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5)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4화(5/213)
Ep. 4
이른 아침.
아침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힘차게 등교했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한줄기 빛과 같은 재미있는 썰이 생겼기 때문에. 직접 입으로 풀고 싶은 마음에 간밤에 톡으로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야야야야!! 어제 미쳤었다고!!!”
“아, 뭔데”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뚱한 얼굴로 답하는 놈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제 일을 떠올려보면 웃음이 먼저 나왔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여전히 뚱해 보이는 그 놈의 팔뚝을 치면서 말을 이었다.
“어제 그 편의점에서 니랑 갈라지고 우리집 가는 길 알지? 거기 인적 드문 곳”
“어”
“어제 야자 전에 농구 조졌더니 진짜 개졸려서 멍하니 가고 있는데 그…아 어디지? 체크무늬 스커트 있는 여고”
“성화?”
“아 거긴가? 아무튼 거기 교복 입은 애가 나한테 고백했음.”
“? 아니 이게 뭔 씨발 개소리죠?”
이새끼, 관심 하나도 없다가 갑자기 급발진 하는 거 봐라.
“내 클라스 봤냐?”
“아니 지랄하지 말고. 리얼트루진짜임?”
“풉흐흐…. 일단 고백 받은 건 진짜.”
“아, 그러시군요.”
“엉?”
쾅!
해변가에 밀려 올라온 해파리마냥 축 늘어져 있던 놈이 갑자기 몸을 일으킨다. 그 뒤에 책상을 강하게 밟으며 올라섰다. 그러면서 한쪽 팔을 힘차게 올리며 천장을 가리키는, 엘비스 프레슬리같은 포즈를 취했다.
뭐야 이 미친놈은. 갑자기 뭔.
“주목!!!!!!!!!!!! 한연후 이 씨발 개씹새끼가 어제 성화여고 여자한테 고백 받았댄다!!!!!!!!!!!!!”
“아니 이 개또라이새끼가?!”
침체된 아침 시간.
눈에 보이는 거라곤 어제 새벽 늦게까지 게임을 쳐 했거나, 딸을 쳤거나, 유튜브를 봤을 것임이 자명한 시체 새끼들 뿐인 이 공간에서.
이 샤우팅이.
이 어그로가.
그들에게 힘을 주었다.
마치 부활 주문처럼.
“그 개좆같은 아침 뉴스가 사실입니까!!”
“사실이랍니다!!”
“확실합니까?!”
“제가 확인 절차까지 마쳤습니다!!”
“잡아 씨팔!!”
“잠이나 쳐 자던 새끼들이 왜 지랄이야!!!”
우당탕탕탕탕!!!
10초 전까지만 해도 태반이 책상 위에 엎어져 있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돼지 같은 새끼들이 순식간에 나를 덮쳐 들어왔다.
내가 딴 놈들에 비해 체격이 딸리는 건 아니었지만, 물량으로 들어오니 손도 못쓰고 순식간에 몰아붙혀진다.
쿵!
그 중 한 녀석이 내 멱살을 잡고 창문 옆 벽에 나를 밀었다.
과몰입 돌았..
“야.”
“…..넵..”
“지금부터 씨팔 존나 솔직하게 씨부리는 게 좋을 거다.”
“..나 한연후.. 거짓말이라고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남자..”
“이새끼 입 열자마자 구라로 시작하는데?”
“아 뭐 씨발새끼들아!! 끝까지 쳐 듣고 이러던가!!”
아니,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고백 받았음. 부터 시작하는 썰이었는데 정윤성 저 개미친놈이 갑자기 급발진 해가지고!!
“그래그래, 진정하고. 지금부터 시작해보자고. 재판 연 새끼가 누구였냐?”
“나임.”
“정윤성? 그래. 니가 해라.”
“오케. 야, 내가 질문한다. 넌 답해라. 아까 이미 들었으니 씨발 구라치지말고.”
“이게 뭔..”
“어제 집가는 길에 성화여고 여자한테 고백을 받았습니까?”
“아니 체크무늬가 거기 맞냐? 확실하진 않은데.”
“고문관.”
뿌득
“끄아아아아악!”
아니 팔 꺾지 마 미친놈아!!
“성화여고 여자한테 고백 받은거, 맞습니까?”
“마, 맞습니다!!”
“맞답니다.”
“더 들으면 오늘 하루종일 기분 개좆같을 거 같은데 그냥 지금 죽일까?”
