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friend Is Very Good to Me RAW novel - Chapter (99)
여자친구님이 너무 잘해줌-98화(99/213)
Ep. 98
욕실에 들어섰을 땐 둘 다 완전한 나신이었다. 적당히 물을 묻힌 후, 하나의 샤워볼을 가지고 번갈아가며 서로를 씻겨주었다. 더 이상 돌아오는 길에 했던 이야기들은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물기에 젖은 희나의 알몸을 눈앞에 두고 그런 걸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결국 방에 돌아갈 때까지 참지 못하고 그 상태로 바로 일을 치렀다.
물론 평소처럼 희나가 쓰러질 때까지 한 것은 아니었다. 강한 흥분에 휩싸이면서도, 어디까지나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는 게 우선이었음을 잊지 않고.
하여 천천히, 또 느긋하게. 희나가 바라는 대로 그녀가 좋아하는 곳들을 건드려주면서.
그렇게 한바탕하고 난 후에는 작은 반신욕조에 들어갔다. 둘이 들어가기엔 크기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희나가 내 위에 겹쳐 앉으면 같이 못 들어갈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가슴께까지 차올라 있는 따뜻한 온수에 살짝 몸이 노곤해지는 것을 느끼며, 희나를 뒤에서 끌어안아 주었다. 핀 포인트로 손대는 것은 안되지만 이렇게 끌어안아 줄 때는 만져도 괜찮은, 그녀의 배에 양 손을 올린 채로.
희나의 보드라운 살결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희나야, 기분 좋아?”
“으응…좋아. 조금만 더 세게 안아줘.”
“오케이.”
그 요청에 따라 팔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내 하반신과 희나의 엉덩이가 더 강하게 맞닿아서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아무튼 녹아내리는 희나의 목소리를 들으니, 슬슬 다시 그 화제를 꺼내도 될 것 같았다. 그냥 묻어버리기엔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서. 주에 세 번씩 희나의 망상 스토리를 들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직설적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다. 슬며시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형태로.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어?”
“그건 항상 알고 있었어…”
“그래? 내가 다른 여자들한테 관심 없는 것도 알고 있지?”
“그렇지만…”
잠시 말끝을 흐리던 희나가 젖은 뒷머리를 내 가슴에 대며 말을 잇는다.
“여자들이 너한테 그렇게 말 거는 걸 보면…질투가 나서… 미안해.”
좋아, 이 정도면 됐다. 희나의 입에서 ‘미안해’가 나왔다는 것은, 좀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였다.
근데 그건 그거고, 질투에 대해 희나가 그런 말을 하는 것에 살짝 어이가 없었다.
“질투는 오히려 내가 맨날 하거든?”
“네가?”
그녀가 놀란 듯 반문한다. 희나의 이 반응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질투가 좀 나더라도 그게 희나에게 투정을 부릴 정도는 아니었고, 남자로서 허세를 담아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으니까.
친구들에게 말했듯이 희나의 마음을 의심하진 않는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의심하는 게 미안할 정도이니. 하지만 그게 내가 질투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다른 남자들이 희나에게 묘한 눈길을 줄 때, 우월감과 함께 조금의 질투심도 생겨버리니까.
그리고 그건 희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 같은 일이 생긴 것일 테고. 차이가 있다면 나는 내 마음을 숨겼고, 희나는 드러냈을 뿐이었다.
“당연하지. 누가 너한테 번호 따려고 말 걸 때도, 그냥 길 물어보려고 말 거는 것만 봐도 얼마나 거슬리는데.”
“정말? 평소엔 그런 말 안 했잖아.”
“그야…그런 거 일일이 말하면 속 좁아 보일까 봐 말 안 했지.”
이런 속마음을 솔직히 말하는 것은 조금 창피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솔직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더라도, 말을 해줌으로써 더욱 안심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니까.
“너 대학에서도 누가 작업 걸까 봐 걱정된다니까.”
“나 그런 거 절대 상대 안 해주는데!”
“알아. 그래도 불안해지거든. 무슨 느낌인지 알지?”
“…응.”
알 것이다. 아마 조금 전까지 희나가 느끼던 게 그런 것일 테니.
주고받는 대화에, 자신이 했던 행동이 지금에서야 부끄러웠는지 조금 의기소침해져 살짝 움츠러든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목에 입을 붙이며 부드럽게 키스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지막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런 말 해도 가끔 걱정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난 너 뿐이니까.”
“나도… 너 뿐이야.”
“알아. 사랑해, 희나야.”
“내가 훨씬 더 사랑해.”
언제나 서로에게 들려주는, 또 한 번의 사랑 고백을 하며 고개를 돌린 희나와 입술을 겹쳤다. 동시에 희나의 눈매가 서서히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역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어.”
“나를?”
“응. 항상 나만 볼 수 있게.”
“괜찮은데? 근데 나도 너 작게 만들어서 나만 보고 싶은데, 그건 어떡해?”
“흐후훟… 그러게?”
-첨벙!
내 말에 환히 웃음 짓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안겨온다. 동시에 욕조에 차 있던 물이 바깥으로 흘러 넘치면서, 시선 아래로 희나의 등부터 엉덩이까지 가리는 것 없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눈에 들어오니 또 참기가 힘들어졌다.
