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rd who is being prudent! RAW novel - Chapter (49)
현질하는 영주님!-49화(49/322)
§ 49화 – 루벤의 수호령
저 멀리 보이는 루벤의 풍경.
“저곳인가.”
커너는 걸음을 내딛었다.
그림자 달 길드 소속 특급 암살자 커너.
커너는 의뢰 대상을 처리하기 위해 루벤으로 온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의뢰 대상은 다름 아닌 시안 엘란두르.
지금 저 루벤에 있을 한 놈팽이의 이름이었다.
태양이 사라지며 내리깔린 어둠.
새벽녘의 고요함은 모든 이들이 잠드는 시간.
아마 시안 또한 루벤에서 자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커너는 기감을 날카롭게 세우며 루벤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달한 루벤.
“······?”
커너는 저도 모르게 고개가 기울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루벤의 풍경.
“…… 폐허나 다름 없다고 하지 않았나?”
폐허라기 보다는···. 요새.
그것도 난공불락의 요새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어찌된 일이지?”
커너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 그림자 달.
커너는 그림자 달의 소속으로서 루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체···.
커너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루벤의 안 쪽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 순간.
“거기 누구요!”
누군가 커너의 존재를 알아채고 소리쳤다.
보아하니 영지를 지키는 일개 병사인 것 같았다.
커너는 눈을 부릅, 떠보였다.
‘내 기척을 감지했다고?’
커너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커너는 은신술에 상당한 소양이 있었다.
애초에 특급 암살자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엑스퍼트 이상의 실력자가 아니면 기척조차 감지할 수 없거늘.
그런데 한낱 영지의 병사가 엑스퍼트일리가 없지 않은가.
“왜 그래?”
“아니, 여기에 누가 있었던 것 같아서.”
이윽고 경비병 두 명이 커너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완벽하게 어둠과 동화한 커너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있긴 누가 있어? 아무도 없는데?”
“이상타··· 분명 경비탑에서 경보가 울렸었는데.”
두 경비병은 그렇게 떠나갔다.
스르륵.
다시 모습을 드러낸 커너.
기척은 들켰지만 존재는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작정하고 숨으면 마스터가 아닌 이상 커너를 발견하는 건 불가능했다.
“······ 그래도 이상하군.”
원래라면 그 기척조차 감지하지 못했어야 했다.
커너는 떠나는 두 경비병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래도 다행히 발각되지 않은 탓에 넘어갈 수 있었다.
발각 되었다면 쓸데없는 살상을 해야했을 터.
대상 이외의 살상은 좋지 못했다.
암흑가 출신의 커너.
그 또한 짐승이라 부를만한 범죄자였지만.
그래도 무분별한 범죄는 지양하는 편이었다.
특급 암살자 커너.
‘특급’이라는 칭호는 단순히 실력적인 측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그림자 달 길드장, 다이애나가 부여한 규칙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름의 기준으로 활동하는 커너에게 규칙을 강압적으로 강요하니까.
그래도 뭐.
규칙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림자 달 소속으로 활동하지 않았겠지.
암흑가의 개새끼들은 조금 밟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커너는 차분히 주변을 살폈다.
폐허와 다를 바 없다던 루벤의 정보와는 전혀 다른 풍경.
이건 절대 폐허라고 할 수 없었다.
살기 좋은 마을이라면 또 모를까.
“정보가 잘못되었다?”
커너는 의문을 삼키며 천천히 루벤의 안 쪽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
“컹! 컹컹!”
어디선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은 어떤 목장이었다.
그리고 그 목장 안에 있는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커너가 있는 곳을 향해 맹렬히 짖고 있었다.
평범한 늑대보다 배는 커다란 덩치.
날카로운 송곳니는 꽤나 위협적이었다.
그렇기에 저건 늑대라기 보다는···.
‘······ 마수?’
마수라 부름직했다.
헬 하운드(Hell Hound).
어둠의 숲에서 살아가는 짐승과 마수로서.
늑대가 마기에 영향을 받아 변이된 괴종이었다.
한낱 짐승이 변이된 것이라 몬스터보다는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마수는 마수.
무엇보다.
‘왜 마수가 영지 안에 있는거지?’
어째서 마수가 영지 안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마수는 길들일 수 없는 짐승이었다.
그야말로 맹목적인 살의로 빚은 짐승.
