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50)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49화(50/213)
Ep. 49
그 이후로는 딱히 액션이 없었다. 희나는 머리만을 내 손길에 맡긴 채 고양이마냥 가르릉 소리를 내고 있었고.
영화도 B급 냄새 나는 코믹 계열이라 그럴싸한 분위기를 내는 씬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한 번씩 희나에게서 팝콘을 입으로 받아 먹은 걸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스킨쉽도 없었다.
스킨쉽이 없었다고는 해도 영화에 제대로 집중한 것은 아니라서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지?”
“그러게.”
덕분에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했던 영화 이야기에는 답해주기가 애매했다.
다만 희나도 영화와 관련된 잡담을 더 나눌 생각은 없었는지, 곧바로 나를 이끌고 영화관 밖으로 향한다.
“어디로 가게?”
“응? 당연히 오빠 집이지~”
“벌써?”
약속 장소를 영화관으로 잡길래 어디 들리고 싶은 곳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내 의문 섞인 물음에, 희나가 환히 웃으며 이유를 말해준다.
“사실 영화관은 오빠한테 팝콘 먹여주고 싶어서 온 거였거든.”
“……….”
그러니까, 영화관까지 와서 하고 싶었던 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팝콘 먹여주기를 해보고 싶어서 온 거다?
그렇구나?
—
팝콘을 위해 갔던 영화관을 뒤로 하고 희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형들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우리 집에.
“그런데 우리 집 비는 건 어떻게 알았어?”
“아버님은 출근, 어머님은 원래 외출 예정이라고 하셨어. 아주버..오빠들은 언니랑 놀러 갈 거라고 했고.”
아무리 집에 컴이 없다지만 그렇다 해도 작은 형이 엥간해선 집에서 움직이지 않을 텐데, 아마 누나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피시방에서 짜파구리 풀코스라도 사주기로 했나.
아무튼 일단 들어오긴 했는데, 집에서는 뭘 할까. 우리도 거실 티비가 꽤 큰 편이라서 둘이 오순도순 앉아 넷x릭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나 희나는 거실 티비에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내 방에서 뭐 하려고?”
“오빠 게임하는 거 보고 싶어서.”
“게임?”
갑자기?
“응~ 평소에 뭐 하나 궁금했거든. 그거 구경할래.”
“보는 건 재미없을 걸.”
“오빠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괜찮아.”
그런 기특한 말을 하며 방실방실 웃고 있으니 그야말로 만화책에서 나올 법한 여동생 혹은 후배 여친 그 자체였다.
눈물이 흐를 것 같다.
여자친구를 내버려 두고 게임하는 모양새가 썩 좋진 않을 것 같지만, 희나가 보고 싶다고 하니까.
게이밍 의자를 끌어당겨서 앉은 뒤 컴퓨터 전원을 켰다. 곧이어 금세 바탕 화면이 나오자 가끔씩 플레이 하던 솔로 pc게임을 실행했다.
5인용 AOS 같은 정신병 유발 게임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적당히 조금만 플레이 하다 끌 생각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려는데, 희나가 내 팔 밑으로 들어오더니 나에게 조금 깊숙히 앉아 다리를 벌려줄 것을 부탁한다.
순간 머릿속에서 언젠가 봤던 야동의 한 장면이 떠올랐지만, 재빨리 털어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뭐 하려고.”
“오빠는 게임 하면 돼.”
“…여기 앉게?”
“응! 여기서 구경할게.”
그렇게 말하고는 넓게 벌려진 내 다리 사이에 앉는 희나. 그 상태로 나에게 몸을 기댄다.
그에 그녀의 몸이 내 상체에 가벼운 압박을 주면서,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향기가 내 코를 간질였다. 동시에 내 허벅지 안쪽에 희나의 엉덩이가 들어온 터라 그 감촉으로 인해.
하반신 이슈가 생겨버렸다.
어차피 희나 때문에 지금은 손을 댈 수도 없는 상태였고 다행히도 포지셔닝(?)이 잘 되어 있었기에,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왼손으로 희나의 배 부근을 끌어안으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렇게 앉는 거 좋다..”
“그래?”
“응. 딱 붙어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
그건 나도 그랬다. 다만 그냥 무릎 위에 앉는 거랑은 몸이 맞닿는 부분이 확실히 다른 터라 여러모로 말 못할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불편하진 않지?”
“음~ 이쪽 봐 볼래, 오빠?”
“응?”
-쪽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희나의 얼굴쪽을 바라보자, 그녀가 몸을 살짝 비틀며 키스를 했다.
이번에도 입술만 살짝 붙였다 떼고는 다시 컴퓨터쪽을 향하는 희나의 몸.
“이제 편해졌어~”
“나는 불편해졌거든? 잠깐 일어나자. 나 더 하고 싶은데.”
“안돼! 오빠는 게임해!”
“평소엔 못 해서 안달이더니..!”
그녀의 요망함에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일어설 것처럼 힘을 주자, 내가 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등으로 나를 압박한다.
와, 희나한테 이런 키스 밀당을 당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내 마음에 불을 질러 놓고는 게임이나 하라니.
“흡!”
“으으으~~”
양 팔로 희나의 배를 감싸 안은 뒤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의자 팔걸이를 붙잡고 격렬히 저항하는 그녀.
