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56)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55화(56/213)
Ep. 55
잠시 희나의 얼굴을 보고 나니, 주위나 아래까지 둘러 볼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희나와 떨어져 놀이공원 내부를 구경하려는데, 돌아서려는 나를 붙잡고 폰을 들어올린다.
“사진 찍어야지, 연후야.”
“이런 곳에서 찍는 장면도 있던가?”
일본 만화책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일본 배경이었을 텐데, 거기에도 이런 실내에서 천장에 매달려 다니는 기구가 있나.
“원래 관람차에서 찍는 건데, 여기는 없으니까. 대신 여기서 찍으려고.”
“관람차? 아~ 생각난다.”
어제 만화책에서 본 장면 하나가 스치듯 떠올랐다. 아마 관람차 안에서 앉은 채로 둘이 껴안고 키스하는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남주가 다리를 벌리고 앉고, 여주가 그 사이에 앉은 채 고개를 뒤로 돌리며 하는 거였나. 전에 우리 집에서 했던 것처럼.
다만 이 기구에는 앉는 의자가 따로 없었다. 기본적으로 서서 타는 거라.
“여기에 서서 나 안아줘. 내가 고개 돌릴 테니까 키스해주면 돼, 알았지?”
그 말에 따라 희나의 배 쪽에 손을 감아 껴안았다. 약간 두꺼운 맨투맨 너머로도 그녀의 부드러운 몸이 그대로 느껴진다.
머리카락에서 나는 냄새도 굉장히 향기롭고. 자주 맡아봤던 희나네 샴푸 향.
조금 변태 같지만, 그 냄새를 맡으면서 잠시 기다리자 카메라를 킨 희나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입술을 쭉 내미는 그녀.
“뽀뽀!”
“네, 뽀뽀.”
이번엔 눈을 감지 않고, 내 쪽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입에 내 입술을 겹친다.
-찰칵, 찰칵, 찰칵
이번에도 입술을 붙이자마자 연이어 촬영 소리가 들리고, 또 금세 입을 뗀 후 사진을 확인한다.
오늘 플랜에서 사진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이렇게 가볍게만 한 번씩 하니 오히려 내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 안긴 채 찍힌 사진들을 확인하는 희나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내 쪽으로 돌렸다.
“응? 연후야, 왜…..”
내 행동에 의문을 표하려는 희나의 입을, 내 입으로 막아버렸다. 좀 전에 나를 진정시켜준 감사의 의미도 담아서.
언제나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혀를 집어넣으며 그녀의 안쪽을 침범했다.
“으읍…하아.. 연후야.. 나 더 세게 안아줘..”
잠시 입이 떨어졌을 때, 몽롱한 눈으로 부탁해온다. 그에 좀 더 힘을 주어 껴안고는 다시금 입가에, 입술에, 볼에, 내 흔적을 남겼다.
“흡- 후우.. 사진 잘 나왔어?”
“하으… 응.. 이거는 못 찍었네…아쉽다..”
가파른 호흡을 다스리며 여전히 내 입에 시선을 두고는 입을 연다.
나도 그렇고 희나도 더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슬슬 기구가 도착할 것 같았기에 희나에 볼에 짧게 한 번 더 키스해 주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엔 어디 갈까?”
“퍼레이드 곧 시작하니까 그거 보러 가자.”
“오케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올라왔던 건물에서 나오자, 이미 거리는 퍼레이드를 위해 차단막이 세워지며 한창 준비중에 있었다.
통행도 제한되고 있던 터라 어차피 돌아다니기도 힘들 것 같아서, 둘이 손을 잡고 잠시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에 하는 거랑은 다르지? 그때 꺼도 볼 수 있으려나.”
친구들이랑 왔으면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여기저기 대기줄에서 오래 기다리면서 놀이기구 타다 보면 저녁까지 금방이었을 테지만.