이 정도면 희나 멘탈 케어도 잘 해준 것 같고, 슬슬 괜찮겠지.
나는 내 목을 껴안고 있는 희나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아래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침대 갈 때까지 못 버틸 것 같은데, 가기 전에 한 번만 부탁해도 돼?”
“응!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
그 말과 함께 희나의 고개가 아래로 향했다.
음, 이제 알바할 때마다 와서 또 그렇게 보고 있진 않겠지? 사실 나야 괜찮지만 지아 누나한테 좀 민폐일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를 위해 열심히 봉사해 주는 희나를 위해 밤을 불태웠다.
—
그 후로.
희나가 카페를 찾아오지 않았냐고 하면, 그렇진 않았다. 내가 알바를 하러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따라와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바 근처 좌석을 점거했다.
물론 첫날처럼 나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자리에서 노트북을 키고 공부나 학교 과제를 하는 것 같았다. 뭐, 이 정도야 귀엽기도 하고 말리기도 뭐해서.
노트북은 어디서 났냐고 물어봤더니 희성이 형 것을 뺏어왔다고 한다. 그에 희성이 형이 조금 불쌍하긴 했지만, 그 형이야 분명 자기 것을 다 뺏는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희나가 쓰기 편하게 포멧까지 해줬을 것이다. 내 양 손목을 걸고 장담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주에 세 번씩, 몇 주째 알바를 하러 오면서 지아 누나와도 점점 친해지게 되었다. 내 시간대에는 나와 지아 누나, 그리고 점장님밖에 없는데, 점장님은 바쁠 때를 제외하곤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둘만 있다 보면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여 점점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은 포기하고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 거라던가, 채아 누나와는 자주 붙어 다닌다는 것 등.
그러다가 오늘에 와서는 조금 더 깊은 속내까지 살짝 듣게 되었다.
“사실, 조금 불편하긴 해.”
“어? 희나가요?”
“응.”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런 티나 분위기도 전혀 내지 않았고, 오히려 가끔 희나 먹으라고 디저트도 챙겨줬었는데. 게다가 희나는 첫날을 제외하곤 여기에 와서 대부분 공부에 전념했기 때문에 접점이 많지도 않았다.
“혹시 마음에 안 드는 점이라도…”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개인적인 이유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나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말에 살짝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이유를 더 추궁해볼 생각이었는데.
-딸랑
“나 왔어! 여누연후 안녕!”
“안녕하세요, 누나.”
“손님 있으니까 소란 피우지 마.”
“에이~ 아! 희나 오늘도 왔네? 희나도 안녕~”
“안녕하세요.”
채아 누나가 찾아왔다. 이 누나도 지아 누나를 만나러 자주 들리기 때문에 어느 순간 겸사겸사 말도 트게 되었다. 윤정 누나랑 비슷한 타입이라 친해지기 쉬운 것도 있었고.
근데 이 누나는 희나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희나 얼굴이 자기 워너비라나?
희나는 그냥 별 생각 없는지 적당히 상대해 주는 것 같았지만. 채아 누나는 우리쪽엔 대충 인사만 던지고 바로 희나의 근처에서 조잘조잘 떠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참 활기찬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들린 김에, 연습도 할 겸 채아 누나 몫의 커피는 내가 내려보면 안 되겠냐고 지아 누나에게 말하려 했는데.
“……”
누나는 눈쌀을 찌푸린 채 둘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나보다는, 오히려 채아 누나 쪽을.
그리고 그걸 보는 순간 직감했다. 희나를 거북해 하는 이유가 채아 누나 때문이라는 것을. 요새 오기만 하면 희나에게 집적거리고 있으니 친구를 뺏긴 기분 같은 게 아닐까.
눈치껏 알게 된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희나를 싫어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하여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지아 누나에게 말했다.
“누나, 채아 누나 커피는 내가 내려봐도 돼요?”
“해볼래? 세 번 해봐. 내리면 이 컵에 붓고.”
“네? 그럼 샷이 여섯 개…”
“이럴 때 연습 해야지. 세 번 내려.”
“넵.”
입을 삐죽이면서 말하는 것이, 채아 누나의 입에 폭탄을 투하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야 내가 마시는 거 아니니까 뭐.
아무튼 그런 식으로, 재수 공부와 병행하는 카페 알바는 별다른 문제 없이 나름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었다.
—
희나의 개강과 내 아르바이트가 시작된 3월.
집에서 알콩달콩한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각자의 할 일도 허투루 하지 않으면서 지내는 날들. 초중순 쯤에는 조금 쫄려서 임신 테스트기도 사왔었는데, 다행히 희나 뱃속에 아기가 들어서진 않았다. 그때 희나의 아쉬워하는 얼굴이란.
개강 후에 희나는 딱히 대학 생활을 즐기는 것 없이 고학점을 노리는 데만 전념했다. 가끔 조별 과제라는 것 때문에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어찌어찌 잘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희나의 존재와 카페 알바가 휴식처가 되어줌으로써 편안히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쏜살처럼 지나가는 시간에, 어느덧 5월.
나와 희나가 만난 지 2년째 되는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