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81)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80화(81/213)
Ep. 80
“응? 연후야.”
내 대답을 재촉하는 그녀에게, 섣불리 말을 내뱉지 않고 재빠르게 머릿속을 정리했다. 외로움 외에도 여자 직원들이 많았던 것을 걱정했던 희나이니만큼, 그 부분을 조심해서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그 분들이랑 딱히 별 얘기도 안 했던 것을 희성이 형이 같이 증언해주면 완벽─
“데이트 즐겁게 해라. 난 약속이 있어서 이만.”
배신자!!
희나의 분위기를 확인하자마자, 일말의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려버리는 희성이 형에게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하지만, 그렇게 떠나가는 형의 뒤로 희나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오빠는 이따 집에서 다시 얘기해.”
“나한테 왜 그러냐…”
결국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가버렸다. 그 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희나에게, 웃으며 커피를 내밀었다.
“희나야, 목마르지? 내가 너 커피 받아왔어.”
“정말? 고마워~”
기쁘게 아메리카노를 받아든다. 그 모습에 스리슬쩍 넘어가나 싶었지만.
“그래서? 어땠어?”
곧바로 이어지는 물음에 어물쩍 넘어가는 건 포기했다. 제대로 대답해 주기 전까진 봐주지 않겠군.
“별로 얘기를 안 해서 잘 모르겠는데. 점장님은 친절하시더라. 다른 두 분도 착해 보였고.”
침착하게,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과 그저 친절했음을 강조했다. 외모나 다른 부분들은 언급하지 않고. 그런 내 말에 잠시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보더니, 이내 웃음을 띄운다.
“그래? 다행이네. 알바는 일이 힘든 것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중요하니까.”
“그런가? 하긴, 그럴지도. 나도 윤성이네서 알바 할 때 걔랑 같이 해서 할만 했던 거니까.”
다른 사람이랑 했으면 못 버텼을 거다. 거긴 지옥이야.
아무튼 다행히 그 이상 집요하게 추궁하는 건 없었다. 솔직히 거기 직원 누나들이랑 별 얘기 안 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했고.
잠시간의 대담이 끝나고 나서, 희나가 바로 내 팔에 팔짱을 끼고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여기 아메 맛있으니까 너 일하면 나도 자주 와야겠다.”
“그러고 보니 너 기억하시더라? 몇 번 갔었다며.”
“응. 오빠 일할 때 두,세 번쯤. 오빠가 뭐 놓고 간 적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며 거리를 거닐었다. 오늘 형이랑 같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이후에 뭘 할지 정해진 것은 없었고, 나는 기왕 온 김에 여기서 희나 자취방까지 한 번 가 볼 생각이었다. 전철에서 길 검색도 해봤고, 가는 길도 복잡하지 않아서 헤맬 일도 없었다.
희나도 내가 그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행선지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었다.
다만.
“연후야, 앞으로 우리 프사는 키스하는 사진으로 해줘. 무조건.”
“나 지금 프사 마음에 드는데.”
“으응~ 바꿔주면 안 돼?”
“음…”
안 될 건 없지만. 희나가 애교를 부리며 부탁하기에 잠시 고민했다. 아마 카페 누나들 때문에 걱정돼서 그러는 것 같은데.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해줘도 듣지 않을 거고.
지금 내 프로필은 희나와 나란히 앉아서 같이 카메라를 향해 윙크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희나가 메인이고, 나는 그 뒤쪽에 살짝 나와 있는 느낌. 이 프사로 해 놓은지 벌써 반 년쯤 됐다.
왜 이걸로 이리도 오래 설정해 놨냐면.
“근데 네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이거 때문에 톡 킬 때마다 기분 좋거든.”
“…흐힣, 그래?”
“응. 진심으로.”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이거로 바꾼 후부터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아서 신경 쓰지 않은 것도 있지만, 오른쪽 눈을 윙크하고 있는 희나가 진짜 무진장 귀여워서 건드리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내 여자친구를 자랑하고 싶기도 했고.
