나 외로웠구나? 자, 이리 와. 안아줄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마치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듯 대하는 모습에 조금 심통이 났지만.
그래도 양팔을 벌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며시 연후의 가슴팍에 몸을 기대자, 내 허리에 팔을 감고 끌어안으며 한 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행복했다. 그저 연후의 품에 안겨있을 뿐인데도, 더할 나위 없이.
연후와 키스 이상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이 자상한 포옹 만으로도 나는 만족할 수 있었다.
—
조금의 투정도, 질투도, 고집도 있던 이 어린 날의 연애는, 정말 매일이 즐거웠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아쉬움은 시간이 해결해 줄 부분이니.
게다가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던 것부터가 이미 그 이상을 바라서는 안 될 기적이었으니까.
나는 언제나 연후의 곁을 지키고 있었고, 연후도 그런 나를 당연하게 여기어 주었다.
“우리 내년부터는 크리스마스 때 둘이서 데이트 하자.”
“역시 중딩 때부턴 그게 맞지?”
“당연하지!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내가 참은 거야!”
“가족들이랑 보내는 것도 재미있긴 한데.”
“안 돼. 이브부터 크리스마스까진 연후 너 무조건 내 거야.”
“그때 아니더라도 네 거잖아?”
“…그렇긴 해!”
1학년 때부터 수없이 많은 경시 대회에 참가해 상을 받고, 부디 같은 중학교에 가기를 기도했다.
물론 중학교는 컴퓨터 추첨으로 정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수상 기록이 있어서 나쁠 건 없었고 가족들도 기뻐했으니까.
국제중학교 같은 곳도 있긴 하나, 거기는 갈 수 있다 한들 학비도 너무 비싸고 거리도 멀어서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는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았다.
“됐다! 연후야, 됐어!”
“휴… 진짜 다행이다. 운이 좋았네.”
“응! 어떡해, 나 너무 기뻐! 키스할래!”
“잠깐, 희나야! 여기 학교인… 웁!”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진도 찍었으며, 둘이 함께 첫 교복을 맞추러 가기도 했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도 우리는 언제나 같이 지내고, 같이 잤으며, 같이 등교를 했다.
이젠 중학생이니 둘이 함께 자는 것은 슬슬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에도 절대 굴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연후가 곁에 있지 않으면 잠들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그 후로 15살, 그리고 16살.
점차 몸의 성장이 뚜렷해지고, 이제는 둘이서 같이 목욕을 하자고 하면 연후가 도망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로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나.
그냥 참을 필요 없는데.
하지만 연후의 의지를 존중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덮쳐버리고 싶었지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연후도 굉장히 귀여웠으니까.
그래.
우리는 어느새 16살이 되었다.
아이라고 하기엔 많이 자랐고, 다 컸다고 하기엔 아직 어리숙한 그런 나이가.
“나 언제 안아줄 거야?”
“안아주는 거야 지금 당장도 가능하지. 빨리 이리 와.”
“흐응… 다른 의미인 거 알지?”
“……”
성장기가 온 덕에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진, 더욱 듬직해진 내 남자친구가 슬쩍 눈을 돌렸다.
반응을 보면 연후도 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해 보이지만…
-스윽
길게 뻗은 내 맨다리를 연후의 다리 위에 슬쩍 올려 놓았다. 동시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시선. 노골적으로 다리를 훑어보며 연후가 입을 열었다.
“다리 아파? 주물러 줄까?”
“해줄 거야?”
“그럼. 우리 희나 다리 마사지는 또 내가 전문이지.”
“쿡쿡, 부탁해~”
연후가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조심스럽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 손길에서 야릇함이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이 아닐 것이다.
내가 연후를 덮치지는 않겠지만, 연후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나를 덮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나는 집중해서 양 손으로 내 다리를 주물럭 거리고 있는 귀여운 내 남친을 바라보았다.
올해부터 내가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단 한 가지 목표는, 연후가 나에게 손을 대게 하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 항상 관리를 하고 있었다. 몸의 구석구석, 언제 나를 안아도 최고로 예뻐 보일 수 있도록.
“……”
“후후…”
그리고 그날은 분명 머지 않았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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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후, 끝나고 겜방 고?”
“뭐하려고.”
“뭐하긴 맨날 하는 거 하지. 너랑 정윤성 끼면 우리 다섯인데 고?”
“5인이면 좀 땡기긴 하네. 근데 나 오늘 희나랑 공부하는 날인데.”
“아, 시바. 걍 하루 빼먹으면 안 되냐? 니네가 문제 발가락으로 풀어도 나보다 성적 좋을 거 아냐. ”
“흠. 발가락으로 펜 잡으면 마킹 실수 때문에 니랑 비등비등하긴 할듯.”
“개씨발.”
“일단 함 물어볼게. 잠만.”
