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54)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53화(54/213)
Ep. 53
-오독오독
빼빼로 하나를 둘이서 입에 문 채, 서로 끝 부분을 이빨로 갉아먹으며 다가간다. 주로 희나가 막대 쪽을, 나는 초코가 묻어 있는 쪽을.
반달처럼 곱게 휘어 있는 눈으로 나를 똑바로 마주보며 다가오는 그녀.
이윽고 서로의 입술이 닿을 만큼 사이에 있는 빼빼로가 작아지자, 희나가 입술과 혀를 살짝 들이밀며 남은 부분을 내 입 안에 넣어주었다.
동시에 내 입술에 조금 묻어 있는 초코를 살짝 핥아낸 다음에야 얼굴을 뺀다.
“초코, 맛있네.”
“그러게.”
희나가 먹는 초코라고 해봐야 막대 윗부분 조금과, 이렇게 내 입술을 핥으며 먹는 게 전부였지만.
그러면서 또 새로운 빼빼로를 꺼내는 그 모습에,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옆을 슬쩍 흘겨보았다. 보이는 건, 사방에 흩어진 빼빼로 곽과 비닐들.
정말 종류별로 죄다 한 두개씩은 사 온 것 같은데, 마트에서 파는 일반적인 빼빼로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시기쯤 온갖 매장에서 팔고 있는, 낱개 포장이 되어 있는 크고 작은 수많은 타입의 빼빼로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희나에게 붙들려서 전부 먹어보고 있었고.
일단 밥은 안 먹고 오긴 했는데, 슬슬 배도 차오르고 빼빼로 자체가 물리는 감이 있었다. 나도 초반에는 나름 신선한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지 지금 거의 열 곽에 낱개 포장된 것들도 꽤나 먹었으니.
할 때마다 희나가 혀로 내 입술을 핥아주는, 진짜 여러 의미에서 날 불타오르게 하는 그 행동이 없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까지 뜯은 것들을 전부 다 먹은 것은 아니고, 희나가 종류마다 몇 개씩은 남겨 놓았다. 희성이 형이라도 주려고 그러나?
아무튼 차라리 그냥 키스를 하는 게 어떨까 싶었지만, 희나는 이러고 노는 것 자체가 즐거운 지 계속해서 새로운 걸 뜯고 있었다.
나야 원래 과자도 좋아했고 많은 양을 먹는 편이라 못 먹을 건 없었다. 그래도 이제 그만 먹었으면.
“슬슬 배부른데 조금 쉴래?”
“그래? 음.. 그럼 이건 그만하고 다른 게임 할까?”
“다른 게임?”
“응.”
그렇게 말하며 아까 남겨 놓았던 빼빼로들을 한데 모으는 그녀.
“눈 감고 있으면 내가 지금부터 하나씩 먹여줄게. 어떤 건지 맞춰볼래?”
“오, 근데 좀 쉽지 않나? 나 농담 아니고 전부 맞출 자신 있는데.”
이거 하려고 조금씩 남겨 놓은 거였구나. 근데 이거 내가 너무 유리한데.
내가 빼빼로를 좋아하는 편이라, 희나가 여기 사온 것들은 전부 먹어본 적이 있었다.
심지어 조금 전까지도 희나랑 빼빼로 게임인지, 키스 게임인지 모를 것을 하면서 무진장 먹었고.
내 말에 희나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내기 해볼래?”
“내기?”
“소원 들어주기로. 전부 맞추면 네 승리, 하나라도 틀리면 내 승리. 다섯 번 해서.”
“자신 있어? 내기가 걸리면 내가 또 질 수가 없거든.”
승부욕이 생기니까. 설령 상대가 희나라고 하더라도!
“할 거지?”
“당연하지!”
“그럼 한다? 눈 감아!”
“오케이..”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솔직히 막 이상한 거랑 동시에 먹이지 않는 이상은 틀리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잠시 기다리자, 약간 울퉁불퉁한 것이 내 입술을 건드렸다.