그 뒤로 보이는 내 윙크가 거슬려서 아예 편집해버리고 싶었지만, 그건 또 희나가 안 된다고 해서.
내 돌직구에 그녀 특유의 푼수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니 뭔가 미션을 클리어 한 느낌이다. 희나는 의외로 반응이 솔직해서, 저 웃음이 나왔으면 진짜 무진장 기쁘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 예전에 그녀가 듣고 좋아했던 말을 조금 더해주면.
“응. 진짜 왜 이렇게 예뻐? 면접 보면서도 너 생각만 나서 큰일 날 뻔했잖아.”
“그래~? 후후, 그럼 안되지~ 면접 때 딴 생각하고 있으면!”
마치 혼내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녀의 풀린 얼굴과 어조를 보면 내 말에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인 것이 보였다. 요샌 단순하게 칭찬해 주거나 스킨쉽 해주는 걸로는 쉽게 넘어오지 않는 희나였기에, 이렇게까지 좋아해주면 나까지 기뻐진다.
하여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팔짱을 푼 다음 희나의 허리를 잡으며 내 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이끌려 온 희나의 입술에 짧게 키스해줬다.
“이대로 집에 데려가고 싶네, 정말.”
마지막으로 그런 말과 함께,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한 번 쓸어주면 퍼펙트─
“연후야, 저리로 가자.”
“응?”
내 품에 안겨서 행복한 얼굴로 키스를 받던 희나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손을 잡고 인적 드문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려고?”
“사람 없는 곳. 빨리 와!”
붉어진 얼굴로 강하게 나를 잡아당기는 그녀에게 그대로 이끌려갔다.
음, 너무 불 붙였나?
—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골목길을 벗어나 다시 대로로 돌아왔다. 그 30분간 있었던 격렬한 키스에, 나는 숨이 차서 헉헉 대고 있었고, 희나는 햇빛보다 더 밝게 빛나는 얼굴로 싱글벙글 웃음을 흘렸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자꾸 입술을 붙여와서, 정말 질식사 하는 줄 알았다.
길가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난 후에, 희나의 손을 잡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너 방 주변에 뭐 있는지 한 번 돌아보자. 이제 여기도 우리 산책 루트니까.”
“응!”
그렇게 둘이서 근방을 산책했다. 희나의 자취방에서 대학을 가는 길부터 시작해서, 가까운 곳에 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편의점은 어디 있는지. 그 외에도 산책하다가 잠시 다리를 쉴 놀이터 등이 있는 지도.
대학 근처인 만큼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이 많았지만, 아직 개강까지 시간이 남아서 그런지 동네가 굉장히 한산했다. 물론 희나의 방 근처는 월세가 비쌀 듯한 오피스텔이 주를 이뤄서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지만. 더 멀리까지도 가 보니 대학가답게 술집 등의 유흥 거리는 많이 있었다.
근데 나는 희나랑 이 근처에서 술집에 갈 일이 있으려나. 마셔도 희나 방에서 둘이 마실 것 같은데. 희나도 그걸 더 좋아할 테고.
아무튼 여기저기를 쏘다니면서 주변 지리를 눈에 익혀뒀다. 자주 오기도 할 테고, 엄마의 말처럼 며칠을 지내거나 혹은 동거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한 바퀴를 빙 돌아서 다시 희나의 방 근처로 돌아왔다. 또 집 구경을 하고 싶긴 했지만, 오늘은 한창 공사중이라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오피스텔의 옆 건물의 벽에 기대서, 방 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서로 말 없이 그러고 있기를 십 여분 정도 지났을까. 문득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가까이 살던 희나가, 조금 떨어져 살게 될 날이 이제 곧이었다. 그래봐야 한 10~15분 차이지만.
“며칠 안 남았네.”
