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29)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28화(29/213)
Ep. 28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근처에서 택시를 잡았다. 하루동안 이렇게 기차 버스 택시 다 돌아가면서 타본 것도 처음인 것 같았다.
“응, 거의 다 도착했어. 알았어, 조심할게.”
희나는 도착 보고 전화를 하고 있었고, 나도 엄마에게 톡을 남긴 후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덕분에 햇빛이 너무 강한 게 걱정이 되면서도 이 때문에 여름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가족과 오는 것 말고는 이렇게 멀리 나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날씨 엄청 좋다~”
“와, 그러고보니 진짜 다행이네. 강수확률 10% 였는데 비 왔으면…”
“왔으면?”
“바닥에 주저 앉고 울었을 듯.”
“…좀 보고 싶을지도?”
그게 왜 보고 싶냐고.
아무튼 사소한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희나와 오늘 하루를 즐길 시간도 부족할 테니까.
우리가 타고 있는 택시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쭉 내려가다가 한 호텔 앞에서 멈췄다. 터미널에서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 더운 날씨에 가방이나 캐리어를 들고 걸어오긴 힘들 테니 택시를 탄 거였는데 확실히 금방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려 희나와 손을 잡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미리 머릿속으로 돌려본 시뮬레이션을 떠올리며 호텔 프론트로 걸어갔다.
단정한 차림의 직원분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체크인 하러 왔는데요.”
미리 폰에 띄워 둔 예약 정보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네, 한연후님, 이희나님 맞으신가요?”
“네.”
“신분증 확인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넵.”
이것도 미리 들었던 이야기라 바로 나와 희나의 학생증을 보여드렸다. 우리가 미성년자이고 부모님이 대신 예약을 해 준 것이라 더 상세한 확인 절차가 있었다.
그걸 보면서 모니터에서 무언가 더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더니 웃으면서 학생증을 돌려준다.
“감사합니다. 506호실 카드키는 이쪽이고─ ”
그 후로 호텔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가면 안되는 곳 등등 여러가지 설명을 듣고 나서야 예약한 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프론트에서 조금 벗어나자 드디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잘했어.”
“후.. 별 문제 없어서 다행이다.”
“익숙해져야지~ 앞으로 나랑 여기저기 많이 다닐 거잖아?”
“…그것도 그렇네.”
앞으로의 일 같은 건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지만, 우리 사이에 별 문제가 없다면 이렇게 같이 여행 올 일이 많이 있겠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니 부드러운 카펫이 깔린 복도가 이어져 있었다. 몇 발자국 더 걸어나니 눈 앞에 보이는 506호실.
-띠리링
카드를 대자 소리가 나면서 잠금이 풀렸다. 문을 열자 깔끔한 방 안에 두 개의 침대가 나란히 있는 것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면서 실망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그렇고 그런 걸 할 생각이 없었으니 차라리 두 개여서 다행이었고, 그럼에도 두 개여서 아쉬웠다.
희나도 방을 한바퀴 돌면서 쭉 둘러보더니 구석에 캐리어를 세워두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짐만 내려놓고 바로 나갈까?”
“그래. 그쪽에 탈의실 있다니까 수영복같은 것만 챙겨서 가면 될 것 같은데.”
“그럼 나 옷 갈아입고 나갈게”
그러고보니 우리 청바지였지. 이런 옷은 해수욕장 탈의실에서 갈아입기 좀 빡셀 것 같긴 했다.
“잠깐만, 나 화장실에서 금방 갈아입고 먼저 나가 있을게. 나도 반바지 입으려고.”
그 말을 하고 스포츠백에서 샌들과 수영복, 반바지 등을 꺼내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도 굉장히 깔끔하고 생각보다 넓어서 마음에 들었다. 쓸 지는 모르겠지만 욕조도 있었고.
빠르게 반바지로 갈아입고 나오니 희나도 짐을 조금 풀어놓은 게 보였다.
“희나야, 나 문 앞에 있을 테니까 천천히 나와~”
“금방 갈게!”
