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39)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38화(39/213)
Ep. 38
허락을..받았다고?
이해할 수 없는 그 대답에 발걸음을 멈추고 희나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별 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답한다.
“우리 부모님한테는 나중에 자취하게 되면 같이 지낼 거라고 말해 놨어.”
“그, 그래.. 그럼 우리 엄마는?”
“어머님께는 내가 너 자주 돌봐주러 간다고 말씀드렸지.”
“아아~”
그거야 사귀고 있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지.
“난 또 우리 엄마한테 동거한다고 말했다는 줄..”
“그랬더니 우리 부모님만 괜찮다고 하면 같이 살라고 하시던데?”
“……”
어머니..!
희나를 꼭 붙잡으라고 한 것이 그냥 말 뿐이 아니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물론 나도 기쁘긴 했으나,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반응하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뭐, 어차피 빨라야 2년 뒤에나 있을 일인데 내가 너무 과민반응하는 걸지도 모른다. 서로의 학교가 멀어서 물리적으로 동거 같은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그냥 희나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진짜 한다고 쳐도 멀었지만, 그러면 좋긴 하겠다.”
“나랑 같이 사는 거?”
“응. 청소고 빨래고 다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쉬기만 해.”
진지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내용 만큼은 진심이었다. 어떻게 희나 손에 물을 묻힐 수가 있겠어?
헌데 그 마음은 내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라는 듯이 되돌려준다.
“내가 다 할 거거든? 연후 너는 게임이나 하고 있어!”
“흐윽…”
희나의 발언에 심장을 움켜쥐고 말았다.
세상에, 집안일은 자기한테 맡기고 게임이나 하라니!
이런 여자친구가 세상 천지 어디에 있을까?
그렇다고 정말 다 맡기진 않겠지만, 이렇게 말이라도 해주는 것이 정말 감동이었다.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과장된 표정으로 심장이 아프다는 듯한 느낌을 내자, 희나가 은근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감동했어?”
“감동했습니다..”
“나 귀여워?”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후후, 그러며언~”
-톡톡
“알지?”
그야 물론이죠.
길 한복판이었지만 망설이지 않고 희나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볼에도 한 번, 이마에도 한 번.
이제와서 3초룰 따위는 의미가 없었고, 그녀의 반응을 보면 이렇게 여기저기 해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쪽
역시나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역으로 내 볼에 키스로 답례해준다.
그리고 서로 마주보면서 미소 짓다가, 어차피 볼 건 다 보기도 했고 많이 걸어서 다리도 조금 지쳤으니 여기서 귀환 타이밍을 잡았다.
“슬슬 돌아갈까?”
“응!”
—
그렇게 말은 했지만, 데이트를 끝낸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아직 저녁도 아닌 시간이었고, 돌아가 봤자 게임 말고는 딱히 할 것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내 팔을 거의 구속하듯이 붙잡고 있는 희나가 나를 돌려보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다시 긴 시간 전철을 타고 희나네 집 근처로 복귀한 후,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규모가 크고 약간 미로처럼 중간중간에 장식물 같은 게 많이 있는 카페다. 구석에 앉으면 주위 신경 쓰지 않고 대화하기 딱 좋아서 희나랑 자주 오는 곳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 평소처럼 잡담이나 좀 하다가 돌아갈 생각으로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었는데.
“너는 어떤 타입의 집이 좋아?”
“…..나중에 같이 살 때?”
“응!”
여기까지 오는 길에는 그냥 봤던 동물들에 대한 잡담이나 하면서 왔길래 끝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헌데 주문한 음료를 받아서 자리에 앉자마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 화제를 계속 이어가려고 하길래 조금 당황해버렸다.
깊게 의미를 두지 말고 이것도 잡담 화제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글쎄…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래? 그럼 일단 원룸이라고 가정해볼까?”
“원룸?”
“응. 한 10평 정도의 방에 주방이 방이랑 한 공간에 있고 화장실만 따로 있는 형태야.”