“응…”
헌데, 한창 돌아다닐 때까지만 해도 기운찼던 희나의 목소리가 갑자기 풀이 죽어 있었다. 그에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보니, 눈썹이 추욱 내려가 있는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왜 그래? 힘들어? 돌아갈까?”
그녀의 몸을 걱정하여 그렇게 말했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그러고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더니, 천천히 입을 연다.
“개강하면… 나는 대학 가고, 너는 집에서 공부하면서 알바하고. 그러면… 그래도 자주 보겠지만, 볼 수 없는 시간도 많겠지?”
“뭐, 어쩔 수 없이 그럴 때도 있겠지. 고등학교 다닐 때처럼.”
“응… 아까도 잠깐 카페 근처 돌아다니다가, 네가 가까이 있는데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들이킨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뒷말을 기다려 주었다. 희나는 울적한 얼굴로 오피스텔을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냥, 역시 외로웠어. 그래도 너랑 데이트 하면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공사하는 거 보고 있으니까 다시 떠올라서…”
그리고 나서 입을 꼭 다문다. 그 후에 말없이 내 팔을 붙잡는 것이 느껴질 즈음, 그제서야 나도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매일 보고 싶어?”
“내 주머니 속에 넣어서 다니고 싶어.”
그 정도인가.
사실 지금 만나는 빈도도, 언젠가 윤정 누나가 벌써 이렇게 자주 보면, 오래 만나기 힘들 수 있다고 걱정스레 말해 준 적이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거의 2년 가까이를 이래왔는데.
하지만 아직까지 희나는 물론이고, 나도 희나와 만나는 것이 질리는 일은 전혀 없었다. 가끔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싶을 때가 있긴 했지만, 그것도 가끔이지 그녀와 데이트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만나기 전에는 항상 기대감으로 두근거리고, 만나고 나면 행복하고.
어떨 땐 서로를 놀리기도 하고, 과할 정도로 스킨쉽도 많을 때도 있지만. 나에게 이렇게까지 한가득 사랑을 주는 그녀를, 어찌 질려 할 수 있을까. 그녀의 사랑을, 마음의 크기를 느낄 때면, 나도 그만큼 주고 싶다고 생각할 뿐.
그럼에도 외로움을 느껴버리는 그녀를, 어떤 말을 해야 안심 시켜줄 수 있으려나. 아마 힘들겠지.
그러니, 구구절절한 말보다는.
나는 몸을 돌려 희나의 양 팔뚝을 잡고, 그녀를 내 앞으로 오게 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내 입술 위에 올렸다.
-툭툭
언젠가, 희나가 데이트의 규칙으로 했던 키스 신호. 그 이후로도 이렇게 가끔씩 써먹는 우리 사이의 룰.
그걸 보자마자 그녀가 반사적으로 뒤꿈치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쪽
짧은 버드 키스를 하고 입술을 떨어뜨린 그녀에게, 이번엔 내 쪽에서 한 번 더 키스를 해 주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중에 외로움보다 키스 생각이 더 나도록,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이 키스해 줄게. 그걸로 참아줄 수 있을까?”
그런 내 말에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희나도 미소를 머금고 답해주었다.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오늘 너 못 돌아갈 줄 알아.”
“누가 먼저 지치나 내기 할까?”
“아까도 힘들어 했으면서!”
“숨 쉴 시간은 주라…”
“흐후훟, 그럼 돌아가자! 내 방에서 해!”
조금 전의 모습은 어디 갔는지, 금세 밝게 웃으며 내 팔을 잡아 당긴다. 물론 이런다고 희나가 느낄 외로움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을 것이고, 이것이 정답은 아닐 지 모르지만. 사실 정답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겠지.
그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희나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니까.
게다가 며칠 뒤면, 키스보다도 훨씬 더 서로를 깊게 느낄 수 있을 만한 것을 할 것이고. 그러고 나면 설마 지금보다 더 심해지진 않겠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