그런데 대체 어떻게···.
심지어 기감 또한 꽤나 날카로운지.
저 헬 하운드는 커너의 기척을 눈치챈 것 같았다.
“컹컹! 컹컹컹! 크르르···!”
“해피야. 갑자기 얘가 왜 이래?”
헬 하운드의 짖음에 목장의 관리인으로 보이는 이가 나왔다.
잠결에 나온 것인지 부스스한 머리.
그런데 뭐?
해피?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저 면판때기가 뭔 해피하단 말인가.
“해피야. 조용히 해. 사람들 다 잠에서 깰라.”
“낑···.”
그러자 헬 하운드가 꼬리를 내리깔며 조용해졌다.
“······”
멍해지는 커너의 정신.
이윽고 목장 주인과 헬 하운드가 각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무슨 이딴 영지가···.’
커너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바로 그때.
우뚝.
커너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다름 아닌 감각으로 이질적인 무언가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너 뭐야?
흠칫!
커너의 뒤 쪽으로 섬찟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
아니, 이건 목소리라기 보다는 뇌리에 박히는 의지였다.
커너의 볼 위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다가오는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아직 은신술을 풀지도 않은 상태.
저 의지의 주인은 그런 커너의 은신술을 정확히 꿰뚫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마스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이 존재는 최소한 마스터.
‘마스터가 어떻게 이런 영지에···?’
커너는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보인 시야.
‘계집?’
그건 어떤 계집이었다.
긴 백은색의 머리를 한 상당한 미모의 계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새벽녘에 드리운 어둠으로 인해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계집이었다.
‘뭐지?’
커너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와봤더니. 음··· 처음 보는 얼굴인데? 미안. 아직 내가 사람들의 얼굴을 잘 몰라서.
이윽고 커너에게 성큼, 다가왔다.
-너 그런데 여기서 뭐해? 저기에 뭐가 있어?
그러면서 해피가 있던 목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빈틈!’
커너는 주저 없이 품 속의 단검을 휘둘렀다.
안타깝지만.
일단 존재를 들킨 순간 죽여야 했다.
콰지직─!
오러의 힘이 깃든 단검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쇄도해갔다.
그런데.
쩌엉─.
“······?”
단검이··· 먹혀버렸다.
막힌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먹혀버렸다.
커너가 휘두른 단검.
그것은 주변으로 피어난 짙은 어둠에 삼켜져 있었으니까.
“······!”
부릅, 뜬 시야.
‘어, 어찌 이런···!’
커너는 크게 당황해보였다.
방금 그 일격은 엑스퍼트의 기사라도 쉽사리 막을 수 없는 종류였다.
심지어 마스터라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빈틈을 찌른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윽고 계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쭈? 살기를 감추고 있었어? 너 뭐하는 놈이야?
그와 동시에 주변으로 끔찍한 공포가 피어올랐다.
그건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압도적인 공포였다.
‘이, 이 무슨···!’
커너의 전신이 덜덜, 떨려왔다.
특급 암살자로서 수많은 일들을 겪어온 커너였다.
그 중에는 ‘공포’ 그 자체라 부를 수 있는 일들도 있었다.
그리고 특급 암살자라함은 그런 공포 속에서도 살아남은 정예 중의 정예.
커너에게 공포란 감각을 날카롭게 세워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온몸의 신경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짜릿하게 울려온다.
공포와 두려움이 불꽃처럼 터져나와 정신을 붙잡고 늘어진다.
그녀가 가까워진다.
이윽고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커너는 볼 수 있었다.
짙은 회백색의 두 눈동자.
마치 묘비 두 개를 박아넣은 듯한 섬뜩함.
그렇기에 ‘저것’은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존재.
-넌 진짜 안 되겠다. 시안한테 가자. 아니지. 시안이는 지금 자니까. 내일 아침까지 나랑 좀 있자.
그것이.
끼야아아아아악!!!
“끄거거거거거거···!!!”
커너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
다음 날.
“그러니까···.”
시안은 지금 상황이 뭔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의 앞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
“이 남자가 밤 사이 루벤에 침입했다는 말씀이시죠?”
-응.
시안의 물음에 레아가 힘차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살기를 감추고 있어서 잘 몰랐어. 그래서 영지민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고.
시안은 천천히 무릎 꿇은 남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남자가 갑자기 머리를 쾅, 바닥으로 찧더니.