희나랑은 느긋하게 돌아다니면서 탈 수 있는 건 타자, 라는 마인드였기 때문에 여기서 몇 시간동안 있는 건 조금 빡셀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둘이 같이 있으면 시간 보내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희나가 힘들어 할 수도 있으니까.
심지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이공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배가 고파서라도 아마 중간에 나가지 않으려나.
“일단 더 놀다가 오래 있겠다 싶으면 보면 되지.”
희나도 언제까지 있을지 확신은 못하는 듯, 여지를 남겨두는 말을 한다.
“그래야겠다. 아, 시작하나?”
이야기 중에 시작된 퍼레이드는, 음악 소리와 함께 여기에 있는 각 놀이기구들의 컨셉에 맞게, 배우들이 차례대로 지나가며 연기를 보여주는 형식.
아직 한창 밝은 시간이라 퍼레이드가 뭔가 맛이 살진 않았지만 나름 볼만 했다. 매년 올 때마다 한 번씩은 보는데 잘 기억은 안 나도 거의 비슷한 느낌.
“저기 공주 예쁘지 않아?”
투명한 원형 감옥 안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금발의 예쁜 외국인 배우를 가리키며 희나가 말했다.
그냥 생각없이 어, 예쁘다 라고 답해주려다가 간신히 나오기 직전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가? 니가 훨씬 예쁜데.”
“그래~? ”
다행히도 정답이었던 것 같다.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다시 퍼레이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희나와 같이 잠시 멍하니 퍼레이드를 지켜보다가, 이내 공연이 끝나고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어차피 사람들 많아서 놀이 기구만 미친 듯이 타는 것도 힘든데 산책하듯 구경이나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장소에서도 변하지 않는 나의 불량식품 취향에, 한 번씩 츄러스 같은 것에 입맛을 다시자 희나가 칼같이 캐치해서 사주려고 했다.
“내가 산다니까.”
“안돼~ 자유이용권도 다 끊어줬는데, 얌전히 먹어. 알았어?”
“그건 우리 형 돈이잖아.”
“오빠는 네 가족이잖아.”
묘하게 논리가 막무가내라 이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너도 나중에 가족 될 거잖아.”
“……..”
항상 동거 같은 것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던 희나였기에, 이런 농담 겸 반격이 통하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나, 그 말에 로봇마냥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연이어 공격을 이어갔다.
“그럼 우리도 예비 가족이니까, 내가 사도 상관없지?”
“연후야.”
“인정?”
“지금… 아니, 사람 많으면 좀 그렇지? 잠깐 저기 구석으로 가자.”
아니, 인적 드문 구석엔 왜.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움직이지 않는 나를, 희나가 재촉하며 끌어당겼다.
“빨리 와!”
“갑자기 거기는 왜?”
“이쁜 말 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어?”
“이쁜 말 했는데 왜 뭔가 혼나는 분위기지.”
츄러스를 누구 돈으로 살까 하면서 시작된 거라, 냄새가 코를 자극해서 자꾸 그 쪽에 시선이 갔다.
일단 저것부터 먹고 이야기하면 안될까, 싶었는데.
“한연후, 빨리 이리 와.”
결국 그녀를 따라가서, 10분 뒤에나 다시 돌아와 츄러스를 살 수 있었다.
내 돈으로.
그리고 목에 빨간 자국이 하나 남았는데, 이건 도저히 감출 방법이 없어서 포기했다.
—
밖에 나가서 먹기는 힘들 거라는 판단하에, 돌아다니면서 군것질하듯 종류별로 사 먹었다.
아까의 츄러스, 콜팝에 이어 회오리 감자나 핫도그도 하나씩 먹고.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희나는 입도 짧고 원래 이런 것들을 잘 안 먹는 편이다. 그래서 거의 맛만 본 정도였기에 좀 걱정되긴 했다.
이따 집에 가면서 뭐라도 먹여야지.
그렇게 이것저것 먹고 난 후에는 회전바구니나 모노레일, 후렌치 레볼루션 등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놀이기구만 탔다.
