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6)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25화(26/213)
Ep. 25
오늘도 연후에게 연락을 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가깝게, 조금 더 익숙하게, 조금 더 친밀하게.
하루하루 바뀌어 가는 거리감을, 어느샌가 즐기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비록 사랑을 몰랐을 때 일지라도.
조금씩이나마 너에게 가까워지고 있었을까?
—
매일 데이트만 해서는 질릴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의 연후에게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읽을 수 없으니 그 무엇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하여 공부라는 명분을 만들었다.
물론 이는 실제로도 도와주고 싶은 부분이었으니 단순히 내 욕심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같은 대학에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연후에게 무척이나 운이 따라줬던 덕분이었으니까.
어차피 나는.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라면,
무엇을 하고 있더라도 행복했으니.
—
학교 근처에 있는 스터디 카페를 예약하고 그를 기다린다.
책을 펴 놓고는 있었지만, 마치 데이트 하기 전의 기다림 같아서 설렘이 느껴졌다.
사귀기 시작하고 한 달 남짓.
연후를 향한 마음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더 커져 가고 있었다. 스스로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두려움마저 생길 만큼.
지금도 시간만 있으면 한 번씩 입술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 날, 키스를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워서.
하지만 타이밍을 놓쳤으니 기다려 볼 생각이었다. 내 허용선을 보여줬으니, 분명 연후 쪽에서 다가와 줄 거라 믿으면서.
다만 분위기가 갖춰지지 않으면 쉽게 시작할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 계기가 필요했다.
물론 간단한 계기 정도야 이 근처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좋은 장소에서.
그래, 마침 여름이기도 하니.
바닷가에서, 혹은 호텔에서.
그런 장소에서 첫 키스를 하는 것도 꽤나 로맨틱하겠지.
내 기억에도, 연후의 기억에도 평생 각인될 만큼.
—
“하지만 정말 조금만 더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예를 들면, 평일에 공부하는 날을 좀 더 늘린다거나…”
진심 반, 농담 반으로 그에게 어필을 한다.
초등학생이나 할 법하게 노골적으로.
그런 식으로라도 매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고, 연후의 시간 또한 존중해 주고 싶었기에 반은 농담이었다.
내 말에 신경이 쓰이는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보며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그렇게까지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내 행동에, 내 한 마디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그가 귀여웠다. 당장에라도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공부를 계속한다.
몇 시간 뒤, 공부가 끝날 무렵.
연후가 일요일에도 만나지 않겠냐는 말을 꺼냈다.
분명 내가 했던 말 때문이겠지. 연후라면 분명 신경을 써 줄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은 의도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는 점에 풀이 죽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러나 오히려 호들갑을 떨며.
“그리고 희나 너 만나는 게 쉬는 거지, 휴식이 별거야? ”
“당연하지. 너 얼굴만 봐도 피로가 다 풀리는데.”
그렇게 말해주는 그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기서 그냥 괜찮다고 넘어가면 연후는 미안함에 계속 마음을 쓰고 말겠지.
그러니까 그에게 길을 제시해 준다.
이런 과정 없이 전했어도 분명 웃으며 좋아해 줬겠지만.
“시험이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면.”
“둘이서 바다에 가자.”
“1박으로.”
당일치기가 아닌, 1박 여행이었기 때문에 그가 도망칠 구석을 조금이라도 남기지 않도록.
내 욕심을, 그저 억누를 수만은 없었으니까.
—
귀갓길에 연후는 줄곧 생각에 잠긴 얼굴로 걷고 있었다. 아직 고등학생인 그에게 하루 자고 온다는 말은 조금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실제로 사귄 기간은 고작 한 달 정도였으니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에겐 아니었지만.
그에겐 그럴 수 있었다.
“너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네가 너무 좋아서 그래.”
그 말을 시작으로 다시 한 번 그간 품어왔던 말을 늘어놓았다. 말을 꾸밀 필요도 없이, 단지 그를 좋아할 뿐인 내 마음을.
“언젠가 네가 지금이라고 생각한 순간. 그때 네가 바란다면, 나는 절대로 거절하지 않을 거야.”
사랑을 고백하고, 내 본심을 말한다.
네가 날 안아주고 싶다면, 얼마든지 안길 거야.
키스하고 싶다면 언제든 눈을 감고 기다릴게.
그리고, 내가 아는 너라면 분명 지금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면.
나를 줄게.
언제, 어디서, 어떤 때라도.
—
조금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시험 기간이 되었다.
다행히 나와 했던 공부가 효과가 있었던지, 수학 성적이 상당히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통화했을 때 흥분하던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까지 기쁜 마음이 차올랐다.
그가 시험을 잘 본 것도 좋은 일이었지만, 시험 기간만큼은 만나지 않았었고 드디어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토요일에 연후와 만나자마자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곧장 수영복 매장을 찾아갔다.
들어가자마자 눈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굳어 있는 연후에게, 내가 보기에도 야하다 싶은 비키니를 보여주었다.
그가 가장 좋아할 수영복을 고르고 싶었기에 같이 찾아왔지만, 부끄러움 때문인지 반응이 시원치 않다가도.
“내 양 손목 다 걸고 말하는데 진짜 뭘 입어도 잘 어울려. 진심이야.”