입을 살짝 벌리자 안으로 들어온 이 빼빼로는.
-오도독
“으움, 이거.. 크런키!”
“정답~”
한입 베어보자 바로 느낌이 왔다. 롯x 빼빼로들은 종류마다 맛에 특색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안 먹어봤으면 모를까 살면서 계속 먹기도 했었고, 오늘도 또 한 번씩 먹어봤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반쯤 먹어치우고, 나머지는 아마 희나가 처리할 생각인지 내 앞 쪽에서 오도독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가 들리는 것이, 바로 두번째로 넘어가는 것 같아 또 입을 살짝 벌렸다.
다음으로 입에 들어온 것은, 매끄러우면서 꽤 얇은 모양의 빼빼로. 얼핏 일반적인 롯x 빼빼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굵기도 다르고 이건 그 특유의 맛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는 않는.
“포키지?”
“이것도 정답~”
“야쓰!”
희나는 정답이라 말하면서도 그렇게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가 아닌 것이, 그냥 내 소원 하나 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한 게임인가 했다.
서로 하는 소원이래봐야 데이트 때 약간의 컨셉을 잡는 정도가 대부분이니 부담 되는 것도 없고.
그럼 이번에 뭘 부탁해볼까.
내일 놀이공원도 가는데, 거기서 뭐 할 만한 게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또 입을 벌리고 있는데, 이번에 내 입술을 살며시 건드리며 들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뭉툭한 것이었다.
“이번 꺼는 깨물지 말고 맞춰 봐. 알았지?”
-끄덕
이미 입 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터라, 말로 대답해주기는 힘들어서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이고 집중했다.
꽤 크기가 있으면서도, 안에 들어오면서 입술에 초코를 잔뜩 묻히는 것이.
이거 찍어 먹는 누x라…아니, 아닌데. 누x라보다 확실히 두꺼운데.
-쪽쪽
입술을 모으며 살살 빨아먹어보았다. 이게 맛은 확실히 누x라인데, 뭔가 이상했다.
빨아들이면서 혀로 건드리고 있는 가장자리 부분이, 부드러움 사이에 딱딱함이 느껴지는 게, 이거 마치 손톱-
“어?!”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놀라서 눈을 떴다. 그러자 내 앞에는, 손가락 하나를 내 입에 넣은 채 웃음을 참고 있는 희나의 얼굴이 보였다.
그에 내 입에 들어와 있는 손가락을 빼내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반칙, 이건 반칙이야!! 빼빼로가 아니잖아!”
“응~ 맞는 것 같은데~”
“아니, 우리 조금만 양심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건 아니야..!”
“내가 이긴 것 같은데~”
희나가 나를 놀리듯 말끝을 늘리며, 조금 전까지 내 입 안에 넣었던 손가락을 핥고 있었다.
그 요염한 모습에 순간 말 문이 막히다가도, 다시금 소리 높여 말했다.
“무효야! 인정 못해!!!”
아무리 걸린 상품이 별 거 아니라지만, 이렇게 지는 것은 내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럼 단판 승부로 한 번 더?”
“해! 이번엔 맞춘다! 내가 몇 번째 손가락인지도 맞춰본다!”
“좋아, 그럼 다시 눈 감아~”
“덤벼!”
전투적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조금 전보다 크게 벌렸다.
헷갈릴 만한 건, 중지와 약지 정도겠지. 엄지랑 새끼 손가락은 논외였고, 검지도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라 왠지 혀를 잘 놀려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술과 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그 때.
무언가 입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혹시 이미 들어왔나 싶어서 입술을 살살 오므리자.
아까보다도 몇 배는 더 부드러우며, 물컹한 무언가가 내 입술 사이에 붙잡혔다.
살며시 느껴지는 초코향을 맡으며 나는 지금 ‘이것’을 들이민 희나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를 고민했다.
그래, 일단은.
