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31)
그건 또 굉장히 쓸쓸한데.
가까운, 혹은 조금 먼 훗날일 지도 모를 날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다시금 데이트를 즐겼다. 옷이나 가방, 악세사리를 구경하고, 희나가 사랑이에게 자랑할 스티커 사진도 찍고, 길거리 음식도 나눠 먹으면서.
희나가 출장을 가기 전에 불태울 생각이었던, 우리가 잔뜩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조금 심심한 데이트였지만.
나도 희나도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것은 우리의 환한 웃음에서 증명되었다.
덕분에 그저 손을 잡고 돌아다닐 뿐인데도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버렸다. 어느새 해가 내려앉아 어둠이 깔리고, 저녁 식사 역시 우리가 자주 들리던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해결했다.
특별한 것 없이, 마치 일상처럼.
“시간 너무 빠르다… 애들은 저녁 잘 챙겨 먹었겠지?”
“그럼. 사랑이 있잖아.”
“우리 사랑이, 자기 닮아서 요리도 잘하고… 나는 아직도 잘 못하는데…”
“난 여보가 해주는 거 맛있는데, 왜.”
“사랑이가 해준 것보다?”
“…당연하지.”
“흐후훟-”
딸내미 솜씨가 워낙 뛰어나서 양심적으로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희나가 그 정도는 이해했는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우리는 둘만이 있을 수 있는 장소로 향했다. 모텔이 아닌 호텔에서, 숙박으로.
“으응… 츕…”
미리 예약해 두었던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키스를 나누고, 몸을 씻기도 전에 격렬한 시간을 보내고서.
뒤늦은 샤워를 한 뒤에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후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내 팔을 벤 채 묘한 웃음을 흘리는 희나.
“우리 여보는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우리 남편이 나를 너무너무 사랑해줘서?”
그러면서 야릇한 손길로 내 가슴팍을 쓸어내린다. 그 손길에 다시 몸이 불타오르면서도, 성욕은 여전하지만 체력이 예전에 비해서 더 부족해진 희나를 위해 간신히 참아내었다. 사실 내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았으니.
“오늘 데이트 괜찮았지?”
“응! 매일매일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
“뭐, 사실 별로 한 건 없는데. 우리 고등학생 때부터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지?”
“그럼 뭐 어때~ 우리가 즐거우면 됐지. 그리고 예전부터 말했잖아.”
그 말과 함께 살짝 몸을 일으켜 내 위로 올라탄다. 그리고 싱긋 미소 짓는 그녀.
“나는 자기만 곁에 있으면 뭘 해도 행복하다고.”
그랬지.
희나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가끔 질투를 많이 드러낼 때가 있긴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전부 귀여운 애교 수준이었다.
나도 희나가 곁에 있어주는 것에 항상 감사하고 또 행복했으며, 별다른 걸 하지 않아도 즐거웠다. 게임이든 농구 같은 운동이든. 그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 전혀 아쉽지 않을 정도로.
지금도 여전히 바래지 않은 미모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는 내 아내는, 분명 더 나이가 들고 주름이 진다 하더라도 나에겐 최고로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그럼 그런 우리 여보를 위해 힘 좀 더 써볼까?”
“꺄~”
나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내 배 부근에 앉아 있던 희나를 쓰러뜨려 침대에 눕혔다. 그러자 비명을 지르면서도 기대감 섞인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본다.
새하얀 희나의 피부를 눈에 담고 있으니 조금 아쉬움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고양이 꼬리라도 챙길 걸 그랬나?”
“아이~ 그거 보고 싶어? 지금이라도 사올까?”
“아니지, 너 요가복 입은 것도 괜찮은데.”
“쿡쿡, 그런 것들부터 챙길 걸 그랬다~ 제일 중요했는데.”
“다음 번에 하지, 뭐.”
“응~ 그럼 오늘은 이대로 안아줘~”
그러고 보면 밤일도 정말 다양하게 즐겼다. 나를 위해 뭐든 해주려는 희나와, 너무 심한 것만 아니라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던 나로 인해서.
