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01)
101. 하얀 악마.
내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의 손바닥과 팔에 걸터앉아 있던 에테나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샤이닝 일족의 고유 능력인 반향정위에 뭔가 포착된 것이다.
“타일러님! 괴수 네 마리가 접근합니다.”
에테나가 경고했다.
[모두 전투를 준비해라!]난 피하지 않았다.
잠시 후.
“뀌이이이이!”
“꽤에에엑!”
전방에 B등급 괴수 메지낙 네 마리가 우릴 발견하더니 무섭게 울부짖었다.
[대장님! 메지낙이 4마리나 됩니다. 지원팀을 부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 정도는 우리가 선발대가 처리한다!]기이잉! 쿵!
내가 앞으로 나섰다.
[방패 들어!] [방패 들어!]척! 처처척!
다들 기간트 등 뒤에 있는 방패를 꺼내 들었다.
나도 크리드의 등에서 방패를 꺼냈다.
“꽤애액!”
“뀌이익!”
두두두두! 두두두!
메지낙이 우리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삼각 대형으로! 내가 중앙을 맡겠다.] [삼각 대형으로!]멧돼지를 닮은 9미터 크기의 거대 메지낙이 3개의 날카로운 뿔을 세우고 무섭게 달려든다.
한 마리의 위력도 룩급 기사가 정면으로 받아내기 힘들 정도였기에 다들 긴장감에 몸이 빳빳이 굳었다.
[방패 앞으로!] [방패 앞으로!]다들 방패를 앞으로 내밀어 몸통을 가리고 팔과 어깨로 단단히 고정했다.
쿠쿠쿠쿠!
놈들이 지척에 오자, 강력한 진동에 땅이 들썩인다.
난 방패를 든 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마나를 뿜어냈다.
파지지직!
황금빛 마법진이 번쩍인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는 너무나도 선명하다.
“꿰에에에엑!”
“쿠에엑!”
[버텨라! 절대 밀리지 마라!]“어스 웨이브!”
방패를 높이 들어 땅을 향해 내리찍었다.
콰앙! 쩌엉!
땅이 크게 울리니!
쿠쿠쿠쿠쿵!
땅의 파도가 코앞까지 다가온 멧돼지 괴수들을 덮쳤다.
“꿰익?”
쿵! 쿠쿠쿵!
중심을 잃은 것들이 무슨 힘을 쓸까!
내 방패에 막힌 멧돼지 괴수 하나!
난 곧장 검을 들어 놈의 목을 향해 쑤셔 박았다.
푸악!
“뀌이이이익!”
푹! 푸푹!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놈이 피를 흘리며 절명했다.
그 순간 경험치가 쏟아져 들어왔다.
다른 놈을 죽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한 놈은 옆으로 미끄러져 룩급 기간트 방패에 막혔고, 좌우의 기간트들이 일제히 검을 찌르고 있었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워버린 소령과 폴린 소령의 비숍급 기간트가 또 다른 메지낙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끝쪽의 방패진이 밀렸다!
블리언 빈스와 콜벳 소령의 나이트급 기간트 두 대가 넘어져 있었고, 멧돼지 괴수 역시 부딪친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2대가 하나를 못 막아?’
게다가 어스 웨이브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진 놈이었다.
그때 멧돼지 괴수가 고개를 흔들며 일어섰다.
그리고 넘어져 있는 블리언의 기간트를 향해 달렸다.
멍청하긴!
쿠쿠쿠쿵! 콰앙!
“퀘엑!”
방패로 달려드는 괴수의 옆구리를 받아버렸다.
괴수는 옆으로 쓰러졌고, 그때 바드의 비숍급 기간트가 달려들어 괴수의 배를 찔렀다.
푸욱!
“꿰이이이!”
[어서 일어나! 찔러라!]콜벳 소령의 나이트급 기간트가 벌떡 일어서더니 검으로 멧돼지 괴수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리고 내 검도 놈의 목을 사정없이 찔렀다.
파악!
메지낙이 격하게 부르르 떨더니, 곧 옆으로 쓰러졌다.
‘역시 막타야!’
괴수를 죽일 때마다 경험치가 들어오지만, 중간에 공격했을 때보다 마지막에 숨통을 끊었을 때가 더 경험치가 많았다.
조금 전에 괴수의 옆구리를 받아버린 빠르고 신속한 움직임은 오리지널 기간트 크리드의 장점이었다.
그리고 내 싱크로율이 높은 것도 있고.
그때 내 눈에 이제야 일어나는 블리언의 나이트급 기간트가 보였다.
[멍청한 녀석! 방진이 밀릴 순 있다. 하지만 그렇게 누워서 어떻게 괴수를 잡겠다는 거냐?]녀석을 보자, 짜증이 치밀었다.
[죄, 죄송합니다.] [어리광부리지 마라! 누구도 너를 돕지 못한다. 여긴 대수림이다!]나이트급에 탄 기사가 저렇게 굼떠서야.