남은 수업은 7교시 뿐인 쉬는 시간. 반 친구의 피시방 권유에 곧바로 폰을 들고 톡을 보냈다. 올해 아쉽게도 반이 갈라진 희나에게 허락을 구하기 위해.
[ 나 : 똑똑. ] [ 희나♡ : 네, 무슨 일이시죠~? 혹시 교실에 뭐 두고 갔어? 갔다 줄까? ] [ 나 : ㄴㄴㄴ 끝나고 애들이 피시방 가자고 해서. 갑자기 너무 땡기는데 가도 돼? ] [ 희나♡ : 오늘 우리 공부하는 날인데~] [ 나 : 넵. 하루만 봐주세요. ] [ 희나♡ : ㅋㅋㅋ 뭐야~ 그럼 게임하고 있을래? 나 잠깐 쇼핑 좀 하고 그쪽으로 갈게. ] [ 나: ㅇㅋㅇㅋ 우리 반이 종례 더 빨리 끝날 텐데 기다렸다가 얼굴 보고 갈까? ] [ 희나♡ : 아냐~ 그냥 가. 항상 가던 곳 가는 거지? ] [ 나 : ㅇㅇㅇ 혹시 딴 데 가게 되면 톡 보낼게. ] [ 희나♡ : ♡♡ ]허락을 구한다고는 해도, 내가 친구들과 논다고 하는 것에 희나는 어지간하면 반대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공부를 하든 다른 것을 하든 우리는 항상 같이 있는 게 디폴트이기 때문에, 다른 일정이 생기면 무조건 말을 해두는 것 뿐이지.
그도 그럴게, 벌써 올해로 13년차였다.
과거로 돌아와서 희나와 다시 만나고, 어린이집 시절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날을 함께 있었다. 13년 동안 말이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어디서든 같이 있는 만큼, 가족들보다도 희나와 같이 보낸 시간이 훨씬 더 긴 것이다.
이쯤 되면 거의 둘이서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데, 반신이 예정 외의 딴 일을 한다고 하면 허락을 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희나가 괜찮대.”
“풀팟 지렸고~ 근데 니 가면 걔도 가잖아. 걔네 반 존나 늦게 끝나는데 기다려야 하나?”
“먼저 가라던데? 뭐 살 거 있다고.”
“야, 근데 강쥐 빼고 걔 끼는 게 우리 승률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
“아 뭐래 시발련아.”
“고거 인정~”
“정윤성 닌 아닥 좀. 솔직히 니보다는 내가 잘한다.”
“에뒉졈~”
과학실, 내 책상 주변에서 같이 가기로 한 멤버들이 누가 더 못하느니 하는 추한 다툼을 시작했다. 고만고만한 놈들 주제에.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희나가 한 일주일만 각 잡고 게임 붙잡으면 아마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잘 할 것이다.
중1때부터 친구들이 이렇게 권유를 할 때면 피시방을 가는 날이 간간히 있었는데, 그때마다 희나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따라왔다.
보통 그럴 때 희나는 그냥 내가 하는 것을 구경하거나, 자기도 옆자리에 앉아서 웹서핑을 했다. 그런데 아주아주아주 가끔, 희나도 같이 껴서 게임을 할 때가 있었다.
친구들이랑 오면 대게 풀파티를 맞춰서 오는 편인데, 한 명이 갑자기 빠지는 등 상황이 애매해질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을 끼는 것은 싫고, 기껏 피시방에 왔는데 여기 없는 놈을 끼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아서.
그래서 희나가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친구 한 놈이 장난삼아 ‘그럼 이희나 넣고 하던가. 한연후가 같은 라인 가서 케어해 주고.’ 라고 말한 것을, 내가 같이 하는 거면 자기는 괜찮다며 희나가 참여한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극초반에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거의 있으나 마나 했었지만, 몇 판 하고 나니 금세 게임에 익숙해지더라.
처음 봐서 모르는 것은 어쩔 수 없되, 한 번 알고 나면 오히려 나보다도 반응이 빠를 정도로 말이다.
사실 집에서 형들이랑 같이 닌X도나 플스를 할 때도 잘 하긴 했었는데,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도 잘할 줄은 몰랐다. 의외로 게임 재능이 압도적인 여자친구님이다. 딱히 즐기지 않아서 그렇지.
“맞다, 한연! 엄마가 너네 담에 또 놀러 오라던데?”
“분식집? 자꾸 떡볶이 값 안 받으셔서 가기가 좀 그런데…”
“걍 먹고 가라. 니네 돈 안 내도 우리집 장사 존나 잘 됨.”
“뭐, 조만간.”
윤성이와는 이번 삶에서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내가 전에도 다녔던 중학교에 오게 된 덕분에, 우연찮게 이번에도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 된 것이다.