“아~ 그런 거구나.”
만화책에서 그런 류의 방을 본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잘 아네.”
“응~ 관심 있어서 찾아 본 적이 있거든.”
“자취하는 거?”
“연후랑 같이 사는 거!”
과연.
내 여자친구는 생각보다 더 일찍 동거까지 시야에 뒀던 모양이다.
남자친구로써 한심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희나의 미래 계획이 너무 앞서 나간 거 아닌가?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희나 머릿속에선 이미 자녀 계획까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솔솔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희나야, 혹시 딸이 좋은지, 아들이 좋은지까지 생각해 놨니?’ 같은 걸 물어보기에는, 장난삼아 한다 쳐도 너무 낯 뜨거웠으니 적당히 넘기고 대화를 이어간다.
“희나 너는 어떤데?”
“집?”
“응. 원하는 타입이라도 있어?”
“음~ 나는 뭐든 상관 없으려나?”
그러면서 몸을 일으켜 의자를 내 옆자리로 옮긴다.
마주 보던 자리에서, 나랑 나란히 앉도록 위치를 조정한 후 내 어깨에 몸을 기댔다.
“원룸이어도 좋고, 따로 방이 따로 더 있는 투룸도 좋아. 어차피.”
“어차피?”
“침대는 하나만 둘 거니까.”
“……”
내 어깨에 머리를 둔 채 속삭이듯, 나지막히 말하는 그녀.
나도 신체 건강한 남자인 만큼 친구들과 19금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서 있을 땐 야한 걸 보기도, 이런저런 망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다년간의 경험(?)으로 면역이 있는 만큼 희나보다는 이러한 화제를 편하게 넘겨야 하는데.
그녀의 입에서 부지불식간에 나오는 17금 정도의 이야기에도 도저히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쯤이면 우리도 성인이잖아?”
“…그렇겠지.”
“…후후”
“하하하…”
아까의 귀여운 희나는 어디로 갔는지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고, 나를 유혹하는 듯이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는 여우만이 남아 있었다.
더욱이 이제는 내 허리에 팔까지 감아오는 희나에게, 더 오묘한 분위기가 되기 전에 서둘러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곧 오빠분 전역하신댔지?”
“응~ 내일 올 거야.”
“시간 빠르네. 우리 작은 형도 벌써 다음 달인데.”
화제를 돌리려고 꺼낸 이야기였는데, 하면서 조금 우울해졌다.
“하… 나도 언젠간 가겠지…”
“군대?”
“응.,.”
워낙 신체 건강하기 때문에 딱히 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그냥 막연하게 불안감만 가지고 있다.
내 또래 남자애들이라면 전부 그렇겠지. 혹시 통일 안되려나? 하는 헛된 희망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전에 형들이랑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었는데, 통일되면 원래 우리나라에서만 군생활 할 것을, 운 더럽게 나쁠 경우 북한까지 넘어가서 할 수도 있다며 무진장 놀려 대던 일이 있었다.
통일된다고 갑자기 병역 의무가 사라지진 않을 거라나.
아무리 군대가 점점 더 나아지고 이제는 안에서 폰까지 쓸 수 있다고 해도 진짜 가기 싫었다.
희나도 내 말에 울상을 짓는다.
“나도 걱정이야… 너 군대 가면 매일 어떡하지.,.”
마치 나처럼 상상만 해도 싫다는 듯이 반응한다.
그 모습을 보면, 희나만 기다려준다면 군대에서도 버틸만 하겠다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편지도 받고, 면회도 와주고, 통화도 하고. 그런 걸 기다리다 보면 힘든 하루도 금방 아닐까.
허나 희나는, 역시 내 상상따위보다 항상 한 발짝 앞서 나가는 진취적인 여자였다.
“그래서 내가 그것도 조금 알아봤었는데…”
“군대?”
“응. 상근이라고 매일 집에서 출퇴근 할 수 있는 게 있더라?”