-할짝
끝자락에 묻혀 놓은 초코를 혀로 한 번 훑어 먹고, 곧장 얼굴을 떼며 눈을 떴다.
이번에 내 앞에 보인 것은.
어지간히도 기쁘며 재미있는지, 올라간 입꼬리가 파들파들 떨리고 있는 희나의 얼굴이었다.
아랫 입술에 초코를 묻힌.
그 귀여우면서도 몹시 잔망스러운 모습을 눈에 담으며 입을 열었다.
“정답은 여자친구의 입술.”
“흐후훟.. 땡!”
푼수 웃음을 흘리면서도, 단호하게 오답 판정을 내리는 그녀에게 항변했다.
“아니, 이게 왜 틀려?”
“눈도 먼저 떴고.. 답은 연후의 입술이거든.”
이게 무슨 말이지.
“왜 내 입술이야?”
“그야─”
희나가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에 남아 있는 초코를 핥으며 말을 이었다.
“이거는, 연후 꺼니까?”
와우.
“졌다, 진짜. 내가 졌어.”
저 말을 어떻게 이길까? 애초에 내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내가 짱구를 굴리고 상상력을 총 동원해서 저 답을 말했어도 분명 새로운 정답이 있었겠지.
패배를 인정하고 고개를 떨궜다.
저 요망하면서도 못된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줬어야 했는데.
“내가 이긴 거 맞지? 내 승리~”
“그래..”
이 불합리한 게임에 굉장히 허탈했지만. 희나가 좋아하니 됐지, 뭐.
—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던 빼빼로들을 정리한 후, 희나와 침대에 나란히 기대앉아 잠시 폰을 만지고 있었다.
윤정 누나가 제주도에서 형과 찍은 사진들을 연이어 보내주고 있었기에 그것을 구경하면서.
아마 희나도 누나에게서 같은 메세지를 받고 있을 테니 그걸 보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희나의 손에는 만화책이 한 권 들려 있었다.
“그거 뭐야? 만화 안 보지 않았나?”
“이거? 언니가 빌려줬어.”
“윤정 누나가? 하긴, 그 누나는 만화책 좋아했지.”
누나가 만화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희나가 누나에게서 뭘 빌리는 것도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게 만화책이라는 점은 조금 놀라웠다.
“순정 만화네.”
“응~ 꽤 재미있더라.”
“무슨 내용인데?”
“볼래?”
그러면서 나에게 건네주길래 대충 넘기면서 훑어봤다. 한 2,3분 정도 빠르게 보다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유원지에서 데이트 하는 내용이네.”
“응.”
“근데 얘네는 무슨 키스밖에 안 해? 아니, 잠깐. 어째 넘기는 곳마다 하고 있는데?”
“그렇지?”
“나도 누나가 우리 집에 둔 순정 만화 몇 개 읽어본 적 있는데, 이렇게 작정하고 이런 것만 보여주는 건 또 첨 본다.”
“후후, 잘 기억해 둬.”
“엉?”
의미심장한 희나의 말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그녀가 만화책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내일 소원권, 이거로 할 거니까.”
“이거로 한다니?”
“여기서 나오는 거, 따라하면서 키스하고 싶어.”
“오…..?”
잠깐, 이거 진짜 별의 별 곳에서 다 하던데.
“그리고 전부 사진 찍을 거야.”
“그게 소원이야?”
“응!”
“그러니까, 이 만화책에 나오는 거랑 비슷한 시츄에이션으로 키스를 하고, 그걸 전부 찍겠다?”
“내일 기대된다~”
내가 이 만화 남주랑 똑같은 키스를 해야 한다는 건가.
정신을 가다듬고 휙휙 넘겨 만화 초반부를 다시 펼쳐봤다.
이 만화에 나오는 커플 애들도 학생 답게 전철역에서 만나는데, 거기서부터 아주 강렬하게 키스를 박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전철 플랫폼에서 기둥에 벽꿍을 하고 키스를 하네?
실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