솔직히 지난 삶에 만났던 친구들을 억지로 다시 만나서 친해질 생각은 없었다. 좋은 녀석들도 많았고 다시 안면을 트게 된다면 좋겠지만, 같은 학교를 간 것도 아닌데 친해질 기회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윤성이처럼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일부러 전보다 더 빠르게 질척거리면서 친해졌다. 좋은 녀석이니까.
“야! 그럼 끝나고 바로 레온으로 존나 뛴다! 거기 자리 금방 차니까!”
“오케~”
—
중학생이 된 뒤부턴 희나와 꾸준히 공부를 하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많이 들이게 되었다. 항상 희나가 곁에 있는 만큼 그때의 나보다 게임하는 시간도 훨씬 줄어들었고.
그 때문인지 가끔 이렇게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 굉장히 재미있었다. 아무리 하는 시간이 적어진들 게임을 좋아하는 한연후가 어디 사라진 것도 아니었고, 가끔 하니까 더욱 몰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창 게임에 빠져 친구들과 떠드는 사이, 쇼핑을 마친 희나가 피시방에 도착했다.
“연후야, 나 왔어~”
“야야, 저새끼 잡…! 어? 왔어?”
암만 게임에 집중한 상태여도 희나의 목소리 만큼은 귀에 쏙쏙 박혔다. 십 수년간 매일을 가까이서 들었던 덕분일까.
희나는 들고 온 종이 봉투를 내 가방 옆에 내려두고 손바닥으로 내 입술을 살살 때렸다.
-톡톡!
“나쁜 말 하기 있기?”
“없기. 미안.”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져 험한 말을 내뱉는 건 신경 쓰지 않지만, 내가 하는 건 볼 때마다 통제한다.
나를 한 번 혼내고는 내 양 옆을 둘러보는 희나. 나는 곁눈질로 그걸 보면서 말해주었다.
“오늘 사람 많아서 여섯 자리 빈 곳이 없더라. 내가 저번처럼 작은 의자 하나 받아올까?”
항상 학생들이 많이 오는 피시방이긴 하지만, 오늘 유독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우리 앉은 다섯 자리가 거의 막차급이었다.
희나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지금 게임 끝난 거지?”
“응. 완전 개발ㄹ… 아니, 졌어.”
축구 농구와 마찬가지로, 예전에 했던 짬이 있어서 게임 또한 내가 꽤 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정글러가 커버를 칠 수 있는 판이 있고 없는 판이 있는 법.
헌데 양심 없는 놈들이 개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한다.
“이거 다 한연후 때문에 졌다. 니가 20킬 하고 타워도 부수고 오브젝트도 챙겼으면 우리가 이겼음.”
“아, 고거 맞줴~”
“15분 되기 전에 나 5킬 먹여주고 시작했으면 내가 캐리했는데. 까비요~”
“한연후. 초반에 바텀 5킬 못 먹여줄 거면 정글하지 마라. 존나 못하네, 진짜.”
미친놈들이 미친소리를 하고 있네.
“희나야. 나 딱 한 번만 욕 해도 돼?”
“안 돼! 그보다 잠깐 의자 뒤로 빼볼래?”
“응?”
진짜 딱 한 번만 씨발롬들아!!를 외쳐주고 싶었는데, 갑작스런 희나의 요구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서 바닥을 발로 밀었다.
그러자 나와 컴퓨터 사이에 생긴 틈을, 희나가 비집고 들어와 그대로 내 다리 사이에 엉덩이를 붙이고 의자에 앉았다.
푹신한 피시방 의자에 나와 희나가 둘이 앉은 모양새가 된 것.
희나는 마치 제 자리를 찾았다는 듯, 등을 내게 기대며 웃음 지었다.
“난 이대로 얌전히 있을 테니까 게임 열심히 해~”
“어… 음…”
내 다리 사이에 쏙 들어오는 작은 체구도, 눈앞에 보이는 희나의 부드러운 머리카락도, 코를 간질이는 희나 특유의 향도.
다 좋았다. 좋긴 한데.
“아… 게임 존나 재미없네.”
“우리 정글러님이 정글은 제대로 도실까 모르겠다.”
“저새끼 빼고 총이나 쏠래? 네 명 딱인데.”
“누가 자리 좀 바꿔주라. 옆자리라 더 꼴받음.”
이건 너무 광역 도발이었다. 나와 희나의 사이가 끈적끈적한 걸 모르는 놈은 없었지만, 그래도 바로 옆에서 염장을 지르는 건 다른 문제였으니까.
“이거 좋다~”
하지만 희나가 이게 좋다는 데 어쩔 수 없지! 여친도 없는 놈들의 투덜거림 쯤이야 무시 쌉가능한 부분!
—
아주 잠시 분위기가 험악해지긴 했지만, 희나가 나한테 엥기는 것도 어차피 매일 있던 일이라 다시금 다같이 몰입하여 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저녁 7시쯤 친구들과 헤어지고, 희나와 손을 잡은 채 귀갓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