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37)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36화(37/213)
Ep. 36
둘이서 입장권을 구매한 뒤 안쪽으로 들어갔다.
동물원이야 희나가 오고 싶어 하니까 오게 된 거긴 하지만, 아까 말했 듯이 렛서 팬더를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사진 모았다는 것도 사실이고. 내 컴퓨터에 폴더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기왕 온 김에 그 폴더에 컬렉션을 하나 추가하고 싶었다. 렛서 팬더가 두 발로 서서 나를 위협하는 장면 같은 것을.
동물들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주위에 커다란 애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자 내 가슴도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빨리 가자! 렛서, 우리 렛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걔 엄청 안쪽에 있거든? 천천히 가! 자, 착하지?”
-톡톡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들어오자마자 또 입가에 손가락을 올린다. 그에 망설임 없이 키스를 박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들어오기 전에 찐하게 한 번 했더니 이젠 정말로 아무 창피함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단순히 3초간 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떼었다가 다시 한 번 하는 등 여유도 부릴 수 있을 정도로.
게다가 이런 종류의 변화구는 희나가 매우 바라던 것이었던지, 헤실거리며 입술을 오물거린다.
“그럼 근처에서 볼 만한 게 뭐야?”
“흐후후…”
내 물음에 약간 바보같은 웃음 소리를 내는 희나가, 아까 입구에서 챙겨 온 팜플렛을 꺼냈다.
“젤 가까운 게 뭐냐면~ 기린이랑 얼룩말 같은 애들? 왼쪽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겠다.”
“흠. 큰 놈들이야 썩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기왕 온 거 한 번씩은 봐줘야지.”
“작은 애들 좋아하는구나?”
“뭐, 그렇지. 희나야 잠깐만.”
바로 출발하려는 희나를 멈춰 세우고, 혹시 몰라 준비했던 작은 양산을 꺼냈다.
엄마가 가끔 쓰던 거다. 접이식에 색깔도 단색이라 괜찮은 것 같아서 챙겼었는데, 오늘 햇빛을 보아하니 잘 챙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산을 피고 희나를 중심으로 햇빛 비치는 방향을 막아준다.
멍하니 그걸 바라보던 희나가 놀란 얼굴을 했다.
“이런 건 어디서 가져왔어?”
“엄마껀데?”
“나 씌워주려고 챙긴 거야?”
“그야 당연하지. 너 피부 상하면 내가 울 걸.”
“그래~?”
양산을 들고 있는 내 팔에 찰싹 달라붙으며 팔짱을 끼는 희나.
그녀의 가슴께가 내 팔뚝 부근에 닿으면서 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속옷 때문인지 마냥 부드럽진 않지만, 그래도 남자의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그 것.
표정 관리를 하면서 양산을 쓴 채 사이좋게 동물원을 거닐었다.
별 관심은 없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감탄이 나오던 기린과 하마, 고릴라등을 지나쳐 가다가 드디어 첫 번째 작은 동물을 접견한다.
-꾸륵, 꾸륵!
신기한 울음 소리를 내며, 두 발로 선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이 녀석은.
“미쳤다. 미어캣 개귀여워..”
“손 대면 물려나?”
“글쎄? 어! 이쪽 본다!!”
두 마리가 시선을 내 쪽으로 주기 시작했다. 그에 흥분해서 유리벽 가까이 붙어 그 녀석들과 눈을 마주쳤다.
똘망똘망한 눈빛을 하고 있는 이 하찮게 귀여운 녀석들!
만져보고 싶긴 했지만, 유리벽으로 단절되어 있는 공간 이었기에 더이상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었다.
옆으로 돌아가면 위가 뚫려있는 곳도 있긴 했지만, 사실 거기로 간다고 해도 직접 만져서는 안 될 테고.
그래서 그렇게 딱 붙은 채로 사진도 찍고 내 쪽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손짓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삼십분 가량을 그러고 있자, 희나가 슬며시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슬슬 갈까?”
“조금만 더 보면 안돼? 너무 귀여운데.”
“…이따 렛서도 보러 가야지?”
“아… 그렇지.”
그 말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유리벽에서 멀어진다. 그러자 더 많은 애들이 내 쪽을 바라보는 게 마치 가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잘 지내..”
작별 인사를 하고 미어캣 우리에서 멀어졌다.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했지만 이 헤어짐이 너무나 아쉽다.
어깨가 추욱 처진 채로 다른 곳을 향했다. 물론 그 사이에 또 한번.
-톡톡
희나의 볼에 키스해주고.
낙타나 하이에나 같은 걸 지나서 조금 걸어가다보니, 이번엔 실내 공간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보통 이런 실내에는 대형 동물보단 소형 동물이 있을 확률이 높을 테고, 개인적으로 큰 애들보단 작은 동물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뭐가 있을까 두근두근해 하며 안쪽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것은 라쿤이었다.
“라, 라쿤이다!”
“너구리랑 거의 똑같네.”
“쟤도 귀엽다…!”
“…응, 그렇네.”
토실토실해 보이는 생김새도 그렇고, 특히나 저 꼬리의 줄무늬가 아주 치명적이다. 내 하트를 꿰뚫고 있었다.
이번에도 벽에 찰싹 붙은 채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느긋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킹카츄라는, 마치 피카츄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을 가진 녀석도 보고.
박쥐도 보고. 바로 옆에 붙어 있던 곤충관은 패스하고.
이내 그 장소를 나와서는 머지 않은 곳에 북극여우가 있을 거라는 희나의 말에 바로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없네..”
