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usband Was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RAW novel - Chapter (180)
남편이 마탑주였다 33.(180/181)
33.
옆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왔다.
누군가가 노크를 해서 문을 열어 주었더니, 한참 작은 어린아이 둘이 우물쭈물하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둘 중 언니로 보이는 쪽이 용기 내어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 인사에 뭐라고 대답해주기도 전, 그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불쑥 내밀었다.
그건 갓 구워진 것처럼 보이는 쿠키들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쿠키 바구니를 받아 들자, 그 아이는 다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는 옆집에 새로 이사 왔어요! 저는 소피아고, 얘는 샐리라고 해요!”
“안녕, 소피아. 그리고 샐리. 이 쿠키는 부모님께서 가져다주라고 하신 거니?”
“네, 지금 이웃분들께 전부 나눠드리고 있어요!”
“초코 쿠키예요. 맛있으니까 꼭 드셔보세요…….”
언니의 옷자락을 꼭 잡고 뒤에 숨어있던 동생이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몸을 숙여 그 아이들과 시선을 맞춘 뒤, 살짝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쿠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리고 혹시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줄래?”
“어…… 네!”
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을 잠시 기다리게 하고, 주방에서 사탕 몇 개를 챙겼다. 다시 돌아와 아이들의 손에 사탕을 쥐여 주니, 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에이라고 해. 이건 쿠키에 대한 답례품이야. 포도 맛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각각 사탕을 몇 알 줬을 뿐인데, 아이들의 눈은 금세 착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쿠키 잘 먹겠다는 인사를 전한 뒤 아이들을 보냈고, 바구니를 돌려주기 위해 옆집에 들르는 등 새 이웃과 얼굴을 익혔다.
사탕을 준 뒤로 소피아는 종종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한창 수다를 떨고 갈 때가 많았고, 가끔은 샐리도 데려와 함께 간식을 얻어먹고 가곤 했다.
소피아네 집에는 우리 집보다 크기가 작은 마당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인지 우리 집 마당을 부러워하는 것 같기에 친구들을 데려와 놀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줬다. 소피아는 정말 그래도 되냐며 신나 했고, 그 이후로 우리 집 뒷마당은 아이들로 북적이는 시간이 생기게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소피아와 그 친구들이 뒷마당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나는 단테가 오기 전에 낮잠이나 자둘까 시간을 가늠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크 소리마저도 자그마하고 낮은 곳에서 들려오기에, 문을 열기도 전에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문을 열어주자, 아니나 다를까 소피아의 동생 샐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활달한 소피아와 달리 낯을 많이 가리는 샐리는 우리 집에 혼자 오는 일이 없었다. 내가 시선을 맞춰주며 무슨 일이냐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던 샐리는 자신의 품에서 공책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학교 숙제인데요…….”
“응.”
“주변 사람들을 매일매일 관찰하고 일기처럼 써오라고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그래서 혹시…….”
아이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머지 말을 기다려주자, 곧 용기를 짜낸 샐리가 아까보다는 커진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언니도 이 관찰 일지에 써도 괜찮을까요?”
“아. 나도 그 일지에 써주는 거야?”
“네……. 언니가 된다고 하면 쓰고 싶어요.”
그냥 말을 안 하고 썼어도 나는 몰랐을 텐데, 일부러 허락까지 받으러 온 마음씨가 기특했다. 나는 샐리의 볼을 잠시 쓰다듬어주고, 당연히 해도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나 말고 내 남편도 마음대로 관찰해도 돼. 혹시 관찰하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마음껏 물어봐도 되고.”
“정말요? 감사합니다……. 헤헤.”
긴장이 풀린 얼굴로 웃는 샐리에게 늘 그랬듯 간식거리를 쥐여 주고, 관찰 일지는 오늘부터 쓰는 거냐며 물어보았다. 샐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은 내가 관찰 일지를 허락해준 내용을 쓸 거라고 이야기했다.
어쩐지 옆집에 어린아이들이 살게 된 이후부터 일상이 더욱 평화롭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 * *
S1.
[ xxx년 x월 x일 ]엄마, 아빠, 언니 다음으로 관찰할 사람은 옆집 언니입니다. 옆집 언니의 이름은 에이인데, 글자 A가 자기 이름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 설명을 듣고 에이 언니가 이름을 알려주기 싫구나 했는데, 우리 언니가 말하기를 세상에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이름이 당근인 강아지도 본 적 있다면서.
그 강아지는 색깔이 주황색일 것 같습니다.