특히 코스프레를 많이 했었다. 간호사복이나 스튜어디스, 교복, 미시룩, 메이드복 등등. 정말 어지간한 건 다 해봤었는데.
희나는 뭘 입혀도 굉장히 잘 어울렸고, 또 야했다.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든 지금 이 순간 할 수 없는 것은 좀 아쉽지만, 우리에겐 언제나 ‘다음’이 있으니까.
“사랑해.”
“나도 사랑해~ 흐후훟…”
—-
이틀 후, 월요일의 이른 아침.
캐리어를 끌고 힘 없이 현관 앞에 선 희나를, 아이들과 함께 배웅해 주었다.
“조심해서 다녀와. 시간 날 때 영상 통화 하면 꼭 받을게. 일 열심히 하고.”
“응… 자기도 사랑이랑 소망이 잘 부탁해.”
나는 시무룩해 있는 희나를 강하게 껴안아 주었다. 출장으로 인해 보름 간 얼굴을 볼 수 없는 것보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다녀오는 것인 만큼 오히려 안전 쪽이 더 걱정되었다. 별일 없을 거라 믿고 있지만서도.
나와의 포옹이 끝난 이후에, 희나는 잠시 캐리어에서 손을 떼고 사랑이와 소망이를 한 번씩 껴안아 주었다.
“사랑이가 있어서 엄마가 걱정 없는 거 알지?”
“알지~ 엄마도 일 화이팅!”
“그리고 우리 아들~ 아빠랑 누나 말 잘 듣고 착하게 있어야 해~”
“응. 알았어.”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난 후에도,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희나에게 진한 키스를 해줬다.
“그럼 다녀올게!”
그리고 그제서야 희나가 집에서 출발하니, 어쩐지 벌써부터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보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니까. 틈 날 때마다 영상 통화를 한다고 했으니 그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쓸쓸함을 뒤로 하고,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걸어가는 중.
사랑이가 내 팔에 팔짱을 꼈다.
“아빠~”
“왜?”
“오늘부터 우리 차례인 거 알지?”
“……”
그 말을 하며 눈웃음을 치는 딸내미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 아들내미.
뭐, 희나가 없는 시간 동안 느긋하게 있을 틈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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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출장을 가고, 집에는 아빠와 아이들만 남은 상황.
그럴 때의 모습이 어떨지는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정해진 것이 있었다. 희나의 출장이 이번처럼 긴 것은 처음이긴 하나, 이전에도 분기에 한 번 정도는 이런 날들이 있었기에.
희나가 출발한 그날 저녁. 사랑이와 소망이는 딴 곳으로 새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각자 마트에 들려 먹고 싶은 과자를 한가득 품에 담은 채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들이 오기 전에 아이스크림과 먹거리들을 이것저것 챙겨두었다.
“아빠! 이불 미리 깔아둘까?”
“밥은 먹고 깔자. 바닥에 흘릴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소망아, 어떤 게임 하고 싶어?”
“같이 할 수 있는 거.”
“그래? 셋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더라~”
우리는 저녁 대용으로 주문한 피자와 치킨, 그리고 온갖 과자를 거실 테이블 위에 깔아두고 그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게 우리가 희나 몰래 하는 우리만의 일탈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의 건강 문제 만큼은 희나가 확실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저녁 늦게까지 기름진 음식이나 과자를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럴 때나 한 번씩 고삐 풀린 것 마냥 먹는 것이다.
사실 몰래 한다고는 해도 희나는 다 알고 있긴 하지만. 우리한테 자기 없는 동안 뭐 먹었냐고 물어보면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냥 자기가 없을 때 만이라도 묵인해 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것도 이렇게 가끔씩 즐겨야 더 재미있다.
“아빠랑 노는 거 진짜 너무 오랜만이야…”
“5일 밖에 안 됐잖아.”