“아, 여름에는 밖에 두지 않는다는데?”
“하.. 북극여우도 장난 아니게 귀여울 것 같은데..”
“……아쉽네.”
아쉽게도, 북극여우는 겨울에 활동하는 애들이라 그런지 여름에는 다른 장소로 옮긴다고 해서 볼 수 없었지만.
그 외에도 이런저런 동물들을 구경하러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희나보다 내가 한 백배쯤 더 신나게 여기저기 보고 다닌 감이 있었다.
내가 귀여운 동물에 사족을 못 써서.
한동안을 그렇게 다니다가 중간에 매점이 있길래 거기서 점심을 주문했다.
가볍게 핫도그로 두 개.
“이런 거 괜찮겠어?”
“나도 핫도그 좋아하거든?”
그리 말하면서 앙- 베어 무는 그녀의 모습에 흐뭇함이 느껴진다. 입가에 케찹이 조금 묻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핫도그와 함께 받아온 티슈를 사용하려는 희나의 손을 잡았다.
분명 희나라면 이런 걸 좋아할 테니까.
-할짝
“?!”
그녀의 입가에 키스하듯 입술을 붙이며 혀로 살짝 케찹을 핥아내었다.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라는 희나. 쉽게 볼 수 없는 그 리액션을 감상하며 혀 끝에서 느껴지는 맛을 평가해 보았다.
케찹 맛 약간, 선크림 맛 약간. 희나 맛 많이.
분석해보면 대충 그런 느낌 아닐까?
테이스팅을 끝내고서 그녀를 바라보자, 평소처럼 웃으며 기뻐할 줄 알았던 희나가 고개를 숙인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여, 연후가.. 이..이쁜… 짓을….”
그러면서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
무슨 말을 하는 지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싫어하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았으니 뭐.
핫도그를 다 먹고 난 후에도 여기저기 동물들을 구경하면서 쏘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귀여운 동물 위주로.
“토끼..토끼 키울까?”
“그렇게 좋아?”
“너무 귀여운데? 얘들 미쳤어.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닌 것 같아.”
“……..그 정도로 귀여워?”
“최고야.”
“…그럼 나는….아니야. 연후야, 저기 양도 있대.”
“헉, 양?! 털 만져보면 안되겠지?”
토끼에 이어 생각보다 조금 누런 빛의 푹신푹신해 보이는 털을 가지고 있는 양과도 눈을 마주쳐 보고.
-톡톡
왠지 점점 말수가 적어진 채 수시로 입술과 볼을 두드리는 희나에게 한껏 키스를 해주면서.
“카피바라의 저 둔중한 움직임.. 살인적이야.”
“…….쟤도 귀여워?”
“엄청. 이 녀석은 왜 이리 귀엽지? 얘들 너무 이쁘다.”
“……..”
그런 식으로 내 취향에 맞춰서 둘러보다가 드디어 대망의 렛-서 팬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사실 구석구석에 있을 귀여운 녀석들을 조금 더 보러가고 싶기는 했지만, 나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걸어서 희나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혹시 힘들진 않냐고 희나에게 물어보니.
“나는 괜찮은….아니, 아니야. 조금 힘든 것 같기도 해! 그러니까 너 보고 싶어했던 렛서만 보고 슬슬 쉴까?”
그리 말하기에 방향을 꺾어서 렛서 팬더를 목적지로 잡았다.
드디어 렛서-짱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흥분해서 희나를 재촉하며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렛서 팬더 브릿지.
그 곳에는 바닥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여러 마리의 알록달록한 생명체들이 있었다.
“흐억..”
그 존안을 뵈면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저건 이미 살인병기였다.
물론 인터넷 짤방처럼 두 발로 서서 위협하는 모습같은 건 볼 수 없었지만, 그냥 존재 그 자체로 존귀했다.
곧바로 폰을 들고 떨리는 손으로 끝없이 사진을 찍는다. 여러 각도로 찍으면서 정신병자마냥 중얼거리는 내가 있었다.
“렛서 팬더 데려가고 싶다… 같이 살고 싶어.. 렛서랑 동거하고 싶어..”
“……………….그래?”
“응..너무 귀여워…..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어..”
“……….”
저 귀여운 생명체를 보고서도 희나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미안하게도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젠장, 저 요망한 놈이 바닥에서 뒹굴고 있어!
“저기, 연후야. 섹시한 게 좋아, 예쁜 게 좋아, 귀여운 게 좋아?”
“귀여운 거..”
“….헤에.”
희나의 뜬금없는 물음에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사실 섹시보다는 귀엽거나 예쁜 게 좋은 거라 둘 중에선 딱히 위아래가 없었지만, 렛서 팬더를 눈 앞에 두고 귀여움 외의 것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이 하찮게 귀여운 동물의 높이에 맞춰서 쭈그려 앉아 눈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별의 별 짓을 다 하고 있는 나에게.
“….연후야.”
“이쪽, 이쪽이야!! 렛서야! 여기 오빠있다!!”
“………한연후!
“어, 어?!”
희나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몸을 일으키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뾰루퉁한 얼굴로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희나의 모습을 보자, 내가 너무 심하게 렛서 팬더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 미안.. 불렀어?”
“….귀여운 게 그렇게 좋다 이거지?”
내 사과에도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으면서 내 앞에 한 걸음 다가온다.
“후우─”
한 번 심호흡을 한 내 여자친구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외쳤다.
“희, 희나한테 츄- 해줘!”
“………..”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