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rd who is being prudent! RAW novel - Chapter (183)
현질하는 영주님!-183화(183/322)
§ 183화 – 추적
엘란두르의 장부에 적혀있는 소렌이라는 이름.
아멜리아의 말이 사실이라면 소렌은 브라헤 상단의 자금을 들고 도망간 주동자였다.
쉽게 말해 브라헤 상단을 몰락시킨 장본인.
그런 소렌의 이름이, 다른 곳도 아닌 엘란두르의 장부에 적혀있었다.
하지만 그 소렌이 여기 장부에 적혀있는 소렌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이름일 수도 있었으니까.
한 마디로 동명이인.
물론 소렌이라는 이름이 흔하지는 않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여러모로 의심을 하기엔 더없이 충분한 상황이었다.
“어, 어떻게···.”
아멜리아는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 잠시만··· 잠시만 혼자··· 있어도 괜찮을까요.”
이어진 아멜리아의 말에 시안은 잠시 고민했다.
아멜리아를 혼자 두어도 되는 걸까.
위로라도 해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시안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아멜리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을 터였으니까.
물론 비자금 추적을 위해 엘란두르의 장부를 필사해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적잖은 충격으로 떨리는 아멜리아의 두 눈.
지금 저 상태로는 무얼 해도 손에 잡히지 않으리라.
비자금이든 뭐든.
일단 아멜리아가 진정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해서 시안은 잠시 아멜리아가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자 ‘쓸어담아 상단 Lv.1’의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시안.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솔직히 시안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건물 밖으로 나온 시안은 곧장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화면 위로 떠올라 있는 퀘스트 알림창.
『[영지 퀘스트] – ‘저 엘란두르, 순 나쁜새끼에요!’』
새로이 떠오른 영지 퀘스트의 내용은 단순했다.
다름 아닌 엘란두르가 샤를롯의 검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브라헤 상단의 몰락에 관여했다는 것.
여러 정황상 대충 짐작할 수 있는사실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짐작’에 지나지 않았었다.
확실하지 않은 추측.
그러나 스마트 폰 화면 위에는 그 추측들이 영지 퀘스트로 떠올라 있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진짜··· 엘란두르가 저지른 일들이라고?”
저 짐작이 모두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모바일 영주는 거짓을 기반으로 퀘스트를 주지 않는다.
시안이 진실에 접근하고 나서야 그 퀘스트가 발동되는 형식일 뿐.
퀘스트 자체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되려 진실을 기반으로 혼란을 줄 뿐이지.
어쨌거나, 저 두 가지 이야기는 분명한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을 살펴보면 엘란두르가 감춘 진실은 저것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이보다 더 추악한 진실이 장막 속에 숨어있을지도 몰라요!》
모바일 영주는 분명 이렇게 말했었으니까.
그야말로 파면 팔수록 괴담만 나오는 엘란두르.
지금은 엘란두르가 아니긴 하다만···.
그래도 시안의 핏줄에 엘란두르의 피가 흐르는 건 사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시안은 괜시리 낯부끄러워지는 심정이었다.
시안은 그렇게 멍하니 떠오른 퀘스트 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DLC는 또 뭔데.”
자연스레 퀘스트의 보상으로 시선이 향했다.
처음 듣는 단어였고, 또 처음 듣는 개념이었다.
아마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일 터.
아무래도 지난 날의 사진 촬영처럼 스마트 폰이 갖는 고유 기능인 것 같았다.
아니면 모바일 영주에서만 사용하는 개념이라든지.
해서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띠링!
《당신! DLC가 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시안의 생각을 꿰뚫어보기라도 한듯.
화면 위로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DLC란 한 마디로 정의하면 확장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확장팩?”
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모바일 영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창을 띄워올렸다.