“5일이나 됐지! 나 진짜 방해하고 싶은 거 간신히 참은 거야!”
“우리 딸 착하네.”
콘솔 게임을 켠 다음, 내 양 옆을 차지한 사랑이와 소망이. 소망이는 순살 치킨을 하나씩 먹으면서 게임을 고르기 시작했고, 사랑이는 나에게 팔짱을 낀 채 셀카를 찍었다.
“엄마한테 보내려고?”
“응. 나 요 며칠간 엄마한테 사진 몇 장이나 받았는지 아빠 모르지?”
“…아빠는 엄마랑 사랑이가 사이가 좋아서 참 기뻐.”
“후후후후후후.”
사랑이가 음산하게 웃으며 여러 장의 셀카를 찍고 바로 사진들을 전송하고 있었다. 뭐, 미국은 아직 새벽일 테니 지금 희나가 확인은 못하겠지만.
그 후부터는 셋이서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 배 터지도록 음식들과 과자를 먹고, 우리가 사랑해 마지 않는 제로 콜라도 열심히 마시면서.
“뭐야뭐야! 아빠 왜 이렇게 잘 쌓아!”
“아, 내꺼 또 쓰러졌어…”
“너희 학교에 있을 때 연습 좀 했지.”
“치사해!”
“아빠, 치사해.”
한참 동안 게임을 하며 웃고 떠들고 나서는, 테이블과 게임기를 전부 치우고 거실에 이불을 깔았다.
TV에는 적당한 영화를 틀어 놓고, 셋이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 내일은 셋이서 피시방 갈래? 오랜만에!”
“내일은 일이 좀 많은데… 모레 가자.”
“그래! 소망이 너도 괜찮지?”
“갈래. 나 아빠랑 카트 하고 싶어.”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쇼핑하고 밥도 밖에서 먹고─”
희나가 없는 동안의 일정을 이미 다 생각해 둔 것인지, 사랑이의 조잘거림은 끝이 없었다. 내 소매를 잡고 옆으로 누워 있는 소망이도 누나의 플랜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나도 물론 아빠와 같이 놀고 싶다는 아들,딸의 의견에 반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근 형들이 지후나 서윤이가 벌써부터 아빠 얼굴도 잘 안 봐준다고 하소연을 하더라.
그걸 생각해 보면 애들이 조금 심하게 나를 따르기는 해도, 훨씬 행복에 겨운 상황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담소를 나누는 중에 밤이 깊어졌다. 내 팔을 하나씩 붙잡고 잠이 든 우리 아이들과의, 떠들썩한 밤이.
—
며칠 간 엄마에게 나를 독점 당한 한을 풀듯이 사랑이, 소망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끝이 없었다. 집에서 놀 때도 있고, 여유가 있을 때는 외출도 하면서.
그것은 평일이나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애들에게 사랑 받는 내가 부러웠는지, 형들이나 형수의 원망 어린 톡도 끊임없이 왔다.
[ 희성이 형 : 후… 서윤이가 나랑 안 놀아준다… 나도 거기 껴도 됨? ] [ 윤정 누나 : 지후는 집에 들어오지도 않아~ 맨날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피시방가고~ 나도 같이 놀고 싶은데~ 사랑이랑 소망이가 오랜만에 큰엄마 안 보고 싶대? ] [ 나 : 어, 안됨. 안 보고 싶대. ㅅㄱ ] [ 희성이 형 : 진짜 개치사하네. 야, 그럼 카페라도 좀 오라고! 존나 가까운데 이걸 안 오네. ] [ 린 누나 : 그래, 좀 와. 서윤이도 언니 오빠랑 너랑 다 보고 싶다고 난리야. ] [ 나 : 으음… 우리 서윤이가 보고싶다하면 또 맘이 약해지는데. ] [ 윤정 누나 : 지후도! 지후도 삼촌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나저나 연후 넌 무슨 몸에 꿀 발라 놨니? 왜 우리 애들도 널 이렇게 좋아하냐고!! ] [ 선후 형 : ㄹㅇㅋㅋ ] [ 정후 형 : 한연후 나쁜놈. ] [ 나 : ;; ]하도 말이 많아서 결국 일요일에는 린 누나네 카페에서 잠깐 모여 놀기도 했다. 희성이 형 말마따나 가까운 만큼 가볍게 얼굴 한 번 못 비출 것도 아니었고.
