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302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302화
에필로그
[아드리안 엘 로렌스 총사령관의 작전이 제대로 통했다. 적군의 주축인 천왕과 마왕을 일거에 소멸시키면서 빠르게 승기를 굳혔다.] [세상을 구한 영웅들, 세상을 구한 영웅들의 지도자 아드리안.] [역사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할 대승리! 론델과 지구가 힘을 합쳐 미래를 쟁취해냈다!]-아드리안 형님! 날 가져요! 엉엉!
└처음부터 끝까지, 아드리안으로 시작해서 아드리안으로 끝난 전쟁이었다.
-저런 사람이 진짜 영웅이지.
-역사의 한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말았네
-이제 안전한 건지? 위기 끝난 거지?
└그래!
전쟁은 승리했다.
당연히 세상은 승리를 축하하며 축제 분위기에 빠졌고 지구인과 론델인이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마치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축제 분위기는 며칠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열흘이 지나서야 뒷수습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희생자들에 대한 조치가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드리안이 사재를 털어 대량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전사자의 가족들이 자긍심을 느끼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게 만들었다.
[전쟁 영웅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아드리안 엘 로렌스, 참전 영웅과 희생자들을 위한 기념비를 전 세계에 세우기로…….]그리고 이어진 조치는 론델과 지구 두 세계를 잇는 가교, 세계평화기구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었다.
전쟁 영웅 아드리안은 해당 기구의 규모를 배 이상으로 키워야 한다 주장했고, 전 세계인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목적을 달성해냈다.
세계평화기구의 역할은 두 세계의 교류와 평화를 위한 중재자가 되는 것이다.
결과 UN과 WTO, WHO, IMF, 인터폴 등 기존에 존재하던 주요 국제단체를 하나로 합친 것과 같은 괴물 단체가 만들어졌다.
당연히 규모가 커진 만큼 세계평화기구는 적극적으로 각국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종교와 사상, 국가이익 등의 이유로 전쟁을 일으키는 게 매우 힘들어졌다.
전쟁을 하기 위해선 기구의 허가가 필요했는데, 이 허가를 받으려면 회원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세계는 아드리안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어떤 이는 이를 최선이라 여겼고, 어떤 이는 이를 불합리하다고 여겼으나, 세계평화기구의 득세 이후 론델과 지구는 황금기를 맞이하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기에 다들 입을 꾹 닫고 흐름에 따라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전쟁 승리에 대한 열기는 수그러들고.
세계는 변화에 적응해 나갔다.
그리고 우주에서 발생했던 전쟁 이야기가 방송보다 교과서에서 보는 일이 많아지는 시대가 되며, 세계 주요 인사들의 2세가 역사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 * *
론델과 지구 연합군이 천족, 마족의 군대를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20년 후.
“국장님! 이집트 카이로에서 던전브레이크가 발생했습니다!”
“근처에 현장 요원 누가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확인이 안 됩니다.”
“후, 그럼 태양신 라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나.”
세계 평화기구 산하에 특이한 단체가 하나 설립되었다.
지구의 사냥터와 던전을 통괄하는 헌터 관리국이란 곳이다.
해당 단체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몬스터들이 주기적으로 던전에서 쏟아져 나와 민간에 피해를 주게 되는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면서였다.
헌터 관리국은 올해로 설립 18주년을 맞이했으며, 지구의 기프트 사용자와 론델의 기사, 마법사 중심의 용병들이 소속되어 있었다.
“라에게 연락해.”
“네, 국장님.”
현재 헌터 관리국의 국장은 3대째였다.
하지만 명성있는 국제단체의 장치고는 너무도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아무도 그녀의 직급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녀가 21살의 나이로 8서클에 오른 천재일 뿐만 아니라, 론델의 황가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냐?]“안녕하십니까. 급하게 연락을 드려 죄송합니다. 헌터관리국 국장 에밀리아 로렌스라고 합니다.”
