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45)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44화(45/213)
Ep. 44
가족과 게임에 질투하는 희나를, 열과 성을 다해 달래주는 데에만 오후 시간을 다 보내다가 돌아갔던 그 날.
사실 저녁까지 같이 있을 생각이었지만, 조금 삐친 와중에도 내가 많이 피곤할 테니 내일 만나자던 여자친구의 배려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뒤 바로 침대에 쓰러져 폭풍 수면을 하고 난 오늘.
여름방학이 끝나기까지 약 2주가 남았다. 그간 놀만큼 놀기도 했고, 슬슬 희나와 공부를 하기로 한 시점.
우리 형이나 윤정이 누나가 희나와 만나기로 한 것은 둘의 알바 일정 때문에 방학 막바지로 밀려났고, 덕분에 느긋하게 희나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희나 보고 싶다고 톡으로 어찌나 귀찮게 하던지.
희성이 형과도 안면을 트며 친해진 것을 계기로, 공부도 스터디 카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희나네 집에서도 가끔 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지금 이 순간처럼.
다만 오늘은 희나 어머님만 잠깐 뵐 수 있었다. 아버님께서는 출근하셨고, 희성이 형은 전역 후로 친구들 만나느라 집에 붙어있는 날이 많진 않다나.
어머님마저도, 얼굴 마주치는 순간 ‘어머어머! 우리 사위 왔니?’ 같은 이야기를 웃으며 하시고는 약속이 있다며 금세 집을 나가셨다.
점점 이 집안에 동화되는 느낌이라 뭔가 조금 무서워진다.
“그 문제집 괜찮지?”
“그런가?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단계별로 익힐 수 있게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지금 네가 풀기 딱일 거야.”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둘만 남았다고 해서 딱히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고, 정말 얌전히 공부만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희나와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져 왔기 때문에 의욕이 불타오른다.
희나도 그런 내 결심을 응원해 주듯 최선을 다해 나를 가르쳐주면서 공부에 집중해 주었고.
그렇다고 하루종일 공부만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오후 5시쯤 되자 하던 것을 멈추고 자리를 정리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바로 여기로 왔으니 한 4,5시간은 한 것 같은데.
더 하려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이상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효율이 별로일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는 이야기에 수긍했다.
이 정도라도 열심히 하는 게 대단한 거라고 하지만, 워낙 칭찬만 해주는 여자친구라서 썩 믿음이 가진 않는다.
공부하던 작은 테이블을 정리하자마자, 희나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왔다.
이대로 여기서 둘이 노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오늘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내가 먼저 다가서서, 희나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희나야”
“응?”
“노래방 갈래?”
“어? 노래방?”
내 제안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많은 것을 강구해 본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데이트의 장소를 제안한 것은 희나였고, 난 물 흐르듯 그에 따를 뿐이었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점들을 고치고 싶었다.
희나가 가고 싶어 하는 곳에는 당연히 같이 갈 거지만, 그 외에도 내 쪽에서 먼저 데이트 신청하는 걸 늘려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희나와 하고 싶거나 가고 싶은 곳이 많았으니까.
“응. 둘이서 가 본 적도 없고, 너 노래하는 것도 듣고 싶어서. 어때? 거기서도 둘만 있을 수 있으니까.”
내가 데이트를 신청한 것만으로도 이미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져 온 그녀였는데, 둘만 있을 장소라고 하니 더더욱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킨다.
“좋아! 그럼 잠깐만 밖에서 기다려줄래? 옷 금방 갈아 입고 나갈게!”
“알았어~”
내 쪽에서 스킨쉽을 해주는 것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이런 사소한 데이트 신청도 분명 기뻐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좋아함을 표현하는 방법일 테니.
—
“흥흐흥~”
팔짱을 낀 채 콧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는 희나.
“그렇게 좋아?”
“응! 연후 네가 먼저 어디 가자고 하는 건 드무니까.. 노래방은 별로 가본 적이 없지만, 너랑 같이 가는 거면 좋아.”
크흡.
그런 걸 의식해서 한 제안이긴 했지만, 그게 희나 입에서 나오자 미안함이 내 양심을 찔러왔다.
바로 저런 말이 나올 정도면 내가 그동안 진짜 수동적이었나 싶었다. 물론 내가 고민을 해보기도 전에 이미 희나가 장소나 일정을 전부 짜 놓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머쓱함에 그녀의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한 번 뒤로 쓸어넘겨주면서 볼을 매만진다.
“앞으로는 가고 싶은 곳 생기면 다 말해 줄게. 어디든 같이 가줄 거지?”
“으응~ 그거, 오늘치 이쁜 말?”
“아, 이 정도면 합격?”
“볼 만져주는 거 기분 좋으니까, 합격!”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만져주는 걸로는 부족했는지 내 손에 볼을 부비는 희나에게서, 가르릉 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매끈매끈한 느낌이 기분 좋았지만, 너무 늦으면 저녁 먹을 시간이 애매해질 것 같아 적당히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곳은 희나의 집에서 머지 않은 곳에 있는 유명한 프렌차이즈 노래방.
이 근처에 있는 노래방은 와 본 적이 없었지만, 같은 이름의 노래방이 우리 학교 근처에도 있었다.
아마 시스템도 비슷하겠지.