《그렇습니다! 기존 모바일 영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탠츠들이 추가되는 것이죠!》
《신규 콘텐츠 추가 및 다양한 편의 기능 추가!》
《지원 기기의 다양화를 통한 유저 편리성 증대!》
《그야말로 모바일 영주2라 해도 무방하죠!》
“모바일 영주2?”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DLC라는 것이 확,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 영주2 라면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아니, 그건 그렇고.”
이 정도면 스마트 폰 안에 모바일 영주가 있는 거 아니야?
방금은 내 말을 듣고 대답한 것 같은데?
이건 추측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런 시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 지.
《아니, 그럼 모바일 영주2라고 하지 왜 DLC라 하냐고요?》
모바일 영주는 저 혼자 계속 할 말을 이어나갔다.
《그야 모바일 영주2는 아니니까 그렇죠!》
《말만 모바일 영주2랍니닷!》
《당신이 몰라서 그러는데, 새롭게 모바일 영주2를 개발하는 건 엄청, 어어엄청 힘들다고요!》
《기획하는데만 어마어마한 세월이 필요하고요!》
《또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인과도 그야말로 천문학적이고요!》
《그 시간동안 당신이 기다려주지도 않을 것이고요!》
《왜냐하면 그 세월이 지나면 당신은 죽어있을 테니까요!》
《단순히 뒤에 2라는 숫자가 붙는 게 아니라고욧!》
《해서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콘탠츠를 제공하고자 DLC를 개발한 것이죠!》
《기존의 시스템에 자잘한 개선 사항들을 보완하여 추가하는 것이랍니다!》
시안은 모바일 영주의 설명을 기반으로 DLC의 개념을 정리했다.
여러 복잡한 설명.
그러나 결국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음··· 그러니까 자잘하게 여러 번 털어먹겠다?”
굵직한 것 말고 자잘한 것으로 여러 번 털어먹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뭐, 그동안 모바일 영주의 현질 유도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다만.
《쉽게 말해 자잘한 것으로 여러번! 당신을 털어먹겠다는 소리랍니다! 하하핫!》
그걸 저렇게 대놓고 말해도 되는 걸까.
《한 마디로 모바일 영주의 확장팩! 두 마디로 추가 콘텐츠! 세 마디로 부스터 팩!》
《네 마디까지 가면 뇌절!》
《그러니까 세 마디까지만 하겠습니닷!》
《네? 두 마디부터 이미 뇌절이었다고요?》
띠링!
《흥칫뿡이에욧!!!》
.
.
“······ 제정신이 맞는 걸까?”
아니면 내가 제정신이 아닌 건가?
이 정도면 심히 고민을 해봐야할 문제였다.
하지만 시안은 금방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깊게 생각해봐야 괜히 머리만 아플 것이 뻔했으니까.
뭐, 어쨌든.
“엘란두르가 감춘 진실들이라···.”
영지 퀘스트를 해야하는 것에는 변함 없었다.
비단 보상인 DLC가 아니더라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샤를롯의 검술을 훔치고 브라헤 상단을 몰락시킨 엘란두르.
앞으로 펼쳐질 영지전은 물론.
진흙탕 싸움까지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부터 고민과 계획을 짜봐야 할 것 같았다.
“일단··· 한스랑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네.”
시안과 함께 과거, 엘란두르에 있었던 한스.
시안은 곧장 영주성 Lv.3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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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성 Lv.3에 위치한 시안의 집무실.
“그런 일이···.”
시안의 이야기에 한스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다름 아닌 엘란두르의 비기와 더불어 브라헤 가문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
그 모든 것이 엘란두르와 연관 있다는 사실에 한스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스의 주름진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있었다.
“아멜리아님은 괜찮으십니까?”
이윽고 한스가 시안에게 물어왔다.
가장 먼저 아멜리아를 걱정하는 한스의 모습.
“솔직히 괜찮지는 않아.”
시안은 사실대로 답을 했다.
말마따나 아멜리아는 괜찮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본 아멜리아는 충격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니까.