자기 말로는 드와이트 대마경에서 괴수도 잡아봤다고 하더니, 실력이 형편없었다.
난 곧장 마나를 보는 눈으로 괴수들을 살폈고, 메지낙 한 마리의 배를 갈랐다.
그리고 고급 마석을 하나 챙겼다.
선발대를 하는 이유가 이 마석을 챙기는 것도 있지.
[부산물 정리는 뒤쪽에 맡기고 출발한다!] [네!]우린 다시 길을 출발했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고작 B등급 괴수 넷을 잡는데, 이렇게 힘이 들다니!
암 드로운이 있었다면 혼자서 순식간에 다 잡았을 것이다.
그의 빈자리가 다시 느껴졌다.
확실히 마법인형 없이 괴수를 잡는 것은 더디기도 하고,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경험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들어왔다.
***
후두두둑!
쏴아아아아아!
대수림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이런 날에는 대낮에도 행군을 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원정군의 긴 행렬도 멈춰 섰다.
우린 억수 같은 폭우를 피해 거신목 아래 모였다.
“비까지 지독하네요. 여기에 비하면 우리가 사냥하던 대수림은 그냥 동네 뒷산 수준입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길은 더 험해지고, 이틀에 한 번은 이런 비가 쏟아질 거야. 그리고 더 강한 괴수가 계속 나올 거고.”
“정말 징글징글하네요.”
워버린 소령이 고개를 흔들며 진저리를 쳤다.
블랙힐 기지를 떠난 지 벌써 2개월째.
아직 엘프 차원 균열까지는 1개월을 더 가야 했다.
그나마 안당고낙이 보급품과 짐을 나르고 있었기에 행군 속도가 2배는 빨라진 것이다.
우리 선발대는 그동안 괴수 수백 마리를 죽였고, 이틀 전에는 A등급 괴수를 피해 없이 죽였다.
그리고 내 레벨도 54로 올랐다.
‘응?’
옆에 있던 에테나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그녀는 경계를 서고 있던 기간트를 향해 턱짓했다.
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였다.
‘블리언의 기간트로군.’
난 그냥 모른 척했다.
“크르르릉!!”
[괴수다!]C등급 5미터 길이의 늑대형 괴수가 블리언의 기간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앙!”
파팟!
턱!
“크웩?”
나이트급 기간트가 한 손으로 괴수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러더니 검으로 배를 갈랐다.
촤아아악!
괴수의 내장과 피가 쏟아지고, 곧 축 늘어졌다.
놈의 죽음을 확인하자, 무심히 옆으로 던졌다.
쿵!
“대장님, 막내 녀석이 이제 제법입니다.”
워버린 소령이 피식 웃었다.
“2개월이나 괴수를 잡았는데, 저 정도도 못 하면 나가 죽어야지.”
옆에 있던 콜벳 소령이 투덜거렸다.
선발대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졌던 블리언이 이젠 자신을 앞지르자, 배알이 꼴린 것 같았다.
‘쩝! 운이 좋았네······.’
콜벳 소령의 말처럼 그동안 잡은 괴수가 몇 마리인데 저것도 못 하면 죽어서 내 마법인형이 돼야지!
파파파팟!
그때 뒤쪽에서 뭔가 빠르게 다가왔다.
“경계해!”
경계를 서던 블리언과 바드의 기간트가 앞을 막아섰다.
척!
“타일러 준장님!”
빗속에서 안당고낙에 탄 전령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
“거대 괴수가 본진을 공격했습니다.”
“뭐? 거대 괴수?”
“기간트 6대가 파괴되고, 안당고낙 4마리가 잡아 먹혔습니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그 녀석인가?’
“모두 기간트에 타라! 본진으로 돌아간다.”
“네!”
***
[아베르크 제국 원정군 지휘 천막]“충!”
“타일러 참모 어서 오게.”
윌리엄 사령관과 지휘관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오면서 보니까 병사들도 꽤 많이 당한 것 같았다.
“사령관님, 무슨 일입니까?”
“괴수가 우리 행렬의 후미를 공격했네. 그래서 내가 선발대를 불러들였네.”
“피해가 심각합니까?”
그때 제4군 대장 아몬 대령이 앞으로 나섰다.
“며칠 전부터 안당고낙이 한 마리씩 없어져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도망갔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엔 빗속을 뚫고 놈이 공격해왔습니다. 경계를 맡은 기간트들이 속절없이 당했고, 병사들도 이십여 명이나 죽었습니다.”
“놈이 어떻게 생겼소?”
“놈을 본 기사들의 말에 의하면 온몸에 백색의 털이 가득했고, 머리에 큰 뿔이 박혀 있어며, 어깨높이가 20미터는 되고, 몸길이는 40미터나 됐다고 했습니다.”
그놈이다!
드라우켄!
S급 괴수이자, 과거 암 드로운과 거신 기사들을 죽인 그 괴물.
“그 정도 크기면 최소 재앙급 괴수가 아닙니까!”