과격하고 인기 있는 것들은 줄이 많이 긴 것도 있었지만, 왠지 희나가 나를 배려해서 피하는 느낌도 있었다.
내가 그런 것들을 아예 못 타는 건 아니지만, 조금 후달리기는 했다. 나는 원래 이런 놀이공원 분위기를 좋아하는 거여서.
그래도 기껏 왔는데 안 타볼 거냐는 내 말에.
“머리 망가지니까 안 타도 괜찮아~”
그러면서 여전히 산책하듯 돌아다니거나 사진을 찍는데 주력한다.
저 말이 진심인지,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나를 정말 배려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솔직히 후렌치 레볼루션도 잠깐 머리 묶고 타던데 그냥 배려해준 거겠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 뒤섞인 덕에 희나의 사진 찍기에 좀 더 열성적으로 참여해줬다.
솜사탕 키스 사진이나 돌아다니는 마스코트 인형을 붙잡고 같이 하트를 그리는 사진 등.
그런 식으로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다가, 야외에 다시금 나가서 자이로스핀이나 회전그네까지는 한 번씩 타보고.
그 후로도 여전히 사람은 많았고, 여기저기 낑겨서 놀이기구를 더 타는 것도 힘들어질 무렵, 현재 시간이 참 애매했다.
“그래도 기왕 왔는데 저녁 퍼레이드까진 보고 갈까?”
“그럴까? 그럼.. 그 전에 사진 한 장 더 찍자.”
그러면서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나를 자리에 주저앉혔다.
그리고 내 뒤쪽에서 목에 팔을 감고 몸을 붙이는 것이.
“업히려고?”
“응! 놀다가 발목을 다친 여주인공이 업힌 채로 기념 사진 찍는 게 있었거든~”
“그래?”
그 말에 수긍하고 얌전히 업을 자세를 취했다.
생각해보니 업는 건 또 처음이네. 딱히 이럴 일이 없어서.
내가 힘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나 잠깐 업는 정도는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별 거 아닌 포즈라 생각하고 있기를 잠시.
희나가 정말로 몸을 완전히 밀착시킨 덕분에 내 날개뼈 부근에 희나의 가슴 부분이 그대로 느껴졌다.
물론 희나랑 포옹도 많이 했고, 달라붙어 온 적도 많아서 이런 걸 느껴본 게 한 두번이 아니긴 하지만.
애써 머리를 비우며 그대로 희나의 허벅지 쪽에 손을 대고 몸을 일으켰다.
“…..와우.”
“무슨 일 있어? 나 무거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전혀 안 무거워.”
등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나름 익숙했는데, 내 손에서 느껴지는 그 말캉말캉한 느낌은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심지어, 스커트이기에 맨살이 그대로 내 손과 팔에 닿은 터라.
바다에 갔을 때 희나에게 선크림을 발라주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번엔 정말로 맨살과 맨손의 접촉이었으니.
내 손이 파묻히는 것 같은 그 부드러움에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희나야, 사진은?”
“잠시만~”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희나에게 말하자, 천천히 내 얼굴 앞쪽으로 폰을 들며 셀카를 찍으려는 찰나.
“흐응~”
희나가 잠시 묘한 소리를 내더니 내 볼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연후야, 업어주는데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네가 잡는 부분이 조금 아픈 것 같아.”
“어, 그래? 잠깐 내려줄까?”
내가 잘못 잡고 있나? 사람 업어줘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한 것 같은데.
“아니, 그것보다 다른 부분을 받쳐줄래?”
“다른 부분?”
지금 내가 잡고 있는 곳은 오금에 가까운 허벅지 쪽이었다. 어느 부분을 말하는 건가 싶어서 되묻자, 희나가 내 귓가에 살며시 속삭였다.
“좀 더 안쪽에.. 엉덩이 쪽을 잡아주면 괜찮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