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0)
10. 포상.
부임한 지 보름이나 지나 열린 사령관 취임식은 꽤 화려하고 떠들썩했다.
그리고 취임식이 끝나고 열린 환영 연회.
이곳 3층 대강당엔 이십여 명의 악사가 아름다운 선율의 곡을 연주하고, 테이블엔 고급 포도주와 먹음직한 음식이 가득하다.
천장엔 십여 개의 샹들리에가 영롱한 빛을 반짝이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에 살짝 위화감이 들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축하 연회였지······.’
샌님에 찐따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청혼을 하다니.
타일러가 평생 낼 용기를 그때 다 쥐어짠 것이었다.
응? 뭐지?
지금 샤를린 위네스를 생각하는 건가?
파혼당한 주제에······.
애써 고개를 흔들어 타일러의 옛 기억을 날려버렸다.
창밖을 보자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산맥처럼 펼쳐진 거대한 헬다임 장벽의 실루엣이 보였다.
‘저 장벽 너머엔 괴수들이 득실대는데 여긴 파티가 벌어졌네.’
인류도 저런 장벽을 만들 기술이 있었다면, 멸망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새삼 고대 거신들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창문에 살짝 기대 천천히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상류층이었다.
귀족들과 부유한 상인, 외교관들.
장성도 몇 명 보였고, 장교도 영관급 이상이었다.
하급 장교는 부관이나 보좌관 정도였고, 그마저 소위 계급장을 단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그 때문인가?
아까부터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있음에도 나 혼자 고립된 섬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이방인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원래 인형술사는 혼자 놀기 장인이지.’
상태창을 열었다.
[타일러 빈스(23)] [클래스 – 인형술사(F)] [레벨 – 4] [고유 스킬 – 운명의 실타래(lv.2), 기사회생(lv.1), 영혼 이동(lv.2), 병렬사고(lv.1)] [인형의 집]인형술사 레벨이 4로 올랐다.
확실히 전생보다 속도가 빠르다.
사실 아무것도 없을 때가 힘들었지, 꼭두각시 마법인형을 만든 다음부턴 가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킬 레벨이 올랐다.
[운명의 실타래(lv.2) : 살아있는 생명체에 술사와 연결된 운명의 실을 부착한다. (369/400)]마법인형을 늘리려면 기본적으로 운명의 실타래가 많아야 한다. 어제 스킬 레벨이 오르면서 운명의 실타래가 100개 추가됐다.
그리고 난 오늘 연회 준비를 맡은 장교들과 하사관, 연회장 내부를 지키는 병사들에게 운명의 실을 연결해 그들을 감시했다.
사령관 암살미수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 또 사령관을 노릴지도 모르고.
이곳에 오진 않았지만, 쟝 볼타 시장 패거리가 건재했고 사령부 내에 첩자가 누군지도 아직 모르니까.
인형의 집을 열었다.
인형술사 레벨이 오르자, 5미터로 넓어진 공간.
한쪽에선 암살자(lv.3)가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허공에 단검을 휘두르고 있고, 사마귀(lv.4)는 벽과 천장을 타고 다니며 양 앞발을 칼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두 꼭두각시가 저렇게 인형의 집에서 계속 훈련하면 레벨과 경험치가 오르고, 마법인형의 레벨이 오르면 내 레벨과 경험치도 오른다.
‘귀여운 녀석들!’
전생과 다른 점이라면 역시 사마귀 새끼 괴수 꼭두각시였다.
암살자 꼭두각시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만들어졌지만, 레벨은 더 빠르게 올랐고, 이젠 앞질렀다.
괴수 마법인형이 처음이라 신경 쓴 것도 있지만, 운동신경과 반사신경이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자! 이제 대결을 시켜볼까.’
인형술사의 혼자 놀기 진수.
아직 두 꼭두각시가 레벨도 낮았고, 가르친 동작이 많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대결은 아니었지만, 시간 보내기엔 그만이었다.
