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49)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48화(49/213)
Ep. 48
우리 가족들이 집을 비울 예정이라. 아빠는 일하러 가고, 엄마도 외출이 잦은 편이니 그렇다 치고. 큰 형은 윤정 누나가 데리고 나간다 치면. 작은 형도 윤정 누나가 처리하나?
집에서 한 발자국 나가는 것도 싫어하는 게임 폐인의 화신이니, 어지간하면 데리고 나가기 힘들 텐데 뭘 미끼로 걸었는지 모르겠다. 아직 주문했다던 컴이 안 왔으니 피시방으로 끌고 가려나.
그 말을 남긴 뒤 희나가 윤정 누나와 함께 사라지고 나서부터, 다음 날까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데이트 준비에 임했다.
오늘, 방학 마지막 날이자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는 듯한 희나와의 데이트 날.
둘이 있을 때, 특히 주위에 아무도 없다 싶으면 희나의 스킨쉽 수위가 수직 상승하는 편이라서 더 걱정된다.
내 이성을 시험하는 그 행위들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선수 필승밖에 없었다.
내 쪽에서 먼저 키스든 뭐든 해주면 얌전히 받아들이니까.
그리고 어떻게 구워 삶은 것인지, 내가 집에서 나갈 즈음부터 형들도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형들 어디 가?”
“피시방.”
혹시나 싶어서 물어봤더니 역시나.
하긴, 희나 왔을 때 집에 누가 있는 것 보다야 비워 주는 게 더 좋긴 하지만. 엄한 짓 안 한다 쳐도 괜히 신경 쓰이니까.
둘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나도 집에서 출발했다.
어제 엄마나 윤정 누나랑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 오늘 대체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렵기도, 한 편으로는 기대되기도 했기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을 느끼며 전철을 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연애 초기에는 희나가 너무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많이 봐야 했지만, 이제는 무조건 내가 먼저 도착하게 됐다.
그렇다고 내가 희나보다 먼저 도착하기 위해 1시간, 2시간 일찍 와 있는 것은 아니고, 희나와 담판을 지은 것이다.
‘희나야. 자꾸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걱정이 많이 되니까 딱 10분 전쯤에 도착하도록 와 줄 수 없을까?’ 라고, 키스 하면서 부탁하니까 한 방에 넘어왔었지.
그나저나 오늘은 어떻게 나오려나. 어제 섹시라는 단어가 얼핏 들린 것 같은데 설마 복장부터 그런 느낌인 건 아니겠지?
혹여 그런 차림으로 나온다면.
보고 싶기도 하고, 남들 보여주기 싫은 마음에 보고 싶지 않기도 한 모순된 마음으로 서 있기를 몇 분.
그녀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입고 있는 옷은 평소와 별 다를 것 없었다. 연청반바지에 안으로 넣은 하얀 티셔츠. 거기에 크로스백만 조금 큰 타입의.
바다에 놀러 갔을 때와 비슷한 코디인데, 내 눈썰미가 정확한 지는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화장과 표정이 더 밝은 분위기가 나는 것이 뭔가, 제 나이대로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평소 화장이 진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어쩐지 미묘하게? 다른 때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어른스럽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는데.
분명 오자마자 키스부터 하겠거니 해서 양 팔을 살짝 벌리고 희나가 오기를 기다렸다.
헌데, 내 예상이 틀렸다. 물론 키스를 하기는 했지만.
입술이 아닌 볼에 입을 맞추고는 팔짱을 꼈다.
“오래 기다렸어?”
어라, 희나치고 목소리 톤이 조금 높지 않나─
“연후 오빠.”
“……………네?”
생각지도 못한 호칭에 순간 머리가 굳어버렸다.
예? 오빠요?
“왜에? 오빠라고 부르는 거, 싫어?”
“아니, 좋은데!”
좋긴 한데 저번 주에 상남자 컨셉 잡다가 혼난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거늘. 이번엔 네가 컨셉 플레이를 한다고?
“오늘 하루 정도는 어떨까 싶어서. 어렸을 때 여동생 가지고 싶다고 어머님한테 졸랐었다며?”
“여동생이랑 여자친구는 좀 다르지 않나 싶은데.”
“오빠아~”
“다를 게 뭐가 있어? 하자! 가끔씩 이런 것도 괜찮지!”
몸을 살짝 흔들면서 그렇게 애교를 부리자 도저히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상상도 못했다.
섹시가 아니라 귀여움 컨셉이라니.
물론 간간히 귀여운 면모를 보여줄 때가 꽤 있긴 했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한 적은 없었는데!
‘오빠’라는 단어가 주는 간질간질함에 도저히 표정 관리가 안된다.
“희나야, 영화는 뭐 볼까? 말만 해! 내가 다 보여줄게!”
“으응, 연후 오빠가 보고 싶은 걸로?”
“…………아니, 잠깐만.”
만난 장소에서 한 발자국 떼기도 전에, 끼고 있던 팔짱까지 풀고 양 손으로 마른 얼굴을 쓸어 내렸다.
고작 호칭에 오빠를 붙었을 뿐인데 이 느낌은 대체 뭐지?
이런 게 연하와의 연애인 걸까?
단순히 호칭만 바뀐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말투와 분위기까지 그에 맞게 더해져서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아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희나를 자주 안 본 사람이 이걸 봤을 경우 뭐 다른가? 싶을 것이다.
근데 저 ‘오빠’ 하나가 모든 느낌을 뒤바꿔 버린다. 희나와 자주 보는 나로써는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사소한 변화들 덕분에 갭이 느껴져서 더욱 더.