[귀찮구만. 헌터관리국이 내게 무슨 볼일이지?]“그게…….”
[아니, 잠깐. 지금 로렌스라고 했나?]“네, 맞습니다. 하하.”
그녀의 이름은 에밀리아 로렌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제국이자, 가장 강력한 제국의 주인인 아드리안 엘 로렌스의 여동생이었다.
[내가 아는 그 로렌스?]“아마 맞을 겁니다.”
[흠흠, 무슨 일입니까?]그녀의 이름 뒤에 붙는 성은 치트키와 같아서 어딜 가든 자기소개를 하면 이와 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초월자인 신화 속 존재마저 로렌스 성의 소유주라는 이유만으로 말을 높일 정도였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던전브레이크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당장 출동할 수 있는 헌터가 없어서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헌터들이 출동할 때까지 인명 보호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뭐, 지원을 기다릴 필요 있겠습니까? 그냥 제가 청소하겠습니다.]“네? 그럼 감사하지만…….”
[아드리안 님에게 안부나 전해 주십시오.]“아, 알겠습니다.”
분명 위급상황이건만 그 위급상황이 너무도 쉽게 해결돼 버려 관리국 상황실의 모두가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이야, 역대 국장님 중 일 처리가 가장 완벽하십니다.”
“국장님 최고!”
일 처리랄 것도 없었다.
그냥 이름만 댄 것으로 사건이 해결되었으니.
이게 모두 잘난 그녀의 오빠 덕분이었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이 상황이 썩 달갑지 않았다.
무얼 하든 오빠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국장님,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목이 말라 허공에 차가운 물을 생성시켜 마시고 있던 에밀리아는 막내 참모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허락했다.
“혹시 친척 중에 아이돌 활동하시는 분 계세요?”
“콜록!”
그리고 이어진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사례에 걸려 기침을 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케이팝 걸그룹 중에 세이렌이라고 있거든요. 거기에 눈동자와 머리색이 다를 뿐 국장님이랑 똑 닮은 아가씨가 있어서요. 이름이 ‘시아’라고 하던데.”
에밀리아의 친척은 곧 황족을 뜻한다.
세계 제일의 권력자 아드리안 엘 로렌스의 친척이란 뜻이니까.
그런 가문에서 아이돌이라니, 막내 참모는 자신이 질문을 해놓고도 무안한지 어색하게 웃었다.
에밀리아는 그 질문에 대해 그럴 리가 있냐며 어깨를 으쓱였다.
“자,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에밀리아의 반응은 너무도 부자연스러웠다.
눈동자는 요란하게 흔들렸으며, 말도 더듬었다.
덕분에 막내 참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세이렌.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케이팝 4인조 신인 걸그룹이다.
걸크러쉬와 청순을 오가는 특이한 컨셉으로 팬이 남녀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기획사가 신생임에도 곡과 안무, 의상, 뮤직비디오에 돈을 아끼지 않는 특이한 곳이었다.
컨셉부터 수수께기의 자본력을 가진 기획사까지 태클을 걸 곳이 많았으나, 이상하게 온라인상에서 세이렌을 욕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안티가 거의 없는 그룹으로도 유명했다.
돌판에 익숙하다면 이게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세이렌의 존재는 관계자들에게조차 신비하게 여겨졌다.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져서 또 아이돌 하고 있냐.”
“너는 아인족이라서 아직 팔팔하지. 나는 40대 인간의 몸으로 춤추고 있다고.”
“나이가 뭐 중요하냐, 어차피 아드리안 때문에 나이를 안 먹는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렇긴 한데, 하아……. 이놈의 집안은 우리랑 무슨 원수를 지어서 툭하면 무대에 올리는 거야.”
세이렌 멤버들은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는 미모에 개성을 갖고 있었다.
다만 멤버 중 절반이 20년 전에도 아이돌로 데뷔했었단 사실을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다.