가문을 몰락시킨 대사건.
그 사건이 엘란두르와 관련이 있다는 진실을 마주한 지금.
그 심정이 어찌 괜찮을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엘란두르를 떠나서 사건의 범인이 나타났다는 것부터가 괜찮을 수가 없었다.
“그렇군요···.”
그걸 한스라고 모르지 않았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잠깐의 정적.
“그런데··· 정말 사실입니까? 엘란두르가 아멜리아님의 가문을 몰락시켰다는 말씀 말입니다.”
한스가 조심스럽게 시안에게 물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증거가 없었으니까.
엘란두르의 비기가 샤를롯의 검술이다.
이 이야기와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위의 이야기 또한 믿기 힘든 것은 사실이나 이는 증거가 있었다.
다름 아닌 샤를롯의 여동생, 레아라는 확실한 증인이자 증거가 말이다.
물론 세상에 알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만.
알만한 사람들에겐 확실한 증거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브라헤 가문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증거라고는 오직 엘란두르 장부에 적혀있는 소렌이라는 이름뿐이었으니까.
물론 과거 브라헤 상단의 자금을 들고 도망친 자의 이름도 소렌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름만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있었다.
소렌이라는 이름이 흔하지는 않다만.
그래도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차고 넘쳤다.
하지만.
“사실이야.”
시안은 이 물음에 대해서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모바일 영주의 영지 퀘스트.
모바일 영주에서 퀘스트로 주어진 내용은 위의 사실이 명백한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이 역시 세상에 밝힐 증거가 되지 않는다 뿐이었다.
또한 관련한 사실을 알려줄 뿐.
모바일 영주도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 이후의 증거와 정황은 이제부터 시안이 직접 밝혀야만 했다.
“그런 의미로 한스. 엘란두르에 있을 때, 이상한 일 같은 거 없었어?”
시안은 넌지시 한스에게 물었다.
루벤에서 엘란두르와 관련된 이는 시안과 한스.
오직 이 둘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스는 시안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왔다.
시안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곁에 있어왔다.
한 마디로 엘란두르에 있어온 세월은 시안보다 한스가 더 많았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로 엘란두르에 관련해서 시안보다 한스가 더 많이 알고 있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떠올리기에는···.”
한스는 난처한 표정으로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시안은 그런 한스를 재촉하지 않았다.
말마따나 지금 당장 떠올리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한스는 어디까지나 시안 옆에서 보좌하는 고용인 신분이었다.
물론 고용인보다야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만.
그럼에도 이런 기밀과도 같은 정보를 접할 수도, 접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와서 엘란두르 내부의 정보를 빼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루벤과 엘란두르가 완전히 척을 진 지금.
엘란두르 내부에 접근할 수조차 없었으니까.
엘란두르의 장부도 사실 시안이 부행정관이 아니었다면.
또 사진 촬영이란 기능이 없었더라면 꺼내오지 못했을 정보였다.
해서 엘란두르 내부의 정보는 이제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제 동료들이라면··· 관련한 소문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부에 퍼진 소문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동료들?”
이어진 한스의 말에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스에게 동료라 부를 만한 사람이 있었던가?
그런 시안의 의문을 꿰뚫기라도 하듯.
한스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한때 생사를 넘나들며 일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 있습니다.”
“아.”
시안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한스는 지금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그러나 한스가 젊었을 적.
그러니까, 한스가 엘란두르에 몸을 위탁하기 전.
한스는 꽤나 실력있는 용병이었다.
꽤나 정도가 아니라 용병 업계에서 상당히 유명했다고 한다.
뭐, 시안도 소문으로만 들은 터라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태어나기도 전의 일을 어찌알 수 있을까.
하지만 엘란두르 가문에 있을 적.
하얀 늑대 기사들이 가끔 한스를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곤 했었다.