“좀 더 들어보자.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음.”
“여기서 그런 반전이 가능한가?”
한 놈은 내 멱살을 붙잡고 있고.
어느새 두 놈이 내 팔을 한쪽씩 붙들고 있으며.
정윤성 이 씹새끼는 그 옆에서 입을 놀리고 있는.
이 병신 같은 상황을 나머지 놈들은 살의에 가득 찬 눈으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근데 존나 여친 있는 새끼도 있으면서 그 새끼들은 왜 같이 저러냐고.
아무튼 이 개또라이 같은 새끼들한테 진짜 사지가 꺾일 것 같아서 급하게 변명을 내뱉었다.
“아니 씨팔! 고백을 받긴 받았는데!! 뭔가 존나 이상했다고!!”
“뭐가 이상한데? 근처에서 누가 지켜보면서 웃고 있었음?”
“그거 아님? 거 여자애들이 내기했는데 져서 벌칙으로 한 거 아니냐?”
“아 그건 인정이지. 미안했다, 연후야.”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존나 예뻤어.”
“사형.”
퍽!!
뿌드득!
악!! 이 미친놈들이 진짜 꺾고 때리고 지랄났네!!
“아니.. 큭!! 시팔 신천지 같았다고!!!!”
멈칫
내 필사의 외침에 그 짧은 시간동안 수십대는 쳐맞은 듯한 구타가 끝났다.
아파 뒤지겠네 진짜!!
“신천지? 확실해?”
“이새끼 지금 살고 싶어서 아무 말이나 내뱉은거 아니냐?”
“아 그런 거 같다고!!”
“그런 거 같다고는 뭔데 씨발아.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씨팔 재판관!! 내 발언 끝날 때까지 때리지 좀 않는 걸로!!”
“좋아. 야, 힘 좀 빼봐. 무슨 말 하나 들어나 보자.”
정윤성 이 개새끼.
“어제 내가 집 가는 길에 고백을 받았어. 성화여고인지 어딘진 모르겠는데 암튼 교복입은 애한테.”
“그래.”
“근데 걔가 존나 이뻤단 말야. 진짜 말도 안될 만큼.”
“뿌드득, 그래. 그래서?”
“그래서는 씨발 무슨 그래서야!!!”
이 새끼들은 대가리가 없나!
“이 개병신새끼들아!! 그렇게 예쁜 여고생이 나한테 고백을 할 리가 없잖아, 씨발놈들아!! 신천지겠지!!!”
내 울분과 영혼이 한껏 담긴 그 외침에 감화되었는지. 내 몸을 구속하고 있던 모든 힘이 순식간에 풀렸다.
동시에 동정과 안쓰러움이 담긴 눈빛이 나를 향했다.
“아….”
“ah…”
“그거..맞지…”
“요새 신천지는 고딩도 꼬시냐?”
“어머, 너무 무섭당…”
“연후야, 몸은 괜찮니?”
존나 스윗하네. 개같은 놈들.
안 괜찮아 시발놈들아.
사람 말은 듣지도 않고 패던 새끼들한테 욕을 한바가지 날려주고 싶었지만.
달칵
“다 왔냐? 뭐가 이렇게 어수선해.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선생님.”
“그래. 지각한 놈 없지? 오늘도 수업 잘 듣고.”
미친 타이밍에 교실 앞 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아무 일도 없었긴. 존나 학교 폭력 그 자체가 이 교실에서 있었는데.
후. 아파 죽겠네, 진짜.
이새끼들 리얼 진심펀치 고백 아니라니까 벌써 관심 다 끊었네.
쓰레기 새끼들.
—
오늘도 지루한 수업 시간이 지나고, 어김없이 야자 전에 농구. 야자 시간엔 적당히 폰으로 웹서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중에 아까 나를 구타의 한복판에 던져 넣은 쓰레기가 내 팔을 툭툭 치며 말을 걸어왔다.
“야야”
“뭐요.”
“니 아침에 했던 얘기. 그거 진짜냐?”
“이 양심 없는 새끼가 그렇게 쳐 패놓고도 그 화제를 꺼내네.”
진짜 쓰레기 같은 놈이잖아?
“아니, 진짜 신천지 같았냐고.”
“거야 모르는데 정황상 그런 거 아닐까 싶긴 하지.”
“진짜 고백 박은 거 아니냐?”
“나도 어지간하면 그렇다고 믿고 싶은데, 인간적으로 너무 예뻤다.”