다만 기껏 만나줘도.
“삼초온~ 나도 삼촌 무릎에 앉아두 대요?”
“우리 서윤이가 앉고 싶다는데 당연히 되지. 자, 이리 와.”
“와아!!”
“나 삼촌네 놀러 가도 돼? 같이 게임 하자!”
“그럼 다음 주에 올래? 소망이도 지후 형이랑 노는 거 좋지?”
“좋아.”
“지후 놀러 오면 이 누나가 또 실력발휘 해야겠네! 아빠! 밥은 나한테 맡겨!”
“……”
“……”
“……”
애들이 하도 내 근처에서만 놀아서 불만만 늘었다. 하여간 시간내서 와도 문제라니까.
아무튼 그런 식으로 희나가 없는 날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톡은 계속 주고받았고, 점심 즈음에는 희나가 시간이 날 때 영상 통화도 꾸준히 했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희나와도 통화로나마 계속 연락을 나누니 쓸쓸함을 느낄 새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럴 것 같았는데.
희나가 출장을 간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곁이 너무나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나와 한 주가 넘도록 얼굴을 못 본 것은 훈련소 시절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
아무리 바쁘게 시간을 보내도, 영상 통화로나마 거의 매일 얼굴을 보아도. 실제로 희나가 내 곁에 있지 않으니 쓸쓸함이 내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든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월요일 저녁. 사랑이와 소망이의 하교 후에 평소처럼 집에서 저녁을 먹고, 또 과자를 먹으면서 게임을 즐긴 다음.
거실에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잠들기 전에 잠시 티비를 보던 중, 사랑이가 멍하니 말을 꺼냈다.
“엄마 보고 싶다…”
사랑이가 평소에 희나와 많이 티격태격하는 것은, 그만큼 엄마와의 사이가 친밀하다는 뜻이었다. 반쯤 장난삼아 엄마 없는 동안 나를 독점하니 어쩌니 해도, 역시 희나의 빈 자리는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도 엄마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만큼 더 열심히 톡을 보내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소망이도 내심 같은 마음이었는지, 작게 ‘나도…’ 라며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그런 애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우리 가족은 넷이 같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나는, 쓸쓸해 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늦은 밤 희나에게 영상 통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딱 잠들기 시작할 즈음이, 희나는 막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있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희나였기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이 시간대엔 통화를 걸지 않았었다. 거기에 주말인 어제와 그제는 거기서 무슨 일이 터졌는지 평일보다 더 바빠서 영통을 못 했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쯤은 잠깐이라도 아이들에게 얼굴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희나에게 시간 여유가 있었는지 금세 연결이 되었다.
─여보세요~
“희나야, 바쁜데 미안해. 애들이 보고 싶어해서.”
─어머, 그래?
“엄마, 거긴 아침이야? 아~ 나도 미국 가보고 싶었는데! 다음엔 같이 가!”
─그럴까? 후후, 그나저나 안 자고 뭐하고 있었어?
“우리? 아빠랑 영화 봤지~ 부럽지!”
─부럽네~ 엄마도 아빠랑 같이 영화 보고 싶은데. 근데 소망이는? 안 졸리니?
“졸려. 근데 엄마랑 통화할래.”
─그래? 음~ 한 5분 정도는 괜찮으려나.
내가 통화를 걸 때부터 마치 긴장이라도 하는 것처럼 내 팔을 힘주어 붙잡던 사랑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차마 보고 싶다고 말을 하기엔 부끄러웠는지 평소처럼 자랑을 하고 있었지만, 환히 웃는 얼굴은 엄마와의 대화를 무척이나 반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소망이도 졸려서 말수는 적었으나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가 있었고.