‘일단 암살자는 계속 공격하고, 사마귀는 피하기만 해!’
두 꼭두각시의 대결이 벌어졌다.
암살자가 단검을 열심히 찔러 보지만, 사마귀가 폴짝폴짝 뛰면서 잘 피한다.
인형의 집을 축소해서 보자, 마치 TV 속 인형극을 보는 기분.
아직 목각인형처럼 동작이 부자연스럽지만, 둘 다 일반 병사 한둘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준이었다.
“왜 구석에 계십니까?”
“응?”
깜짝 놀라 인형의 집을 닫아버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글래디스 하사였다.
“글래디스, 복장이 그게 뭐야?”
그녀는 남자들이 입는 연미복을 입고 있었다.
“저도 가슴이 너무 꽉 껴서 죽겠습니다.”
보는 나도 답답해 보였다.
“다른 여자들처럼 드레스를 입지 그래?”
“드레스를 입고 경호할 순 없지 않습니까.”
“여성용 연미복도 있을 텐데?”
“제 체격에 그런 걸 입으면, 너무 눈에 띌 겁니다.”
“아! 하긴.”
여성용 연미복은 대부분 몸에 착 붙는 스타일이라 몸매가 날씬한 장교가 입으면 멋있지만, 글래디스처럼 큰 체격에 근육질 여자가 입으면 시선을 강탈당할 것이다.
그런데 혼자 있는 날 생각해서 다가와 준 건가?
“전엔 죄송했습니다.”
“뭐? 아! 상부에 보고한 것 말인가?”
“네. 사실 제가 본 그대로만 보고했기에 윗분들께서 소위님을 오해한 것 같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나도 정보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까.”
“이해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래도 그녀가 옆에 있자, 조금은 연회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글래디스가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누군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제복에 별 하나.
“충! 타일러······.”
“어허! 목소리를 낮추게. 여긴 연회장이다.”
“네, 알겠습니다.”
내 앞에 선 것은 정보국 헬다임 지부장인 클린드 준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반보 뒤엔 부지부장이자, 내 직속 상관인 프레디 중령이 서 있었다.
“자네 활약은 잘 들었다. 장벽 사령관을 구한 것도 훌륭한데, 범인도 찾았다며?”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이라고?”
클린드 준장이 피식 웃었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 좋더군.”
지부장이 프레디 중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중령이 작은 상자를 열어 뭔가를 건넸다.
“장소가 마땅친 않지만, 공을 세웠으니 상을 줘야지!”
“네?”
클린드 준장은 은색 줄 2개가 달린 견장을 내 어깨에 직접 달아 주었다.
“축하하네! 타일러 빈스 중위!”
“충! 감사합니다.”
솔직히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보통 1년 걸리는 진급을 4개월 만에 했으니, 초특급 승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우리 지부에 자네 같은 인재가 들어와서 다행이네.”
클린드 준장은 나와 악수하며 내 어깨를 두들겼다.
그러면서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딜 보는 거지?’
나도 지부장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윌리엄 사령관과 엠버 중령이 다가오고 있었다.
역시 사령관이 뒤에서 힘을 써준 것 같았다.
“클린드 지부장, 뛰어난 부하를 두셨소.”
“감사합니다. 그동안 저희 헬다임 지부가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는데, 이번에 신임 사령관님을 돕게 되어 다행입니다.”
“타일러 중위를 칭찬했는데, 헬다임 지부도 묻어가시려고?”
“하하! 타일러 중위가 정보국 소속이니 당연하지요.”
“그건 그렇군. 잠시 이야기 좀 합시다.”
“네.”
윌리엄 사령관과 클린드 지부장은 발코니로 나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난 프레디 중령과 엠버 중령 사이에 껴서 뻘쭘하게 서 있었다.
어색한 침묵을 깬 건 프레디 중령이었다.
“긴장 풀고 편히 있게. 이야기가 길어질 거야.”
“네.”