한 시간만 결제를 하고 직원이 안내해 준 방으로 들어왔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입구에 있는 그거? 비싸지 않아?”
“아냐, 공짜야.”
“정말?”
“응. 여기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주는 이유가 그거 많이 못 먹게 하려고 그러는 거라더라.”
그럴 리는 없겠지만.
희나가 궁금해하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 초코랑 바닐라로 반씩 퍼서 방으로 돌아왔다.
맛은 그냥 초등학생 때 학교 앞에서 팔던, 싼 맛에 먹던 그 아이스크림 맛이지만.
같이 챙겨온 일회용 숟가락으로 몇 스푼 떠먹다가 푹신한 좌석에 몸을 던지고, 언제나 그랬듯이 자연스레 자주 부르던 노래 번호를 찍으려던 순간, 급히 손을 멈췄다.
노래방이야 남들만큼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은 내가 부르는 것보다 희나 노래를 듣고 싶은데.
그런 마음에 희나 쪽을 바라보자, 아이스크림을 내버려 두고 어느새 내 바로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왜? 이거 줄까?”
노래라도 찾으려는 건가 싶어서 노래방 리모컨을 희나에게 건넸는데, 그걸 받아들더니 번호를 찍는 게 아니라 그대로 테이블 위로 올려둔다.
그런 다음 한 발자국 다가와서 내 무릎 위에 올라 타는 그녀.
“…희나야?”
“응~?”
“그.. 노래부터 부르지 않을래?”
“노래?”
노래방에 왔으니 당연히 노래를 불러야지, 라는 내 말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의문을 표한다.
왜 이런 반응이?
“노래 부르려고 온 거였어?”
“아니, 노래방에 왔는데 당연히 그런 거 아닐까?”
“나는 이런 거 하려고 온 줄 알았는데.”
-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오는 그녀.
아니, 나는 절대 이런 걸 원해서 온 게 아니었는데?!
좋지만! 좋은데 이건 아니지!
마음속으로 외친다 한들, 키스해주는 여자친구를 억지로 떼어내서 옆으로 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진짜 울지도 모른다. 희나라면.
“하아─”
별 수 없이, 내 입술 사이를 침범하려는 따뜻한 살 덩어리를 살포시 받아들인다.
이제는 나름대로 익숙해진 프렌치 키스.
잠시 후, 희나가 입을 떼어내자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후.. 희나야. 나 정말 노래 부르려고 온 거야..”
“그래?”
“응.. 너 부르는 거 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냥 한 말인 줄 알았지~”
“…..그래, 그럴 수 있지.”
저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만족했다는 듯이 무릎에서 내려와 내 옆에 앉는다.
내가 이상한 걸까, 저렇게 받아들인 희나가 이상한 걸까?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희나의 노래는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사↗랑↗은↘ 그대의─
룸에 울려 퍼지는 희나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에 담긴,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그 음정에.
“크훕…”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안 불러!”
“우, 웃은 거 아니..풉! 크큭킄─”
“한연후!”
노래 못 부르더라.
예상치 못하게 희나가 못하는 걸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찾긴 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마지막은 희나를 달래주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아니, 이러려는게 아니었는데 진짜.
—
[ 한연후 : 그런 일이 있었는데… ] [ 희성이 형 : 내가 편하게 연락하라곤 했지만 내 동생의 연애사를 더 듣고 싶다는 건 아니었다.. ] [ 한연후 : 아무튼 희나가 그런 걸로 오래 삐지진 않겠지만.. 좀 뭔가..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망해버려서. 뭐 없을까? ] [ 희성이 형 : 어떻게 어제 처음 본 나한테 그걸 물어 볼 생각을 하냐? 니도 대단하다 진짜 ] [ 한연후 : 핫핳ㅎ 칭찬해주니 쑥쓰럽구만 ] [ 희성이 형 : 미친ㅋㅋ 암튼 뭐, 신박한 데이트라도 해보고 싶다고? ] [ 한연후 : 꼭 신박할 필요는 없고, 희나가 좋아할만한 게 뭐야? 가족이니까 알만한 그런 거 ] [ 희성이 형 : 모르는데. 그보다 걍 니가 들이 박으면 좋아할 걸? 아니 시바 집에서 하루종일 니 얘기밖에 안한다고 걔는 ] [ 한연후 : 흠… ] [ 희성이 형 : 아니면 좀 남자답게 가보던가. 어제 보니까 아주 잡혀 살더만. ] [ 한연후 : 남자답게? ] [ 희성이 형 : 마, 상남자답게 팔목 붙잡고 이리 온나! 하고 걍 암데나 데려가는 거지. ] [ 한연후 : 후…….형 그 얼굴로 모쏠은 아니지? ] [ 희성이 형 : 내가 좀 등신같이 말하긴 했는데, 요컨대 갭을 한 번 줘보라는 이야기지. 게다가 니 쪽에서 뭘 해주는 걸 좋아한다며? ] [ 한연후 : 아~ 좀 강하게 나가보라? ] [ 희성이 형 : 강하든 약하든 바닥을 기든 좋아할 것 같긴 하지만. ] [ 한연후 : ㄳ 내일은 데이트부터 하기로 했으니까 한 번 시도해봄 ] [ 희성이 형 : 오냐. 후기는 필요 없다. 니가 안 해줘도 이희나가 죄다 나불나불 말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