기사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재앙급 괴수는 웬만한 기간트로는 상처를 입히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비숍급 이상의 기간트와 오리지널 기간트들이 힘을 합쳐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전에도 웨슬리의 사냥팀이 공격했다가 절반이나 되는 기간트를 잃고 놈을 놓쳤다. 그리고 그땐 놈이 다친 상태였고, 지금은 상처를 모두 치료했을 것이다.
“며칠 전부터 안당고낙이 사라졌다면, 놈이 우릴 따라오고 있는 겁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러니 여기서 놈을 잡아야지, 아니면 원정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피해가 더 심해질 거네.”
그때 매러덕 소장이 나섰다.
“사령관님, 제가 한번 잡아보겠습니다.”
“그대가?”
다니엘 참모장이 옆에서 거들었다.
“놈이 안당고낙에게 맛을 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안당고낙 5마리를 한곳에 모아서 놈을 유인하고, 매러덕 소장님과 기사들이 매복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덮치는 방법을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작전이군. 다니엘 참모가 매복 위치를 선정하고, 매러덕 소장은 전투 지휘를 맡게. 그리고 1군과 2군에서 비숍급 이상 기간트 30대를 뽑아가게.”
“네!”
“한 번에 성공해야 하네. 놈을 놓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거야.”
“네! 반드시 놈을 죽이겠습니다!”
매러덕 소장과 다니엘 참모가 경례하곤, 밖으로 나갔다.
매러덕 소장은 오리지널 룩급 기간트에 타는 기사였고, 전투 경험이 많았기에 내가 봐도 이 작전의 적임자였다.
“나머진 방진을 갖추고, 놈의 공격을 대비하게.”
“충!”
지휘관들이 우르르 나갔다.
윌리엄 사령관이 자리에 앉더니, 내게 손짓했다.
“자네도 좀 앉지.”
“네. 감사합니다.”
“놈을 잡을 때까진 당분간 움직일 수 없으니, 자네와 선발대도 이참에 좀 쉬게. 괴수와 무슨 원수가 졌다고 그렇게 씨를 말리려는 건가.”
“가는 길에 보여서 잡은 것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안 하면 어차피 본진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까?”
윌리엄 사령관이 또 머리를 흔들었다.
“행군에 지장이 없으니 상관은 없지만, 자네 몸도 생각도 해야지. 자네가 뻗어버리면 엘프 차원 균열까진 어떻게 가라고?”
“대충 길은 알려드렸지 않습니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거신이 만들어 놓은 표지석을 따라가다 보면 차원 균열 입구까진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표지석을 찾는 게 더 힘들어. 사방이 다 똑같잖은가!”
하긴 대수림에서 길 찾는 게 쉽진 않지.
나도 두 번째 가는 길이었지만, 헛갈렸으니까.
그래도 에테나가 있어 헤매진 않았다.
엘프들은 이 대수림에서도 길을 귀신같이 잘 찾았다.
“매복팀이 성공할 것 같습니까?”
“잘하겠지. 자네도 걱정은 그만하고. 이런 일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게.”
내가 전문간데?
대수림에서 괴수를 잡는 일이다.
나보다 더 잘할 사람이 있을까?
아직도 사령관은 내가 정보국 장교인 줄 안다.
천막 밖으로 나왔다.
쏴아아아아!
밖은 아직도 굵은 비가 쏟아진다.
이건 쉽게 그칠 비가 아니었다.
우리팀 야영지로 돌아왔다.
“대장, 우리도 며칠 쉬는 겁니까?”
선발대 기사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난 조용히 짐을 챙겼다.
“다들 마석 배터리 새로 갈고, 사냥 준비해.”
“네?”
내 눈엔 실패가 뻔히 보였다.
다른 놈도 아니고 S급 괴수 드라우켄이다.
잘하면 상처를 입힐 순 있겠지만, 놈은 달아나는데 선수였다.
그러니 내가 드라우켄을 잡는다.
그놈을 잡으면 암 드로운의 복수를 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경험치도 얻을 거고.
***
매복지에서 500미터나 떨어진 곳에 대기했다.
우리 때문에 괴수를 놓쳤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3군단의 야영지.
커널 준장과 기사들도 여차하면 매복지로 투입할 수 있게 기간트에 타고 대기하고 있었다.
[타일러 참모, 매러덕 소장과 매복팀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소?] [전에 제가 얼음 계곡 원정 후에 드렸던 보고서 읽어 보셨습니까?] [물론이오.] [그때 보고드렸던 괴수의 흔적 기억하십니까? 수십 마리의 늑대형 괴수 무리를 전멸시켰던······.] [설마, 지금 우리를 따라오는 괴수가 그 괴수란 말이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커널 준장은 말이 없었다.
그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을 직감한 것 같았다.
“쿠아아아아!”
괴수의 울음이 대수림을 덮쳤다.
그리고.
쾅! 콰콰쾅! 쾅!
‘시작됐군!’
이를 악물었다.
오늘 네놈을 잡고, S급 헌터로 올라선다!