프레디 중령은 주머니를 뒤지며 입맛을 다셨다.
“젠장, 담배를 놓고 왔군. 타일러 중위, 우리도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네.”
난 엠버 중령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 프레디 중령을 따라 이동했다.
“너무 기대하진 말게. 지부장님이 자넬 보내주진 않을 거야.”
“네? 그게 무슨?”
“저분들이 지금 무슨 대화를 하고 있겠나? 윌리엄 사령관께선 자네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야.”
“아! 그렇군요.”
윌리엄 사령관이 날 사령부로 스카우트하려는 것 같았다.
“내가 자네에 대해 좀 알아봤지. 본부 서류 창고에서 자살 시도를 했다고?”
“그날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후후! 그래? 기억상실증이라니, 아주 참신해! 하긴, 천하의 슈나인 중령을 속이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 나도 그렇다고 해두지.”
프레디 중령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령부로 가는 게 자네한텐 좋겠지만, 지부장님은 이번 기회에 헬다임에서 우리 정보국의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어 힘들 거야.”
수도나 할데가르에선 정보국의 힘이 막강했는데, 왜 헬다임 장벽에선 힘을 못 쓰는 걸까?
그런 의문이 다시 들었다.
내 표정을 읽었을까?
“이곳은 제국의 다른 직할령과 달라. 38개 영지의 사냥팀이 모여 있는 곳이라 우리 정보국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지. 그렇다고 인력을 늘리거나 규모를 늘리려 한다면, 영주 회의의 반발이 심할 거고. 하지만 장벽 사령부와 함께 움직인다면 다른 영지들도 어쩔 수 없이 구경만 할 거야. 괜히 사령관에게 찍히면 괴롭거든.”
프레디 중령이 바로 그 이유를 설명해 줬다.
그만큼 장벽 사령관의 힘이 강하다는 뜻이었다.
“우리 지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자금이나 정보원이 필요하면 말하게. 훈련받은 요원을 붙여 줄 수도 있어. 그리고 사령부 내에 특이 동향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네. 알겠습니다.”
프레디 중령 역시 날 보내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날 이용하려고 하겠지.
그러고 보면 같은 중령인데, 나이 차가 꽤 나네.
엠버 중령은 20대 후반이었고, 프레디 중령은 30대 후반으로 두 사람 나이 차이는 적어도 10살 이상.
프레디 중령의 진급이 느린 것이 아니라, 엠버 중령이 대단히 빠른 것이다.
그녀는 기간트를 타는 기사였으니까.
십중팔구 별을 다는 것도 엠버 중령이 훨씬 빠를 것이다.
“그만 가지. 윗분들 이야기가 끝난 것 같네.”
두 장성의 대화가 끝나자, 클린드 지부장은 급한 일이 있는지 프레디 중령에게 몇 마디 남기곤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프레디 중령이 내게 말했다.
“자넬 앞으로 반년 동안 장벽 사령부에 파견하기로 했네.”
“네.”
“그리고 새로운 임무는 특히 조심하게.”
“새로운 임무요?”
“그건 사령관님께 듣게. 돌아오면 바로 보고하고.”
“네!”
프레디 중령은 윌리엄 사령관에게 경례하곤, 자리를 떠났다.
새로운 임무라고?
왠지 불안한데······.
중령이 사라지자, 윌리엄 사령관이 다가왔다.
“타일러 중위, 혹시 사령부에서 근무하는 게 싫은가?”
“아닙니다. 윌리엄 사령관님 밑에서 일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후후! 그럴 줄 알았지. 그리고 정보국이 놓아주지 않는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네. 저들도 자네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별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때까진 내가 이곳 사령관으로 있지 않겠나?”
“아닙니다. 10년, 아니 20년은 거뜬하실 겁니다.”
“하하! 자네 아부도 잘하는군.”
사실 정보국보다 장벽 사령부에 있는 것이 나한테 유리했다.