“오빠라고 불리는 거 정말 좋아하는구나…?”
“아니.. 그렇게 불려본 적이 거의 없어서 나도 처음 알았어…”
“앞으로도 오빠가 원하면, 얼마든지 불러줄게. 알았지? 오빠?”
-쪽
그렇게 부르면서, 언제나처럼 입술에 찐하게 키스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만 붙였다가 떼는 버드 키스를 하는 그녀. 정말로 연하 여자친구가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고.
“오빠는 나한테 키스 안 해줘..?”
“후, 이희나 진짜 딱 대라.”
살며시 몸을 움츠리며 키스 안 해줘서 너무해- 같은 제스처를 취하는 희나의 모습에.
그녀의 양 볼을 붙잡고 내 쪽에서도 키스를 해줬다. 어딘가 불타오르는 마음에, 희나가 해 준 것보다는 더 진하게.
—
영화관 안쪽으로 들어가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하나씩 살펴보았다. 이런 곳까지 와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누가 가자고 하지 않으면 굳이 올 마음은 들지 않기에 꽤나 오랜만의 방문.
너무 지루해 보이지만 않으면 어떤 영화든 상관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희나의 의향을 맞춰주고 싶은데.
“이거 볼래?”
“로코 영화? 괜찮겠다.”
희나가 선택한 영화는 적당히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물. 엄청 재미있진 않더라도 무난하게 볼만 할 것 같았다.
영화를 고르고 난 후에는 바로 스낵 코너로 가서 팝콘 하나와 음료 하나를 샀다. 희나가 이런 류의 식품은 잘 먹지 않는 편이라 아마 대부분 혼자 먹을 테니 이 정도면 충분했다.
“앙-”
“응?”
-톡톡
팝콘과 콜라를 들고 상영실 쪽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희나가 팝콘 하나를 꺼내더니 자신의 입에 물고는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내 발걸음은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희나가 나에게 뭘 먹여주는 것도 많이 해봤고, 키스해달라는 저 제스처도 이제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었는데.
저게 합체 기술이 될 줄이야.
순간 멈칫했지만, 누가 보기 전에 빨리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얼굴을 가까이 했다.
양 손에 음식들을 들고 있어서 손을 쓸 수가 없었기에 목을 쭉 뻗으며 얼굴만 움직였는데.
-휙
살짝 벌린 내 입이 팝콘을 물고 있는 희나의 입에 닿으려는 찰나, 그녀가 살짝 고개를 돌려버린다.
결국 팝콘을 얻지 못하고 그녀의 볼에 키스하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여기서 장난을 치다니.
“으후후-”
또 피할 것 같아서 다시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서 있는 나에게, 희나는 놀리는 듯 웃음 소리를 한 번 흘리고는 그대로 목을 껴안으며 입을 겹쳐왔다.
그리고는 물고 있던 팝콘을 내 입 안으로 밀어 넣어준다.
그녀의 타액이 조금 느껴지는, 촉촉한 팝콘이 내 혀 위를 굴러다녔다.
“내가 주는 팝콘, 맛있지?”
“오빠한테 이런 장난이나 치고 말이야.”
“오빠는 내가 장난치는 거 싫어?”
“좋습니다..”
“그렇지~? 팝콘은 내가 들어줄게!”
그러면서 내 손에 들려 있던 팝콘 박스를 빼앗더니, 다시금 팝콘 하나를 입에 물고 나를 바라보며 눈웃음 짓는다.
그녀의 그 요망함에,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오르는 욕망을 간신히 억눌렀다.
—
상영관으로 들어와서 영화가 시작되었음에도, 내 정신은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옆자리에 얌전히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는 내 여자친구 덕분에.
오늘의 희나는 이전처럼 대놓고 어필을 하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귀여움을 앞세워서 은근슬쩍 들어오니 평소보다 더 내 이성이 흔들렸다.
이게 만약 어제 윤정 누나와의 회의 끝에 나온 작전이라면, 진짜 대단하다고 밖엔 할 말이 없었다.
너무 취향 저격이어서.
여동생을 갖고 싶어했던 것도 맞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며, 희나를 좋아하는 마음도 진심인데 그 셋이 퓨전 합체를 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희나가 귀여운 여동생같은 연하의 여친을 연기한다?
윤정 누나가 생각보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중에 고맙다고 톡이라도 보내줘야지.
그런 생각과 함께 스크린에 집중하니, 영화 속 커플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서로 기대고 있는 씬이 나오고 있었다.
우리도 저렇게 앉아 있을 때 많지, 라는 생각을 하며 보고 있었는데, 희나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오빠.”
“응?”
“머리 쓰다듬어 줄래?”
“……그래.”
영화 속 분위기도,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둘이 시선을 마주하는 분위기도 전부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키스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오늘의 컨셉답게 눈을 살짝 치켜뜨면서 머리를 내미는 것이.
오늘은 정말 이거로 밀고 나가려고 마음 먹었구나.
나와는 전혀 다른, 비단결마냥 부드러워 온종일 쓰다듬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으응-”
내가 만져주는 것이 기분 좋은지, 작게 새어 나오는 그 신음 소리에 당장이라도 턱을 붙잡고 키스를 하고 싶었다.
다만 희나가 컨셉 지키면서 이러고 있는데 내가 벌써 조지는 것도 조금 아쉬워서.
내가 못 참고 급발진 하는 순간 희나의 이 귀여움 컨셉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내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참아내었다.
최근의 희나라면 지금 이런 타이밍에 역으로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