“제 이름은 커너. 그림자 달 소속의 특급 암살자입니다. 얼마 전에 시안님을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고 어제 루벤에 침입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묻지도 않은 것을 술술, 불기 시작했다!
시안은 진짜 뭔가 싶었다.
아니, 특급 암살자라면서?
그럼 입이 무거워도 상당히 무거워야 하는거 아니야?
시안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레아를 바라봤다.
“밤 사이에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그냥 뭐···.
그러자 레아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 전당에서 그 역겨운 꼬맹이 있잖아. 그때처럼 조져놨는데 저렇게 되어버렸네···. 하하.
레아가 말하는 역겨운 꼬맹이라함은.
다름 아닌 성녀 아리아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레아가 아리아를 조져놓을때는··· 정말 끔찍하긴 했었다.
아리아야 레아의 사념과 마기에 어느 정도 저항력을 갖추고 있어서 털리는 정도에 그쳤지.
다른 사람은 절대, 결단코 멀쩡히 견딜 수 없는 힘이었다.
어쩐지.
시안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커너를 바라봤다.
“그림자 달 소속의 특급 암살자?”
“그렇습니다!”
커너의 답에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림자 달.
시안은 그림자 달을 모르지 않았다.
제국의 뒷면.
암흑가를 지배하는 길드.
그리고 특급 암살자.
이는 암살자들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마스터의 기사들도 긴장을 해야하는 암살자.
그야말로 암살 면에 있어서는 최고였다.
물론 레아한테는 어림도 없었지만.
어쨌거나 레아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한 상황이었다.
“왜 그림자 달에서 나를?”
“그, 그것까지는 저도 잘··· 저는 그저 대가만 받고 일하는 치인지라···.”
-어쭈? 똑바로 대답 안해?
레아의 겁박에 커너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지, 진짜 모릅니다! 의뢰인이 누군지는 극비라며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시안은 살며시 레아를 바라봤다.
부릅, 떠지는 레아의 회백색 눈동자.
그러자 커너가 몸을 바들바들 떨어대며 말했다.
“기, 길드장께서 직접 관리하는 의뢰라는 것밖에 모릅니다!”
“이 의뢰가 그림자 달의 길드장이 직접 관리하는 의뢰였다고?”
“그렇습니다!”
그림자 달의 길드장이 관리하는 의뢰.
그것은 곧 길드장에게 직접 의뢰를 넣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림자 달의 길드장은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이 가능한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음···.”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이사벨인가?’
가능성은 있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추측일 뿐.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었다.
깊어지는 고민.
“야.”
시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넷!”
“의뢰비로는 얼마 받았어?”
“20만 골드였습니다!”
20만 골드.
특급 암살자 고용 비용치고도 상당히 비싼 금액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어?”
“어, 없습···”
부릅!
“있습니다!”
시안은 손을 척, 내밀며 말했다.
“내놔.”
“하, 하지만···.”
“싫어?”
“아닙니다! 드리겠습니다!”
커너는 품 속에서 전표를 꺼내 시안에게 건넸다.
“전표? 이러면 당장 현질을 못 하잖아.”
시안은 혀를 차보이며 전표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 그럼 저는···?”
커너가 은글슬쩍 물어왔다.
시안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먼저 시안을 죽이려했으니 마땅히 같은 값을 치러야하지만.
막상 그러려니 찝찝하기도 했다.
보아하니 뭐 하기도 전에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살려 보내기에도 애매한 상황.
‘음··· 아! 그래.’
시안은 퍼뜩, 손바닥을 쳐보이며 말했다.
“설마하니 물어보는 건데. 너 영지민들 건드린 건 아니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의뢰 대상 이외의 사람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난 죽이려고 했던데?
“그, 그, 그건···!”
커너가 몸을 덜덜, 떨며 입을 꾹 다물었다.
“좋아. 안 건드렸다니까 살려줄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커너가 머리를 땅에 찧으며 소리쳤다.
“넌 이제부터 무봉급으로 루벤에서 일하면 돼. 일단은··· 병사들이랑 같이 마수들 좀 잡자. 마침 인력도 부족했는데 잘 되었네. 밥은 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네?”
커너는 지금 시안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시안은 대답도 하지 않고 레아에게 물었다.
“레아. 이 놈 정신 머리를 더 빼놓을 수 있나요?”
