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58)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57화(58/213)
Ep. 57
‘빼빼로 좋아해? 이거 내가 엄청 좋아해서.. 겸사겸사 몇 개 사왔는데.’
‘고마워. 그런데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빼빼로 데이니까. 재활 막 끝나서 힘들지? 내가 먹여줄게.’
병실에서 네가 와주기만을 기다리던 그 때.
빼빼로를 사들고 와 나에게 하나하나 먹여주던, 그날의 네가 아직도 선명해.
과자를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네가 사 온 빼빼로는
그 무엇보다 달콤하고 맛있었지.
—
여전히 연후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며, 그의 주변인들과도 접점을 늘려갔다.
마냥 친해지려는 것이 아닌, 내가 몰랐던 그에 대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예전의 연후는 어떤식으로 웃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나이를 먹어가며 바뀐 점은 무엇인지.
가족이 아닌 친구이기에 알 수 있는 점들도 있었으니까.
“그거 알아? 한연후 중딩 때 교생 실습 온 수학 쌤 있었는데 엄청 좋아했었던 거.”
물론 이런 예상치 못한 정보를 얻을 때도 있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연후의 반응을 보아도 아무 감정 없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여 그런 일들에 대해서도 그의 친구들과 조금 친해지며 듣게 되었다.
혹시를 대비해서 그들과도 번호를 교환하고.
어차피 연후의 위치는 어플로 항상 알 수 있으니,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연락이 안 닿을 경우에의 비상연락망이었다.
조금 과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서 걱정이 되었으니까.
또한 친구들 뿐이 아닌 정후 오빠나 윤정 언니와도 간간히 얼굴을 보게 되었다.
두 분에겐 연후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워낙 두 분 모두 연후를 좋아하시는 터라 만나게 되면 먹을 것을 사 주시는 등 여러모로 챙겨주셨다.
그리고 정후 오빠에게는 요새 너무 늦게까지 게임에 빠져 있는 연후의 감시도 부탁드렸고.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건강을 염려하는 내 마음도 조금 알아주었으면.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해줬으면 하니까.
그 예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면서.
—
그와 이번 삶에서 처음 맞이하는 빼빼로 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처음에는 직접 빼빼로를 만들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오빠의 만류가 뒤따랐다.
“니가 만든다고? 아서라, 참아.”
“별로 어렵지 않다고 쓰여 있었는데?”
“니가 하는 게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매번 미묘하다고. 요리는 포기해라.”
“으으~”
나는 항상 레시피를 준수한다. 하지만 그냥 딱 그 정도의 맛일 뿐, 맛있게 만들지 못하는 내 손을 원망하며 포기했다.
물론 맛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연후는 분명 기뻐해주긴 할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 둘이 만나서 할 게임에는 빼빼로가 무척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제 빼빼로는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래서 과자를 무척 좋아하는 그를 위해 온갖 빼빼로를 전부 사두었다. 사면서도 이런 게 있었나, 싶은 빼빼로도 많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양에 그것을 본 오빠가 기겁을 하긴 했으나, 다 먹이려는 건 아니었으니까.
[ 한연후 : 주말에 놀이공원 갈래? ]거기다 생각지도 못한 데이트 신청을 해 준 덕에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주말을 기다리게 되었다.
전에 비해 무척이나 자주,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주도해주는 모습은 점점 이전의 그와 닮아가고 있었다.
오히려 내 쪽이 조금씩, 그와 같은 나이대가 된 것 마냥 어린아이 같아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 또한 좋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와 같은 나날을 걸어갈 것이고, 이렇게 서로의 보폭이 맞아가는 거니까.
—
그를 집으로 불러 수없이 빼빼로 게임을 했다.
아니.
빼빼로 게임을 핑계로 키스를 했다.
이런 키스쯤이야 이제는 그냥도 할 수 있었지만, 모처럼 빼빼로 데이니까.
그의 입술에 묻는 초코를 핥는 척, 조금씩 더 자극적으로 스킨쉽을 이어가며.
거기에 단순한 빼빼로 게임 뿐만이 아닌, 그의 눈을 감기고 장난도 쳐 보았다.
내 손가락을 그의 입에 넣어보고.
그 다음에는 내 입술을.
그가 과자인 줄 알고 내 손가락을 혀를 사용해 빨아들일 때는 몸이 뜨거워졌고, 내 입술은 입술인 것을 눈치챘음에도 살며시 키스로 이어가주는 그의 행동에 조금 달아올라버렸다.
웃고 있어도 마음은 애달파졌을 정도로.
하지만 그가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자잘한 게임을 끝내고, 소원권으로 내밀기 위해 언니에게 빌려두었던, 만화책의 키스 장면을 하나씩 설명해주던 차에.
내 손등에 키스를 해주고.
그 다음은 눈을 감고 있는 나의 귓불을 물어주는 등.
내가 그에게 받았으면 했던 것들을 하나씩 충족시켜주었다.
딱 한 걸음 전까지만.
“고객님, 이 다음 서비스는 내일로 예정되어 있사오니..”
나를 안달나게 해놓고 얄밉게 저런 말을 하는 그에게 야속함마저 느낄 뻔 했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했으니까, 그냥 껴안고 있고 싶어서. 안돼?”
치사하게 그런 말을 해버리니 더 이상 아무런 불만을 말 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받는 키스도 좋았지만, 그가 온 몸으로 이렇게 껴안아 주는 것은 그 이상으로 좋았다.
마치 하나가 된 것 같아서.
영원히 이러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
다음 날 놀이공원으로 가는 길.
만화책에 있었던 키스 장면을 따라하기 위해 그와 전철역에서부터 같이 사진을 찍었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처음에는 많이 부끄러워하는 연후였지만.