“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
그냥 싫다고만 생각했지, 딱히 군대에 대해 별도로 알아본 적은 없어서 자세히는 모른다. 그냥 출퇴근으로 군대를 다닌다는 정도.
그래도 나처럼 몸 멀쩡한 놈은 안될 것 같은데. 공익으로 가는 것조차 불가능할 판에.
“백퍼센트는 아니지만, 그걸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어? 정말? 내가 할 수 있나?”
“응! 우리 같이 힘내면 할 수 있어!”
“…그게 노력으로 되는 거였어?”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게다가 ‘우리 같이’라고 하니.
희나가 내 다리 한 짝 부숴주고, 내가 그걸 이 악물고 참으면 돼나?
눈썹까지 찌푸리며 고민해보지만, 내 지식선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생각에 잠기자 희나가 이번엔 내 목에 팔을 감는다.
그러고선 살짝 나를 잡아당기며 내 귓가에 조곤조곤 정답을 알려주었다.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할 수 있대.”
“와우”
와우.
육성으로 감탄사가 나왔다. 나로써는 상상도 하지 못한 방법이, 무려 내 여자친구의 입에서 나왔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NG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이어가면 겉잡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될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서, 숨이 닿을 만큼 얼굴을 붙이고 있는 희나의 입술에 키스해 주었다. 이걸로 만족해 달라는 듯이.
짧은 키스 후에,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며 입을 열었다.
“나중 이야기네.”
“응. 이제 57…아니, 아직 먼 이야기지만. 그런 방법도 있어~”
“그래…”
서둘러 이 화제도 끝마쳤다. 어째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이런 쪽으로 방향이 새버리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복잡해진 머리를 필사적으로 뒤져보며 가능한 한 건전한 이야깃거리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오늘 아침에 보았던 추함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희나야, 혹시… 우리 형이랑 형 여친이랑 이렇게 넷이서 만나볼래?”
“아주버님이랑?”
“……우리 형이랑.”
“괜찮긴 한데 갑자기 왜?”
“사실 형은 별 말 없었는데, 윤정 누나라고, 형 여자친구가 널 엄청 보고 싶어해서.”
우리 집에서 나를 붙잡고 바닥을 구를 정도로 추하게.
“좋아. 언제 볼까?”
“내가 이따가 누나한테 물어보고 연락줄게. 근데 그 누나 성격상 당장 내일 보자고 할 지도 몰라.”
“알았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 가족들과 만나는 것에 아무런 부담감을 가지지 않는 이 강심장. 엄마와 만날 땐 좀 긴장했던 것 같지만 긴장을 했다 뿐, 오히려 만나고 싶어했었으니.
나도 지금보다 더 마음을 굳게 먹고 희나와 마주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내 평소 성격 이상으로 희나에게 많은 표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희나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근데 이 이상 더 표현을 할게 뭐가 있냐. 당장 떠오르는건 19금적인 그런 건데, 야한 건 졸업 전까지 안 하겠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말 뒤집는 것도 좀 그렇다.
심지어 그 말을 할 당시 분위기도 미쳤었기 때문에 진짜 번복하기는 남자로써의 자존심이.
그 자존심 하나로 참고 있는데, 희나가 노골적으로 들이댈 때마다 내 이성이 시험 받는 느낌이다.
희나는 그냥 뒤가 없는 것 같고. 덮칠 테면 덮쳐 봐라, 그런 느낌?
“멜론 소다 마셔봤어? 맛있다, 이거~”
귀여움과 여우 같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드는 희나의, 지금 이 천진난만함이 왠지 얄미워서 그녀의 뺨을 살짝 꼬집어본다.
“왜애애~”
그런 것조차 스킨쉽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는지, 왜 그러냐고 말하면서도 내 어깨 쪽에 다시금 얼굴을 부비는 강아지 같은 내 여자친구.
자연스럽게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하… 졸업 며칠 남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