희나의 답을 들으면서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중인 희나를 애써 떠올리지 않으며 폰에 방수 케이스를 낀다.
이건 진짜 필수였다. 재작년에 가족이랑 계곡 갔을 때 계곡물에 폰 떨군 후로 어디 물놀이 간다고 하면 항상 챙겼었다.
잠시 기다리니, 문이 열리면서 희나가 나왔다.
“미안, 기다렸지?”
어깨에 에코백을 맨 채 나온 그녀는, 검은 반바지에 흰검 스트라이프 티를 입고 있었다. 나처럼 대충 나가는 복장이 아니라 따로 코디를 생각한 느낌.
옷을 좀 챙겼다고 했는데 매번 갈아입으려고 그런 걸까.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 카드키는 자신의 가방에 넣으면서 나에게 팔짱을 낀다.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이 호텔이 비싼 이유도 그런 편의성 때문이라고 들었다.
딱 붙은 채로, 둘이서 호텔을 나섰다.
—
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서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잠시 헤어졌다. 나야 애초에 속옷만 따로 챙긴 채 안에 수영복을 입고 나와서 30초컷 치고 바로 파라솔을 빌렸다.
파라솔은 있으나 없으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희나를 위해서는 하나 있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오늘은 유난히 햇빛이 강했으니까.
대여소에서 받은 번호표를 들고 지정된 자리로 갔다. 주위에는 가족단위 피서객이 드문드문 세 팀쯤.
따뜻한 모래의 느낌을 만끽하면서 챙겨 온 피크닉 돗자리를 피고 그 위에 털썩 앉았다. 희나한테는 위치를 톡으로 보내 놓고.
피크닉 돗자리는 윤정 누나가 빌려줘서 챙겼다. 천으로 되어 있어서 부피나 무게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이런거 깔려 있으면 자리 찾기가 쉬워서 좋다고 하길래.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을 느꼈다. 뇌리에 박힌 희나의 수영복 차림이 떠올라서.
잠시 후, 한 번씩 탈의실 쪽으로 시선을 두다보니 저 멀리서 희나가 오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파레오를 포함한 비키니 수영복과, 하얀색 비치 가디건을 걸치고 있는.
코가 찡해졌다. 감동보다는 왠지 코피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피팅룸에서 잠깐 본 것보다 해변에서 보는 게 더 파괴력이 강했다.
천으로 가린 면적보다, 그렇지 않은 면적이. 희나의 새하얀 살갗이 전부 눈에 들어왔다.
“파라솔 빌렸네?”
“어, 응. 햇빛이 강하니까.”
앉아 있는 내 앞까지 와서 그리 말하는 희나에게 얼떨떨하게 대답한다. 그러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내 반응이 못내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서 살짝 허리를 숙인다. 묘하게 가슴이 강조되는 포즈.
“나, 어때?”
“…..예쁩니다.”
“자꾸 시선 돌리지 말고~”
“봐주라….”
그냥 서 있을 땐 괜찮았는데, 가슴을 들이밀고 있으니 빤히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는 건 아니고 정면이 아닌 살짝만 옆을 보는 정도로 시선 처리를 했다. 그에 희나가 웃으며 자신의 에코백을 내려놓고는 안을 뒤적인다.
이내 그녀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어, 설마..?
“연후야.”
“으…응?”
“이거, 발라 줄래? 내가 피부가 약해서─”
희나가 눈웃음을 치며 나에게 선크림을 건낸다.
“구석구석 발라줘야 하거든.”
“…………그렇구나?”
그 말을 끝으로 바로 돗자리 위에 엎드려서 누워버리는 여자친구님.
나는 지금의 전개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해 로봇마냥 삐걱거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부터 선크림을 내 손에 발라서, 희나의 등에 발라줘야 하는 건가?
어, 맨손으로..?
“빨리이~”
재촉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조금씩이나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에 선크림을 짜..는 것보단 등에 짠 다음에 바르는 게 맞겠지..?
손에 들린 선크림을 희나의 날개뼈와 등허리 부분에 엄지 손가락 만큼씩 짜내렸다. 조금 많이 짰나 싶긴 하지만.