물론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그럼 엄마 일하러 갈게. 둘 다 잘 자~
“엄마 힘내!”
“엄마 화이팅…”
─고마워~ 엄마 힘낼게!
사랑이와 소망이는 마지막으로 희나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건넸다.
그리고 나는.
“희나야.”
─응?
“어련히 잘 하겠지만, 일 열심히 하고 몸 조심하고.”
─자기도~
“그리고.”
─어?”
“보고 싶으니까 빨리 와. 알았지?”
─…흐후훟, 알았어! 금방 갈게!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동시에 쓸쓸함이 조금 가시고, 그 자리에는 따뜻함이 자리 잡았다. 다시 내일이 되면 또 비어있는 옆 자리에 쓸쓸함이 들어서겠지만, 일주일만 더 참으면 되니까.
나는 내 양 옆에 누워 있는 사랑이와 소망이를 내 품으로 끌어안으며 말했다.
“올 여름방학에는 해외여행 갈까? 엄마 휴가에 맞춰서.”
“좋아! 미국… 아니지, 나 엄마가 아빠랑 같이 갔다던 온천 여관 가보고 싶어!”
“…나는… 다 조아… 졸려…”
“어디 갈지는 엄마 오면 같이 상의하자. 소망이 많이 피곤해 보이니까 이만 잘까?”
“응! 아빠 잘 자~”
“사랑이도. 소망이도 잘 자고.”
“네…”
곧이어 내 품에 붙어 새근새근 잠들기 시작하는 두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나 역시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바랐다.
어서 다음 주가 오기를.
희나가 빨리 내 옆에 돌아와 주기를.
—
다시 일주일이 지나.
드디어 길었던 희나의 출장이 끝나고, 희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에게 달라붙었다. 그간 못 붙어있던 만큼을 충전이라도 하듯이.
나 역시 이 보름 동안 희나가 너무나 그리웠기에 강하게 마주 안아 주었으며, 거기에 사랑이와 소망이도.
“우리 딸이랑 아들이 무슨 일이래~ 나한테 다 붙어 있고?”
“왜에~ 오랜만이잖아!”
“나도나도.”
간만에 내가 아닌, 희나에게 붙어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엄마도 왔으니까 오늘은 넷이서 거실에 이불 깔고 잘까? 희나야, 어때?”
“흐응~ 그건 좋은데, 오늘은 늦게까지 과자 먹으면 안 되는 거 알지? 그동안 얼마나 먹었어?”
“…그렇게 많이는 안 먹었어. 첫날 빼고.”
“정말… 한사랑, 한소망! 오늘은 조금만이야! 알았어?”
“알았다니까~ 나는 엄마 옆에서 자야지~”
“조금만 먹을게.”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즐겁게 웃고 떠드는 이 시간이, 정말로 즐거웠다.
“혹시 올 여름엔 휴가 좀 쓸 수 있어? 오랜만에 해외여행 가자. 애들 다 데리고.”
“우리끼리만?”
“우리끼리만.”
“후후, 어떻게든 해볼게. 가족 여행은 꼭 가야지!”
“엄마! 온천 여행으로 가자! 엄마가 맨날 아빠랑 둘이서 재미있었다고 자랑했던 거기!”
“아, 그것도 괜찮겠다~ 소망이는 온천 어때?”
“엄마랑 아빠랑 누나가 좋으면 나도 좋아.”
아빠에게서, 엄마에게서 졸업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각자 자기의 길을 떠나가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로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럼 엄마 보름 만에 왔으니까~ 아빠랑 데이트 좀 하고 올게?”
“아, 뭐야! 나도 같이 가! 같이 데이트 해!”
“안 돼~”
“치사하게!”
“나도 같이 놀래.”
“둘 다 오늘만 참아! 자기야, 가자!”
“뭐, 잠깐 다녀올까.”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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