기분 좋은 말을 들려준다.
그렇게 하나 둘씩 몸에 대보다가, 연후가 골라준 수영복을 들고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비키니이긴 하지만 파레오 덕분인지 섹시함보다는 귀여움이 조금 더 돋보이는.
어찌되었든 그가 골라준 것이었기에 얼른 입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쪽으로 불러보았다.
“어때..?”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나에게, 내 몸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내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옷을 갈아입고, 수영복을 챙겨서 카운터로 가니 이미 계산이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
그냥 받아버리기엔 수영복은 상당히 비쌌다. 때문에 돌아가는 길에 연후에게 돈을 주겠다 사정했지만, 그는 절대로 받지 않았다.
“그리고 니가 그거 입어주는 게 나한텐 제일 큰 보답이야.”
…정말이지, 치사했다.
그런 말을 해버리면 값을 주겠다는 말을 더이상 꺼낼 수가 없었다.
다만, 그 감동이 다른 커다란 일로 인해 묻혀버린 것은 바로 직후였다.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가 너 한 번 보고 싶다는데 혹시 내일 시간 돼?”
연후의 말에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둘이서 여행도 가니 그 전에 한 번 뵈러갈까 생각은 했었지만, 당장 내일인 것은 상정하지 못했다.
곧장 왔던 길을 되돌아가 연후의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골랐다.
너무 비싼 것을 드려도 곤란해하실 테니 어떤 걸 드려야 할까, 연후를 붙잡고 수없이 이야기를 나눈 결과 디퓨저로 결정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비슷한 것을 선물로 드린 적이 있었다.
어머님께서 무척 좋아한다고 하셨지.
연후와 오랜만에 만나 더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었지만, 내일의 준비를 위해 일찍 헤어졌다.
—
“둘이서 간다고?”
연후의 집에 들리기 전에, 엄마에게 방학이 시작되면 연후와 둘이서 바다를 갈 거라고 하니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나 네가 결정했으면 괜찮겠지만, 연후는 뭐라고 하니?”
“조금 망설이긴 했는데, 좋대.”
“그래? 어머~ 이러다 손자 일찍 보는 거 아닌가 몰라~?”
입을 가리며 웃음을 흘리는 엄마의 모습에 작게 안도했다. 적어도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니.
다만 아빠는 연후를 마음에 들어하는 건 있었어도 외박까지는 좀 언짢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 호텔 예약 좀 도와줄 수 있어?”
“그래~ 방 하나만 잡아줘~?”
“응.”
놀리듯 말꼬리를 늘이는 엄마였지만, 나는 그 말에 즉답했다.
내 대답에 엄마는 물론 아빠도 대경실색해서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 결정은 변함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도, 혹여 생기더라도 나는 상관 없었으니.
—
일요일, 연후의 집에 도착하기 전.
수없이 심호흡을 했다. 긴장감이 온 몸을 억죄고 있었다.
어머님, 언젠가 시어머님이 되실 분을 만난다는 사실에.
망가져 있던 자신에게도 한없이 따뜻한 눈길과 말을 해주셨던 분들을 다시금 뵐 수 있다는 것에.
연후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금새 어머님께서 현관까지 마중 나와주셨다.
그렇게 긴장했었지만, 앞에 마주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님. 이희나라고 합니다.”
내 인사에 어머님께서는.
“어서와요. 요새 많이 더워졌는데 오는데 힘들지는 않았고?”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다정히 말을 꺼내주셨다.
마치,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고, 목발을 짚은 채 뵈었던 그 때처럼.
순간적으로 마음이 요동치며 울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참아내었다.
어머님의 안내에 따라 거실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은 연후와 보냈던 날들에 대한 것을.
그 전에는, 뵙기는 했었지만 한 번은 스쳐 지나가듯, 또 한 번은 내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다.
지금에서야, 연후의 가족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오늘 아버님을 만나 뵙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리고 어머님께서 우리의 호텔을 미리 예약해 주셨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나 감사했고, 먼저 이렇게 해주셨는데 거절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분명 나를 배려해서라도 2인실로 하나를 잡지는 않으셨을 거라 생각했다.
“2인실을 하나 잡는 편이 어머님께서도 부담이 덜 하실 테니 혹시 변경이 가능하다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 어머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거에요. 저희는 아직 학생이기도 하고.”
그래서 미리 내 쪽에서 방을 하나만 잡기로 했음을 어필했다.
너무 헤퍼 보이는 인상을 심어드리는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어머님께서도 그리 나쁘게 보시는 눈치는 아니셨다.
그 후로도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머님께서 먼저 자리를 비우셨다.
우리는 연후의 방에서,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그의 어렸을 적 사진을 구경했다.
한 시간 정도를 그러다가, 형님 분과 나를 마주치게 하기 싫어하는 듯한 연후의 말에 밖으로 나와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 방학에 대해, 바다 여행에 대해 계획을 짰다.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앞으로 다가올 순간들.
우리가 처음 사귀기 시작한 것은 여름이 다 지날 즈음이었고.
계절이 한바퀴 돌기 전에 나에게 커다란 문제가 생겼었다.
그렇기에 둘이서 바다를 가는 것은 그 전과 지금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첫 바다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