-어느 정도로?
시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다시는 딴 생각 못 품게요?”
#
암흑 도시, 베네르.
그리고 그 베네르에서 가장 어두운 구역.
달빛을 머금은 듯한 은발의 여인이 서 있었다.
그림자 달의 길드장, 다이애나.
어둠과 대비되어 빛나는 은발은 사뭇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안 와?”
그도 그럴 것이 임무를 보내놓은 커너가 오지 않고 있었으니까.
원래라면 진즉에 와서 보고를 하고 있어야 했다.
특급 암살자 커너.
그는 그림자 달 길드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였으니까.
시안 엘란두르의 암살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는 것.
그 말은 즉.
“임무를 실패했다?”
다이애나는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커너가 임무를 실패할 가능성은 한 가지 경우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마스터(Master)의 존재.
그렇다면.
“시안 엘란두르가 마스터다?”
다이애나는 금방 고개를 저었다.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마스터는 그야말로 극한의 경지였다.
인간이 닿을 수 있는 궁극의 영역.
그렇게 쉽게 또 한 순간에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하물며 천하의 둔재라 불리던 놈이라면야.
해서 시안 엘란두르는 마스터가 아니다.
하지만 커너는 임무에 실패했고.
커너가 마스터에게 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
시안 엘란두르 옆에 마스터가 있었다.
그러나 마스터의 존재는 귀하다.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 그림자 달.
마스터가 탄생했다면 다이애나가 그 존재를 모를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마스터가 시안 엘란두르 옆에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해서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
“······ 듀라크.”
듀라크 엘란두르.
엘란두르 가문의 가주이자.
명실상부 제국 제 1의 검.
어쨌거나 그는 시안 엘란두르의 아버지이지 않은가.
비록 사생아라지만 피가 이어진 핏줄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버린 자식이 아니었나?”
분명 그러했었다.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 그림자 달.
정보가 틀렸을 리가 없었다.
다만, 갱신되지 않았을 수는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건국일 행사.
그곳에서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은 시안 엘란두르.
그로 인해 듀라크가 시안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정보가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관심 수준이라 생각했거늘.
“듀라크가 시안 엘란두르를 보호한다라···.”
다이애나는 끝내 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금 다이애나가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이 결론밖에 없었다.
시안 엘란두르가 마스터가 되었다.
이것보다는 듀라크가 시안을 보호한다는 사실이 훨씬 더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물론 진실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레아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에 벌어진 오해.
시안은 의도치 않았지만.
다이애나는 그렇게밖에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듀라크가 움직였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비밀리에 움직인 듯 싶었다.
아무리 그림자 달이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라고는 하나, 엘란두르가 작정하고 숨기면 어찌할 바가 없었다.
엘란두르는 엘란두르.
하물며 그 대상이 듀라크라면야.
다이애나는 차분히 시선을 들어보였다.
“흐레스.”
“부르셨습니까.”
다이애나의 부름에 허공에서 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다이애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안 엘란두르와 관련한 모든 의뢰를 전면 파기한다. 앞으로 시안 엘란두르와 관련한 의뢰는 전부 찢어버리도록.”
“······ 의뢰인들의 반발이 심할 겁니다.”
“감수한다.”
다이애나는 말을 이었다.
“또한 시안 엘란두르의 관심 등급을 특급으로 변경한다.”
“······”
“행여 시안 엘란두르를 조사할 생각이라면 하지 마라. 듀라크의 보호를 받고 있다.”
“······!”
흐레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흐레스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시안 엘란두르에게 전해라.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흐레스는 다이애나가 건넨 것을 받아들었다.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는 징표.
다름 아닌 그림자 달을 상징하는 징표이자.
오직 길드장, 다이애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징표였다.
흐레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그림자 달이 암살 의뢰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저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까요.”
다이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 납작 엎드려야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고 해라. 또한 그 징표만 건네면 언제든 한 번. 어떤 의뢰든 내가 직접 처리해주겠다고.”
“······”
흐레스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림자 달의 길드장, 다이애나.
그녀를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의뢰의 내용도 가리지 않는다면야 더더욱.
“그만한 가치가 있다.”
“······ 알겠습니다.”
흐레스는 그렇게 자리에서 사라졌다.
달빛이 저무는 베네르의 밤.
“시안 엘란두르···.”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엔 새롭게 떠오른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