4인조 걸그룹 세이렌.
이 중 3인은 한때 남미의 여신이라 불리던 마리냥과 버그, 미엘이었다.
다만 미묘하게 얼굴이 바뀌어 있었는데, 이는 멤버 중 한 사람의 유희를 들키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이모들! 뭐해요?”
바로 칼리시아 엘 로렌스, 아드리안의 딸이 소속된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방송국의 모두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이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만큼 아드리안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컸고, 일반인들에겐 하늘 위의 존재였다.
마리냥과 버그는 ‘시아’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칼리시아의 물음에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같은 멤버를 누가 이모라 불러.”
“앗! 죄송해요. 버릇 때문에.”
“누구한테 들키면 아이돌 놀이도 끝이란 거 알지? 그러니까 조심해.”
그녀들은 칼리시아가 어릴 때부터 함께 놀아왔기 때문에 가족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이런 황당한 짓에도 어울려 주는 것 아니겠는가.
“세이렌 여러분 스탠바이해 주세요!”
그때, 세이렌이 출연할 음악 방송의 스태프가 그녀들의 대기실 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그에 로렌스 제국의 근위기사이자 지금은 세이렌의 매니저인 알렉스가 미간을 좁혔으나, 칼리시아의 시선에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어야 했다.
‘난 대체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알렉스는 마리냥, 버그와 같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다만 그 두 사람과 다른 점이라면 감히 입 밖으로 불만을 토할 수 없단 사실이다.
“우리 가요!”
한껏 신이 난 모습의 칼리시아는 귀찮아하는 멤버들을 이끌며 대기실 복도를 거닐었고, 여러 아이돌 선후배를 보며 살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그때.
“얘, 너희 인사가 그게 뭐야?”
“네?”
어느 여가수가 세이렌 멤버들에게 트집을 잡았다.
“네에에? 너희 우리가 누군지 몰라?”
“그룹 레인지 선배님들이요.”
“그걸 알면서 그렇게 목이 빳빳해?”
걸그룹 레인지라면서 인성 관련으로 몇 번의 문제를 터뜨린 적이 있는 문제아들이다.
그녀들은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는지 괜히 죄 없는 세이렌을 툭툭 건드렸다.
그걸 보며 매니저 알렉스는 당황하긴커녕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걸그룹 레인지의 행동은 자살행위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헙, 죄송합니다.”
칼리시아는 아드리안과 아르시아의 힘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존재.
그녀가 딱밤을 톡 치기만 해도 이곳은 뇌수가 흐르는 지옥으로 변모할 터이다.
하지만 칼리시아는 천연덕스럽게 순진한 미소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하……. 행동이 묘하게 여유 있단 말이야. 다른 애들은 입도 벙긋 안 하고. 재밌네, 이런 무개념들 오랜만에 봐.”
“자ㄲ…….”
결국, 이대로 두면 무슨 사달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매니저 알렉스가 끼어 들었다.
아니, 끼어들려 했다.
그보다 먼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난입하는 바람에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딸!”
아드리안과 아르시아가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큼지막한 대포 카메라와 응원봉을 들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비현실적인지, 주변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오늘 세이렌이 출연하는 음악 방송은 연말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아드리안과 아르시아는 나름대로 딸의 활동을 응원한다고 나선 거였으나, 주변인들에겐 공포를 선물할 뿐이었다.
“…….”
매니저 알렉스는 슬쩍 칼리시아 엘 로렌스에게 시비를 걸었던 걸그룹 멤버들을 보았다.
그들은 서서 기절한 상태였다.
“얼굴이라도 가리고 오지.”
“응? 그래야 돼?”
“이모들이 얼굴을 바꾼 이유가 뭐겠어.”
“아, 미안…….”
칼리시아는 시무룩해 하는 부모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 최강, 최고의 존재 아드리안.
그도 딸 앞에선 평범한 아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