[ xxx년 x월 x일 ]에이 언니는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 길이는 저와 비슷하게 단발머리인데, 머리를 열심히 기르고 있는 저와 달리 언니는 늘 똑같은 머리 길이입니다. 언니는 머리가 긴 것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쉬운 일입니다.
저번에 이 말을 언니한테 했다가 마구 쓰다듬어졌는데, 갑자기 어느 날 언니가 정말로 긴 머리로 나타나서 놀랐습니다.
언니가 하는 말로는 언니 남편이 마법사인데, 제가 하는 말을 듣고 하루 종일 언니를 졸랐다고 합니다. 머리 길이 정도는 자신이 마법으로 길어지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언니 남편이 마법사라는 것도, 그리고 마법사는 머리를 길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는데 언니는 엄청나게 질린다는 얼굴이었습니다. 마법으로 뭐든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뭐든 하자고 조른다는 말과 같다고 언니가 설명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머리가 긴 모습도 잘 어울렸습니다. 제가 마법사였어도 언니의 머리를 길어지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언니의 머리카락은 하루 만에 돌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언니의 단발머리도 좋아합니다.
[ xxx년 x월 x일 ]엄마가 음식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옆집에 가져다주라고 해서, 오늘 점심에 바구니를 들고 옆집을 찾아갔습니다.
당연히 평소처럼 에이 언니가 나올 줄 알았는데, 오늘 문을 열어준 건 에이 언니가 아니라 에이 언니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동안 이름이랑 어떻게 생긴 건지만 들었지, 직접 본 건 처음이라서 저도 모르게 바구니를 두고 도망쳤습니다.
집도 지나쳐서 뛰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갑자기 몸이 공중에 뜨면서 무언가가 저를 들어 올렸습니다. 깜짝 놀라서 발버둥을 쳤는데, 순식간에 몸이 똑바로 세워졌습니다.
마치 바람이 저를 도와준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누가 절 세워주었는지 보기 위해 이쪽저쪽을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에이 언니의 남편이 나타났습니다.
그제야 언니 남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제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잘생긴 얼굴이었습니다. 우리 언니가 에이 언니는 대단한 사람이라며 뭐라 할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지금 보니까 에이 언니는 대단한 사람이 맞습니다.
에이 언니 남편, 그러니까 단테 오빠는 저에게 조심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저를 번쩍 들어 올려서 집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동안 제 키가 많이 자라서 아빠도 저를 오랫동안 들지 못하는데, 그 오빠는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니가 자기 남편은 마법사라고 했었습니다. 마법사들은 원래 힘도 센 걸까요?
그리고 아까 저를 붙잡아주었던 건 단테 오빠의 마법이었던 걸까요? 정말 신기합니다.
[ xxx년 x월 x일 ]며칠 동안 그때 넘어질 뻔한 저를 잡아주었던 바람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그 오빠는 키도 크고, 너무 잘생긴 탓에 말을 걸기 힘들어서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오늘, 단테 오빠 대신 에이 언니에게 가서 마법에 관해 물어보니 보고 싶은 마법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놀라서 언니도 마법사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단테 오빠가 일찍 돌아오는 날이니, 보고 싶은 게 있다면 단테 오빠를 시켜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사실 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어디까지 말해도 좋을지 몰랐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며 아무 말도 못 하자, 언니가 그럼 일단 언니 집에 들어와서 같이 단테 오빠를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에이 언니네 집 뒷마당에는 우리 언니가 놀고 있었는데, 제가 찾아왔다며 에이 언니가 우리 언니를 불러주었습니다.
그때 우리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를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언니. 언니는 에이 언니랑 결혼한 사람이 마법사라는 거 알고 있었어?”
“응! 저번에 우리가 미끄럼틀 타고 싶다고 하니까 마법으로 미끄럼틀도 만들어주셨는데? 너도 타러 갈래?”
“언, 언니가 자꾸 그러니까 엄마가 에이 언니한테 뭘 많이 갖다 주려고 하는 거야…….”
“하여튼 단테 오빠가 마법사라는 건 왜? 단테 오빠한테 마법 써달라고 하려고?”
“……응. 너무 신기해서 한번 보고 싶어.”
“그럼 너도 바다 보여 달라고 해, 바다! 그러면 나도 같이 볼래.”
언니는 이미 단테 오빠에게 여러 번 무언가를 부탁했던 모양입니다. 너무 활발해서 언제나 집에서 사고뭉치 취급을 받는 언니지만, 저 대신 무슨 마법을 써달라고 부탁할지 생각해준 언니가 오늘만큼은 고마웠습니다.
저희는 에이 언니가 준 주스를 나란히 마시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단테 오빠를 기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