그것만 봐도 전성기 때 한스의 실력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비록 늙어 쇠하였지만 한스는 굉장히 뛰어난 용병이었다.
그리고 그런 한스의 동료라 함은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이들.
“연락을 한지는 오래되었습니다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용병계에서 각자 한 자리씩 꿰차고 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한 자리를 꿰차다 못해 용병 업계를 주름 잡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용병들은 제국은 물론 대륙의 정세에 빠삭한 이들.
엘란두르를 둘러싼 기이한 소문은 물론.
엘란두르가 감춘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그럼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게 되겠군요.”
한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한스의 모습에 시안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그레이슨이랑 같이 소렌이라는 자를 찾아봐줘.”
그레이슨은 시안이 루벤의 영주로 오기 전에 루벤의 영지민들을 이끌고 있던 이였다.
현재는 루벤의 영지민들 중 인간 종족을 대표하는 이.
루벤의 치료사인 엘리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뭐, 아무튼.
“소렌이라는 자가 브라헤 가문을 몰락시킨 주동자이고 그것이 엘란두르의 사주였다면., 아마 엘란두르의 비호를 받고 있을거야. 그러니 추적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레이슨이라면 달랐다.
그레이슨은 수 십년 동안 어둠의 숲에서 살아남은 베테랑 사냥꾼이자, 추적술의 달인.
물론 엘란두르의 비호를 받는 이를 추적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한스가 연락하는 용병들의 힘을 더한다면.
어쩌면 소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시안의 생각을 단번에 파악한 한스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처럼 곧바로 일을 추진하려는 듯.
바로 몸을 돌려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한스가 떠난 자리.
“음···.”
시안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엘란두르가 감춘 진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영지 퀘스트.
“으음···.”
머릿속이 절로 복잡해져왔다.
그 때문일까.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뭔가를 하나를 잊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뭔가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게 뭔지 떠오르지 않았다.
시안은 눈쌀을 찌푸리며 기억을 떠올렸다.
“…… 뭐였지?”
그런데 떠오르지 않았다.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은 어떤 일.
“······ 에이, 모르겠다.”
시안은 금방 고개를 털어버렸다.
이렇게까지 생각했는데 안 떠오르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테니까.
“일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시안은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
그 시각, 루벤에 위치한 생산 지구.
엘레나는 홀로 루벤의 거리를 걸으며 생산 지구를 구경하고 있었다.
호위로 따라붙은 로열 나이츠들은 없었다.
그들은 전부 대련장에서 루벤의 기사들과 대련을 하고 있었으니까.
오빠이자 황태자인 콘라드는 현재 영주성의 연무장에서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갑자기 검을 수련한다길래 의아했었다.
어렸을 적, 같이 검을 수련한 적은 있었다만.
황태자로 책봉된 이후로는 검을 놓았으니까.
그 이후 엘레나도 검을 놓고 황녀로서의 수업에 열중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검을 잡는다니?
하지만 그 이유를 듣고는 엘레나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듣자하니 오래 전에 소실된 샤를롯 대제의 검술을 배운다고 들었다.
그것도 샤를롯의 여동생인 레아라는 유령에게 말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아니, 분명 사실일 터였다.
그리고 그건 소실된 황가의 명맥을 잇는 일.
그 중대한 일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콘라드는 연무장에서 검을 수련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루벤의 영주인 시안.
시안은 그 누구보다 할 일이 많았다.
로열 나이츠들과 루벤의 기사들이 사용하는 대련을 관리하랴.
콘라드에게도 샤를롯의 검술을 알려주랴.
방금 전에는 브라헤 영애에게도 할 일이 있어보였다.
이곳 루벤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꼽자면 다름 아닌 시안이라 할 수 있었다.
역시나 방해할 수는 없는 일.
애초에 저마다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이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황녀라는 이유로도 챙김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홀로 루벤의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들··· 바빠 보이네.”
조금은 외로운 기분이 드는 이유를, 엘레나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