“그정도임?”
“그정도임.”
“오…”
“어제 신천지 꺼지라고 꼽 주면서 보냈으니까 이제 안보이겠지.”
“상남자 오졌고.”
그것을 끝으로 이야기가 끊겼다. 아마 이 녀석도 정말로 궁금했다기 보다는 야자 막바지에 시간 때우려고 적당히 꺼낸 화제였을 테니까. 나 역시 그 일은 더이상 신경쓰고 있지는 않았다.
‘나랑 사귈래?’
“……”
신경은 안 쓰는데, 눈웃음 치며 그렇게 말하던 그 여고생의 모습이 아른거리긴 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뿌리치고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조금이라도 심약한 놈이었다면 분명 0.1초만에 넘어갔을 거다. 내 왼손과 양 불알을 다 걸 수 있을 정도로 확실했다.
그 정도로 진짜 너무 예뻤으니까.
그런 애랑 사귀면 무슨 기분이려나. 진심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모시면서 살텐데. 그 얼굴로 왜 신천지 같은 걸.
사이비 전도력 미쳤네, 진짜.
—
“…..”
세상에나.
어제처럼,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런 하교길이었다.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분명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 여고생의 고백이.
오늘도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안녕?”
그렇게 인사하며 수줍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 와 신천지고 나발이고 그냥 속아줄까? ‘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할 만큼 폭력적이었다.
앞머리가 살짝 가르마 져 있는 검고 긴 생머리.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가냘파 보이는 체구.
오늘도 윤성이와 편의점 부근에서 헤어지고, 혼자서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어제와 비슷한 위치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한순간 뒤돌아보고 바로 도망쳤던 어제와는 달리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보는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나 예쁜 그녀를.
“그…”
오늘도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생긴 당황스러움과 제대로 전신을 보니 상상 이상의 예쁨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덕분에 말끝을 흐리고 있는 나에게 그녀가 먼저 빠르게 입을 열었다
“나, 신천지 아니야.”
“…….”
음. 그 단어를 들으니 정신이 확 드네.
원래 신천지는 자기 신천지라고 소개하면서 전도하진 않는다고 인터넷에서 봤는데. 그래도 뭔가 긴가민가 해서 이번엔 도망치진 않고 약간 거리를 둔 채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내 이성이 그 나름대로 일을 해주어서, 주위에 누군가 더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비록 싸움을 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눈 앞의 여자애한테 제압을 당하거나 어디 납치를 당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어제의 고백이 진심이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벌칙 게임 같은 거였을 수도 있지. 어제 내가 황급히 도망칠 만큼 당황스럽게 했으니 미안해서 오늘 사과하러 왔다는 그런 스토리가 아닐까.
그런 잡생각을 하는 와중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기다렸어. 어제도, 오늘도.”
“어..네? 저를요?”
“응. 어제는 갑작스럽게 그런 말을 해서 미안해.”
“아뇨.. 그.. 혹시 벌칙게임 같은 거라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앗. 가장 그럴싸한 스토리가 벌칙게임이었는데, 벌써 엎어졌다. 그 와중에 반말을 하는 그녀의 말투가 신경 쓰이진 않았다.
뭔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원래 그렇게 대화했었다는 듯이.
“계속 지켜봤어. 그러다가 이쪽으로 가는 거 알고 기다린 거고.”
흠칫
괜찮을까 싶었는데 그 말에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지켜봤다고? 왜? 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그 순간 눈앞의 여자애가 이쁘고 뭐시고 그런 것이 아무 상관 없어졌다. 그 이상으로 무언가 섬칫함과 무서움이 나를 스멀스멀 잠식해서.
스윽-
뒷걸음쳤다.
“아..”
그런 내 모습에 눈썹을 찡그리며 안타까운 신음을 흘린 그 아이가 한 걸음을 내딛었을 때.
이거 도망쳐야 하나 싶어서 몸을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저런 얼굴을 알고 있었으면 잊을 리가 없으니까!
내일부턴 다른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뒤로 달리려던 그 때.
“가지마!!!!!!!!!!”
울음이 섞인 듯한 그 외침에 발이 멈췄다.
동시에 고개를 슬쩍 돌려서 뒤를 보니.
“가지마.. 제발… 이야기를 들어 줘..”
눈물을 흘리며 그리 말하는 애처로운 그 모습에.
발에 못이라도 박힌 듯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예뻐서인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이렇게 두고 가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