비록 연기이긴 해도 벽에 팔을 얹고 코앞에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은, 또 한 번 반할 만큼 멋있었다.
이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치 강하게 키스를 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사진에 더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의 프로필에 나와 그의 사진을 꾸준히 업데이트 해줘야 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넘볼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지금 프사도 진짜 좋은데. 희나 너 엄청 예쁘게 나와서..”
“폰.”
“여기요.”
부끄러웠는지 프사로 하는 것을 주저하는 그에게 강압적으로 폰을 빼앗아 설정해놨다.
그가 하기 싫어하는 것은 나도 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만은 용서해줬으면 했다.
혹여라도 누군가 연후에게 눈길을 주지 않을까,라는 상상마저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니까.
놀이공원에 도착한 다음에도 둘이서 사진을 찍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강아지 귀를 쓴 채 내 옆에서 어설픈 윙크를 하는 연후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고.
높은 곳을 무서워해서 기구에 탔을 때 은근히 안절부절해 하는 네 모습도 나에겐 그저 사랑스러울 따름이었다.
네가 높은 곳을 무서워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놀이공원을 무척 좋아하던 너였으니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겠지.
나 역시 마찬가지고.
“무서우면 그냥 나만 봐.”
무섭지 않더라도 그저 나만 봐줬으면 해.
네 눈에는 오로지 나만이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어.
“응? 연후야, 왜…..”
“으읍…하아.. 연후야.. 나 더 세게 안아줘..”
조금 안정된 뒤 사진을 찍고 나서, 나를 강하게 껴안고 키스해 주는 지금처럼.
나만을 원해 줘.
“저기 공주 예쁘지 않아?”
“그런가? 니가 훨씬 예쁜데.”
빈 말이라도 좋아.
퍼레이드 중에 했던 내 물음에 대한 답처럼, 항상 그렇게만 대답해 줘.
“너도 나중에 가족 될 거잖아.”
그래도, 자각 없이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참아줬으면 좋겠어.
너무나 기분 좋고 예쁜 말이지만, 내가 참을 수 없어지니까.
—
무서워 할 지도 모르는 그를 배려해 타기 쉬운 것들을 골라 가며 돌아다녔다.
연후가 군것질을 좋아해서 주변에 파는 것들을 하나씩 같이 사먹기도 하고.
이런 음식들은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그와 함께 먹는 거라면 나 역시 좋았다.
그리고 저녁 퍼레이드까지는 시간이 조금 붕 떴기에, 그 사이에 또 하나의 만화책 컨셉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에게 업힌 채로 찍는 사진을.
내 말에 대수롭지 않게 자리에 앉아 내게 등을 내민다. 혹시 무거워하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을 밀어둔 채 그의 등에 몸을 얹혓다.
쌀쌀한 날씨와는 반대로, 그의 따뜻한 등이 너무 편안해서 잠이 들 것만 같았다.
이윽고 그가 내 다리를 붙잡아주며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와우”
“무슨 일 있어? 나 무거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전혀 안 무거워.”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의 말에 안도했다. 나를 업어주는 그의 자세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내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손길에 갑작스레 음습한 마음이 내 가슴을 잠식했다.
내가 떨어지지 않도록 내 허벅지를 강하게 붙잡은 이 손이, 조금 다른 부분을 잡아줬으면.
“연후야, 업어주는데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네가 잡는 부분이 조금 아픈 것 같아.”
“어, 그래? 잠깐 내려줄까?”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말했다.
“아니, 그것보다 다른 부분을 받쳐줄래?”
“좀 더 안쪽에.. 엉덩이 쪽을 잡아주면 괜찮을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말하면서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항상 더 많은 스킨쉽을 바랐어도 막상 실제로 그랬던 적은 드물었기에. 마치 바닷가에서 부탁했던 그 때처럼.
내 말에 잠시 멈칫한 연후가, 이윽고 내 엉덩이 쪽에 손을 두었을 때.
“아응..”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나와버렸다. 그의 따뜻한 손이 기분 좋으면서도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속옷에 손이 닿았어, 창피해.
내가 너무 노골적이었을까?
나를 변태 같다고 여기지는 않겠지?
살집이 많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한순간에 머릿속을 헤집은 그런 불안들에도 불구하고, 곧이어 내 입이 멋대로 열려버렸다.
“좀 더..”
“더 꽉 잡아줘도 되는데..”
모든 창피함을 무시한 채, 그대로 내 본심이 드러나버렸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연후가 버티지 못해서 사진만 찍은 후 금방 나를 내려놔주긴 했지만.
그가 어떻게 생각했을까-하는 마음에 그의 팔을 주물러주며 슬며시 얼굴을 보니, 어딘가 아쉬워 보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에 연후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음을 깨닫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그에게 속삭였다.
“만지고 싶으면, 언제든 또 만져도 돼.”
“여기도, 다 연후 네 꺼니까.”
전부 네 거니까.
물론 조금 부끄러울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언제든. 네가 원한다면.
원해줬으면.
—
놀이공원에서 떠나기 전, 마지막 저녁 퍼레이드와 레이저쇼를 함께 구경하며.
갑작스레 내 볼을 귀엽게 무는 그와 한 장 더 사진을 찍고.
“내년..은 힘드려나. 내후년엔, 더 큰 곳으로 가자. 관람차 있는 곳으로.”
“해외?”
“그것도 좋고.”
“그럼 디즈니 랜드로 갈까? 나 꼭 가보고 싶었는데.”
“접수! 그럼 다음에 갈 놀이공원은 거기로!”
다음을 기약했다.
후에, 우리가 아이의 틀을 벗어났을 때.
내가, 그리고 네가 아쉬워했던 그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을 때.
다시 둘만의 여행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