희나의 팔뚝이 걱정돼서 차마 억지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마우스를 다시 붙잡은 뒤 게임을 진행했다.
내가 힘을 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희나도 다시 편하게 몸을 기대온다.
“후후, 그래서 무슨 게임이야?”
“음, 레벨 올리고 아이템 주워서 적을 무찌르는 게임?”
“아~ 이 빨간머리 애가 오빠 꺼?”
“응.”
내가 실행한 것은 팔x사의 이x 시리즈. 주인공 및 서브 캐릭터들을 조작해서 적을 무찌르고 다니는 액션 롤플레잉 rpg 게임이다.
이거라면 언제든 종료할 수 있기도 하고 보이는 캐릭터가 아기자기해서 희나도 그나마 보는 맛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게임 특성상 서브 캐릭터로도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는 와중에 희나가 화면을 가리켰다.
“오빠.”
“응?”
“방금 리스트에 있던 애들은 전부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응. 그 중에서 세 명 고를 수 있어.”
플레이어마다 성능이나 룩 등 뭘 중시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캐릭터가 다른 편이다. 나 같은 경우는 하드한 플레이를 즐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통.
“근데 왜 다 여자애들만 써?”
귀여운 여캐만 사용하는데..
“응? 왜? 그리고 예쁜 애들도 많은데 귀여운 캐릭터만 사용하네?”
“….얘들이 쌔서..”
“정말로?”
“물론이지.”
성능 면에서도 그렇게 후달린 애들은 아니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약한 애들로는 못 깨?”
“그건 아닌데.”
“그럼 다른 애들로 해.”
양 주먹으로 내 허벅지를 툭툭 치면서 투정 부리듯 캐릭터 변경을 요구한다.
“빨리!”
그 모습에, 나는 진짜 메소드 연기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기는 했지만, 설마 게임 캐릭터에도 그럴 줄은.
귀여운 연하 여친 컨셉 때문에 더 그러는 거겠지?
“싫은데? 얘네가 귀여우니까 계속 쓸 건데?”
“오빠아~”
“애교 부려도 안돼. 나 얘네들만 키워서 지금 바꾸기도 힘들거든.”
사실 노가다를 조금 하기만 하면 못 바꿀 것도 없긴 하지만, 희나의 컨셉에 편승해서 놀려보기로 했다.
내가 또 이런 상황극에 잘 어울려 줄 수 있는 남자라서.
분명 희나도 내 장난 섞인 티키타카를 잘 받아줄 거라 믿었다.
아니나 다를까, 버둥거림을 멈추고 입을 여는 그녀.
“오빠.”
희나가 나를 부르며 다리로 바닥을 밀어낸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는 바퀴로 움직이는 타입이라, 희나의 행동에 서서히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에 나도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희나와 함께 컴퓨터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 후 공간에 여유가 생기자 곧바로 몸을 일으킨 희나가, 빙글 돌아서 나를 바라보더니.
양 손으로 내 다리를 모은 다음 그 위에 올라탔다.
그렇게 의자에 앉은 채 서로 마주 보며 가깝게 밀착한 상태에서, 희나가 내 얼굴을 붙잡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귀여워, 쟤들이 귀여워?”
뾰로통한 얼굴로 진지하게 그리 묻는 모습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당연히 니가 더 귀엽지.”
“못 믿겠어!”
“어떻게 하면 믿어줄래?”
“키스해 줘.”
“몇 번 해줄까?”
“사랑하는 만큼.”
그 대답이 나오자마자 그녀의 허리를 끌어 당기면서, 살짝 고개를 들어 그녀의 입가와 볼에 키스해줬다.
처음에는 내 연이은 키스를, 얼굴을 조금씩 돌리면서 볼이나 입가 등 여러 부분에 받더니, 결국에는.
“하응-”
희나 본인이 참을 수 없었던 지 내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내 입가 곳곳에 영역 표시를 하는 것 마냥 미량의 타액을 남기면서 돌아다닌다.
그러면서도 오늘 귀여움 컨셉의 마지노선을 지키려는 것인지 혀를 사용하지는 않는 그녀에게, 나도 그 정도는 인내해 주었다.
그렇게 몇 분간 희나의 키스를 받아주다가, 이내 만족한 그녀가 입술을 떼고 나서야 나도 입을 열 수 있었다.
“오빠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거야?”
내 말에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입술을 핥는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귀여운 연하의 여친 같은 것이 아니었다.
여느 때와 같이 포식자의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오빠도 좋았으면서.”
“아까랑 컨셉이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희나야.”
“그래에?”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잠시 묘한 웃음을 흘린다.
그러다가 이내, 무언가 떠올랐는지 내 무릎 위에서 벗어난다.
“잠깐만 기다려볼래? 나 챙겨온 게 있거든.”
“챙겨온 거?”
“응, 어제 언니한테 빌린 옷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고는 크로스백을 챙기고 방 밖으로 나가는 그녀.
평소보다 조금 큰 가방이다 싶더니 옷을 넣어왔었구나.
오늘의 컨셉도 굉장히 좋았었기에, 누나에게 빌렸다는 옷은 어떤 것일까 기대감이 솟구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 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너구…아니 고양이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굴을 제외한 온몸을 감싸고 있는 동물 잠옷 룩이었다.
“야옹-”
발칙하게도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