마법인형을 만들 기회는 이곳이 아니라, 장벽 너머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도 나쁘지 않다.
사령부에서 근무하면 장벽을 오갈 수도 있고, 내가 활약하면 오늘처럼 정보국에서 내 계급을 빠르게 올려줄 테니까.
“원래는 자넬 데리고 다니면서 귀족들과 장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시킬 생각이었네. 장벽 사령관을 구한 것이 누구인지 만천하에 알려줄 생각이었지.”
날 제대로 키워주려고 했다는 거네?
갑자기 윌리엄 사령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하지만 방금 새로운 비밀 임무가 생겼으니, 한 번 더 고생을 해줘야겠어.”
“비밀 임무요?”
“연회가 끝나면 내 집무실로 올라오게.”
“네······.”
아무래도 방금 클린드 지부장이 뭔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내게 그 정보를 알아보는 임무를 맡기겠지.
쉬운 일이면 좋겠는데······.
***
환영 연회가 끝나고, 곧바로 사령관 집무실로 올라갔다.
“고생했네. 먼저 자네 포상을 줘야지.”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진급은 그냥 기본 옵션이었고,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 포상.
윌리엄 사령관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1,000골드네. 제국의 어느 은행에 가도 금화로 환전할 수 있지.”
그렇지!
어느 세상이나 돈이 최고다.
중위 한 달 급여가 6골드.
1,000골드면 한 푼도 쓰지 않고 거의 15년을 모아야만 만질 수 있는 큰돈이었다.
“감사합니다.”
1,000골드를 받았다.
주머니가 두둑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살루스 야영지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금화네. 그냥 성의라고 생각하게.”
“아닙니다. 잘 쓰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지.”
윌리엄 사령관이 손짓하자, 엠버 중령이 상자를 하나 가져와 책상 위에 올렸다.
“이게 뭡니까?”
“열어보게.”
윌리엄이 또 할아버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상자를 열자, 회색 조끼가 보였다.
“이번 암살미수 사건을 어떻게 아셨는지, 황제 폐하께서 내게 하사하신 물건이네. 웬만한 창과 칼로는 흠집도 나지 않지. 이걸 가져가 입게.”
“이 귀한 물건을 왜 제게?”
“나야 사령부 요새에서 나갈 일이 없잖은가? 여긴 지키는 병사들도 많고, 게다가 엠버 중령도 있고. 하지만 자넨 앞으로 위험한 일을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나보다 자네에게 더 필요한 물건이야.”
상태창을 열어 아이템을 살폈다.
[로트거너의 비늘로 만든 조끼(방어력:★★★☆등급)]별 3개 아이템이라니!
전생에도 B등급 이상의 헌터들이 쓰는 희귀템이었다.
그것도 방어구라 몸뚱어리가 허접한 지금 내겐 딱 좋은 포상이었다.
기쁨도 잠시.
순간 이 선물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거 앞으로 죽어라 굴리겠다는 뜻인데!’
아니나 다를까.
“아! 물론 진짜로 주는 건 아니네. 아무래도 황제께서 주신 하사품이고, 모르긴 몰라도 그 조끼 가격이 수만 골드는 할 거야.”
“네, 저도 그 정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땐 진짜로 주지.”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다.
게다가 수만 골드짜리 물건을 준다는 뜻은 새로운 임무가 매우 어렵다는 방증.
윌리엄 사령관이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대수림으로 가야겠어.”
“대수림이요?”
썩을!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거부할 선택지는 없다.
군인이 명령을 거역할 순 없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나도 장벽 너머로 갈 생각이었다.
물론 준비가 된 다음이었지만······.
“매우 중요한 임무겠군요.”
“물론이네. 그리고 기밀을 요하는 임무기도 하고.”
“임무를 듣기 전에 한 가지 개인적인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개인적인 부탁? 말해보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주지.”
“지하 감옥에 있는 드워프 난민들을 제게 맡겨 주십시오.”
“드워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