“으응…”
선크림이 차가워서 그런지 미약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내 하반신 이슈가 생겼다.
그걸 애써 무시하며 그녀의 어깨 부근부터 서서히 떨리는 손을 대었다.
정말이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그 피부에.
내가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손이 닿은 희나의 맨살은 손과 팔, 그리고 볼 정도였다.
처음으로 그 외의 부분에, 옷 위가 아닌 맨살 위에 손이 닿고 있었다.
-철퍽
선크림 덩어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손바닥을 펴서 쓸어내리자, 놀랄만치 부드러운 살결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손을 잡았을 때도 느낀 거지만 정말 나랑은 피부 부터가 천지차이였다. 남자와 여자의 태생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윤정 누나랑도 손목 정도는 잡을 일이 가끔 있었는데, 그거랑도 감촉이 완전히 달랐다.
그래도 어깨와 등 정도라면 발라줄 만 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희나가 나에게 온전히 몸을 맡기고 있다는 느낌도 기분이 좋았고, 이러고 있으니 내 여자친구라는 실감도 확 들었다.
위에서부터 점점 내려와 그녀의 부러질듯 얇은 허리 부근까지도 선크림을 발라주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내 양 손으로 허리가 다 잡힐 것 같았다.
“휴..”
분명 시간상으로는 5분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고작 선크림을 발라줄 뿐이었지만 숙였던 허리를 펴면서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역시 기대했던 여자친구와의 바다 여행이었다.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굉장한 이벤트가 생기다니.
그렇게 약간의 달성감과 행복함에 만족하고 있는 나에게.
“연후야.”
여자친구의.
“아직, 아래는 안 발라줬는데?”
다리를 슬쩍 들어올리면서 어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며 다시 한 번 몸이 굳는다. 등을 제외하면 스스로 바를 수 있기 때문에 설마 거기까지 나한테 맡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거기는 혼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소심하게 반항해 보았지만.
“연후가 해줬으면 좋겠는데…”
목소리가 작아지며 아쉽다는 듯 말하는 여자친구에게 더이상의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얌전히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 쪽에 선크림 덩어리를 짜냈다.
“앗, 차가-”
“….바른다?”
“응~ 부탁해~”
당당하게 허벅지부터 시작,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어 소심하게 종아리 쪽부터 손을 대었다.
여기도 감촉이 좋은 건 마찬가지였으나 그래도 별 사심(?)없이 무난하게 선크림을 발라줄 수 있었다.
문제는.
“스읍….”
심호흡을 하고 서서히 손이 위 쪽으로 올라간다.
약간 질척거리는 선크림의 느낌과 함께, 종아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몰캉거리는 살결이 손에 느껴졌다.
어설프게 시간을 끄는 것보다 후딱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열심히 선크림을 발라주었다.
다만 그게 엉덩이 바로 아랫부분 허벅지까지 닿았을 때.
“흐읏- ”
내 귓속을 관통하는 간드러진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손을 떼었다.
아니, 이 정도면 다 발라줬지!
화들짝 놀라 손을 뗀, 조금 웃긴 모양새로 용서를 바라듯이 희나를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게슴츠레한 눈을 한 채 입모양으로 답변해주었다.
‘ 구 석 구 석 ‘
그걸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손을 올렸다.
수영복 아래로 살짝 드러나 있는, 이른바 엉밑살에.
-물컹
손을 대자마자 정말 그런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허벅지와는 또 다른, 더 많은 살집에서 느껴지는 솜사탕같은 부드러움.
선크림이 묻은 손을 옆으로 쓸어내리며 발라주고는 바로 뒤로 물러섰다.
손을 뗐음에도 불구하고 감촉이 너무나 생생해서 여전히 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묘한 긴장감으로 가빠진 호흡에 쉼호흡을 하는 중에, 희나가 몸을 일으킨다.
그녀 역시 부끄러웠는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재차 입을 열었다.
“앞에도, 해줄 거지?”
“………”
옴마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